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bps에서 시작한 LTE는 4배 빨라져 최대 300Mbps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LTE’는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의 약자다. 장기적인 진화라는 뜻이데, 유럽에서 쓰던 GSM계열의 이동통신망을 장기적으로 진화시켜 차세대 이동통신망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유럽의 통신사들은 통신망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요소들을 상당 부분 재활용해 가면서 GSM(2세대), GPRS(2.5세대), UMTS(3세대)를 거쳐 부드럽게 LTE(4세대)로 넘어왔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3세대 이동통신은 포화상태가 됐다. 폭발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4세대 이동통신망 규격으로 몇 가지 기술들이 제시됐다. 그 중 LTE를 채택하는 통신사가 늘어나면서 LTE는 LTE는 이제 4세대 통신망을 대변하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애초 통신사들이 LTE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에는 기술과 주파수, 단말기, 그리고 트래픽 수용량 등 단번에 모든 서비스의 완성판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대신 업계는 오랜 시간을 갖고 조금씩 진화하는 망을 고민했다. 그게 바로 LTE의 시작이다. 그리고 잊을만 하면 ‘더 빠른 LTE’가 나오고 있다. LTE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LTE 종류, 왜 이렇게 많아졌나
국내 LTE 서비스는 2011년 7월 시작됐다. 통신사가 통신망을 세대교체하려면 망의 핵심 요소들을 구축 한 후, 기지국을 새로 깔아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 2010년 이후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놓고 통신사끼리 경쟁이 치열했다. 이 경쟁 덕분에 국내 LTE는 역대 그 어떤 통신망보다도 빠르게 전국에 깔렸다. 최신 스마트폰 경쟁도 LTE 보급을 앞당겼다.
LTE가 깔린 이후 모든 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속도는 이전 3세대 이동통신에 비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국내 첫 LTE는 다운로드 기준 10MHz의 주파수 대역폭을 이용해 75Mbps의 속도를 냈다. 1바이트는 8비트이니, 75Mbps는 1초에 약 9.3MB를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이론상 1초에 MP3 음악 2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LTE의 개발 배경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느리고 답답했던 3G에 비해 LTE는 속이 탁 트일 만큼 인터넷 속도를 끌어올렸다. 통신사들은 빨리 LTE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는 것으로 차별화를 해야 했다.
LTE는 계속해서 달라진다. 2개의 서로 다른 주파수를 묶는 것에서부터 LTE의 진화는 시작됐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LTE-A’다. LTE-A는 ‘LTE 어드밴스드’를 줄인 말이다. LTE는 많은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다운로드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LTE의 핵심 기술은 여러 개의 주파수를 묶는 것이다.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줄여서 CA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기술은 LTE-A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주파수의 너비인 대역폭을 넓힐수록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주파수 여러개를 묶는 것은 LTE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한 번에 넓은 주파수를 확보해서 서비스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게 가장 좋긴 하지만 통신사가 덩어리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확보된 주파수부터 차근차근 넓히는 전략을 쓴다.
국내에서 LTE-A라고 부르는 통신 서비스는 떨어져 있는 2개의 10MHz 주파수를 하나의 20MHz 주파수처럼 묶는 것이다. 주파수는 이론상 대역폭의 양과 속도가 비례한다. 그래서 20MHz 주파수를 묶은 LTE-A는 75+75Mbps, 즉 15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마치 수도꼭지 2개를 틀어서 물을 받으면 물통이 2배로 빨리 차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150Mbps면 1초에 18.7MB 정도를 내려받는 속도다.
LTE-A는 2012년 하반기에 상용화됐다.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서로 떨어진 주파수 2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순조롭게 LTE-A를 시작했다. 하지만 KT는 추가로 할당받은 900MHz대 주파수가 말썽을 부렸다. 무선전화기나 주차장 센서가 이 대역의 주파수를 썼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속도 경쟁에서 밀린 KT는 그 다음 주파수 경매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광대역LTE’를 노렸다.
광대역은 말 그대로 ‘대역’이 ‘넓다’는 의미다. 대역의 폭은 속도와 비례한다. LTE-A가 떨어진 주파수 2개를 묶는 것이라면 광대역LTE는 하나의 주파수를 쓰지만 그 폭을 2배로 넓힌 것이다. LTE-A가 수도꼭지 2개를 틀어서 물을 받는다면 광대역LTE는 수도 꼭지와 배관이 2배로 넓어져서 물이 2배로 많이 나오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물통이 채워지는 속도는 같지만 방법이 다른 것이다.
