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며 즐기는 잎사귀 박물관
진선출판사, 타다 타에코 글. 카메다 류키치 사진
1장 눈부신 녹색의 세계
싱그러운 공기가 가득 찬 숲 속,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반짝반짝, 팔랑팔랑 잎사귀들이 재잘거리며 간지러운 몸을 비벼댑니다. 숲 속의 물과 태양빛을 들이마시며 식물은 쑥쑥 자랍니다. 뿌리에서 줄기, 줄기에서 가지로 식물 속에 흐르는 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증발합니다.
한편 하늘에 있는 태양으로부터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밝고 날카로운 빛의 화살은 잎사귀를 뚫고 순식간에 반짝거리는 녹색의 물방울로 변해서 숲 속 땅 위로 흘러내립니다. 물과 빛이 만날 때 잎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자기 일을 시작합니다. 빛 에너지가 화학 에너지로 바뀌면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 삼아 합성공장이 가동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잎사귀는 숲의 생명의 원천입니다. 식물을 자라게 할 뿐만 아니라 숲 속의 공기를 정화시키고, 흙을 기름지게 만들어 그 속에 사는 작은 생명들의 번식을 돕습니다. 푸른 잎사귀 한 잎, 한 잎 그들의 삶은 풀과 나무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풀도 나무도 팔랑이는 푸른 잎사귀가 지니고 있는 생명의 지혜 덕분에 힘차게 바람 속에 몸을 흔들어 댑니다.
* (여러가지 잎사귀1) 홑잎과 겹잎
한마디로 ‘잎’이라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잎사귀들을 모아보면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모양을 말로 설명하기는 아주 힘들다. 설명을 자세히 하면 정확하게 전달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들은 대로 그려보라고 하면 엉뚱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잎의 모양을 나타내는 이름을 미리 정해서 사용한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홑잎
바늘형(소나무), 선형(주목류), 넓은 선형(나한송), 검형(붓꽃류), 피침형(왕대), 거꾸로 피침형(망초), 좁고 긴 타원형(협죽도), 긴 타원형(밤나무), 타원형(태산목), 달걀형(층층나무),
달걀꼴 심장형(계요등), 거꾸로 광난형; 넓은 달걀형(가막살나무), 심장형(대극류(?분단),
좌우비대칭형(베고니아류), 단풍잎형; 얕게 갈라진 손꼴(부용), 단풍잎형; 보통으로 갈라진 손꼴(음나무), 단풍잎형 ; 깊게 갈라진 손꼴(거문딸기), 단풍잎형 ;갈라진 끝이 다시 2~3회 얕게 갈라진 꼴(양귀비류), 2~3회 깃꼴로 갈라진 형(애기똥풀), 2~3회 깃꼴로 얕고 깊게 갈라진 형(국화류), 은행잎형(은행나무), 비늘형(편백),
* (여러가지 잎사귀2) 잎 몸과 잎 가장자리, 그리고 잎차례
잎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 잎이 줄기에 붙는 부분이나 잎 가장자리의 모양, 그리고 잎 몸의 세부를 자세히 보면 잎사귀마다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잎 몸의 밑 부분
잎자루가 부레로 되어있다(부레옥잠), 잎이 줄기를 껴안고 있다(치커리), 잎이 줄기를 꿰고 있다(인동류), 방패형(한련), 갈래형(범부채), 쐐기형(동백나무), 원형(꿀풀류), 잘린형(호장근), 심장형(제비꽃류), 귀형(메꽃류), 귀형(삼잎방망이), 화살형(벗풀), 창형(고마리), 잎자루에 액체가 흐르듯(바늘꽃류),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초롱꽃), 잎줄기에 날개가 있다(오배자나무)
-. 잎 몸의 가장자리(톱니 부분)
밋밋한 가장자리(감나무), 깔끄러운 톱니(굴참나무), 보통톱니(섬모시풀), 겹친톱니(서나무), chacha하고 날카로운 톱니(등수국), 둔하고 가는 톱니(장미류), 거칠고 큰 톱니(쐬기풀류), 거칠고 날카로운 톱니(물참나무), 큰물결꼴 치아형(떡갈나무), 물결형(너도밤나무0, 고픈 치아형(곰취), 마꾸 띁어낸 형(서양민들레), 마구 뜯어내 꼴의 겹톱니(산사나무),
-. 잎 끝
둥그스름하다(돈나무), 둔하다(개미취), 날카롭다(벚나무), 뾰루지가 난 것 같다(자목련), 꼬리처럼 늘어난다(황매화), 움푹 들어갔다(자작나무류), 잘렸다(튤립나무), 3개로 찢겼다(생강나무), 3~5개로 찢겼다(난티나무), 거북꼬리형(풀거북꼬리)
-. 잎차례
근생;모여나기(질경이), 대생; 마주나기(회잎나무), 호생;어긋나기(느티나무), 윤생;돌려나기(산갈퀴)
* (여러가지 잎사귀3) 잎의 구조
-. 왕벚나무- 턱잎; 잎자루 밑 부분에 붙어 있는 비늘 같은 작은 잎 조각.
꿀샘(밀선); 꽃이나 잎 등에서 꿀을 내는 조직이나 기관, 잎자루나 잎의 가장자리에 흔히 있다.
톱니, 잎몸, 측맥, 주맥, 잎자루 등
-. 털음나무 잎차례 ; 위에서 내려다본 털음나무의 어린가지잎은 1장씩 거의 일정한 각도로 떨어져 가지에 붙어 있고, 또 잎이 커가면서 잎자루도 길게 자라 잎들끼리 서로 겹치는 것을 피한다. 잎의 줄기에 어떤 식으로 붙는가를 가리켜 ‘잎차례’라고 하는데, 잎차례는 식물에 있어 잎의 공간배치를 디자인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길이; 먼저 나온 잎은 잎몸도 잎자루도 길게 자라 있다.
크기; 뒤에 나온 잎은 아직 작고 잎자루도 짧다.
각도; 잎은 서로 겹쳐지지 않도록 일정한 각도를 두고 붙어 있다.
* (여러가지 잎사귀4) 잎맥은 잎의 혈관? 길?
-. 잎 하나하나에 길처럼 벋어있는 잎맥은 중력이나 바람을 이겨내고 잎을 튼튼히 붙들어 주며 구석구석까지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해 준다. 그것이 잎맥이 맡은 일이다. 잎맥을 이루고 있는 것은 튼튼한 섬유질의 파이프 다발인데, 이처럼 치밀한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식물의 지혜와 개성에 새삼 놀라게 된다.
-. 히어리; 어린잎의 측맥은 입체적이며 눈에 잘 띄고 원을 평행선으로 나눈 도안 같다. 가을에는 단풍이 든다.(분단나무), 측맥은 평행하고 제2 측맹의 선이 뚜렷하다.
-. 참식나무; 주맥과 두 측맥이 나란히 3줄을 이루고 있으며 우선 녹나무과가 아닌가 생각해 보자, 잎을 찢어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기가 나면 거의 틀림없다. 참식나무의 어린잎은 보통 늘어져 있으며 잎의 앞뒤에 부드러운 금색 털이 있다.
-. 모시풀류; 잎 표면이 쭈글쭈글, 뒷면은 잎맥이 튀어나와 보인다. 잎의 주름이 두드러져 보임.
■ 그물맥- 쌍떡잎식물의 잎은 측맥이 그물처럼 얽혀있다.
-. 종가시나무; 까끌까끌한 톱니 끝까지 측맥이 벋어있다. 잎맥이 톱니의 끝에 닫는다.
-. 생달나무; 잎맥 세 줄기가 두드러지며 잎 표면에 광택이 난다. 잎을 찢으면 향기가 난다.
-. 층층나무; 가지는 줄기에 층층으로 돌려난다. 측맥은 잎 끝을 향해서 벋고 잎을 찢으면
잎맥 속의 섬유질 다발이 실처럼 드러난다. 잎 뒷면은 희고 잔털이 있다.
-. 애기동백; 측맥의 끝이 서로 이어져 있다.
■ 나란히맥: 외떡잎식물의 잎은 주맥과 측맥의 구별이 없는 나란히 맥이다.
-. 조릿대류; 겨울에는 잎 가장자리가 말라서 흰 둘레가 생긴다.
-. 은행나무; 두 갈래 꼴 잎맥- 긴 가지의 잎은 어긋나지만 짧은 가지의 잎은 모여 난 것처럼 보인다. 오래된 겉씨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이다. 같은 굵기의 잎맥이 Y자로 갈라져 끝이 두 갈래다. 긴 가지의 잎은 끝이 길게 갈라지고 짧은 가지의 잎은 잎 끝이 밋밋하다.
-. 백합류; 외떡잎식물이지만 그물맥이다. 봄에는 잎맥이 빨갛고 광택이 나지만 여름이면 벌레가 먹어 너덜너덜하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1) 엇갈리게 나는 호생; 오른쪽, 왼쪽...이렇게 잎이 가지에 서로 어긋나게 붙는 것을 ‘어긋나기’ 라고 한다. 가장 많은 것이 이 호생이며 느릅나무과의 식물은 모두 호생 한다. 잎은 줄기의 끝에서 일정한 각도를 두고 차례로 만들어지는데 옆으로 벋어나는 가지에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각도가 수정되어 동일 평면상에 정연하게 늘어선다.
-. 느티나무; 나무는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가지가 갈지(之)자로 벋으며 잎을 한 장씩 펼쳐 놓는다. 잔가지 잎의 밑 부분에 작은 열매가 생기고 마른 잎은 잔가지와 함께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어린잎은 밑 부분에 빨간 턱잎이 있다.
-. 팽나무; 잎은 두툼하고, 세 갈래 잎맥이 두드러져 보인다. 보통 끝 쪽이 톱니가 있는데 큰 나무의 양지쪽 가지에 붙은 잎에는 톱니가 거의 없다. 잎 표면에 벌레가 살고 있는 벌레혹이 잘 생긴다. 새가 씨를 옮겨주어 길거리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 느릅나무; 이른 봄에 꽃이 피고 초여름에 씨를 맺는다. 잎의 크기도 대조적이다. 느릅나무과의 식물은 모두 약간씩 잎이 좌우 비대칭이다. 그 중에 느릅나무는 그 정도가 심하다.
