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의 상장발표가 잇따르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증권가의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악화와 이슈가 맞물리면서 향후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복선을 찾는 작업이 분주하다.
증권가는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단순 지분 승계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이라는 숙제가 남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동시에 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권도 확실히 하는 '일석이조'의 묘안이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제일모직의 주식 4.7%를 사들였다. 이날 제일모직의 자기주식 3.9%와 삼성SDI의 자기주식 4.8%도 삼성전자가 사들였다.
이번 지분매각 작업으로 삼성전자의 삼성SDI·제일모직 합병법인(7월1일 합병예정)에 대한 지분율은 13.5%에서 19.6%로 올라선다. 지주회사 요건은 20%로 0.4%만 더 사들이면 작업이 완료된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향후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읽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지지를 받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지주화(홀딩스)하고 중간지주회사를 추가로 출범시킨다는 전망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버랜드를 지주로 한축으로는 삼성전자 중심의 삼성전자 홀딩스, 한축으로는 삼성생명 중심의 삼성중간금융지주 출범을 전망한다"며 "삼성의 제조업 지분은 삼성전자 홀딩스 체제를 위해 삼성전자로 이동하고, 금융계열사 지분은 삼성중간금융지주 체제를 위해 삼성생명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8.47%다. 삼성생명이 7.21%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는 1.26%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구조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내세워 개선을 요구하는 중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보험업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함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고 난 이후의 지주 전환에는 현재보다 더욱 큰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최근의 지분매각 작업이 법 개정 이전부터 점진적인 준비작업에 나선다는 것이 증권가가 바라본 최근 삼성의 변화다.
단순하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에 따른 지분문제만 놓고 본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의 삼성전자 지분 3.4%와 삼성생명 지분 20.8%를 상속받아도 큰 문제는 없다. 상장을 통한 자금으로 상속에 따른 세금 문제도 해결된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재의 순환출자와 금융의 산업자본 지배가 그대로 유지되는 체제라는 점에서 최종 지향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장기적인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삼성이 단순히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 상속하고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려고 했다면 최근 수년간 진행되어온 금융/제조 양축으로 사업 합병 및 지분 이동, 자사주 매입, 사업양수도, 계열사 상장 등을 무리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최근 들어 그룹사 사이의 인수합병과 지분매입 작업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삼성물산이 삼성SDI 보유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였으며, 지난 3월에는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4월에도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는 등 그룹사의 지분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이 서둘러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발표한 것은 향후 그룹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및 계열사와의 합병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장사가 기업가치 산정 및 합병, 분할 작업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기(4%), 삼성SDI(4%), 삼성카드(5%)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상장을 통한 구주매출 형태로 해소할 수 있다"며 "삼성물산(1.48%), 제일모직(4%) 지분도 마찬가지로 해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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