LTE 속도를 흔히 자동차 속도와 차선 확장에 비교하는데, 사실 수돗물을 트는 것과 더 많이 닮아 있다. <사진출처 : Flikr Chris Askew>
다운로드 속도 높이는 주파수 확장 경쟁
LTE 종류와 원리
광대역LTE와 LTE-A는 사실상 모두 LTE 어드밴스드의 범주에 들어간다. 통신사들이 각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광대역LTE와 LTE-A는 LTE가 주파수 대역폭을 확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는 이를 섞고 응용하는 것이다. 2013년 말 통신사들은 세 번째 LTE 주파수를 할당받는다. 그리고 주파수 세 덩어리를 묶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게 바로 국내 통신사들이 광고하는 ‘광대역 LTE-A’다. 이 서비스는 2014년 상반기에 시작됐다.
광대역LTE-A는 1개의 광대역 주파수와 또 하나의 일반 주파수를 묶는 것이다. 굵은 수도꼭지와 일반 수도꼭지를 함께 틀어 물을 받는 것이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3배, 실제 다운로드 속도도 3배다. 150Mbps+75Mbps로 최대 225Mbps의 속도를 낸다. 통신 속도가 3배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LTE-A x3’이라는 문구를 써서 설명하기도 한다.
통신사들의 속도 경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통신 3사는 2014년 부랴부랴 하나의 대역을 더 묶기 위한 추가 주파수를 마련한다. 결국 통신사들은 사용량이 줄어든 3G를 줄여 10MHz 대역폭의 주파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2014년 12월 3가지 주파수를 묶는 ‘3밴드 LTE-A’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3밴드 LTE-A는 광대역 주파수 1개와 일반 주파수 2개를 묶는다. 주파수는 3개를 묶지만 덩어리는 4개인 셈이다. 굵은 수도꼭지 하나에 일반 수도꼭지 3개로 물통을 채운다고 보면 된다. 속도는 4배, 300Mbps의 속도다. 통신사들은 ‘LTE-A x4’라고도 부른다.
이 3밴드 LTE-A는 이후 각각의 주파수가 모두 광대역 주파수로 확장될 수 있다. 그렇다면 20MHz 주파수가 3개로 6배 빠른 LTE가 나올 수 있게 된다.
풀지 못한 숙제, ‘왜 빨라져야 하나’
우리가 집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통 100Mbps의 속도를 낸다. 2015년 1월 현재 LTE는 300Mbps의 속도를 내니 무선이 유선의 다운로드 속도를 누른 셈이다. 실제 이 속도가 나올까? 실제는 절반 정도만 나와도 잘 나오는 것이다. 통신사가 이야기하는 최고 속도는 실험실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나 볼 수 있다.
무선 신호는 벽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손실된다. 하나의 기지국에 물려 있는 스마트폰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인터넷 속도는 느려진다. 이는 마치 아파트에서 여러 집이 수도를 가장 세게 틀면 수압이 약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주파수가 늘어나고, 여러 주파수를 묶으면서 다운로드 속도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하나 의문이 남는다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가 왜 이렇게 빨라져야 할까? 아직 그 답을 딱히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보통 이동통신사들이 LTE의 속도를 이야기할 때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받는데 몇십 초’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영화나 TV를 스트리밍으로 볼 때는 3~4Mbps 정도의 속도로도 충분하다. 3밴드 LTE-A 속도의 100분의 1이다. 스트리밍이 대중화됐고, 영화는 2시간 동안 봐야 하는데 그 파일을 몇 초만에 내려받는 것이 영화를 보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아니다. 현재 전송속도는 풀HD는 물론이고, 4K UHD급을 넘어 8K UHD영화도 전송 가능한, 너무 빠른 속도다.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역시 동영상 스트리밍이다. 하지만 굳이 4배까지 빠르지 않아도 HD동영상 스트리밍에는 문제가 없다. 더 빠른 다운로드 속도가 필요한 활용처는 업계의 숙제다.
오히려 지금 통신에서 시급한 것은 응답속도다. 응답속도는 스마트폰에서 기지국을 거쳐 우리가 접속하는 서버를 찍고 다시 반대로 정보를 갖고 기지국을 통해 스마트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다시 말해 웹브라우저에서 링크를 눌렀을 때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는 보여주는 지표다.