-. 참느릅나무; 8월경에 작고 두툼한 잎의 밑 부분에 꽃눈이 나오는데 9월에 꽃이 피고 10월에 씨를 맺는다. 씨는 납작하고 부채꼴이며 바람에 날린다.
-. 자작나무류; 마치 드라이플라워처럼 생겼다. 잎에 잔 톱니가 있다. 가을에 씨를 안고 1장씩 날아가며 떨어진다. 측맥은 약 20쌍. 열매 이삭의 길이 5~10cm
-. 개서나무; 아름다운 나무껍질 때문에 눈에 잘 뜨인다. 회갈색의 나무껍질은 울퉁불퉁하고 여러 개의 흰 세로줄이 곧게 벋어 있다. 측맥은 12~15쌍, 열매 이삭의 길이는 6~7cm, 톱니가 불규칙하고 잎 끝이 꼬리처럼 길고 뾰족하다. 측맥이 두드러진다.
-. 서나무; 잎 끝이 가늘며, 봄에 눈이 나올 때면 겨울눈을 쌌던 빨간 눈비늘 조각이 벌어져 나무 전체가 붉게 보인다.
-. 까치박달; 잎 밑 부분이 심장형으로 안으로 들어가고 밑 부분 측맥 2~3쌍은 중간에 갈라진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2) 마주나는 대생, 돌려나는 윤생
잎이 가지의 마디에 붙는 방법도 다양하다. 두 개의 잎이 마다마다 사이좋게 마주보고 나는 것은 ‘대생(마주나기)’이라고 하며 단풍나무과, 노박덩굴과, 물푸레나무과, 꼭두서니과, 인동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 잎 이상이 방사상으로 붙는 꼴은 ‘윤생(돌려나기)’인데 그리 많지 않다. 어린 나무나 도장지(웃자란 가지)에서는 한동안 대생이 윤생으로 바뀌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 단풍나무류; 어린 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벋고 잎을 평면이 되게 배치해서 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인다. 단풍나무과 식물은 모두 잎이 마주난다.
-. 참회나무; 잎은 좌우 대칭으로 나고 가을에는 빨간 샹들리에 같은 열매가 달린다.
-. 금목서; 향기로운 꽃으로 가을을 알리는 나무이다. 잎은 딱딱하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다. 재배목은 모두 수나무이며, 꺾꽂이로 만든 클론식물로 어느 나무도 모두 같은 유전자인 셈. 물푸레나무과 식물은 잎이 모두 마주난다.
-. 윤생(돌려나기)/ 협죽도; 인도 원산으로 흔히 가로수나 공원수로 심는다. 잎을 만져보면 가죽을 만지는 것 같다. 꽃은 여름에 피며 건조와 더위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에 독이 있으며 가지를 꺾으면 반투명한 즙이 나온다. 3잎 윤생이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3) 잎이 이상하게 붙어 있네.
잎이 가지에 붙어있는 기본적인 방식을 알고 나면 식물의 잎차례에 대해서 다 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식물은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다. 어떤 방식이 또 있을까? 상산 잎이 가지에 붙어 있는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 보자
-. 위윤생/ 진달래류; 잎은 3개씩 가지 끝에 붙어서 난다. 돌려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긋나는 간격이 좁아진 것, 즉 위윤생이다.
-. 다정큼나무;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 부분에서는 간격이 좁아져 돌려나기로 바뀐다. 잎의 표면은 두터운 왁스로 굳게 하여 바닷바람에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
-. 등대꽃; 지난해 가지의 끝은 윤생꼴이다. 도장지(웃자란 가지)에서는 어긋나는데 가지 끝의 잎은 간격이 좁아지면서 돌려나기로 바뀐다. 줄기에는 붉은 줄이 있다.
-. 배롱나무; 잎은 좌우 2개씩 교대로 붙어 있고, 줄기 표면이 매끈매끈하다.
-. 상산; 잎은 엷고 광택이 나며, 찢으면 심한 냄새가 난다. 잎이 좌우 교대로 2개씩 붙어 있는데, 이 같은 잎차례를 ‘상산형 잎차례’라고 부른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4) 긴 가지와 짧은 가지가 저마다 달라야
가지를 어떻게 벌리는가는 나무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즉, 현 시점에서 광선을 효율적으로 받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장래를 위해 나무 형태의 골격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나무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 문제를 교묘하게 해결한 식물이 있다. 잎에 광선을 많이 받게 하는 데는 ‘짧은 가지’로, 장래를 위해서는 ‘긴 가지’로 골격을 설계하는 것이다.
-. 은행나무; 길게 벋는 것은 긴 가지, 가지에 혹처럼 보이는 것은 짧은 가지이다. 짧은 가지에는 이전까지의 잎자국이 연륜을 보여주듯 겹쳐져 있어 가지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도장지나 움돋이에는 불규칙하며 깊게 갈라진 잎이 흔히 나오는데 이것은 은행나무의 조상에 가까운 모습이다. 긴 가지의 잎은 깊이 갈라지고 짧은 가지의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처음 짧은 가지인 것이 약 10년이 지난 뒤 긴 가지로 바뀐 흔적도 나타난다.
-. 자작나무; 추운지방이나 고원에서 자라며 나무껍질이 희며 낭만적인 인상을 준다. 긴가지는 잎을 차례차례 만들며 쑥쑥 자라지만 짧은 가지에는 잎이 2장만 달린다. 붕괴지나 벌채지에 제일 먼저 번식하는 개척자적 식물이며 긴 가지를 벋으며 쑥쑥 성장한다.
-. 일본잎갈나무/ 낙엽송; 가을이 되면 노랗게 단풍이 든다. 가는 바늘잎은 짧은 가지에는 20~30개가 모여 달리고 긴 가지에는 1개씩 달린다.
-. 섬잣나무; 산 능선에서 자란다. 가지는 길게 자라는 긴 가지와 이른바 ‘솔잎’에 해당하는 짧은 가지의 2종류가 있다. 긴 가지의 잎은 비늘꼴로 나선을 그리며 나고, 짧은 가지에는 5개의 바늘잎이 다발을 이룬다. 오래된 잎이 떨어질 때도 짧은 가지째 떨어진다. 짧은 가지의 밑 부분을 싸고 있는 막도 잎의 변형된 것(비늘잎). (이 짧은 가지는 이른바 솔잎이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5) 풀잎은 호생, 대생, 윤생
모든 풀의 키는 ‘0’에서부터 시작한다. 해마다 줄기를 땅 위에 세우고 잎을 달고, 그리고 꽃을 피게 한 뒤 열매(씨)를 맺는다. 풀에게 있어서는 빛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잎을 벋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어두컴컴한 숲 밑, 밝은 초지, 습지, 길바닥 등등. 저마다 자라게 되는 자리. 주워진 환경 속에서 풀들은 생존을 위해 힘쓴다.
-. 호생/ 고마리; 물가에서 자라며 무늬가 있어 거꾸로 하면 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잎 밑 부분에 있는 턱잎은 엷은 막 같은 것으로 둘러져 있다. 잎의 뒷면과 줄기에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어 이것으로 서로 걸어서 몸을 받쳐 주고 있다.
-. 윤생/ 연령초; 잎은 3개가 돌려난다. 훌쩍 벋은 줄기 위에 선풍기 날개 같은 잎을 벌리고 그 중심에 꽃을 피운다. 잎은 될 수 있는 대로 수평을 만들어 태양빛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한다. 외떡잎식물이지만 그물맥이다.
-. 대생/자주광대나물; 잎은 90도씩 어긋나 마주나는 ‘십(+)자대생’. 줄기 위 끝 부분의 잎이 피라미드꼴로 겹쳐져 있다. 줄기의 단면도 네모나다. 모여서 피면 마치 미니어쳐 침엽수림 같다. 이른 봄에 솜털이 돋은 잎 사이로 분홍색 꽃이 핀다.
-. 잔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예쁜 종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으로 핀다. 잎은 3~6개가 돌려나는데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봄에는 자루가 긴 근생엽(뿌리가 나오는 잎)도 있으나 꽃이 필 무렵에는 없어진다. 뿌리가 인삼과 비슷하다.
-. 갈퀴덩굴; 잎은 6~8개가 돌려나지만 그 중 진짜 잎은 2개뿐이고 나머지는 턱잎이었던 것이 잎처럼 변한 것이다.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많다.
* (잎이 가지에 붙는 방식-잎차례6) 여러 가지 로제트
식물에게 있어 겨울은 시련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풀들은 잎이 달린 줄기를 지면에 납작하게 붙여 바람과 추위를 이겨낸다. 뿌리 밑동에서 잎을 방사 꼴로 벌리고 땅에 붙어 있는 모습을 ‘로제트’라고 한다. 봄이 되면 로제트들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 햇볕을 받는다.
-. 서양민들레;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 잎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즙에는 천연 고무가 들어 있어 잎을 먹은 벌레의 턱을 찐득찐득하게 만들어 더 이상 못 먹게 한다.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으면 서양민들레인데 요즘은 잡종이 많아서 잎만으로는 구별이 쉽지 않다.
-. 큰망초; 잎은 까끌까끌하고 잿빛을 띤 녹색이다. 약 135도씩 비껴서 새 잎이 나와 서로 잎이 겹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사람 키보다 더 커지고 한 그루터기에 수 십 만개의 씨를 만들어 낸다.
-. 쑥; 로제트는 흰 솜털이 덮여 있다. 가을에는 키가 1m 정도로 자라고 작은 꽃이 많이 핀다. 바람에 씨가 날려서 번식하는데 이 꽃가루는 꽃가루병의 원인이 된다.
-. 꽃마리; 길가에 나는 식물로 로제트도 작다. 잎을 으깨면 오이 냄새가 난다. 봄이 되면 끝을 전갈꼬리처럼 오므린 꽃차례에 파란색 꽃을 피운다.
-. 왕고들빼기; 로제트는 끝이 날카롭고 뾰족하며 잎맥은 짙은 보라색일 때가 많다. 아래쪽잎은 불규칙하며 깊게 갈라지고, 위쪽 잎은 길쭉하고 밋밋하다.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이 나온다.
