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 알아보기

[전상수]

2022년 3월 & 4월 방문한 전시회 3곳을 소개한다.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미술시장은 커졌다. MZ세대의 갤러리 회화 싹쓸이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본주의키즈들이라 불리는 MZ 세대의 아트테크는 이제 사회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을 태세이고, 향후 전개를 지켜볼 일이다^^

첫번째는 한남동 '아마도 예술공간'의 <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2022.3.11~4.7)이다. 아래 사진의 건물이 옛 건물을 개조해 꾸민 아마도 예술공간 건물이다. 건물 2층 오른쪽에 전시 포스커가 걸려 있고, 창문 안에 매달린 호박이 의미심장한 전시를 추측케 한다. 

전시 제목 '오드라데크'는 카프카의 소설 <가장의 근심>(1920)에 등장한다. 몇 페이지 안되는 단편이지만 내용은 강렬하다. 주인공의 집에 사는 오드라데크는 사람도 아니고 생물도 아니고 뭔지 모를 카프카가 창조한 '어떤 것'이다. 집 안 여기저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그런 존재이다.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그래서 화자인 가장은 걱정인 것이다. 

카프카의 단편에 등장하는 글로 된 오드라데크 묘사는 호기심 있는 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구글 이미지에 있는 것들 중 두 개를 올려본다. 어디 사는지, 뭘 먹는지, 뭐 하는지, 그리도 도대체 뭔지 모를 오드라데크를 펜데믹 시대와 연계시킨 전시 기획이다.

(c)pinterest.com

카프카의 묘사: "불분명한 존재인 오드라데크는 처음에 납작한 별 모양의 실패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이 감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뜯어지고 낡아빠진, 서로 매여 있고 엉켜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색깔의 실타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 모양의 것 한가운데 작은 가로 막대기가 튀어나와 있고, 이 막대기의 오른쪽 모서리에 다른 막대기 하나가 더 붙어 있다. 막대기의 도움 및 별이 내뿜는 빛의 도움으로 두 다리로 지탱하는 것처럼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 <가장의 근심> 중에서

(c)pinterest.com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간섭이 없어서이다. 바글바글한 유명 미술관과 달리 사람이 없어 감상하기도 좋고 생각하기도 좋다. 그러나 금번에는 전시 이외에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되어 사전예약을 했다. 공연이 진행되기 전에 우선 관람을 하기로 했다.

반지하층의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아래 사진 왼쪽에 빨간색 바탕의 벽 포스터는 열심히 그 흔적을 지웠지만 '불조심' 포스터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작품의 한 부분인가 생각한다. 지웠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포스터이다. 

본 전시는 오늘날 펜데믹 시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곳, 즉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한 빈 공간, 공백에 카프카의 정체불명 오드라데크라는 모티프를 끌어들여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없어지는, 사라진 지역과 그런 사회질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래는 관람객이 직접 발로 밟아 움직일 수 있는 장치 구조물이다. '정해져 있지 않는 주거지'라는 주제에 얼마나 걸맞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래서 현대예술은 피곤하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열려 있는 구조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다^^

노드 트리 작 <땡볕, 초승달과 대추>(2022)

4개의 유리병에 들어 있는 것들은 비닐끈, 페트병, 모터, 전선, 조명, 글리세린 등이다. 복합돌봄장치라는 타이틀에서 우리는 모르지만 이러한 병들에 갇혀 생명유지장치로 근근이 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노드 트리 작 <복합돌봄장치_주식회사 생산소>(2022)

노드 트리 작 <복합돌봄장치_주식회사 생산소>(2022) - 클로즈업

또 다른 전시가 있는 방으로 가는 길이다. 

이번 작품은 봄로야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방이다. 입장하여 벽에 걸려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헤드셋을 머리에 끼고 감상하면 된다. 우연의 기법이 작용한다. 우연한 사건 및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에서 나도 모르게 거미줄에 얽혀 있는 세상에 갇힌 모습이 느껴졌다.

봄로야 작 <가난한 천이>(2021) <서로 우는 밤>(2022) <자연 초과>(2021)

봄로야 작가의 전시 방 내부이다. 'Do what scares you' 너를 두렵게 하는 것은 이라고 쓰여 있는 문장을 쓰고 지웠다. 쓰고 지우기 기법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기법인데...

그냥 우연한 흔적들, 그럼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형상들이다. 벽의 뜯겨진 하얀 페인튿도 작품의 일부이런가.

어두침침한 방에 흙탕물이 차 있고 식물들이 그 물 속에서 자생하는 듯하다. 타이틀 '팔루다리움'을 검색해 보니, 개구리 같은 양서류를 포함한 습지 동식물을 키우기 위해 구축된 생태계라고 한다. 촬영 30분 후에 이 방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될 것이다.

오선영 작 <Paludarium 팔루다리움>(2022)

2층에서 계속되는 전시 관람을 위해 나오는 길이다. 아래 사진만 보면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안 들수도 있다. 관장은 이런 점을 노린 것 아닐까. 그랬다면 성공적이다^^

위 사진 <팔루다리움 Paludarium> 작가 오선영의 또 다른 작품인 <테라리움 Terrarium>이다. 퍼포먼스 였던 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행위예술, 대지예술, 설치예술은 회화처럼 남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영상이나 사진등의 기록으로 남길 수 밖에 없다. 

