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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가 이 남자한테 빠졌다는 얘기를 괜히 했나봐요. 코트니가 남편과 함께, 현관에 뻗은 데미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코 밑에서 코피가 줄줄 흘렀다. 당연히 말을 했어야지. 챈도스는 흐뭇한 표정으로 주먹을 문질렀다. 코트니가 의심스럽다는 듯 반박했다. 정말 그럴까요?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당신은 길길이 날뛰며 뉴욕으로 가서 이 남자를 죽여놓겠다고 했어요. 결국 이 바보 같은 사내는 얻어터지려 고 제 발로 우리 집에 찾아온 셈이에요. 챈도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 왜 나에게 그가 여기에 왔다는 말을 했소? 당신은 얼마든지 나 몰래 이놈을 돌려보낼 수 있었을 텐데? 코트니가 쯧쯧 혀를 찼다. 그야 짧은 순간이나마 당신이 이 남자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줬으면 했으 니까요. 하지만 그건 아주 순간적인 생각에 불과했어요. 챈도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당신 화를 돋우는 말을 한 모양이로군? 코트니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가 우리 케이시를 다시 고용하려고 이곳에 왔대요. 도대체 이럴 수 있는 거예요? 케이시는 이 남자와 일하는 건 고사하고 다시 보는 것만으로 가슴 이 찢어질 듯 아파할 거예요. 그런데 이 남자가 우리 딸 생각을 한 줄 아세 요? 흥,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어요. 정말 이기적이고 둔감하기 짝이 없는 청 년... 챈도스가 다정하게 한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대며 말을 막았다. 여보, 난 당신의 앙칼진 모습을 사랑하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이럴 이유 가 없어. 그가 케이시의 사랑을 받는 줄조차 모른다고 누누이 강조한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소. 그리고 케이시도 당신에게 그 점을 인정했다며? 아니면, 사내들 특유의 무지가 용서 못할 대역죄라도 된다는 거요? 코트니가 실눈을 뜨고 남편을 째려봤다. 좋아요, 그에게 죄가 없다고 쳐요. 그럼 왜 당신은 다짜고짜 이 사람을 때 렸어요? 이 녀석이 내 딸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아주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유에 서지. 그게 아버지의 특권이 아니겠소? 아, 그러세요? 그럼 어머니에게는 그런 특권이 없나요? 이제 보니 당신은 내가 이 녀석을 족치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나에게 달 려왔구려. 코트니는 죄책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이 청년이 싫은 이유를 놓고 실랑이를 하느니, 이 예상치 못한 방문을 어 떻게 처리할까에 대해 토론해야 해요. 나는 케이시에게 이 청년의 방문을 알 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오늘은 우리 딸이 바엠 목장이 아니라 이곳에서 자는 날이에요. 게다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조만간 돌아올 시간이에요. 챈도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일꾼을 시켜 이놈을 마차에 실어 마을로 돌려보내겠소. 오늘 이곳에 서 받은 환대를 고려한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요. 코트니는 인상을 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이유는? 이 청년 고집이 보통은 넘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케이시를 다시 고용하 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사람이 본인의 거절을 직접 듣지 않고 물 러설 리 없어요. 당신 생각에 케이시가 거절할 것 같소? 그 아이가 긍정적인 대답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케이시가 이 남자를 위 해 일했던 이유는 오직 당신에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였 어요. 하지만 지금은 증명할 게 없어요. 그 아이는 이미 바엠 목장을 훌륭하 게 운영하고 있잖아요. 보통 사람에게라면 조리 있는 이유지만, 과연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도 그 럴까? 코트니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 그 아이는 오로지 이 남자와 함께 있고 싶다 는 일념으로 이 청년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아니면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케이시가 아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 게끔 우리가 나서야 해요. 지금 나에게 이놈을 영원히 처치하라는 거요? 제발 실없는 소리 좀 마세요! 코트니는 남편의 장난기를 알아차리고 그를 노려봤다. 음..., 당신이 이 청년에게 점잖게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설득시킨 다음에 마을까지 직접 데려다주는 게 어때요? 그래도 끝가지 고집을 피우면, 케이시 가 여기 없다고 하는 거예요. 멀리..., 아, 유럽에 갔다고 해요. 유럽은 어찌해 볼 수 없을 만큼 먼 거리니까, 아마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겠지요? 나는 지금 이놈과 점잖게 대화할 기분이 아니오. 이 상판때기를 보면 내 손이 근질근질하단 말이오. 그렇다면 내가... 아냐, 당신은 안 돼. 챈도스가 영차 하고 축 늘어진 데미안을 어깨에 걸머졌다. 젠장, 더럽게 무거운 녀석이로군. 챈도스...? 왜? 그가 문으로 향하며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그 사람에게 절대로 케이시의 감정을 말하지 마세요. 챈도스가 아내를 향해 돌아섰다. 왜 그래선 안 되지? 케이시가 그에게 말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잖아요. 그리고 그 청년을 워낙 둔감하니 죽는 날까지 혼자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이놈이 다 알면서도 상관하지 않았을 수 있소. 