-. 바늘꽃류; 빈터나 갯벌에 번식. 로제트는 붉은 빛이 돌고 모습이 단정하다. 달맞이꽃류의 로제트는 발육상태가 좋지 않으면 꽃 필 시기가 되어도 줄기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한 해를 넘긴 후에 꽃을 피운다. 그 뒤로는 온 힘을 쏟아 씨받이에 집중하고 끝나면 스스로는 말라 죽는다.
2장, 볼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잎 모양
* 자연박물관
산에서 식생조사를 하려고 네모꼴로 짠 각목 틀을 가지고 갔다. 그 나무틀을 액자처럼 들고 공간을 내려다보았을 때... 풀들이 갑자기 생기를 띠고 눈 안으로 들어오는 듯해서 깜짝 놀란다. 마치 안경을 처음 썼을 때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여 놀라는 그런 기분이다.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나무틀 대신 손가락으로 사각을 만들어 보거나, 카메라의 파인더를 들여다보아도 된다. 어떻든 보통 때와는 다른 ‘의식의 창문’을 통해서 바라보면 별로 대단치 않은 풍경도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특별한 그림이나 예술사진으로 변한다. 틀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으로 ‘개념의 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보고 듣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 새삼 놀라게 된다.
나무들의 숨소리, 풀들의 재잘거림, 잎들의 애타는 눈초리.... 이런 것들이 보고 듣게 된다면 큰 나무들에서 길가의 조그만 잡초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잎의 모양1; 홑잎) 대부분의 잎은 이런 모양/ 졸참나무와 너도밤나무
잎사귀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아마도 누구나 전체가 하나로 짜임새를 갖춘 잎 모양을 그릴 것이다. 그런 너도밤나무나 물참나무 잎 같은 것을 ‘홑잎’이라고 한다. 전체 모양은 그렇지만 잎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뾰족하거나 깊게 패이거나 그 모습은 다양하다.
-. 졸참나무; 잎은 물참나무 잎보다 작으며 잎자루는 길고(1cm) 잎 뒷면이 희다. 졸참나무는 상수리나무와 함께 마을 뒷산에 자라는 매우 쓸모 있는 나무였다. 땔감이나 숯을 만들기 위해 자른 자리에 다시 새싹이 나와서 30년 후의 자손들이 살 무렵에는 울창한 숲을 이뤄 혜택을 주었다.
-. 물참나무; 잎자루가 의외로 짧아 잎들이 가지 끝에 바싹 붙게 된다. 너도밤나무와 거의 같은 기후대에 분포하지만 너도밤나무와 달리 봄에 새눈을 거의 펴지 않고 있다가 늦서리로 먼저 나온 새눈들이 시든 뒤에 재빨리 잎을 펼친다. 톱니는 거칠고 크다.
-. 굴참나무; 상수리나무를 닮아 톱니 끝이 실처럼 길게 자란다. 잎 뒷면이 희고 털이 많아 다른 잎과 구별할 수 있다. 통통한 도토리가 귀엽다.
-. 상수리나무; 달콤한 수액이 나오는 나무로 곤충들이 즐겨 찾는다. 잎 가장자리 톱니 끝이 실같이 생겨 가늘게 자란다. 잎 뒷면은 털이 거의 없고 녹색, 겨울에도 마른 잎이 가지에 남는다.
-. 밤나무; 구릉과 산지에서 자란다. 재배품종에 비해 야생 밤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목재와 과실이 모두 중요한 보배였다. 잎 뒷면의 담녹색 측맥은 16~23쌍. 밤나무의 톱니는 바늘같이 생겨서 끝머리까지 녹색이다.
* (잎의 모양2 손꼴홑잎1) 단풍의 왕, 단풍나무와 그 무리들
단풍의 왕이라면 단연 단풍나무, 북반구의 온대림을 대표하는 낙엽큰키나무의 하나이며, 전 세계에 약 160여 종이 있는 중 한국에는 약 19종이 있다. 산의 비탈진 곳이나 계곡에 자라며 가을이면 산을 붉게 물들인다.
단풍나무 잎은 모두 부채모양으로 독특하다. 단풍나무 잎이 부채 모양이라기보다는 단풍나무 잎을 보고 사람들이 부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좌우 대칭의 단정한 잎이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들면 사람들의 마음은 깊은 감동에 젖는다. 단풍나무류의 새눈은 모두 축 늘어져 있는데, 이는 꽃샘추위로부터 잎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단풍나무과의 식물은 모두 씨가 2개씩 1쌍으로 달린다. 씨가 익으면 떨어져서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다. 날개는 거의 수평으로 벌어지고 단풍이 들기 전 여름에 여문다.
-. 단풍나무; 보통 잎은 잎맥을 중심으로 7갈래로 깊게 파인다. 단풍나무 가운데 가장 대표종이며 원예 품종도 많다. 톱니가 작고 가지런하다. 잎은 맑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예쁘다.
-. 고로쇠나무;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잎이 갈라진 상태나 털의 유무 등에 따라 변이가 크다. 보통 고로쇠나무는 잎이 깊게 갈라지지 않는다. 가을에 노랗게 물든다.
* (잎의 모양3 손꼴홑잎2) 단풍잎을 쏙 닮은 잎
유명인을 쏙 빼닮은 사람이 있듯이 핏줄이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식물에도 모습이 닮은 우연이 나타난다. 단풍딸기를 비롯해 두릅나무과의 식물이나 부용 그리고 박쥐나무 등도 가끔 헷갈리는 잎의 주인공들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잎차례를 확인하자(단풍나무과는 잎이 마주난다.)
* (잎의 모양4 손꼴홑잎3)은 생략
* (잎의 모양5 손꼴홑잎4 )여러 개의 잎? 아니, 전부가 하나의 잎
단풍나무 잎이 더 깊게 파이면 마침내 여러 장의 잎으로 나뉜다. 이렇게 한 장의 잎이 여러 부분으로 나뉜 잎을 ‘겹잎’이라 부른다. 부분이 셋이면 ‘세갈래 겹잎’, 더 많은 손바닥 꼴이면 ‘손꼴겹잎’이다. 그런데 어떻게 겹잎이 되었을까. 바람이나 비의 힘을 비켜날 수 있어서? 둥그스름하게 잎을 만들기 위해서? 상한 부문을 떨궈 버리기 쉬우니까?
* (잎의 모양7 새발꼴겹잎) 어, 뒷발톱이 있네1
얼핏 보면 손꼴겹잎인데 어딘가 다르다. 자세히 보면 5개 또는 7개의 작은 잎이 한 점에 모이는 것이 아니고 작은 잎의 꼭지 중간에서 다음 작은 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생김새의 겹잎을 새의 발가락 같다고 해서 ‘새발꼴겹잎’이라고 부른다. 이런 식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 거지덩굴; 가지가 변해서 된 덩굴손을 여기저기에 휘감고 벋는다. 작은 잎자루 그 도중에 작은 잎이 있다. 작은 잎이 7개일 경우도 있다.
-. 돌외; 잎 모양은 거지덩굴과 비슷한데 표면에 털이 있다. 씹어 보면 금방 구별이 된다. 약간 들큰하면서 쓴맛이 나는데, 인삼과 같은 약효 성분을 가지고 있어 거낭차로서 인기가 있다. 가을이 보면 덩굴 끝이 땅속에 들어가 새끼를 친다. 암 수 딴 그루이다.
-. 공작고사리; 풀고사리의 잎은 모여 나고 대개 깃털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공작고사리는 좌우 둘로 갈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새발 모양으로 나뉘고 공작 꼬리처럼 퍼진다.
-. 점박이천남성; 야산에 나는 개성적인 식물. 잎은 좌우 대칭으로 꼭대기 작은잎을 중심으로 여러 장의 곁작은잎이 차례차례 나뉜다. 잎과 땅 속에 있는 감자는 모두 독성이 있다. 암수딴그루로 가끔 성전환을 하는 재미있는 식물이다. 암나무에는 전갈이 머리를 쳐든 것 같은 모양의 꽃이 있고 파리를 속여서 꽃가루받이를 한다.
* (잎의 모양 8), 세갈래겹잎. 하트가 셋, 행운의 네 잎
작은 잎이 셋 모인 것도 세 갈래 잎이다. 그 작은 잎이 또 한 번 3개로 갈라지면 2회 세 갈래겹잎, 다시 또 한 번 갈라지면 3회 세 갈래겹잎이라고 부른다. 잎의 모양은 유전자에 미리 정해져 있어 아무리 복잡한 모양도 틀리지 않고 만들어진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행운의 네 잎 짜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는 없는 것이 없다.
* 괭이밥 - 남아메리카 원산, 관상용으로 수입되었지만 야생으로 많이 자란다. 잎자루에 섬유가 들어있어 세 갈래겹잎의 잎을 지탱해 주고 있다. 분홍색 꽃이 피지만 씨는 생기지 않는다. 괭이밥류의 잎은 어두워지면 반으로 접힌다.
* 토끼풀; 유럽원산의 귀화식물. 세 갈래겹잎이며 목초로 재배된다. 잎자루와 꽃줄기는 유연해서 밟혀도 잘 견디며줄기가 지면을 기어가며 잘 자란다. 잎의 모양이나 무늬에 개성이 있어 어디까지가 같은 포기인지 알아볼 수 있다. 가끔 네 잎이 발견된다.
* 붉은토끼풀; 레드클로버, 혹은 피플클로버, 목초로 재비, 표피 밑에 공기층이 있는데 그것이 잎에 흰 무늬로 나타난다. 아직 네 잎은 발견되지 않았다.
* 좀꿩의다리; 야산의 초지에서 자란다. 2~4회 세 갈래겹잎이며 작은 잎은 동그스름하고 귀엽다. 꽃의 생김새도 섬세하다.
* 매발톱꽃; 유럽원산, 원예품종으로 재배되고 있다. 뿌리 밑에서 나오는 것은 2회 세 갈래겹잎이며 꽃줄기에 달린 잎은 세 갈래겹잎이다. 꽃은 가지 밑을 향해 달리는데 복잡한 구조이면서 아름답다.
