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거 문학회에서 활동했던 오십이 넘으신 여류 수필가한테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벌써 그 분을 안 지도 10년이 넘었다. 내가 그 분을 처음 만났을 때 야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느덧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의 ‘통섭적인 인생의 권유’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피카소처럼 사는 방식이요, 하나는 아인슈타인으로 사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모두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였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결정적 한방으로 누구도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피카소는 엄청난 다작을 통해 천재성을 발휘했다.
작자는 본인의 삶을 돌아보면 피카소의 삶과 비슷하다고 했다.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했더니 어느새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에 가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자는 통섭(通燮)적인 인생을 권한다고 한다.
최재천 교수는 10년 만에 30권을 집필했다. 그 비결은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데 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중요한 사안이 결정되기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술자리는 자체가 낭비일 뿐 아니라 그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햇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사유의 깊이와 통찰의 필요성이었다. IMF 당시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을 때 우리나라는 인원감축과 연계했지만 어느 나라는 정년 연장이 구조조정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퇴직금을 유보하여 사회기반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아래는 책을 읽다가 밑줄 친 부분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 사건을 겪을 때,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모든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서도 달걀 가격은 그리 심하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달걀 값이 오르면 그에 따라 줄줄이 오를 온갖 음식물의 종류를 열거한다면 끝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기르는 닭들은 거의 복제 닭 수준으로 유전자 다양성을 상실했다. 언젠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거의 모든 닭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우리는 메추리알로 만족하거나 아니면 닭의 조상인 동남아시아 정글의 멧닭을 데려다 다시 가축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만약 멧닭마저 야생에서 멸종하고 만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이쁜 과일은 벌레도 먹지 않는 과일이다. 실제로 벌레가 조금 먹은 과일이 건강한 과일이다.
최근에 미국의 치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왜 그러나 했더니 중국 사람들이 치즈를 먹기 시작해서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 사람들이 브라질 사람들처럼 매일 같이 치즈를 먹는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은 치즈라는 걸 먹는다는데 그게 무슨 맛일까?'하는 호기심에 한 조각씩 먹어보는데 미국의 치즈 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워낙 사람 수가 많으니 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 중에 수직 농법이라는 게 있다. 기본 발상은 간단하다. 시내 한복판에 고층건물을 지어 놓고 밀폐된 공간에서 농사를 짓자는 거다. 이렇게 밀폐해 놓으면 물은 한 번만 뿌리면 되는데 농작물을 잘 배열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해충이 들어오지 못하고 그래서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밀폐된 공간이 더워서 수증기가 증발하고, 이때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은 그냥 받아서 먹어도 될 큼 깨끗하다.
진화 생물학에 '콩코드 효과'라는 게 있다. 진화 과정에서 자기가 투자한 것을 아까워하다 보면 멸종한다는 뜻이다. 과거 프랑스가 콩코드 비행기를 개발할 때 미국과 영국은 가만히 보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발을 뺐다. 그러나 프랑스는 투자한 돈이 아까워 발을 못 뺐다가 나중에 엄청난 손해를 본데서 유래했다
태양전지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잎을 흉내 낸 것이다.
한국의 안국백년을 위해서는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사정은 당장 변하지 않을 것이다. ‘광개토대통령’이 나와서 만주까지 땅을 넓혀 주겠는가? 독도나 빼앗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난데없이 이 땅에서 석유가 솟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주어진 길은 단 하나뿐이다. 끊임없이 사람, 교육, 학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해 보갰다. 먼저 독이다. 독일 사람들은 무얼 하나 만들어도 기가 막히게 만든다. 자동차, 만년필 등 독일에서 만든 제품은 한번 써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다음은 이스라엘이다. 이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대개 유대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뜨는 나라인 인도가 있다. 우리가 구구단을 외울 때 그 아이들은 19단을 외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IT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IT로 돈을 버는 귀재들은 대부분 인도 사람들이다. 이제 방향을 바꿔 이 세 나라들의 험담을 해볼까 한다. 독일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구석이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 유태인들은 돈만 밝힌다고 해서 수전노라는 명예로지 못한 별명이 따라다닌다. 인도 사람들은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가까이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내 것도 자기 것, 네 것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세계적인 평가 기관들이 하나같이 최상위 등급을 매긴다. 그런데 숙제는 잘하면서 왜 출제는 못하는 것일까. 어째서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갖고 나와 한번 흔들기만 하면 전 세계가 자지러지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몇 년 전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다. 주어진 숙제만 열심히 하고 기껏해야 하청업만 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가 2만 달러인 것은 아닐까.
