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중풍은 뇌기능의 장애로,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몸이 마비되는 병이다.
마비가 오면 의지가 봉쇄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몸이 마비될 정도면 마음의 경직은 얼마나 크고 그 상처가 얼마나 쓰라렸을까?
지금도 잘못된 가치관이나 이념, 강제된 인간 조건은 중풍처럼 사람을 마비시킨다.
마비에서 풀려나려면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 앞에 나가야 한다.
움직일 수 없다면 평상에 실려 이웃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주님 앞에 나가야 한다.
또 주변에 그렇게 마비된 이웃이 있다면 주님 앞에 데리고 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중풍을 고치기 전에 예수께서는 우선 죄를 용서하신다.
치유에 앞서 병의 원인을 제거하시는 모습이다.
환자의 죄를 먼저 용서하신 이유는 육신의 마비가 영혼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리라.
내 몸이 마비된 상태라면, 자유를 상실하고 경직된 마음부터 살펴보라는 초대로 들린다.
"그러자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고 생각하였다."
죄의 용서와 관련하여, 당시에 한 사람이 저지른 잘못을 다른 사람이 용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문제는 하느님께 저지른 죄악을 용서해 주는 권한에 관한 물음이었다.
예수님 당시 유다교 전통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모든 죄는 하느님을 거부한 것이므로 하느님만이 용서할 수 있다.
예수님이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말씀하신 뜻은 "하느님께서 너의 죄를 용서하셨다"라는 의미다.
죄의 용서 선언은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을 대신해 말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그러기에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라고 선언하신다.
이처럼 세상을 창조하셨던 '말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인 '말씀'이 마비된 세상을 제 모습으로 재창조하신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완쾌의 자유를 누릴 사람에게 왜 예수님은 병의 흔적인 평상(들것)을 가지고 가라 하실까?
"중풍 병자의 상징이었던 평상은,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을 때 더 아상 우리를 묶는 족쇄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버리거나 잊어버릴 상처도 아니다.
우리를 마비시키던 삶의 조건은, 우리를 치유하신 '말씀'을 상기할 도구이기에 몸에 지니라는 말씀이다.
과거의 짐조차 삶의 한 부분이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받아들여 당당하게 가지고 걸어가라고 명하신다.
장애가 우리의 삶을 방해하도록 해서는 안 되고,
팔 아래 장애를 끼고 즉, 불안을 지니고 사는 용기를 지니라는 말씀이다." (A. 그륀)
[출처] 연중 제13주간 목 -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작성자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