* 반디미나리; 한라산 정상의 나무그늘에서 자란다. 키는 10cm 정도, 잎은 작고 3회 세 갈래겹잎이다. 파슬리도 같은 과의 식물이며 잎 모양도 비슷하다.
* 고추나무; 세 갈래겹잎이며 어린잎일 때 깨기름 비슷한 냄새가 난다. 고추나무과로 분류되어 있으나 한국에는 1종밖에 없으며 흰 꽃이 질 때 화살오늬 모양의 식과 열매가 달린다. 잎은 대생
* (잎의 모양 9; 깃꼴겹잎) 새의 깃털은 닮은 잎, 어디까지가 한 잎일까.
새의 깃털처럼 잎줄기 좌우에 작은 잎들이 늘어선 잎. 기본적으로 좌우 대칭으로 꼭대기에 작은 잎이 하나 달려 있으면 작은 잎의 총 수는 홀수, 없으면 짝수가 된다.
* 무환자나무; 짝수깃꼴겹잎- 공원이나 절 및 마을 부근에 자란다. 그 수가 드믄 짝수깃꼴겹잎, 즉 꼭대기 끝에 작은 잎이 없다. 열매는 그 껍데기에 비누 성분이 있어 물에 담그면 거품이 일고 옛날에는 비누 대용으로 썼다. 가을에 누렇게 단풍이 든다.
* 개옻나무; 홀수깃꼴겹잎- 야산에 많다. 가을에 단풍이 든 잎은 타는 듯 붉은데 피부에 닿으면 옻이 옮는다. 곁 작은 잎들이 4~8쌍으로 가지 끝 쪽에 모여 달린다. 어린 나무일 때는 작은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데 큰 나무가 되면 없어진다. 같은 옻나무속인 검양옻나무도 홀수 깃꼴겹잎이며 단풍이 아름답다.
* 큰터리풀; 머리큰깃꼴겹잎- 꼭대기의 작은 잎은 손가락 모양으로 매우 크고, 밑에 있는 작은 곁작은잎은 대조적으로 작다. 이처럼 크기의 균형 차가 큰 겹잎을 머리큰깃꼴겹잎이라고 한다.
* 짚신나물; 곁작은잎에는 크고 작은 두 종류가 있으며 이것들이 섞여 붙어 있다. 잎 밑에 반달형의 턱잎이 2장 붙어 있다. 가을에는 갈고리 모양의 털이 달린 씨가 사람과 동물들을 기다린다. 꼭대기작은잎, 큰곁작은잎, 작은곁작은잎과 턱잎으로 구성된다.
* 남천;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이것이 한 장의 잎일까 할 정도로 작은잎이 많다. 잎줄기의 갈라지는 곳에 마디 관절(떨켜)이 있어 잎의 일부분이 상하면 거기에서 앞쪽만 떨어져 나간다. 잎 전체가 시들었을 때도 제일 밑 쪽 관절에서부터 끝이 떨어져나가 나무 전체의 손상을 미리 막는다. 잎과 열매에 약용성분이 있고 살균 작용을 한다.
* (잎의 모양10; 이형엽1) 한 나무에 여러 모양의 잎이..
나무에 따라 잎이 여러 모양을 나타냄을 알 수 있으나 한 나무에 여러 모양의 잎이 함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같은 나뭇가지에도 잎이 붙어 있는 자리나 빛을 받은 상태, 잎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 조건이 다르면 미묘한 차이에 의해서 같은 나뭇가지에도 모양이 다른 잎이 생겨난다.
* 구골나무; 남부 지방에서 관상수로 심는다. 잎에 톱니가 변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데 어린 나무의 잎에는 있고, 늙은 나무의 잎에는 없다.
가시가 있는 잎과 없는 잎은 잎맥의 모양이 다르다. 가시가 있는 잎은 측맥이 가시 속까지 벋는데 반해, 없는 잎은 측맥이 가장자리까지 가지 않고 이웃한 측맥과 연결된다.
* 산뽕나무; 죄우 비대칭의 잎은 모양도 제멋대로, 불규칙하면서 크게 갈라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것까지 다양하다. 초여름에 익는 열매는 다육질이고 달아서 새들이 즐겨 먹고 씨를 운반한다.
* 닥나무; 잎은 좌우 비대칭인데 깊이 파이는 것에서부터 전혀 파이지 않는 것까지 차이가 크다. 특히 깊이 파인 잎은 꼭 닻처럼 보인다. 한지를 만드는데 쓰였다. 나무껍질은 제지용으로 쓰인다.
* 생강나무; 생강나무 잎은 주로 끝이 3개로 갈라지고, 갈라지지 않는 잎도 섞인다. 잎을 찢으면 생강냄새가 난다. 녹나무과의 식물은 모두 향이 있어 향료로 쓰인다. 가을에 누런 단풍이 든다.
* 난티나무; 계곡 주변에 자란다. 잎은 죄우 비대칭이고 같은 모양이 다른 잎이 섞여 있다. 먼저 나온 잎은 파이지 않는데, 뒤에 나온 잎은 잎 끝이 3~5개로 갈라지며 크다. 잎을 표본으로 만들면 판자처럼 빳빳해지는데 느릅나무과 식물의 공통되는 현상이다.
* (잎의 모양 11, 이형엽2) 어른이 되면 모습이 변하는 잎
어린잎일 때는 모습이 귀여운데 성장하면 ‘이것이 정말 같은 종류일까?’ 할 정도로 잎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변하는 것은 숲속에 자라는 덩굴식물이다. 어두운 지면에서 밝고 높은 곳으로 자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잎의 모양뿐만 아닐 질도 달라진다.
* 왕모람; 우리나라 남쪽 섬이나 해안가의 산기슭에서 바위에 붙어 자란다. 어린잎일 때는 쭈글쭈글한 작은 하트형인데 자라면서 커지며 표면은 매끈한 가죽질이 된다. 어릴 때는 화분용 관엽 식물로, 성장한 뒤에는 벽면 녹화식물로 재배된다. 얼룩무늬 품종도 있다. 암 수 딴 그루이며 꽃과 열매는 무화과와 닮았다. 어린나무의 잎은 길이 약 1.5cm로 표면에 울퉁불퉁한 주름이 있다. 다 자란 나무의 잎은 길이 4~10cm, 잎은 두텁고 털이 없으며 광택이 난다.
* 송악; 숲에서 자란다. 땅위를 기며 자라는 어린잎일 때는 3~5개로 옅게 갈라지는데 점차 위로 오르면서 가지를 옆으로 벋으며 잎이 갈라지지 않고 밋밋해진다. 관엽식물이나 벽면 녹화에 이용되고 줄기와 잎은 약용, 전체는 소의 먹이로 이용된다.
* 마삭줄; 남부 지방 산록의 숲 속에 나며 부착근으로 바위나 나무에 기어오른다. 땅위를 기며 자라는 어릴 때는 잎이 작고 잎맥을 따라 흰 얼룩이 있는데 높이 올라가면서 큼직해지며 흰 얼룩도 없어진다. 잎과 꽃이 항상 예쁘고 향이 좋아서 관엽식물이나 벽면 녹화용으로 쓰인다. 붉은색이나 흰 얼룩이 든 원예품종도 있다. 다 자란 나무의 잎은 길이 3~10cm이며 꽃은 초여름에 핀다. 마삭줄의 어린잎은 길이 1.2cm이고 흰 줄무늬가 있다.
* 담쟁이덩굴; 담장이나 바위를 기어오른다. 어린 가지에는 덩굴손 가지에 흡반(빨판)이 생긴다. 잎의 변화는 3단계로 이뤄지는데, 어릴 때는 세갈래겹잎, 사춘기 때는 꼭지가 짧고 둥그스름한 잎 모양, 어른이 되면 잎 끝이 넓게 3개로 갈라지고, 잎자루가 긴 잎으로 바뀐다.
그러나 어른 잎에도 유아기의 겹잎의 성질이 남아 있어 가을에 단풍이 들어 떨어질 때는 언제나 잎몸이 먼저 떨어지고 잎자루는 그대로 가지에 남는다. 이처럼 원래는 겹잎으로 홑잎이 되고도 잎몸과 잎자루의 경계에 관절이 남는 것을 ‘홑몸겹잎’이라고 부른다.
* 덩굴옻나무; 독이 옮는 옻나무 가운데도 가장 독성이 강해서 가까이 가기만 해도 독이 옮는 사람도 있다. 잎은 세갈래겹잎, 어린 시절에는 톱니가 있는데, 어른이 되면 없어진다. 어린 덩굴옻나무와 담쟁이덩굴은 보기에 비슷하다. 그래서 끝이 흡반으로 된 덩굴손의 유무를 확인하고 어른이 된 잎의 모양들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틀리기 쉽다.
* (잎의 모양12; 외떡잎식물1) 조릿대 잎은 사락사락, 죽순은 쑥쑥
조릿대나 대나무 잎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죽순의 껍질부분이 그것인데, 이 껍질은 바로 대나무의 잎이다. 죽순 껍질의 갈색부분은 죽순 줄기를 둘러싸고 있다. 맨 끝에 짧고 뾰족한 담녹색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원래의 잎몸에 해당하며 또 하나의 조릿대의 잎이다.
* 죽순대(맹종죽?); 중국 원산, 킥 10~20m까지 자라는데 잎은 10cm정도로 의외로 작다. 죽순 시절에 죽순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줄기집은 속이 커 가면서 떨어져나간다. 대나무껍질에는 잔털이 많이 나 있다. 마디는 줄이 하나, 죽순의 겉껍질은 자란 후 떨어져 나간다.
* 왕대(참대); 약 20m까지 자란다. 잎의 길이는 10~12cm, 가지 끝에 3~5개씩 모여 있다. 봄에 죽순이 크면서 잎이 누래지며 떨어져 나간다. 줄기집은 얼룩무늬가 있고, 마디는 2줄이다.
* 벼류 Pleioblastus chino var. chino; 잡목림에 나는 조릿대로 잎은 폭이 약 2cm 정도, 한 마디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나온다.
