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산 산행기
대한건축사 등산동호회 안수산 산행에 참가하기 위해 교대역으로 나갔다. 입동이 지난 뒤라 해가 짧아져 7시 출발 때도 어둑했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텅 빈 들녘이 스산하게 바라보였다. 어느덧 입동이 지나 겨울 풍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천안-논산 고석도로 탄천 휴게소를 들러 호남고속도로 익산 톨게이트에서 고산방면으로 접어들었다. 주위에 크고 작은 물길이 보였다. 조금 더 가다보니 높다란 산이 앞쪽에 보였다. 그 산이 안수산일것 같았다.
오늘 처음으로 안수산을 오르게 되었다. 전주가 고향이어서 이 곳도 고향지역이라 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 후 서울로 가서 줄곳 살다보니 고향 지역 산들을 다녀본 일이 많지 않다. 어렸을 적엔 요새 같은 등산 문화가 있지 않았다. 전문가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소식을 대하는 정도였다. 어른들도 등산을 한량처럼 놀러다니는 일로 여기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건강한 생활로 여긴다.
10시 27분 안수산 산행 출발 지점인 고산 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전국 각지에서 온 회원 분들이 보였다. 아는 분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엊그제부터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마음 대비를 해서 그런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10시 30분 앞서 산행을 시작했다.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일주문처럼 설치된 게이트를 지나 한참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우측 등산로 갈라지는 곳에 한 회원이 우측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해 주었다. 거기서 다시 조금 걷다보니 이번 대회 현수막이 보였다.
거기서 우측 산길로 올라갔다. 경사가 급했다. 바위 위에 낙엽이 쌓인 곳은 길이 눈에 잘 띠지 않았다. 역청질 편마암이 뾰족뾰족 날이 서 있어서 디디기 불편한 곳도 있었다.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저 위쪽 능선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급경사 길을 계속 오르다 보니 길이 점차 완만해졌다. 잠시 후 안수산이 1.2km 남은 이정표 능선에 도착했다. 거기서 우측 벼랑 가까이 다가가니 만경강이 흘러가는 고산 일대가 보였다. 땅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의 체취가 다가왔다. 농토를 적시며 흘러가는 물줄기가 새삼스레 소중해 보였다.
앞에 보이는 광경을 그리려고 자리를 잡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뒤에 올라온 우리 일행들이 나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까 보았던 대구 회원들도 지나쳐가고 있었다. 맨 뒤에 올라온 이번 주최 측 회원 몇 분이 다가오며 혼자서 길을 잘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묻고 정상 쪽으로 걸어갔다.
스케치를 마치고 안수산 정상으로 향했다. 능선을 지나는 동안 고산을 빙 둘러가는 고산천과 고산 고을 그리고 그 너머 산세가 어우러진 풍광이 계속해서 바라보였다. 안수산은 고산읍에서 바라보면 닭 볏이나 봉황의 머리처럼 보인다 하여 계봉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붓처럼 보인다고 하여 문필봉이라 칭하기도 한다.
가다보니 우측으로 안수사 이정표가 보였다. 그리 멀지는 않지만 오늘 행사에 참가하는 시간이 빠듯해 들르지 않고 지나갔다. 고산이 지네 형국이어서 산의 중턱에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고산은 풍수상으로 볼 때 지네 형국이라고 하는데 안수산이 지네를 쪼아 먹는 형국이라 고을의 평화를 지켜준다고 전해온다.
잠시 후 바위 봉우리(달걀바위)를 오르다 보니 안수사가 아래쪽으로 내려보였다. 그 곳에서도 너른 조망이 펼쳐 보일 것 같았다. 엊그제 급강하 한 탓에 길옆에 벌써 서릿발이 보였다.
12시 37분 안수산(554.6m) 정상에 도착했다. 전북 회원 및 가족이 길안내로 수고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식사하던 우리 일행을 만났다. 아까 주차장에서 만났던 대구 일행도 거기서 쉬고 있었다. 정상석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뒤돌아보니 지나온 달걀바위가 또렷이 보였다. 이곳으로 올라올 때는 그 형상이 보이지 않고 그냥 암릉으로만 느껴졌는데 여기서 보니 그 명칭이 실감 났다. 그 봉우리 너머로 지나올때 보아온 광경이 보였다. 앞쪽에 고산 들녘을 휘돌아가는 만경강이 있고 그 뒤로 들녁과 첩첩히 겹친 산들이 보였다.
안수산은 금남호남정맥 주변의 너른 산군을 지나 호남평야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다. 깊게 들어가는 산군의 초입으로 전망대처럼 솟아 멀리 뻗어가는 눈 멋이 그만이다. 맑은 날에는 계룡산 대둔산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조금 흐리고 구름이 끼어 찾기가 어려웠다. 고산 휴양림 건너에는 운암산, 동성산 등이 있고 금남호남정맥 뿌리 쪽으로는 운장산이 있다. 안수산의 명칭은 안수사로부터 유래한다. 서래봉까지 종주 코스가 이어지며 서래봉 부근에는 위봉산성과 완주 송광사가 있다.
