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개요
ㅇ 언 제 : 2023. 8. 6(일)
ㅇ 누 가 : ’맛찾노‘ 8명
ㅇ 어 디 : 갑사 수정식당(충남 공주시 계룡면 소재)
ㅇ 날 씨 : 맑음(폭염)
모임앨범
지혜로운 휴식
꽃샘추위 속에서도 설렘으로 봄을 맞이했었는데, 한여름입니다.
어느덧 모레가 입추(立秋)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몸뚱이가 먼저 감지하게 마련인데, 그러나 요즘은 너무 덥습니다.
따따부따 필요 없이 피서(避暑)가 장땡인데요, 가끔은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한가로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이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수고와 마음에 애쓰는 것이 무슨 소득이 있으랴.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전도서 2 : 22-23)
헛되고, 헛된 인생살이가 언급된 성경구절입니다.
인생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만하며, 참된 가치를 잃어버리다가 겪게 될 허망함을 일깨워줍니다.
힘들수록 여유 있고, 편안한 쉼을 가져야합니다.
어떤 이는 일을 끝내고 쉬겠다지만, 쉼은 일하는 순간에도 필요합니다.
자동차 연료가 부족하면 스스로 Warning signal을 보내는데, 그걸 무시하고 달리다간 결국 Burnout 됩니다.
우리 심신도 힘이 들면 제발 좀 쉬자고, 각종 증상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반응합니다.
그런 전조 현상을 무시하면 큰 일이 발생합니다.
필요에 따라 쉬어야 심신이 건강해지는데요, 쉬기 위해선 돈과 시간을 아끼면 안 됩니다.
쉬어야 뇌가 맑아지고, 비워야 맑은 정신이 채워집니다.
모임을 주관한 ’금 바위‘께서 계룡산 갑사계곡으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서둘러(?) 주일예배를 마치고 합류합니다.
’금 바위‘의 초딩칭구(^^)가 운영하는 ’수정식당‘입니다.
3년 전 ’금 바위‘님 칠순 때도 왔었는데요, 한정식을 거나하게 차렸으니 또 배꼽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아래는 3년 전 모습들입니다 ㅎ)
갑사계곡
예까지 왔으니 배도 꺼칠 겸 좀 걷기로 합니다.
닭 벼슬 곧추세운 용의 형상을 닮았다는 계룡산줄기가 한껏 수려한 산세를 자랑합니다.
여름엔 동학사계곡 신록을 꼽지만, 갑사 쪽에도 유명한 용문폭포가 있으니 게까지만 다녀오기로 합니다.
오르며 유명한 ’철 당간(보물 256호)‘도 보고 갑니다.
한여름 갑사계곡은 온통 초록빛입니다.
2014년 9월 번개산행 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요?)
그동안 여차저차 무관심했던 산이 살포시 다가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아름다운 추억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풀어냅니다.
그늘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제법 높아 보입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편안한 쉼을 모르고 마냥 달리기만 하는 인생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계룡산의 명찰(名刹) 동학사와 갑사를 잇는 능선은 일찍부터 소문난 곳입니다.
그중 갑사계곡 아홉 명소 중 하나인 ’용문(龍門)‘폭포를 친견합니다.
여전하네요.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영험함 때문에 기우제나 산제 등 무속행사의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었다죠.
폭포를 바라보며 옛 추억을 소환하다가 밑으로 내려와 훌러덩 벗어던지고 계곡물에 발을 담급니다.
아~ 참 시원하네요.
(아래 사진은 2014년 9월의 추억을 소환한 것입니다 ㅎ)
갑사
오를 때 미뤄두었던 ’갑사(甲寺)‘도 들립니다.
창건연대에 대해 말이 많지만, 가장 오래된 420년경 ’아도화상‘ 창건 설을 믿어봅니다.
중요문화재로는 승탑(보물 257호), 동종(보물 478호), 월인석보목판(보물 582호) 등이 있습니다.
폭염에 눌려 한가한 절간을 배롱나무가 지키고 있습니다.
성하(盛夏)의 계절에 쉬어가게 하는 오아시스(Oasis) 같은 꽃나무입니다.
벚꽃이나 장미처럼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녹음이 짙어질 때 어여쁜 분홍 옷을 입고 등장하여 탄성을 자아냅니다.
너무 더워 오래 머물지 못하고, '오리'숲이라 부르는 길을 양반걸음으로 내려옵니다.
’춘 마곡(春 磨谷), 추 갑사(秋 甲寺)‘라는 말처럼 갑사계곡은 단풍이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산 그림자에 내 모습을 남겨 놓은 채 환속(還俗)합니다.
뒤돌아본 산은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나에게 등산화가 없으면, 아무 신이라도 신고서 산에 가련다.
신발마저 없으면, 맨발로 산에 가련다.
내게 걸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산에 가련다.
기어갈 힘이 없으면, 바람에 이 마음 실어 산으로 보내리.
바람마저 없으면, 내 영혼 산에 묻으리] (’권태운‘/산에 가련다)
다시 등산화를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꾸 현실이 태클(Tackle)을 겁니다.
행복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려다가 찻집 ’가비‘에 들려 시원한 팥빙수로 대신합니다.
서둘러(?) 마눌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태주’/행복)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릅니다.
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삶의 질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쉬어야 하는 인간은 그래서 집이 필요합니다.
어쩜 행복은 인생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 위에서도 행복이 있음을 어설프게나마 늙어서야 알았습니다.
행복을 찾는 그 자체가 행복해져야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행복은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가...
행복은 큰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
행복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보는 것...
오늘도 행복은 우리 곁에서 맴맴 돌겠지요] (‘나태주’/행복)
에어컨 빵빵 돌아가는 내 집이 최고네요.
월욜(8. 7)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맛찾노 선배님들의 계룡산 갑사와 맛집 수정식당
유람 대단히 멋지시네요. 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