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은 무주, 장수와 더불어 소위 ‘무진장’이라 불리는 이 땅의 대표적인 고원지대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
장인 만큼 주민들의 교류는 쉽지 않았다. 물산도 풍부하지 못했다. 5일에 한번 장이 들어서는 날이라야 사람이
모이고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진안시장은 9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다. 한때는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산골마을은 점점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졌다. 이농현상에 따른 공동화를 비켜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람의 왕래가 줄어들다 보니 시설이 낡아도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인들은 그저 생계를 연명하는 수준에
서 가게를 꾸려나갔다.
이러던 진안시장이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깨끗한 시설의 건물이 들어섰다. 도시 사람의 눈에는 시골 재래시장
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2008년부터 시작된 문전성시 프로그램
은 이런 진안시장의 외형뿐 아니라 분위기를 바꿔 놨다. 건물만 현대화된 것이 아니다. 2008년 시작된 문전성시
프로그램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군내 11개 읍·면의 독특한 마을문화와 전통시장이 접
목됐다. 어린이 에너지와 상인 에너지, 마을 에너지, 관광 에너지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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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시장을 변화하다
진안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현대식으로 조성된 진안시장이 들어서 있다. 재래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합
이 들어맞지 않는 외형이다. 시장 안에는 농기구점, 그릇가게, 옷가게, 생선가게, 인삼가게, 세탁소 등 여느 곳
과 다르지 않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진안읍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일 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상당 부분 자급
자족하는 산골의 특성상 꼭 필요한 상점만 하나씩 있다. 물론 시장 주변에도 많은 상점이 들어서 있다. 상설시
장이라서 평시에는 사람도 많지 않다. 활기 차다기보다는 고요한 느낌이다. 시골장의 모습도 없고, 사람들로 북
적거리지도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진안시장의 진정한 면모를 보기 위해서는 5일장이 서는 날에 맞춰 가면
흥겨움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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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장(4, 9일장)이 서는 날이면 상설시장 주변 골목 가득 좌판이 벌어진다. 어느 산골이 숨어 있다 뿜어져 나왔
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난다. 진안의 특산물인 더덕, 인삼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옷가지며 각종 생필품
이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한다. 여기에 ‘뻥~~’ 하고 간간이 들려오는 뻥튀기 소리에 흥은 절정에 달한다. 시장 골목에
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모처럼 나들이에 방앗간 기계도 숨 가쁘게 돌아간다. 쌀을 빻고, 기름을 내리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 촌
로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때만큼은 사람들 손에 큼지막한 봉투가 들려있다. 5일을 기다려야 또
만날 수 있으니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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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시장은 상설장이면서도 5일장이 더해진 형태로 운영된다. 편리성과 시장의 정취가 더해진 구성이다. 시장
은 상가와 식당가로 구분되어 있다. 그 사이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닥에는 나무를 깔고 감각적인 나
무 의자와 세련된 조경이 시골의 시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고 잘 꾸몄다. 도시의 문화공간에 견주어도 손
색이 없을 정도다.
진안시장이 공간 꾸미기에 공을 들인 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역주민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마을문화를 전통시장에 접목해 차별화된 시장으로 만들어 시장을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조성하
려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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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사람들은 어린이 에너지, 상인 에너지, 마을 에너지, 관광 에너지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어린이
에너지는 시장경제교육이다. 시장이 학교가 되는 셈이다. 아이들이 시장에서 경제교육도 받고 놀이터 삼아 뛰노는
공간이 된다. 상인 에너지는 상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상점별 스토리텔링을 통해 단순히 물건
만 팔던 기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손님을 만나게 된다. 소비자는 상인이 상점의 가치와 물건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지니 불친절, 불량물품 등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청년 에너지는 시장공방과 건강다방, 시장표 로컬레스토랑 등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인력이 모이고, 일 할 수 있
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마을 에너지는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직거래를 주도해 주민 소득을 향상시킨다.
관광 에너지는 상설시장과 5일장이 결합된 진안시장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진안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이고 어울리기는 공동체의 중심 공간
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새로운 재래시장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정보>
◎ 가는 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 익산장수고속도로 → 진안IC → 진안시장
* 대중교통
서울→동해
센트럴터미널(강남고속터미널)에서 전주행 고속버스가 5~15분 간격. 소요시간 2시간 30분 (일반 12,200원
우등 17,900원)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직행버스가 매 40분마다 운행. 진안행 직행버스는 1일 2회(10:10, 15:10). 소요시간
3시간 30분
◎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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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의 생긴 모습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마이봉이라 부른다. 산세가 높지 않고 평탄해서 산책을 겸해 산행을 하기에 좋다. 산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나무가 많지 않다. 산 중턱의 탑사는 겨울에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는 신비한 광경을 연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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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혈냉천
한여름에도 바위 틈으로 바람이 나오고, 일 년 내내 찬물이 솟아나는 신비의 장소. 냉천은 허준이 약 짓던 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 에는 한천 공장과 잠종 보관소로도 이용되었고, 지금은 마을 주민들의 여름철 김치저장에 이용된다. |
◎ 맛집
진안관(063-433-2629)은 애점찜으로 유명한 집이다. 어린 돼지를 푹 삶아낸 애저는 입에 넣기가
무섭게 녹아버릴 정도로 부드럽다. 애저는 진안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콩나물국밥의 진수를 경험하
게 된다. 애저 2만원
◎ 잠자리
진안에서는 펜션에 묵는 게 가장 좋다. 호텔은 없고 모텔은 대부분 시설이 오래됐다. 광수생각
(031-914-5300)은 통나무와 황토로 지은 펜션으로 건물 외형이 독특하고 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