안수산
김석환
금남호남정맥
크고 너른 산군을
헤쳐 나와
너른 들녘
언저리에
높다랗게 솟아나서
가쁜 숨 가다듬고
세상을 돌아본다
가까이 강을 끼고
삶을 이어온
고산고을
멀리 옛 도읍이던
큰 고을 지나
너른 호남평야 너머까지
아스라이
막힘없는 시선이 달려간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 때
안수사 풍경소리
저녁노을 따라 퍼진다
만경강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원등산(713m) 중턱에서 발원해 서해바다로 지난다. 고산 상류쪽에는 경천저수지 위쪽 구룡천으로 신흥천이 흘러들며 고산천은 고산에서 만경강에 합류된다. 그리고 하류 쪽에서는 초포에서 소양천과 합류되고 삼례 쪽에서 전주천과 만난 다음 새만금에서 서해바다로 흘러든다.
소양천 하류의 초포다리, 고산천 하류 봉동 부근의 마그네다리는 피서지로 유명하다. 초포다리는 어릴 적에 고향 집에서 걸어서 몇 번 간 적이 있다. 바지를 걷고 얕은 물속에 들어가 대수리(다슬기)를 잡기도 했다. 여름만 되면 인근 각지에서 몰려든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만경강
김석환
원등산 중턱에서
발원한 물줄기
높고 낮은
산허리 돌아
너른강 되어
들녘을 적시며
흘러간다
젖먹이처럼
그 강가에 처음
삶을 깃들이던
조상들부터
유구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땅을 적시며
삶을 부축해왔다
벌판에서 땀을 흘리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기슭
서늘한 물가에
찾아드는 이들에게
쉼을 안겼다
긴 세월
면면이 이어온
삶을 추임새하며
오늘도 들바람과 함께
너른 평야를 지난다
다시 자리를 잡고 달걀바위 쪽을 바라보며 스케치 했다. 옆에서 안내하던 전북 회원이 추울거라며 핫팩을 주었다. 사진도 정성스레 찍어주었다. 드문드문 안수산에 늦게 도착한 박혜경 회원 등이 올라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진행을 맡은 분들이 맨 마지막에 오는 참가자까지 안내하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1시 22분 고산자연휴양림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림길도 경사가 심했다. 길에 낙엽이 두텁게 쌓여가고 있었다. 낙엽에 덮인 길바닥 돌이 흔들려 조심스런 곳도 있었다. 한참 조심스레 내려서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잠시 멈춰 지도를 확인하다 산림문화관 쪽으로 내려갔다.
1시 45분 휴양림 순환도로로 내려섰다. 안수산에서 금세 당도한 것 같았다. 거기서 전부터 아는 이원만 부산 등산동호회 대장 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사진 촬영을 했다. 길옆에 사랑골 사랑천이 흘러가고 있었다.
2시 11분 행사장인 야외 운동장에서 들어서다 보니 지난번 조령산 산행때 함께 했던 반성훈 회원이 나를 보고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대한건축사등산등호회 회장이 노래 자랑 진행 여부를 묻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노래자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 일행 테이블로 다가가니 일행이 나에게 기념품이 당첨 되었다며 건네주었다. 배식대로 가서 음식을 가져오다 전국 대회때마다 보아온 경남의 김진수, 신종복, 이철식 회원, 충북의 오긍균, 박성식, 최동철, 김성진 회원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고향지역 회원분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경풍 추첨 및 배부 순서로 사회자가 이런 저런 퀴즈를 내며 상품을 주었다. 이어서 그의 재량으로 세 분의 노래를 듣고 잘하는 순서로 상품을 준다고 했다. 이기영 건축사와 황목천 건축사 등이 노래를 했다. 황건축사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가 일등감이라고 했다. 다시 사회자가 넌센스 퀴즈를 진행하여 남은 상품을 다 전해주고 행사를 마쳤다. 회원들이 각지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쪽으로 가며 작별인사를 했다.
인원 파악을 하고 버스가 출발해 내려 올 때 들어갔던 길로 되돌아 나오며 다시 고산을 지났다. 가로 상가가 이어진 거리를 지나며 그 고장 삶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리고 고산향교 표지에서는 역사가 느껴졌다. 100년이 넘는 학교와 면사무소 등도 보였다. 잠시 후 호남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7시경 서울에 도착해 귀가했다.
(20231111)
첫댓글 김석환 후배님!!!
오랜만에 전국등산 동호회 행사장서 만나 반가웠네요.
항상 대회때마다 화판을 옆구리에 끼고 화판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 보기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림과산행기를 남기는 등산동호회의 역사의
산증인으로 기록됨으로 모범적인 자세는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수고 많았고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안산,즐산하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셨는지요?
다시 뵙게 뒤어 반가웠습니다.
덕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항상 산행과 멋진풍경을 스케치 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 산행때 뵙기를 희망합니다.^^
안녕히 가셨는지요?
전국건축사등산동호회 행사때마다 수고해주시는 덕분에 즐거운 산행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좀 늦게 들어와서 즐겁고 기쁘게 산행기 읽고 갑니다
다음에도 건강하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