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추구(Rent Seeking)
'집세, 방세, 지대(地代), 임차료'를
뜻하는 rent는
원래 ‘돌아온다’를 뜻하는
프랑스어 rendre의
과거분사형으로 출발했다.
‘(~의 대가로) 주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render와
싸움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되돌려주는 것,
즉 항복을 뜻하는
surrender와 같은 어원이다.
이와 관련, 조승연은
“11세기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는
윌리엄 공작이 다스렸다.
1066년
그는 영국으로 쳐들어갔는데,
영국 해럴드 왕이
전투에서 화살을 맞고 전사하자
정복자 윌리엄 공이
영국 국왕이 되었다.
1066년부터 1225년까지
영국은 프랑스인인
노르망디 공의 후손들이 다스렸다.
프랑스 왕은
신하에게 땅을 나눠주고,
신하는 그 땅에서 농사지어
번 돈의 일부를
왕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왕이 땅을 준 대가로
왕에게 돈을 돌려준다는 뜻으로
rent라고 불렀다.
윌리엄 공은
rent가 주요 국고 충당 자금이었기 때문에
영국 각 지역 구석구석의
특산물과 농지 크기 등을
낱낱이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만든
‘Doomesday Book’이라는
보고서는
서양 최초의
‘토지 및 인구 실태 보고서’로
알려져 있다.
1820년에
영국은 토지 사유화가
법으로 허용됐다.
이때부터 타인 소유의 땅이나
집을 빌린 대가로 내는 돈도
rent라고 부르게 되었다.
점차 남의 것을 빌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의미가 확장돼
모든 임대료, 장비·자동차·콘도 등의
대여비, 대여 행위를 포함하게 됐다.”
2015년 7월
자가 소유 비중이 높았던
영국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임차 세대(rent generation)’라는
말이 나왔다.
영국의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WC)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영국에서 내 집을 갖지 못한
민간 임대 세입자는
2001년 230만 명에서
2014년 540만 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PWC는 2025년까지
180여만 명이 더 증가해
영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민간 세입자가 될 것이며,
특히 ‘임차 세대’라고 불리는
20~39세 청년층은
두 명 중 한 명이
이에 해당될 것으로 예측했다.
rent-seeking(지대추구)은
미국 경제학자 고든 털록
(Gordon Tullock, 1922~)이
1967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비록 ‘지대추구’라는 용어는
1974년 앤 크루거
(Anne Krueger, 1934~)가
만들었지만 말이다.
앞서 보았듯이,
원래 렌트(rent)란
지대(地代)를 의미하는 영어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그것을 은유로 발전시켜
공적인 권력에 의해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는
재(財)나 서비스의 공급자가
독점적으로 얻는 이익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지대추구’는
사적 영역의 집단들이
생산적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
국가 부문의 자원과 영향력에 접근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비생산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Joseph E. Stiglitz)는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2012)에서
“모든 지대추구가
정부를 이용해야만
국민들로부터
돈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은
자력으로도 능숙하게
국민들로부터
지대를 뽑아낼 수 있다.
이를테면, 독점적인 관행을 통해서
정보와 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서민들을 수출하는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권의 약탈적인 대출이다.
최고 경영자들은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서
회사 수입 가운데
상당히 큰 몫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지대추구에서도
정부는 한몫을 담당한다.
이를테면, 이런 행위들을
규제 또는 불법화하거나
현존하는 법률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경쟁을 촉진하는 법률을
제대로 집행하면
독점 이윤을 억제할 수 있고,
약탈적인 대출이나
신용카드 관행을 차단하는
법률을 제정하면
은행권의 서민 수탈 행위를
제한할 수 있고,
적절한 기업 지배 구조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
기업 인원들이
회사 수입을 빼돌리는
정도를 제한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는
“상위 1퍼센트가 누리는
엄청난 부는
그들이 생산에 기여한 것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특권과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생산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양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고
했는데,
5) 이 관점에서 보자면
지대추구 행위는
오늘날 모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김대호는
“한국은 사회적 약자들이 사는 영역,
즉 식당아줌마,
건설노동자,
택시운전사,
영세자영업,
영세기업,
사무직(화이트칼라) 노동시장
등을 보면
엄청나게 신자유주의적인 국가다.
반면 사회적 강자들이 사는 영역,
즉 공공부문,
대기업 생산직,
전문직능 관련 보호규제 등을 보면
엄청나게 사회주의인 국가이거나
양반관료제 국가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능한 개인과 사익집단의 목적은
정치·경제·사회적 지대(rent) 혹은
거대한 불로소득이다.
……이들이 가져가는 잉여와
누리는 처우는
생산력(1인당 GDP) 수준에 비추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한번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은
떠나지 않기에,
평균 연령은 급격히 상승하고,
해고는 일종의 살인이기에
구조조정이 거의 불가능하며,
신참자들의 진입(입시, 입사) 경쟁률은
살인적이다.
반면 힘없는 3비층
(비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비정규직),
청년세대, 하청협력업체 등
대다수 비기득권층은 공적 규제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나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엄청난 경쟁과 심각한 기회 부족에
신음한다.
저출산, 사교육 광풍,
각종 고시·공시 열풍,
대졸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재 기근 문제 등의
뿌리는 바로 이것이다.”6)
이런 주장에 따르자면,
한국은 지대추구가 삶의 문법으로까지
자리 잡은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지대추구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
그게 바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임차
임대를 해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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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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