* 조릿대; 죽순 껍질은 죽순이 줄기로 자란 후에도 계속 남는다.
* 벼류sasa nipponica ; 산에서 자라는 조릿대로 무릎높이 정도로 자라며 군생한다. 잎은 3~4cm이며 뒷면에 털이 많다. 잎이 사람 눈을 끄는 것은 겨울인데 건조하기 쉬운 잎 가장자리 부분이 말라서 흰 테두리를 친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 (잎의 모양13; 외떡잎식물2) 바람에 나부끼는 가느다란 잎사귀
이제까지 본 것은 모두 폭이 넓은 잎들이며 이들 잎은 태양을 마주보고 될 수 있는대로 빛을 많이 받으려 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는 잎도 있다. 즉 벼과나 사초과의 가늘고 기다란 잎들은 하늘로 그 잎을 벋고 같은 포기끼리 서로 사이좋게 빛을 나눠 가진다.
* 줄사초; 잎의 지름은 3~4mm이고 길이는 5cm정도, 잎의 단면이 V자 형이다. 평면보다 V자형이 역학적으로 강도가 높은데, 그런 이유로 잎줄기는 가늘지만 빳빳하고 쉽게 꺾이지 않는다. 잎의 가장자리가 꺼칠꺼칠하고 돋보기로 보면 실톱의 날 같다.
* 애기바늘사초; 산의 습지에 자란다. 잎은 길이 15cm 정도, 실처럼 가늘다. 이처럼 가늘어서는 햇볕을 잘 못 받을 것 같은데 초여름에 별을 연상케 하는 작은 꽃차례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 그령; 들길에 많다. 잎은 길이 약 40cm, 지름은 약 5mm. 잎이 자라기 전 줄기의 마디에 눌린 부분이 있어서 반드시 잎의 한 부분은 잘록해진다. 줄기와 잎이 질겨 섬유용으로 쓰인다.
* 벼류; 간장이나 보리차에 쓰인다. 중간 부분이 잘록해지며 그 자리가 뒤틀린다. 이렇게 되며 잎의 앞뒷면에 모두 빛을 받으므로 겉보리는 잎 양면에 같은 수의 기공을 가지고 있다.
* 강아지풀; 길가나 빈 터에 자란다. 잎은 부드럽고 잎 밑에 계속되는 부분은 줄기를 싸고 그대로 마디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이 부분을 잎집이라고 부른다. 꽃이삭은 강아지 꼬리 같은데 이것을 잘라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힘을 주었다 뺐다 하면 꼭 벌레처럼 움직인다.
* 벼; 동남아시아 원산, 낱알은 쌀이다. 잎은 지름이 1cm 정도이고 길이는 40~50cm, 잎 가장자리가 까끌까끌한데 이것은 유리질인 규산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잎을 빳빳이 세워주고 초식 동물들이 함부로 먹지 못하게 한다.
* (잎의 모양 14; 외떡잎식물3) 하늘을 겨누는 녹색의 검
망설이지 않고 하늘을 겨누는 싱싱한 녹색의 검. 붓꽃과의 식물들은 녹색의 검으로 하늘을 겨누며 빳빳이 서 있기를 좋아한다. 빛을 바라며 날카로운 칼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식물의 잎은 앞면과 뒷면이 있을까.
* 파; 시베리안 원산으로 밭에서 재배한다. 독특한 냄새와 맛이 나는 야채로 잎은 속이 비어있다. 잎 밑은 줄기를 토대로 잎의 뒷면에 이어진다. 그래서 흰 줄기를 밑에서 위로 손가락으로 훓어 보면 잎의 둥근 면은 모두 뒷면이 된다. 이런 구조의 잎을 단면엽(면이 하나뿐인 잎)이라고 부르고, 이런 잎을 위엽 또는 가엽이라고 한다. 줄기로 보인 부분도 실은 잎집이 겹쳐진 것이며 진짜 줄기는 아니다. 위경이라고 한다. 잎에 중륵은 없다.
* 붓꽃; 산이나 들에 자라며 재배도 한다. 잎이 밑동에서 접혀서 줄기나 어린잎을 싸고, 잎 끝 쪽은 표면끼리 붙어 한 잎이 된다. 즉 겉으로 보이는 것은 접힌 잎의 뒷면이고, 앞면은 밑동에 약간만 보인다. 파의 속이 빈 잎을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잎의 양면에 기공과 엽록체가 있어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잎에 중륵은 없다. 하루에 피었다 진다.
* 왕원추리; 마을 길가에서 자란다. 봄에 나는 어린잎은 먹을 수 있다. 처음에 겹쳐진 잎이 곧 벌어져서 길이 60cm 의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여름에 피는 겹꽃은 예쁘지만 씨는 생기지 않는다. 홑왕원추리의 변종이다.
* 양파; 알뿌리를 가지며 자르면 동심원인 고리가 된다. 파의 위경 부분이 두툼하게 살찐 것인데, 그 비늘줄기 하나를 비늘조각이라고 하며, 전부를 비늘줄기라고 한다. 줄기는 양파의 밑, 비늘조각들이 합쳐있고, 뿌리가 나 있는 그 부분이다. 표면의 누런 마른 껍질은 겉의 비늘조각이 건조한 것이며 비늘줄기엣 나오는 녹색 잎은 파와 마찬가지로 속이 비어있다. 사진은 비늘조각의 겉껍질에 안토시안을 포함한 품종이다.
* 등심붓꽃;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잔디밭에 자란다. 키는 10cm 정도로 작지만 붓꽃의 특징은 모두 갖추고 있다. 꽃잎은 6개이며 보라색이다.
* 석산; 습한 들과 절 근처에서 자란다. 겨울 내내 푸르게 자라고 봄부터 여름에 걸쳐 시든다. 빛을 받으려고 경쟁하는 라이벌이 없는 동안에 양분을 저축해서 그 뒤는 알뿌리로 자란다. 잎, 알뿌리 등에 모두 독이 있어 동물에게 먹히지 않는다. 가을에 꽃줄기가 나와 꽃이 피고 잎은 꽃이 시든 뒤에 나온다. 씨는 생기지 않는다.
* (잎의 모양 15 외떡잎식물4) 가장 큰 잎 바나나와 꼭 닮은 파초의 잎
잎 중에서 가장 큰 잎은 아마 아나파초 잎일 것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식물로 잎의 길이가 3m, 폭은 50cm 가 넘는다. 그러나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이 파초는 4m의 풀이다. 땅 위에 나온 부분이 모두 잎이라니, 크기도 하다.
* 파초; 중국 원산, 모습은 바나나와 같으며 식용하지 않고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잎은 서핑보드의 크기 정도이며 긴 잎자루가 있다. 굵은 중륵에서부터 좌우로 측맥이 늘어서 있고 비바람을 맞으면 측맥부분에서 갈기갈기 찢기는데, 이렇게 해서 식물 자체의 큰 피해를 막는다. 나무란 줄기가 목질화해서 비대해지고 지상부가 수 년 동안 살아있는 것을 가리키는데, 파초에서 줄기로 보이는 부분은 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러 잎집이 겹쳐진 위경(실제는 줄기가 아닌데 줄기처럼 모습을 하고 있는 가짜 줄기)이다. 진짜 줄기는 땅 속에 있는 감자같이 생긴 부분이다. 지상부는 잎집과 잎자루와 잎몸, 거기에 꽃줄기뿐이다. 즉 파초는 키가 4m나 되는 풀이다.
지상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잎집에는 질긴 섬유질이 들어있다. 바나나나 파초로부터 파초천이 만들어진다. 선박용 로프의 원료가 되는 마닐라마도 바나나와 같은 종류이다.
* (잎의 모양16 침엽수) 바늘잎, 비늘잎
침엽수는 진화상으로는 선배격이지만 생명력을 보자면 후배들인 광엽수에 지지 않는다. 추운 지방이나 높은 산, 바위산, 바닷가 등 광엽수가 자라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침엽수는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바늘잎과 비늘잎, 그 속에 어떤 지혜가 숨겨져 있을까.
* 소나무; 야산에 자라며 잎은 잔가지에 촘촘히 나고, 잎 하나하나는 가는 침 모양이다. 그것이 2개씩 짝이 되어 매우 짧은 가지에 붙어 있다. (솔잎 끝에 붙은 작은 비늘모양이 매우 짧은 가지이다.) 잎이 떨어질 때도 짧은 가지째 떨어진다. 그래서 소나무의 낙엽은 V자 형이다. 짧은 가지를 기준으로 보통 가지는 긴가지라고 부른다. 짧은 가지와 긴 가지의 표면에 있는 비늘잎은 퇴화한 잎의 흔적이다. (솔방울은 꽃차례)
* 금송; 산에서 자라지만 정원에도 심는다. 잎은 이 나무의 진화를 보여주는데, 조상이 되는 종은 종나무처럼 두 바늘잎을 짧은 가지에 붙어 있던 것이 한 잎처럼 된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잎 중앙에 세로로 나 있는 홈이 보인다. 전체를 보면 긴 가지와 짧은 가지가 있고 한 잎뿐인 짧은 가지가 긴 가지 끝에 돌려난다. (윤생). 제3기까지는 세계 각지에 유사한 종이 있었으나 지금은 1속 1종뿐이다.
* 편백; 가지에는 비늘잎이 빼곡하게 타일처럼 붙어 있다. 이 타일 하나하나가 하나의 잎이다. 잎은 달걀모양의 마름모형으로 십자로 포개진다. 잎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에 흰색 숨구멍줄(기공띠)이 Y자 모양으로 보인다. 잎은 추위와 건조에 강하다.
* 삼나무; 가지는 가시가 돋힌 것처럼 보이며 그 가시 하나하나가 하나의 잎이다. 뾰족한 바늘잎이 가지에 나선형으로 어긋나게 붙는다. 오랜 잎은 가지째 떨어지기 때문에 삼나무 밑에는 삭정이 (말라죽은 가지)가 수북하다. 잎과 줄기에는 정유 성분이 들어 있어 병충해를 방지한다. 삼나무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는 이 정유에서 나는 냄새다.
