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한 햇살에 온 지면이 주눅 들어 있다.
화단에 심기어진 꽃나무들도 폭염속에 얼룩얼룩 화상을 입어
그 곱던 자태가 엉망이 되었다.
한줄금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열기가 좀 가라 앉을텐데..........
오늘은 우리네 벗들이 만나는날.
아침부터 샤워를 해도 금새 땀이 솟지만
선풍기 틀어 땀을 식혀 가며 얼굴 단장을 한다.
지난달에 만났는데도 또 다시 설레고 보고 싶은 친구들.
학교 시절엔 떫기도 하고 시기도 하고 너무 싱겁기도 하고
짭짜름하여 가까이 갈 수 없는 친구들도 많았었다.
어언 34년의 세월은 우릴 알맞게 익혀서 만나게 하였다.
저마다의 향기도 색깔도 모양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우린 그저 말하지 않아도 사랑 덩어리였다.
큰 언니 같은 영순이가 우리들이 쉴 곳을 미리 준비하여서
찾은곳은 칠장사 아래 있는 분위기 있는 '돔'까페였다.
햇살에 아우성치며 자란 초목들이 우거져 푸르디 푸른 초장 같은곳.
까페 옆자락엔 길게 드리운 계곡이 있어 우릴 반겼다.
앞 마당의 느티나무는 계곡 자락까지 뿌리를 박아
한껏 물기를 머금어 윤기나는 생명을 발산하고 있었고
능소화도 고운 주홍색으로 꽃술까지 벌렁 드러 누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서울,안양.청주,대전,앙성에서 무리 지어 벗들이 모여 들었다.
며칠전부터 꼼꼼하게 벗들의 먹거리를 챙기던 친구들이 있었다.
명순이,영순이,남호,은순이!!
승복이는 한명이라도 빠질세라 노심초사하더니 스물 일곱명이나 되는 참 많은 벗들이 모였다.
은사님들도 세 분이나 뵙게 되었고 항상 '맑음'이셨는지 연세답지 않게 생동감이 넘치셨다.
이열치열이라
토종닭 안에 한방 재료들을 넣어 보얗게 삶고
찰밥도 짓고
갓 따온 옥수수도 한 솥 쪄 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이 아름다운 일에 기꺼이 봉사를 한다.
삼삼오오 원탁에 둘러 앉아 준비한 음식들로 허기진 속들을 채운다.
토종닭의 졸깃한 맛과 살이 오른 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는 맛이란 가히 일품이었고
어머니의 손 맛 같은 열무김치는 옛 향수를 추억하기에 인색하지 않았다.
찰 진 옥수수도 부른 배를 두들겨 가며 신나게 하모니카를 불어댄다.
무르익은 열기와 어우러지게 노래방이 열리고
은사님들과 벗들은 다부진 솜씨를 마이크에 실어 보낸다.
모두 하나가 되어 흥겨운 춤을 추고~
계곡의 물은 친구들을 하나하나 유혹하더니
어느새 다리밑엔 한조가 되어 춤바람 노래바람이 벌어졌다.
햇살이 한 풀 꺽이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집에 갈 생각들은 도무지 없다.
느티나무 아래에 자리들을 펼쳐 놓는다.
뿌리에 잔뜩 물기를 담은 느티나무는시원한 물바람을 일으킨다..
벗들은 저마다 물오른 바람들을 한껏 들이킨다.
콩국수 파티가 열렸다.
더 이상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엄살을 떨던 벗들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한 그릇씩 후루륵 댄다.
둘이 먹다가 한 분이 떠나셔도 모를지경이란다.
하늘이 어둠을 내리자 우린 못내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페 앞에서 오늘의 추억을 담아 사진을 찍었다.
오늘 물바람을 마신 친구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메마름을 몰아낼것이다.
촉촉함으로 이웃을 감동 시킬것이다.
내 사랑하는 벗들이여!!
너희들이 있는곳이
쉴만한 물가이길 원한다.
첫댓글 춘실! 네가 표현한 그대로 다른 친구들 마음도 다 같았을거라 생각해. 보지 않았을 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만나고 나니 참 많이 변하더라. 그리고 어제 내가 말했듯이 우리 친구들의 인성이 참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 모임을 이끄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그 모임의 색갈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리고 어쩜 그리 미인들이니. 그리고 너 수필집 내지 않을래? 웬만한 수필가들 글보다 네 글이 훨씬 좋다. 더위에 온 지면이 주눅들고...., 사람마다의 부족한 성격을 맛으로 비유하고, 성숙된 성격을 음식의 숙성으로 비유하고.....늘 네 글 읽으면서 생각 하는 것은 생각을 곧 글로 풀어 낸다는것에 감탄한단다.
과찬이시옵니다.나중에 미숙하지만 꼭 한 권은 계획하고 있는데~ 아주 평범한 아줌마가 쓴 엉성한 글로.아마 지금 쓰는것들을 담을것 같다.많이 니 도움이 필요하다.친구야~
어제의 감동이 춘실이의 글을 통하여 다시한번 느껴 진다 . 네글 마무리하는거 보려고 안자고 기다렸다. 역시 감칠맛나는 네글이 그대로 내마음에 와 닿아서 천천히 읽고 또 읽게 되는구나 . 마음속에 있는 좋은생각 좋은글 자주 올려 주려므나 .읽는 재미로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요 귀여운 내 친구가 왜 안 자고 까페를 지키나 궁금했는데~고마워. 좋은글로 읽어 주니 얼매나 고마운지.
너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동한다,저마다의 가슴에 메마름을 몰아낼 것이다로 돔까페에서의 추억을 정리하자
춘실 글 감동 감동 표현력이 극치인데 수고 많았수
자정이 다되어 가는데 글을 쓰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그글을 ,그감동을 다시 가슴에 품고 싶어 기다리는 친구들....정말 위대하다. 을숙= 인숙=승복=영순=나 모두 같은 생각이야. 우리 자신들이 있는 바로 이곳이 쉴만한 물가.......^8^
구구절절이 사실감이 묻어나는 표현력에 달리 할말이 없구나. 필름이 지나가듯 다시금 그시간의 감회에 젖어 본다.
춘실이에 멋진글......우리에 만남을 한층더 풍요 롭게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