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반니 디 루테로의 그림 '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초상 ' 이 걸린 거실에서 윤식은 그림 옆에
걸린 거울속의 자신을 동시에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그림속의 남자와 자신이 비슷하게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왜 저런 음침한 그림을 거실에 걸어 두신 걸까? 아버지께 오래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었는데
여태까지 못 물어보고 있던 중....오랜만에 아버지와 거실에 함께 있게 됐다. 오늘은 꼭 물어보리라..
에어콘을 잘 켜지 않으시는 아버지가 요 몇일 한나절을 켜신다. 무더운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다.
"아버지 저.. 오래전부터 궁금한게 있었어요. " "뭔데? "
" 저 검은 옷 입은 남자 그림은 왜 걸어두신 거예요?" 거실 테이블에서 신문을 보다가 돋보기 안경 너머로 윤식이를
쳐다 보며 " 그건 네 엄마한테 물어봐야지.. 내가 걸어 놓은게 아니야..
.. 덥다 ...더워도 너무 더워 살인더위야...세월에 장사있냐? 지구도 나이를 먹다보니
늙고 병이 든게지.." 하신다. 아버지랑 대화를 다 하다니..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에 온 느낌이다.
내친김에 궁금했던 이야길 꺼내본다. " 아버지 혹시 아버지나 어머니 아시는 분 중에서 장애인있나요?
여잔데 제 나이또래정도 됐고요.. 그리고 자기 성이 송씨라나... 자꾸 꿈에 보여서 말이죠.. 개꿈인건가요?"
" 송씨? 송씨라면...네 엄마 소천했을때 부의금 장부를 확인 해 보면 되겠지..." 아버지는 책꽂이로 가셔서
어머님 부의금 장부를 가지고 오셔서 뒤적거리신다. " 송.. 송송... 송.. 송? 송마리? 응.. 여깄네 송씨는
송마리뿐이야.." " 송마리씨가 어머님 장례식때에 왔었다고요? 어머니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요?"
" 네 엄마 젊었을 때에 내가 그 송마리라는 아가씨 엄마랑 사랑하는 사이였었지....
우린 달리다굼이라는 카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단다. 그녀는 커피를 좋아했고 음악과 빗소리를 좋아했었지...
네 엄마 땜에 우린 헤어지게 됐고...그 사정을 다 자세히 말을 하긴 힘들지...
그 사람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어 그리고나서 나은 아이가 송마리야... 네 엄마가 죄책감 때문인지
마리에게 잘해주더구나. 그래서 아직까지 연락이 되고 있었던게야~" 송마리씨가.. 그런데 그 휠체어에 앉은 여자..
그러고 보니 송마리씨와 많이 닮아 보였다. 하지만 송마리는 휠체어를 타지 않는데.... " 그런데 아버지 그럼 송마리
친척이나 형제자매가 있나요?" " 내가 알기론 없는 것 같던데. 그애가 아마 쌍둥이였는데.. 아마도 그애 동생이
어릴때에 사고로 죽었다고 .. 그런 얘길 들은 것 같아..확실친 않고.." 그러면.. 그 여잔 누구란 말인가..
누군데 자꾸 내 꿈에 나타나서 나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말인가.. 그녀의 눈빛은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 윤식씨.. 사랑해요~~~ ' 라고....
윤식의 궁금증은 더해져만 갔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