오선영 작 <Terrarium 테라리움>(2021)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에 풀들이 자라났다. 죽지 않는 오드라데크이다. 불사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목적도 없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오드라데크인지도 모를 그런 어떤 것이다.

오선영 작 <Terrarium 테라리움>(2021) - 클로즈업

2층 전시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나쁜 숨결'이라는 타이틀인데, 답답하다. 아래 사진으로 들어가면 헤드셋만 있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도 안 보인다. 맨 앞의 사진에서 집 전경을 보면 2층 창문에 호박이 보이는데 그것이 동 작품의 부분이다. 전시장에는 작품이 없는, 비어 있지만 그 경로를 추적하면 전시장 밖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을 노렸다.

우희서 작 <Bad Breath>(2022)

퍼포먼스 관람을 위해 처음에 들렸던 지하층에 다시 내려왔다. 

아래 사진의 이 물 안에서 행위예술이 펼쳐진다.

오선영 작가가 직접 행위하는 <팔루다리움 Paludarium>이다. 30분을 천천히 자기 몸을 놀린다. 희한하게도 하나도 안 지루하다. 예술가가 행하는 몸짓을 해석하려 하다가도 그냥 멈추게 된다. 그 자체로 몸 동작을 본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건지, 죽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촬영은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퍼포먼스는 아래 사진 작품명 <팔루다리움>에 직접 오선영 작가가 들어가 펼치는 행위예술이다.

팔라다리움 속에서의 오선역 작가의 움직임은 예술 그 자체였다. 길러지고 양육되는 곳, 팔루다리움, 그 안에서 밖으로 나와야 하는가 아니면 그 안에서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가. 

두번째는 한남동 소재 갤러리 바톤의 <하이브리드 바톤: 비정형의 향연>(2022.2.24~3.26)이다.

총 11명의 예술가의 단체 전시다. 전시 제목도 어렵다. <비정형의 향연> 그러면서 "Live in your head" 즉 당신 스스로 생각해 보라 라고 브로셔에 적혀 있다^^ 11명 각자가 각각의 작품 형식에 임했다. 그래서 비정형인가 보다. 일률적이지 않고 불규칙적이라서. 'Form'과 'Material'를 탐구한 과정의 결과물로서, 관람객의 즉각적 감흥과 수긍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써 있다. 그 자체로 심미적 차원으로 즐기자. 

홍장오 작 <L-C500>(2020) Aluminium, PVC Panel, LED light - 비미술적 재료를 조합해 생명체 탄생

권중모 작 <Color Shade Series>(2021) - 다양한 빛의 음역 연출. 미니멀 아트의 형식적 재현에 충실

김범 작 <Untitled (One with Coin)>(2016) - 보이는 이미지의 허구성에 대한 작업. 같은 외양 다른 속, 사물의 대상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허우중 작 <Arcs>(2022) - 전시장 벽의 부조가 작품이다. 개체와 전체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 음각의 그림자로 인지되는 이질감의 탐색 유도.

허우중 작 <Arcs>(2022)

최선 작 <DayNight 낮밤>(2016) - 인천 근처의 바닷물에 적셔진 스폰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세계와 인간의 현ㅅ닐을 시각화

김지은 작 <Plumbinh First>(2014)-신축과 철거를 표현함으로서 과거와 미래가 얽힌 현대사회 문제 조명. 

갤러리 바톤 본 전시장 말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앉아서 고뇌하는 인간 조각이 있는 방이 나온다. 

세번째는 타데우스 로팍이다. 갤러리 바톤에서 2-3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타데우스로팍 <수렴 Convergence>(2022.2.24~4.16).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 그룹 출신 YBAs 출신 현대미술가 제이슨 마틴(1970~)의 <수렴 Convergence>이다. 알루미늄 회화이다. 

Oil on Aluminum

사각형 알루미늄 배경과 작품 내부로 향하는 붓놀림은 아시아 문화에서 발견되는 보자기 포장 방식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보자기가 한국에서는 복을 싸서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서에 적혀 있다. 

강렬한 색채에 2차원의 캔버스 평면에 3차원을 잇는 조각적 특징이 보이는 작품이다. 내면으로 향하는 지속적인 붓놀림은 작품 내부에서 하나의 접점으로 수렴된다. 그림을 보면 붓터치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한 가운데 수렴된다. 바다의 소용돌이, 하늘의 회오리바람과 같은 역동적인 운동감이다.

르네상스 원근법이 적용된 작품 내의 소실점으로 수렴되었다. 추상화를 그린 작가는 역설적이게 자신의 단색 추상화는 전통적 구상화에서 출발했다고 언급한다. 

제이슨 마틴 작 <Untitled <Ultramarine blue/Golden yellow)>(2021)

제이슨 마틴 작 <Untitled (Scarlet/Magenta)>(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