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배치하여 생활에 사용하는 도구의 총칭.
가구는 일반적으로는 의자나 책상같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가리키지만, 넓은 뜻으로는 건물에 붙여 만든 옷장이나 벽난로 등도 포함된다. 영어의 퍼니처는 '설비된 용구'라는 의미로 더 한층 넓은 내용을 가진다.
가로등이나 우체통과 같은 옥외의 용구를 스트리트 가구(street furniture)라 하고, 커튼·쿠션 및 직물 제품들은 소프트 가구(soft furniture)라고 한다. 가구는 공간별로 실내용과 실외용, 기능별로 수납·장식·휴식용 등으로 분류되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1. 역사
1) 고대
서양의 고대 가구는 철기의 사용 이후 공구의 발달과 목재의 가공기술이 축적되면서 건축기술과 더불어 점차 체계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집트에서는 고왕조시대의 분묘에서 다수의 가구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왕좌 ·의자 ·스툴 ·접는의자 ·침대 ·궤 ·상자 등으로 모두 지배층의 권위나 격식을 나타내는 호화스러운 장식 모양의 것이었다. 메소포타미아 가구는 이집트의 것과 거의 같으나, 바빌로니아나 아시리아의 왕궁에 남아 있는 부조(浮彫)에 나타난 침대나 의자의 다리에는 선반(旋盤) 가공에 의하여 녹로를 돌려 만든 것을 썼다.
그리스 가구는 아르카이크시대 때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BC 5세기부터 간결한 그리스 양식의 가구가 완성되었다. 시민의 가정에는 권위의 상징이 아닌 생활을 위한 가구도 나타났다. 여자가 사용한 크리스모스라고 하는 의자 등이 그것이다. 로마는 제정기에 들어와 다시 가구는 지배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장식성이 짙어졌다.
2) 중세
로마제국이 붕괴하자 고대가구의 전통은 없어졌다. 북쪽에서 이주한 게르만 민족은 고대사회와는 다른 봉건제도와 그리스도교에 의거한 사회제도를 확립하였다. 그와 함께 가구 또한 독자적인 형태의 것이 생겼다.
중세 후기에 가구는 대형화하여 귀틀에 박판(薄板)을 끼운 구조가 쓰였으며, 의자는 앉는 부위가 뚜껑 달린 상자로 되어 서랍의 기능도 겸하였다. 침실이 따로 없었던 중세의 주택에서 침대는 대형이었으며 그 위에 천개(天蓋)를 달고 커튼을 늘어뜨렸다. 가구의 장식에는 주름 모양이나 트레이서리(그물무늬) 또는 식물 등의 조각이 사용되었다. 의류나 살림 도구를 넣는 궤나 장도 유행하였으며 그 종류가 많아졌다.
3) 르네상스
이탈리아 귀족들은 파라초라는 호화 저택을 짓고, 그에 어울리는 가구를 갖추었다. 이 시대의 가구는 균형과 조화에 중점을 두어 조각이 풍부하게 사용되었다. 주요한 가구로 단테스카와 사보나로라라고 하는 새 형태의 의자, 카소네라고 하는 궤, 테이블 ·장식장 ·찬장 ·침대 ·옷장 ·기도대 등이 있다. 표면의 장식에는 상아세공이나 상감(象嵌) 외에 표면에 석고를 발라 곡면을 만들고, 도금이나 착색을 하는 등의 기법이 쓰였다.
프랑스 루이 13세 시대에는 요란하지 않은 장식, 엄격한 조화에 의한 세련된 테이블과 의자, 갖가지 색실로 무늬를 짠 피륙으로 장식한 사주식침대(四柱式寢臺) 등이 나타났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는 녹로로 만든 다리를 사용한 의자, 헤드보드(headboard)와 전주(前柱) ·천개가 있는 침대, 넓게 펼 수 있는 테이블 등 특색 있는 것들이다.
4) 바로크
17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유행한 호화스런 양식으로, 가구는 대형화하였고 조각장식을 풍부히 채용하였다.
이탈리아는 건축적인 구성으로 조각을 많이 쓴 옷장이나 장롱이 유행하였으며, 의자 ·테이블 ·촛대의 다리에는 인물을 조각하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의 실내 장식품을 만들기 위하여 왕립 고블랭공장을 설립하였으며, 그곳에 병설된 왕립 가구공장에서 호화로운 루이 14세 양식의 가구를 제작하였다. 그것은 흑단(黑檀)에 상감을 하고 청동도금으로 장식한 것이었다.