* 메타세콰이아; 중국 남서부 원산으로 오랫동안 화석으로만 알려져 있던 것이 현존하는 식물로 발견되었다. 가늘고 연한 바늘잎, 하나하나가 하나의 잎이다. 그것이 곁가지에 마주나고 또 그 곁가지도 원가지에 마주난다. 곁가지 하나가 깃꼴겹잎처럼 보이며 가을에는 곁가지 째 잎이 진다.
* 화백; 편백과 닮았으나 잎 끝이 뾰족하고 잎 뒷면이 분을 칠한 것처럼 희다. 가지가 길게 늘어지며 비늘 꼴의 작은 잎들이 빽빽이 붙어있다.
* 향나무; 보통 때의 가지는 비늘잎이 빼곡이 십자로 마주난다. 그런데 가지치기를 한 뒤 자라는 가지는 삼나무 잎을 닮아 바늘잎 3개가 돌려나고 가시처럼 날카롭다.
* (잎의 모양17 양치식물1) 잎이 하는 일, 영양잎과 홀씨잎
돌돌 말린 잎, 나무의 성질을 가진 양치식물을 제외하면 양치식물의 땅 윗부분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던 하나의 잎이다. 양치식물 잎은 하는 일이 두 가지다. 햇빛을 받아 전분을 만드는 일, 그리고 포자를 만드는 일이 그것. 이 두 가지 일을 혼자서 하는 잎도 있고 나눠서 하는 잎도 있다.
* 바위고사리; 양지바른 바위나 돌 울타리에 자라는 늘 푸른 양치식물. 잎은 딱딱하며 잘게 갈라진 잎 끝에 포자들이 붙어 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꿩고비; 산의 습한 곳에 자라는 양치식물. 무릎 높이로 무리지어 자란다. 보통 잎(영양엽)과 포자를 붙이는 잎(홀씨잎)이 각각 있다. 영양잎은 밝은 회녹색이며 가을까지 싱싱하지만 말린 청어알처럼 생긴 홀씨잎은 초여름에 포자를 떨어뜨린 후 시든다. 봄의 어린잎은 고비와 비슷해서 떫은맛을 뺀 후 먹을 수 있다.
* 우드풀; 돌담 같은 곳에 자라는 여러해살이양치식물. 손바닥 크기의 잎이 밑을 보고 늘어진다. 잎의 뒷면에는 둥근 반점 수 십 개가 잎 가장자리에 늘어서 있다. 이것이 포자를 만드는 공장이다. 먼지 같은 아주 작은 포자들은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 청나래고사리; 산의 계곡에서 자라는 늘 푸른 양치식물. 잎은 공작새의 꼬리 깃처럼 부채꼴로 펴진다. 어린잎은 떫지 않아 그대로 먹을 수 있다. 홀씨잎은 영양잎과 따로 나오며 포자가 흩어진 뒤에도 드라이플라워처럼 서 있다.
* 고사리; 여름 내내 푸른 양치식물, 지하에 자라는 뿌리줄기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어린잎이 나오므로 혼자 난 것처럼 보인다. 어린잎은 꼭 갓난아기의 주먹처럼 생겼다. 따서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그대로 두면 높이 1m 가 넘게 자란다. 포자는 성장한 잎의 가장자리에 만들어진다.
* (잎의 모양18 양치식물2) 쇠뜨기와 뱀밥. 잎은 어디에..
뱀밥하고 쇠뜨기는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쇠뜨기의 잎은 어느 것일까. 아리송한 수수께끼의 정답은 뱀밥은 포자를 만들기 위한 쇠뜨기의 한 부분의 이름이다. 우선 태곳적 숲을 머리에 그려보자. 지구 위의 대선배격인 이끼식물의 잎에 대해서 알아보자.
* 뱀밥(토필); 뱀밥은 포자를 만들기 위한 쇠뜨기의 한 부분으로 쇠뜨기의 꽃 같은 것이다. 마디에 붙어 있는 것이 잎에 해당한다. 그러나 엽록체는 없고 땅속줄기를 통해서 쇠뜨기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다.
* 쇠뜨기; 초지에 나는 원시적인 양치식물, 쇠뜨기와 뱀밥은 같은 식물의 다른 부분 이름이다. 보통 녹색의 영양체를 쇠뜨기라고 부르며 봄에 나는 포자체를 뱀밥(또는 토필)이라고 부른다. 쇠뜨기의 몸체는 대부분이 줄기로 이루어진다. 줄기의 마디에서 돌려난 것은 잎이 아니라 가지다. 엽록체와 기공도 줄기나 가지에 잇다. 자세히 보면 가지의 마디에 작은 거스러미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잎이 퇴화해서 작아진 모습이다. 잎맥은 하나뿐이며 작다. 줄기의 마디에서는 잎이 옆의 잎과 붙어 칼집 모양을 이루고 있다.
* 속새; 쇠뜨기와 같은 종류로 키는 50cm 정도, 마디에 칼집처럼 둘러 친 것이 퇴화한 잎이며, 이 식물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줄기이다. 줄기는 마디 부분에서 쉽게 떨어지는데 쇠뜨기와 달리 포자주머니이삭이 줄기 맨 끝머리에 생긴다. 줄기에는 실리콘이 포함되어 있어 옛날에는 목재, 뿔, 뼈 등의 표면을 닦는데 쓰였다.
3장 놀라운 잎의 지혜
* 녹색의 홍수
갑자기 눈앞이 트인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거기는 푸른 잎의 홍수, 시원한 바람, 그리고 싱그러운 잎 냄새가 있다. 어디선가 유리새 지저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숲을 보니 짙고 옅은 녹색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 무늬가 농담을 가르고 원근을 만들어 낸다. 혼돈의 녹색 홍수로만 보이던 숲이 무수한 수목들이 수놓는 지그소 퍼즐로 바뀌어 있었다.
빛과 물 그리고 흙이 빚어내는 변화무쌍한 지형과 다양한 생활공간을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온갖 식물이 수관을 넓혀가는 이 숲 속에 과연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숨쉬고 있는 걸까.
벌레는 잎을 먹고 새들은 벌레를 먹고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마침내 살아 있는 것은 흙으로 돌아가서 작은 떡잎으로 모습을 바꾸며 생을 반복한다. 숲을 바라보는 나 역시 숲의 일부이다.
* 녹색의 광선;
숲 속에 들어서자 그 안은 공기마저 녹색에 물들어 있었다. 나무들의 향기, 흙냄새,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투명한 베일이 되어 나의 피부를 어루만진다.
햇빛은 식물들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던져준다. 일곱 가지 빛의 칵테일 속에서 식물들은 필요한 빛을 골라 소중하게 간직한다. 광합성에 쓰이는 빛은 붉은 빛, 잎은 녹색 빛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자기 몸을 지나가도록 놔둔다. 잎이 녹색인 것은 그것이 붉은색의 보색이기 때문이다. 녹색 광선은 전혀 쓰이지 않는다.
큰 나무 밑에서 사는 식물에게 흘러드는 광선은 말하자면 큰 나무들이 쓰고 남은 나머지 광선들이지만 그들에게는 둘도 없이 귀하다. ‘어떻게 하면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까?’ 수림 속에서 사는 식물들의 간절한 소망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잎의 지혜1 수명) 잎은 한동안 상록수는 영구히
식물이 사는 모습을 기업으로 비유한다면 잎은 생산 공장인 셈이다. 생산고에서 설비투자와 운영비를 뺀 차액이 공장의 수익이다. 그런데 생산고는 원료획득(빛의 환경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공장도 오래되면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언제 얼마만큼 잎을 교체해야 제일 좋은가? 잎의 수명에는 이러한 기업 전략이 숨겨져 있다.
* 느티나무; 마을 부근 산기슭과 골짜기에 자란다. 같은 느티나무끼리도 유전적 개성이 있어 나무에 따라 새눈이 나오는 시기가 1주일이나 차이가 있다. 어느 해에는 여름에 많은 잎이 떨어지고 다시 새눈이 나오는 것도 있다. 이것은 광화학 스모그에 의한 이상 낙엽이다. 탈 없이 가을에 단풍이 지는 일은 생각해보면 행운이다.
* 스프링에페머럴; 낙엽수림 밑의 땅 위에서 봄에 잠깐 피었다 지는 풀꽃의 총칭.
‘에페머러’는 라틴어로 ‘하루살이’의 의미이고, ‘에페머럴’은 ‘하루밖에 못 사는, 덧없는’의 뜻이다. 의역하면 ‘봄의 요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떻든 다른 식물보다 먼저 새 눈이 나오고 큰 나무의 잎들이 햇빛을 가리기 전 2~3개월 동안에 서둘러 꽃을 피우고 씨를 맺는다. 땅 위의 잎과 줄기는 시들고 땅속의 알뿌리나 땅속줄기로 생명을 이어가며 오랜 잠에 든다.
* 낙엽수의 잎; 낙엽수의 잎은 상록수 잎에 비해서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다. 엷고 오래 쓰지 못하며 봄에서 가을까지 쓴 뒤에 버려지는 짧은 생명이다. 그런데도 이른 봄에 나오는 잎과 얼마 뒤에 나오는 잎 등 만들어지는 시기에 전후가 있다. 떨어질 때도 단풍이 들기 전부터 미리 떨어지는 것도 있다. 잎이 얼마동안 가지에 붙어 있는가는 낙엽수의 종류에 따라 많이 다르다. 처음부터 봄 잎과 여름 잎이 정해져 있는 종류의 나무도 있다. 낙엽수 잎은 병이 걸리기 쉽고 벌레에게 약하며 대기오염에도 취약한 점이 많다.
* 얼레지; 낙엽수림에 무리지어 자란다. 잎은 연한 에메랄드그린색이며 보통 자색의 반점이 있다. 씨에서 새눈이 나오고 꽃이 피기까지는 약 8년이 걸린다. 최초의 해에는 실같이 가는 잎이 하나 자라고, 해가 갈수록 잎은 넓어지지만 그래도 계속 한 잎뿐이다. 8년째가 되어 꽃과 함께 잎 2장이 나오고 겨우 식물의 모습을 갖춘다. 그러나 사람에 의해서 잎이 따이기라도 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하에 있는 비늘줄기도 잎이 변형된 것이다.