당신은 그게 아니라고 말했 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런 것 같아. 어머나, 그래서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때렸군요? 챈도스는 코웃음을 쳤다. 코트니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핵심을 지 적했다. 두 가지 중에서 어느 쪽이 진실이든 간에, 우리 딸은 알리고 싶어하지 않 아요. 아, 나라면 달랐을 텐데. 챈도스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계단을 내려가, 데미안을 말 등에 엎어놓았다. 그리고 말고삐를 잡고 아내를 봤다. 저녁식사 전에는 돌아오겠소. 녀석의 코피 자국을 말끔하게 치워놔요. 그 청년 콧대가 정말 부러졌어요? 내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이렇게 튼실한 코가 그리 쉽게 부러질리 있겠소? 당신이 평소처럼 호되게 주먹을 휘둘렀다면 그쯤이야 부러지고 말았겠죠. 챈도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당신은 항상 나를 과대 평가하는군. 어림도 없어요. 나는 비범한 남자와 결혼한걸요. 최소한 난 그렇게 알고 있 어요. 챈도스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데미안의 말을 끌고 마구간으로 가서 말을 집 어탔다. 하지만 아내의 칭찬은 그녀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그 임무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1마일쯤 지나자, 데미안 이 신음을 하며 의식을 회복했던 것이다. 챈도스가 더 심한 부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말을 세웠기 때문에 데미안은 말 등에서 굴러 떨어졌다. 한동안 얼 떨떨하게 누워 있던 그는 느릿느릿하게 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챈도스를 발견한 그가 입을 뗐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마을로 돌아가는 거야. KC 목장은 자네를 환영하지 않네. 굳이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콧대를 만지며 투덜거렸다. 부러졌나?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좀 얼얼한 것뿐이겠지? 챈도스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약을 올렸다. 아무 말도 없이 패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데미안은 윽박지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정도야 약과지. 우리와 같은 일을 당한 여느 처녀의 부모라면 자네를 죽이겠다고 덤벼들었을걸. 데미안은 속으로 찔끔했다. 케이시가 집을 떠나 있을 동안의 경과를 부모님 에게 시시콜콜하게 전부 털어놓았을까? 그는 즉각 자기 방어에 나섰다. 케이시는 유능한 수배범 사냥꾼이었습니다. 그게 그녀의 직업이었으니... 그건 그 아이가 일시적으로 집적거린 일에 불과하니 직업이라고 하기 힘 드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케이시가 적임자였기 때문에 일을 맡긴 겁니다. 챈도스가 혐오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그 아이가 자네 일을 다시 맡을 것 같나? 케이시가 잡은 범인이 도망갔습니다. 저는 탐정을 고용했지만 이번에도 전 처럼 운이 따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케이시라면 분명 다를 겁니다. 사실 케이시의 육감은 대단히 뛰어나지. 그녀의 본명이 정말 케이시입니까? 챈도스는 엉뚱한 화제에 인상을 썼다. 그 아이의 이름도 몰랐단 말인가? 그리 놀라실 것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었기 때문에 여자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지? 그 질문에는 데미안의 품격을 의심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뒤가 켕겼기 때문에 챈도스의 생각을 강력하게 부인하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했다. 말해줬습니다. 제가 수염을 기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니까 입을 열더군 요. 챈도스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만일 데미안이 상대를 좀더 알았더라 면, 지금 그 표정이 웃음의 흔적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에게 그 얼굴을 벽력같이 화를 낼 전조로 보였다. 데미안이 볼 때, 케이시의 아버지는 포트워스에서 봤던 모습과 달랐다. 깔 끔하게 면도를 한데다 머리도 단정하게 정리했다. 뭐, 도시의 기준에 비하면 아직 길었지만. 하지만 한 가지는 전과 다름이 없었다. 사람을 주눅들게 만 드는 분위기. 루트리지, 다음 기차를 집어타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걸세. 케이 시는 더 이상 수배범 사냥꾼이 아니야. 하지만 이번 일은 그녀가 이미 손을 댄, 특별한 경우에 속합니다. 게다가 저는 그녀의 말을 직접 들어보고 싶... 관두라고 하지 않았나! 챈도스가 너무 차분하게 말했다. 난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겠네. 그러니 내 충고를 귀담아 들어. 감히 내 딸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마. 데미안은 반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이 조 용한데다 상대의 손이 이미 권총집 위에 있었으므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케 이시의 아버지는 데미안의 동기 여하에 관계없이 이성적으로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데미안 자신도 그의 논리에 자신이 없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에 올라탔다. 아무튼..., 만나 뵙게 돼 기쁩니다. 데미안이 건조하게 말했다. 챈도스는 주먹을 문지르며 그 말에 동의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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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