영국은 1660년 왕정복고 이후, 자코뱅 및 윌리엄 앤드 메리 양식으로 알려진 호화스런 가구가 유행하였다. 머리 부분을 장식한 의자 ·침대 ·화장대 ·사무용 책상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5) 로코코
프랑스 루이 15세 시대의 실내장식이나 가구의 장식 형태를 로코코 양식 또는 루이 15세 양식이라 한다. 귀족들은 살롱 생활을 즐기기 위하여 경쾌한 곡선 구성을 환영하였다. 가구의 다리에는 개브리올(gabriole)이라고 하는 곡선 디자인이 쓰였다. 실내에는 가지가지 색실로 무늬를 짠 피륙을 풍부히 썼으며 가구도 최고의 아름다움에 도달한 시대이다. 영국에서는 18세기 중엽부터 T.치펀데일이 실용적이며 경쾌한 로코코식 가구를 제작하였다. 마호가니 의자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6) 19세기
프랑스혁명 후, 파리를 중심으로 제정양식(帝政樣式)이 일어나, 19세기 전반에는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에까지 유행하였다. 그것은 나폴레옹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제정로마의 장식에 고대 이집트의 장식을 가미하여 권위를 과시한 양식이었다. 재료는 마호가니, 표면 장식은 금색의 청동 조각, 천은 진홍빛의 벨벳이 사용되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를 비더마이어(Biedermeier)양식이라고 불렀으며, 이것은 중산계급의 실용적 가구로서 유행하였다. 영국에서는 리젠양식이라고 하는 그리스풍의 가구 디자인이 유행하였다.
19세기 후반은 세계적으로 보아 가구 디자인의 혼란기였다.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양식을 모방하여 복고적인 것을 만들고 있었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예가인 W.모리스는 많은 사람에게 삶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성실한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영국의 '미술공예운동'의 추진력이 되어 수공업에 의한 실용적인 가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도 '아르누보'라고 하는 새로운 모양의 가구가 유행하였다.
7) 20세기
생산의 기계화와 건축에 미친 생활공간 합리화의 영향을 받아 가구 디자인도 구조의 단순화와 규격화와 생활에 적합한 기능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빈의 분리파운동이나 독일공작동맹의 주요한 과제였다. 1919년 바이마르에 설립된 혁신적인 공예학교 바우하우스는 이러한 디자인 사상을 계승하여 스틸가구 ·성형합판가구 ·조립가구 등의 새로운 형식과 대량생산을 위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를 도구로서가 아니라 실내의 생활공간을 구성하는 불가결한 설비요소로 볼 것을 주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기능주의에 의거한 대량 생산 가구가 발전하였고, C.임스와 사리넨 등의 디자이너가 나왔다. 북유럽 여러 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인 기술과 목재의 아름다움을 조화시켜 개성적인 가구 양식을 발전시켰다.
8) 신고전양식
프랑스에서는 1760년대부터 루이 16세 양식이라 부르는 고전양식을 기반으로 한, 직선 구성으로 엄격한 형태의 가구가 유행하였다. 영국에서는 애덤 형제가 고전양식의 우아한 실내장식과 가구를 디자인하였다. 헤플 화이트나 셰러턴은 한층 더 이 양식을 발전시켰다.
2. 분류
가구의 일반적인 정의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으나, 오늘날 가구의 개념은 조금씩 변하였다. 그 까닭은, 가구가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생활 속에 존재한다는 사고방식과, 한편으로는 그것이 다른 도구나 건구(建具) 또는 건물과 밀접하게 결부된 공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후자의 예로는 부착된 주방용구나 주거의 캡슐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가구와 건축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아 가구만을 단독으로 떼내서 생각할 수 없다.
새로운 분류는 사람과 물건의 결합에 바탕을 두고 인체계의 가구와 건축계의 가구로 나누고, 의자나 침대는 오히려 의류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보며, 장(欌)이나 농(籠)은 건축의 일부로 본다는 사고방식이다. 현재 시장에 나도는 가구를 상품적인 입장에서 분류하면 장 및 농, 테이블 ·책상, 의자, 각종 세트류, 경대, 육아용 가구, 사무용 가구, 학교용 가구, 침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3. 기본조건
가구의 가치를 정하는 조건으로서는 다음 사항들을 들 수 있다. 첫째, 가구 본래의 목적에 맞도록 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를테면 쓰기 편리한가의 여부이다.
둘째, 제품의 용도에 적합하고 기능을 높이며, 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는 재료가 선정되어야 한다.
셋째, 재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구조이고 동시에 견고해야 한다.
넷째, 재료에 따라 표현하기 쉬운 모양과 제약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만들기 쉬운 방법으로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일반 가구는 양산 공정으로 제작되므로 고성능·저가격은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또한, 유지 관리에 경비나 잔손이 가지 않도록 하는 점도 중요하다.
여섯째, 가구는 실용 도구인 동시에 실내의 아름다움을 조성하는 요소이다. 그러한 뜻에서 형태·색채·재료의 아름다움이 요구된다. 일곱째,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가구 디자인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이러한 7가지 조건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도 많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 평가 내용도 달라지지만, 각각 요구되는 바를 살려 한층 높은 조화를 이룬 것이 좋은 가구라고 할 수 있다.