* 꿩의바람꽃; 꽃송이 밑에 잎처럼 생긴 3개의 총포가 돌려붙는다. 꽃은 긴 꽃줄기 끝에 1송이씩 달린다. 아직 다른 나무들의 새눈이 트기 전에 일어나서 잎을 벋고 힘껏 발돋움한다. 다른 나무들이 싹트기 전에 산에 올라가 보면 계곡의 사면이나 지난해의 낙엽 사이로 꽃이 얼굴을 내민다.
* 변산바람꽃; 주로 석회암 지대에 자란다. 개화기는 보통 3~4월이지만 장소에 따라 2월에도 핀다. 이 작은 식물 속 어디에 추위를 이기는 강인한 힘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다른 나무들이 신록이 될 때 이 바람꽃은 그 해의 삶을 총결산하고 씨를 거둔다.
* 금목서; 뜰이나 공원에 흔히 심는 나무이다. 대부분 수나무이며 꺾꽂이 등으로 불린 클론이므로 유전적 차이도 거의 없다. 간혹 잎의 수명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토지의 차이 등 환경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잎이 가지에 붙어 있는 곳에 곁눈이 붙어 있다. 금목서의 곁눈은 뾰족하게 생겼는데 하나가 아니고 여분의 것까지 3개나 붙어 있다.
* 상록수의 잎; 언제나 녹색 잎을 자랑하는 상록수. 잎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가동된다. 하지만 잎에도 수명이 있기 마련인데, 가지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매해 새잎이 나오는 금목서는 가지가 자란 모습에서 그 전해의 잎, 전 전해의 잎 등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살필 수 있다. 3년 전의 잎은 거의 전부, 4년 전의 잎은 약간, 가지에 남아 있는 것을 봄에 확인할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금목서의 잎의 수명은 3~4년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 (잎의 지혜2 빨간 눈) 봄에 웬 단풍잎? 아녜요, 이건 새 잎.
놀랍게도 벚꽃과 단풍잎이 같은 가지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다시 한 번 보면 이것은 빨간 색소인 안토시안을 머금고 빨갛게 물든 어린잎이다. 말하자면 잎의 선글라스로서 어리고 무방비한 세포를 해로운 자외선과 추위에서 지켜 주고 있는 셈이다. 잎이 성숙해져 녹색이 짙어지면서 붉은색은 사라지고 녹색으로 변한다.
* 단풍나무; 단풍나무 원예품종의 하나로 붉게 물든 새눈이 나온다. 잎이 완전히 벌어지면 녹색으로 변한다.
* 홍가시나무; 생울타리 용. 잎이 새로 나올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 빛이 띠어서 홍가시나무라고 부른다. 잎은 완전히 펴지면 녹색으로 바뀌는데 가지를 자르면 다시 붉은 새눈이 나온다.
* 벚나무; 야산에서 자라며 꽃이 피면서 동시에 적갈색의 어린잎이 나온다. 왕벚나무가 재배되기 전에는 벚나무의 대표 종이었다. 청초한 운치가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 대극류; 중국 원산, 어린잎이 귀여운 홍색이며 가지 끝에 꽃잎처럼 모여난다. 잎은 자라면서 붉은빛이 사라지고 사람 얼굴 크기로 자란다. 잎의 뒷면과 잎맥의 밑 부분에 여러 개의 꿀샘이 잇고 개미들이 이것을 먹으러 모여든다.
* 예덕나무(대극과); 밝은 곳에서 자란다. 이른 봄에 나오는 새눈은 타는 듯이 붉다. 어린 나무에서는 여름까지 차례차례 붉은 어린잎이 나온다. 잎의 앞면 밑 부분에 꿀샘이 있다. 암수 딴 그루이며 암그루에 익는 열매는 까마귀가 좋아하는 먹이이다.
* 후피향나무; 해변의 산기슭에 자라며 원예수로도 심는다. 어린잎은 붉은 빛이 돌고 가지 끝에 모여 자란다. 잎이 다시 녹색으로 바뀔 무렵, 지난해의 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 (잎의 지혜3 크기1) 풀잎-큰 것, 작은 것
풀잎 중에 제일 큰 것과 작은 것은 어떤 것일까. 밭이나 들판, 숲 속에 자라는 잡초들은 잎을 만드는 데에도 조금밖에 투자를 안 한다. 한편 사업의 전망을 보고 ‘이거다’ 할 때는 생산 효율이 높은 커다란 잎을 만드는 데 큰 투자를 한다.
* 벼룩이자리; 길가나 밭에서 자란다. 길이 5mm 정도의 작은 잎이 붙어있다. 겨울을 나는 포기는 마디 속이 차 있다. 흰 꽃이 지름이 5mm 정도로 작다. 4월 꽃이 필 시기의 모습과 이른 봄의 벼룩이자리의 모습은 잎이 많이 다르다.
* 우엉; 잡초이던 것이 야채로 승격한 귀화식물인데 뿌리와 잎을 모두 먹는다. 식용으로 하는 나라 이외의 곳에서는 초지의 잡초로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원래 로제트 식물이며 발아 후 2년째 여름에 높이 2m 의 꽃대를 세운다. 잎의 길이가 50cm 나 되고 뒷면에 흰 솜털이 빽빽하다.
* 벼룩나물; 밭과 들에서 자란다. 잎은 길이 1.5cm 정도, 겨울을 나고 봄에 피는 꽃은 지름 1cm 크기로 희고 예쁘다. 한편 봄에 눈이 나온 후 여름에 피는 꽃은 꽃잎이 발달하지 못하고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도깨비부채; 깊은 산 응달에 산다. 작은 잎이 5장이 손꼴겹잎. 잎이 커서 먼 곳에서도 눈에 잘 띈다.
* 머위; 야산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한다. 땅속줄기가 사방으로 벋어서 번식하는데 먹는 부분은 줄기가 아닌 잎자루와 어린 싹이다.
* 엽란; 중국 원산, 옆으로 벋어나는 땅속줄기에서 든든한 잎자루가 수직으로 자란다. 잎은 길이 50~60cm 너비 15cm, 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1녀 내내 이용할 수 있다.
* (잎의 지혜4 크기2) 나뭇잎 큰 것, 작은 것
나뭇잎도 그 크기가 모두 다르다. 광엽수 중에서 가장 작은 잎은 추위나 건조에 강한 진달래과 등의 고산식물이다. 야산에 자라는 나무 중 회양목과 꽝꽝나무 잎이 가장 작다. 가장 큰 잎은 아마도 일본목련의 잎이다. 잎이 크려면 기후가 따뜻하고 물이 풍부해서 마음대로 잎을 벌릴 수 있는 조건이라야 한다.
* 종려나무; 중국 원산, 야자나무과의 정원수로 추위에도 강하다. 잎은 줄기 윗부분에 돌려 난다. 지름 90cm 정도. 잎이 떨어진 뒤에도 잎자루 밑부분의 잎집은 줄기에 남아서 두툼한 섬유층이 되어 줄기를 보온한다. 이 거무죽죽한 섬유는 아주 든든하고 물에도 강해서 종려 노끈이나 수세미로 쓰인다. 종려나무의 잎 끝은 밑으로 늘어진다. 늘어지지 않는 비슷한 잎 모양의 나무가 있는데 당종려나무다.
* 양버즘나무; 북아메리카 원산. 이 종류는 모두 플라타너스로 통칭되며 가로수나 원예수로 심는다. 우윳빛의 매끈한 나무껍질과 탁구공 같은 열매도 특징적이다. 잎은 옅게 3~5갈래로 갈라지며 지름 20cm 정도, 가을에는 잎이 노랗게 물든 뒤 떨어져서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 종류는 겨울눈이 재미있게 생겼다. 눈은 잎자루의 내부에 싸여서 자라는데 이것을 ‘잎자루 속 눈’이라고 부른다. 잎이 시들어서 떨어질 때 약간 틈이 생기며 모습을 나타낸다.
* 일본목련; 야산에 자라는 나무로 줄기, 가지, 잎 모두 크다. 잎은 길이 40cm, 지름 25cm 로 봄에 벌어진 잎은 가지 끝에 모여 달리고 큰 풍차처럼 보인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계속 자라는 새 가지의 잎은 어김없이 어긋난다. 어린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턱잎은 곧 떨어진다.
일본 목련의 겨울눈은 가죽질의 2개의 눈비늘 조각으로 싸여 있다. 이 눈비늘 조각은 봄에 볏겨지고, 턱잎을 붙인 어린잎이 차례로 벌어진다. 벌어지기 전의 겨울눈을 분해해 보면 차곡차곡 접힌 어린잎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 (잎의 지혜5 잎터) 밤에는 쌕쌕, 콩과의 잎
식물을 감상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밤에 정원에 나가보자. 밤에 피는 꽃, 향내 나는 꽃, 그리고 잎이 잠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전등으로 칡이나 자귀나무, 토끼풀 등의 잎을 비춰보면 잎을 축 늘어뜨리거나 오므리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콩과의 식물 중에는 밤에 자는 식물이 많다. 잎자루 밑 부분에 작은 잎이 붙어 있는 자리에 뼈의 관절처럼 여닫는 장치가 되어있어 밤에는 휴식을 취한다. 이 관절을 ‘잎 터’라고 부른다.
* 자운영; 중국 원산이며 밭의 비료식물로 재배된다. 뿌리에 공생하고 있는 근립 박테리아는 공기 속의 질소 가스를 받아들여 암모니아로 바꾸고 자운영은 그 일부를 얻어서 자란다. 그래서 수확이 끝난 뒤의 밭에 종자를 뿌려 밭갈이하기 전에 밭을 일궈두면 근립 박테리아가 일한 만큼 기름지게 된다. 잎은 깃꼴겹잎으로 밤에도 쉬지 않지만 꽃은 늘어져서 잔다.
* 매듭풀; 초지에서 자란다. 잎은 3개의 작은 잎으로 된 겹잎이다. 작은 잎 끝을 잡아당기면 칼로 자른 듯이 잎이 나뉜다. 측맥에 따라 잎이 찢기고. 밤이 되면 잎은 위를 향해 양쪽 날개를 닫고 잠을 잔다.