실시간이 중요한 게임에서 응답속도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쓰는 유선랜은 웬만해선 1ms(밀리초) 이내에 반응하고, 인터넷 공유기를 통한 무선 인터넷도 3~5ms 정도 되는데, LTE는 현재 이 응답속도가 잘 나와야 30ms, 즉 0.03초이다. 0.03초면 눈깜짝할 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쓸 때는 주춤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임의 프레임으로 치면 보통 게임이 1초에 30프레임의 화면을 뿌리는데 0.03초는 1프레임에 해당한다. 2~3프레임 정도만 늦게 반응해도 액션 게임이나 격투 게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이 즉답성을 결정하는 응답속도는 게임 뿐 아니라 일반 웹 서핑에서도 미세하게나마 영향을 끼친다. 치열한 주식 거래에서 약간의 차이로 좋은 거래를 놓칠 수도 있다.
실시간성이 중요한 사물인터넷 업계에서도 응답속도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눈 깜짝할 새 차는 수십 미터씩 멀어진다. 현재 LTE의 응답속도인 30ms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그리 늦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속도 역시 최적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나오는 것이다. 현재 위치에 따라서 속도는 달라진다. 해외에 있는 서버에 접속하거나 기지국에 붙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등 조건에 따라 응답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
이 응답속도는 LTE의 주파수를 아무리 많이 묶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주파수를 많이 묶어서 수도꼭지 수를 늘려도 처음 수도꼭지를 틀고 펌프가 물을 끌어올려 수도꼭지로 첫 물방울을 흘려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응답속도를 늘리는 것은 사물인터넷과 센서의 활용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속도는 단말기가 결정, 통신 요금은 모두 같아
더 빠른 LTE 서비스를 이용하면 요금도 올라갈까? 그건 아니다. LTE는 모두 하나의 서비스이고, 요금 체계도 똑같다. LTE의 통신 속도는 요금이나 가입 유형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단말기가 주파수 신호를 어떻게 잡아쓸지에 따라 달라진다. 스마트폰이 2개 주파수를 잡으면 속도가 2배, 4개 주파수를 잡으면 4배가 된다. 더 많은 주파수를 잡을 수 있는 최신 단말기일수록 LTE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3G와 LTE 사이는 요금 체계가 다르고, 심지어 서로 요금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LTE 안에서는 자유롭다. 사실 3G망인 WCDMA 역시 그 안에서 다운로드 속도가 HSPA, HSPA+ 등으로 점점 빨라졌지만 요금에는 차이가 없었다. LTE의 속도 역시 망과 단말기가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최고 속도를 낼 뿐 LTE 안에서는 LTE-A든, 3밴드LTE-A든 요금의 차이는 없다.
LTE의 다운로드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서버에 접속해 웹페이지를 열기 시작하는 응답 속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 다운로드 속도는 LTE 선택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기존 LTE 이용자는 단말기가 통신할 수 있는 속도가 느리니 같은 돈을내고 손해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지국과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통신하면서 최적의 망 속도를 내기 위해 적절한 주파수를 결정한다. 1번 주파수에 트래픽이 몰리면 가능한 스마트폰들은 자연스럽게 2번, 3번 주파수로 옮겨간다. 그러면 2, 3번 주파수에 물린 스마트폰 뿐 아니라 1번 주파수만 쓸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여유가 생긴다.
전체적으로 LTE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SNS나 메시지, 음악을 듣는 데 속도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쓰는 동영상 서비스 역시 더 빠른 LTE라고 해도 결과물에 큰 차이는 없다. 이왕이면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스마트폰을 쓰면 좋지만 스마트폰 단말기에 따라 한 번에 여러 개의 주파수를 잡다보면 배터리 소비가 많아지고 발열도 심해질 수 있다. 무조건 다운로드가 빠른 단말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용자로서는 다운로드가 많이 필요한 특수 용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2~3년 주기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LTE 다운로드 속도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도 LTE의 다운로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지금은 ‘4배 빠른 LTE’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통신 시장의 목표는 10개의 주파수 덩어리를 묶어 10배 빠른 LTE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현재 표준을 정하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도 LTE의 부족한 응답속도와, 많은 기기를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기술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