4. 재료
1) 목재가구
오래 전부터 오늘날까지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구의 대부분은 목재이다. 양식 가구의 재료로는 종래 졸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벚나무 등의 광엽수 목재가 쓰였으나, 국내의 재료가 부족하여 현재는 나왕 ·티크 ·월넛 등을 수입하여 사용한다. 한국 전통 가구 재료는 전나무 ·오동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 ·소나무 등이 쓰였으며 특수한 것에는 자단(紫檀) ·흑단(黑檀) 등의 고급재가 쓰였다. 목재의 최대 장점은 목재 특유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만, 반면에 뒤틀리기 쉽다는 결점이 있다.
목재의 주성분은 셀룰로오스로서 흡습성이 있기 때문에 대기 중의 습도의 증감에 따라 목재에 수분이 드나들고 그와 함께 세포가 팽창 수축하기도 한다. 세로 방향과 가로 방향의 수축량에는 20배 가량 차이가 있어, 가로 세로의 이음제품은 뒤틀리거나 갈라진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취한다. 첫째, 건조재를 쓴다. 미리 함수율을 8~12 %까지 건조시킨다. 둘째, 합판을 쓴다. 합판은 목재를 얇게 잘라 결의 방향을 90 °로 교차시켜 눌러 붙인 것이므로 뒤틀림이 적다. 셋째, 파티클 보드나 하드 보드를 사용한다. 목재를 칩상태로 굳혀서 만든 것을 파티클 보드라 하고, 섬유상태로 해체하여 재차 굳힌 것을 하드 보드라고 한다. 이들 모두가 목재의 이방성(異方性)을 없애고 뒤틀림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넷째, 럼버 코어(lumber core)를 쓴다. 목재를 가느다란 각재(角材)로 만들어 다시 접착하여 각재 또는 판자로 만든 것이다. 다섯째, 중공구조(中空構造)를 채용한다. 즉, 두꺼운 널빤지 속을 얽거나 벌집 모양의 심을 넣어 가볍게, 또 뒤틀리지 않도록 한 구조이다.
목재가구는 지금까지 수공예적인 수법으로 생산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에는 특수한 고급품을 제외한 모든 가구는 기계공업에 의한 대량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것은 부재(部材)가 합판 등으로 균질화되고 가공의 정밀도가 높아졌으며 접착제가 진보된 데 원인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기술은 기계의 조립과 같이 임의로 어느 부재를 조립하여도 다 맞게 되어 있다. 종래의 목제품은 복잡한 조립방법을 고안하여 그 정밀도를 자랑하였으나, 지금은 그러한 번잡한 공작이 불필요해졌다.
목재가구의 응용품으로 곡목가구(曲木家具)와 성형합판가구가 있다. 곡목가구는 목재를 쪄서 원하는 형으로 구부려 건조하여 만드는데, 곡선을 마음대로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크게 유행하였으나, 지금은 여러 가지 좋은 재료가 나와 그 방법을 쓰지 않게 되었다. 성형합판가구는 합판을 곡면에 따라 성형하여 만든 가구로서, 목재의 숙명적인 평면성과 너비의 제약을 깬 획기적인 수법이라 하여 환영받았다. 그러나 이것도 현재는 플라스틱이나 그 밖의 다른 재료로 바뀐다. 목재가 가진 독특한 묘미는 다른 재료로써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곡목가구나 성형합판가구는 오늘날에도 역시 가정용 ·공공용 가구로서 널리 쓰인다.
2) 강철가구
보통 강철가구라고 하는 것은 엷은 강판제 가구인데, 대표적인 것에는 사무용 책상·의자·캐비닛 등이 있다. 견고하고 내구성이 강하여, 작업용으로는 적합하나 가정용으로는 차고 딱딱한 감촉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다.
최근에는 사무용 가구도 그 결점을 보완하여 골조 부분에는 강철을 쓰고 외관 부분에는 다른 재료를 쓴 새로운 합성 형식이 나오게 되었다. 강철가구의 일종으로 둥근 강제 가구가 있다. 종래는 정원용(庭園用) 가구 등 특수한 용도에 한정되었으나 지금은 여러 용도의 새 형태가 나왔다.
3) 경금속가구
가벼운 점과 재질의 아름다움을 살린 것으로,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의 합금이 사용된다. 일반용 가구 외에 가벼워야 하는 교통기물의 좌석으로 많이 쓰인다.
4) 플라스틱가구
일반적으로 FRP나 ABS수지 등의 합성 수지로 만든 가구를 말한다. 가볍고 튼튼할 뿐더러 곡면의 성형이 자유롭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발포성 수지를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딱딱하게도 하고 연하게도 하는 탄력성을 자유자재로 부여하게 되자, 의자는 종래의 개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되었다. 또, 특히 멜라민 계통의 것은 책상의 윗판이나 옷장의 문짝 등에 많이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