독서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기가 막힌 전략이다. 내가 10년 만에 30권이 넘는 책을 낸 것을 보고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시간이 나느냐고 묻는데 나는 밤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반드시 6시에는 귀가한다. 그런데 밤 시간대, 술집에서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고는 한다. 다음 날 회의에 참석하면 지난 밤 그 자리에서 결정된 사항들 때문에 종종 손해를 볼 때도 있다. 그러나 술자리는 그 자체만으로 낭비일 뿐 아니라 다음 날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전쟁을 벌여서 다른 국가를 점령해야 하는 시대도 아닌데 스파르타식으로 굳이 남성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젠 오히려 여성성이 사회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고등학교에 갔더니 교장선생님이 재미있는 말씀을 하더라. 체육복을 갈아입을 때 예전에는 여학생이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요즘엔 거꾸로 남학생이 옷 싸들고 화장실로 간다고 한다.
생물학의 진실을 토대로 하면 수컷은 별 볼 일 없는 바지저고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생식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가 절반을 섞기 때문에 꽤 공평해보이지만 세포핵을 제외한 세포질은 암컷이 모두 제공한다. DNA는 오직 암컷에게서 나온다. 쉽게 말해 여성 혈통이 세상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학문적인 근거는 다윈의 진화론 핵심 중의 핵심인 성선택 이론에 있다. 그렇게 주장을 했더니 이후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놀라운 사회 변화가 지난 10년간 뒤따랐다. 성선택 이론이란 짝짓기 과정에서 칼자루를 쥔 건 암컷이며 수컷은 이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존재라는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노인 세대에서 찾고 있다. 그들이 국가 전체의 부 가운데 80퍼센트를 가지고 있는데, 미래가 불투명하는 이유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령화 문제로 또다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각국의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인구가 이동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문호를 개방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외국인들과 함께 살면 된다.
아름다움을 논할 때 여성을 많이 언급해 왔는데 다른 예로 풍경을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풍경화를 앞에 두고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미술관에 걸리는 명화보다는 背山臨水의 아주 평범한 풍경화를 더 선호했다. 거의 전 세계 문화권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요즘에는 꽃미남을 좋아한다. 그럼 예전에는 꽃미남을 싫어했을까. 그건 아니다. 단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강한 남자를 선호한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꽃미남에 대한 선호가 드러나기 시작햇다. 요즘 남성들은 제공자로서 매력과 동반로서의 매력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
머지 않아 남성 화장품 시장이 황금알을 낮는 시장이 될 것이다. 자연계를 보자,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 암컷의 선택을 받고자 수컷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여성들이 사회의 주도적인 세력이 되면 남성들은 예뻐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성 시대가 되면 남성에게 화정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격 자체가 바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적당히 늙어 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뒤에서 수군거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나이가 들어도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자면 건강해야 한다. 젊어서는 건강을 해쳐 가면서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했지만 나이가 들면 아름다움과 건강함의 연결이 더욱 뚜렷해진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다.
이 세상 종국에는 반드시 글쓰기가 있었다. 글쓰기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트위터 팔로어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분의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일까. 짧은 글인데도 기가 막힌 글솜씨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게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이 글쓰기로 끝이 난다.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잘 쓰기란 불가능하다. 많이 읽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 결국 글을 쓰는 일도 흉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모두 ‘읽은 것’에서 나온다. 풍부한 책 읽기는 좋은 글쓰기의 전제 조건이다.
첫댓글 이것을 읽고 나니 책 한권 다 읽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즐건 주말 되세요
통섭은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학문이론이다.
"통섭형 인재"라는 말은 과거에는 과학적 마인드+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사람을 뜻했지만 지금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본적으로 함양하면서 창조적인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아우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하네요.
즉 단순히 다방면에 지식이 많은 팔방미인형 인재가 아니라 하나의 전문화된 분야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다른 분야에도 소양을 가지고 있어서 창조적인 문제
해결력이 가능한 인재를 말한다고 합니다.
올려진 내용을 보니 구미가 당기는 책이네요.
찾아서 읽은 후 응용하면 아이들 지도시 유용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