* 칡; 야산에서 자란다. 잎은 3개의 작은 잎으로 된 겹잎이다. 작은 잎이라고는 하지만 어린이들의 얼굴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자세히 보면 잎의 각도는 하루 동안에도 변화가 있다. 아침에는 옆으로 펴지고, 해가 뜨거울 때는 위를 보고 서고, 밤에는 밑으로 늘어진다. 작은 잎 밑 부분에 도톰하게 부푼 곳이 잎의 각도를 마음대로 바꾼다. 밤에는 잎을 늘어뜨려 열의 방출을 막아 온도를 유지하며 낮에는 잎을 세워 강한 광선을 조절한다.
*박태기나무; 중국원산. 대부분의 콩과 식물이 겹잎인데 이것은 홑잎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홑잎이 아니라 잎자루의 양쪽 끝이 두툼한 것으로 보아 겹잎이던 것이 작은 잎 1개로 된 홑몸겹잎이라고 해석한다.
*나비나물; 밝은 야산에서 자란다. 겉모습은 콩과 식물 같지 않다. 잎은 1쌍의 짝수깃꼴겹잎인데 이 잎은 잠을 자지 않는다.
* 아까시나무;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가로수나 벌꿀을 따기 위한 꽃으로 유명하다. 깃꼴겹잎이며, 가운데 잎이 노랗게 물들면 작은잎과 줄기가 따로따로 떨어진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밤이 되면 아래를 향해 오므리고 잠을 잔다.
* 자귀나무; 야산에서 자라며 물가에 많다. 여름에 가지 위쪽에 피는 분홍색 꽃이삭은 멀리서도 눈에 띄인다. 이 많은 작은잎이 하나의 잎으로 2회 짝수깃꼴겹잎이다.
잎은 밤에 작은 잎을 오므리고 아래로 늘어뜨려 잠을 잔다. 이 잠든 모습은 같은 콩과의 함수초와 비슷한데, 지귀나무는 잎에 무엇이 닿아도 오므리지 않는다.
* (잎의 지혜6 솜털) 푹신한 솜털에 싸여(78page)
인간이 옷을 입고 추위와 자외선을 막는 것처럼 식물도 스웨터나 코트를 입고 자연의 시련을 견디고 있다. 푹신한 솜털 스웨터는 자외선과 추위를 막아 줄 뿐 아니라 건조와 바닷바람으로부터도 몸을 지켜준다.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솜털,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하다.
* 백묘국; 지중해안 연안 원산, 잎은 흰털로 덮여 있고 영어 이름은 더스티 밀러(먼지투성이 가루 가게). 은백색 털잎을 관상하려고 원예품종으로 재배된다. 추위에 강하고 겨울 정원에서도 키울 수 있다.
* 램스이어; 소아시아 원산. 잎은 희고 아주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새끼양의 귀처럼 부드럽다고 해서 ‘램스이어’란 이름이 붙었다. 관엽식물 또는 허브로 재배된다.
*(잎의 지혜7 광택) 방수 왁스로 코팅
두꺼운 가죽 코트를 입는 식물도 있다. 덥고 추운 곳에서 자라는 숲의 상록수는 잎에 방수왁수를 치기도 한다. 이것이 ‘큐티클라’이다. 이른바 각피인데 잎 표면의 수분의 증발이나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다. 잎이 반들거리기 때문에 이런 나무를 ‘조엽수’라고 부른다.
* 소귀나무; 따뜻한 해변에서 자란다. 잎은 가죽같이 부드럽다. 잎이 무성하게 나므로 갈수나 정원수로 심는다. 암 수 딴그루이며 암그루에는 단 열매가 열린다. 뿌리에 공생하는 방선균이 질소가스를 붙잡아 암모니아를 공급하므로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 돈나무; 남쪽 해안가 산기슭에서 자란다. 잎은 가지 끝에 모여 나며 두텁고 광택이 난다. 잎의 왁스질 덕분에 바닷바람뿐만 아니라 배기가스와 매연에도 강하다.
* 차나무; 중국, 인도 원산. 잎에는 카페인과 카테킨이 포함되어 있고, 녹차와 홍차를 만든다. 카페인은 잎을 먹는 벌레에 대한 방위제이며 카테킨도 항산화작용과 동시에 방위의 뜻이 있다. 동백나무와 같은 종류이므로 교배가 가능하며 새 원예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졸가시나무; 일본 원산, 해변 바위터에서 자라며 생울타리로 쓰인다. 잎은 두텁고 딱딱하며 광택이 나고 건조에 강하다. 성장은 늦고 가지 속이 단단하고 무겁다. 숯의 원료로 쓰인다.
* 후박나무; 따뜻한 해안 숲에서 자란다. 잎은 두껍고 광택이 나며 잎 뒷면은 희다. 봄에 순의 겉쪽을 싸고 있던 비늘잎이 벌어지고 속에서 어린잎이 나온다.
* 동백나무; 잎은 단단하고 광택이 난다. 잎 표면이 두텁게 큐티클라로 덮여 있어 추위와 건조로부터 보호된다. 봄에 피는 붉은 꽃에 동박새나 직박구리가 찾아와 꿀을 먹고 꽃가루를 먼 곳으로 옮겨준다.
* (잎의 지혜 8 방위) 곤충이나 짐승에게 먹힌다.
식물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식물의 숙명은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게 먹히는 것이다. 움직일 수 없고 도망갈 수 없고 다만 빛을 향해 잎을 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식물은 벌레나 다른 짐승의 좋은 먹이가 된다. 그래서 식물의 잎은 여기저기 뜯기고 먹힌 자리가 흉하게 남는다.
* 분단나무; 벌레들은 (가막살나무)의 잎을 좋아한다. 곤충의 애벌레가 자주 갉아 먹는다.
* 도롱이벌레; 도롱이벌레는 작은 가지를 모아 방추형의 도롱이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서 산다. 여러 식물을 먹는데 암컷 성충은 날개가 없고 한평생 도롱이 속에서 지낸다.
* 금작화; 유럽원산. 어린 가지가 짙은 녹색이어서 상록수처럼 보이지만 낙엽 식물이다. 세갈래잎이며 가지 끝에 작은 잎이 하나 있다. 잎에는 알루카이드가 있어 쓴맛이 나며 독이 있는데 약용으로 쓰인다. 유럽에서는 옛날에 이 가지로 비를 만들고, 어린 싹은 맥주의 씁쓸한 맛을 내는 데에 쓰였다.
* 머위; 약간 씁쓸한 맛이 나는 머위. 잎과 꽃에는 사포닌 등과 아주 소량이지만 발암물질이 들어있지만 자벌레는 개의치 않고 잎을 먹어 치운다.
* 칡; 무섭게 벋어 나는 칡도 조그마한 적에게는 속수무책. 잎 가장자리를 갉아먹으며 자라고 마침내 목이 길게 생겨 성충이 된다. 건드리면 발을 오므리고 죽은 체한다.
* 서양민들레; 벌레가 싫어하는 식물도 있다. 예를 들면 민들레인데, 벌레들은 민들레를 거의 먹지 않는다. 그 비밀은 잎과 줄기를 상처내면 흐르는 흰 즙 때문이다. 이것은 쓴맛이 나고 고무 성분이 들어 있어서 벌레가 한 번 먹고 나면 입안이 끈적거려서 더 이상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보호하는 의미가 있는데 옛날 소련에서는 이 민들레에서 고무를 채취했다고 한다. 잎이 갈라진 모양은 민들레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다.
* 물참나무; 물참나무 밑에 작은 시거 같은 것이 생겼다. 밤바구미가 잎을 교묘하게 자르고 그것을 말아서 요람을 만든다. 그 속에 알을 낳는데 유충은 그 안에서 잎을 갉아먹으며 자라고 마침내 목이 길게 생겨 성충이 된다.
* 밤바구미; 밤바구미과에 속하는 벌레들은 각기 요람을 만드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잎을 만 다음 잘라내는 종류도 있어 땅 위에 잎 조각이 많이 흩어져 있기도 하다.
* (잎의 지혜9 정유저장고) 향기로운 잎, 운향과 식물
귤나무 등이 속해 있는 운향과 식물은 고실만이 아니고 잎과 줄기에서도 강한 향기가 나는 정유가 포함되어 있다. 잎의 모양과 향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느 것이나 햇빛에 비춰보면 밝은 점들이 보이는데 이것이 정유가 고여 있는 정유저장고이다. 정유도 벌레들로부터 잎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이다. 잎을 물에 담그고 비비면 기름막이 생긴다.
* 여름귤나무; 재배품종으로 잎은 상록이고 잎자루에 쐐기꼴의 좁은 날개잎이 있다. 잎을 비비면 리모넨이라고 하는 정유 성분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
* 유자나무; 중국원산, 보통 가지에 가시가 있는데 이것은 잎이 변형된 것이다. 잎자루가 넓어진 부분은 날개 또는 날개잎이라고 부르며 원래는 겹잎이었던 흔적이다. 모양은 홑잎이지만 겹잎의 성질을 지닌 홑몸겹잎이다.
* 금감; 중국 원산, 작은 과실은 달고 시며, 껍질도 달기 때문에 그대로 먹거나 설탕에 졸인다. 잎은 작고 잎자루에 매우 좁은 날개잎이 있다.
* 탱자나무; 중국원산, 병에 강해서 재배감귤을 접목하는 밑나무로 쓰인다.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고 벌거숭이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와 금색의 동그란 과실이 남는다. 세갈래겹잎이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 이 세갈래겹잎이 감귤류에서 볼 수 있는 홑몸겹잎의 원형이라고 보고 있다. 가시는 곁가지의 첫 번째 잎이 변형된 것.
* 산초나무; 야산에서 자란다. 잎이 초피나무와 닮았다. 초피나무는 조미료나 식용으로 쓰지만 산초나무는 고약한 냄새가 나서 기름이나 약용으로 쓴다. 냄새에 차이가 있으나 아주 가까운 종류이며 호랑나비는 이 두 나뭇잎에 모두 알을 낳는다. 가시는 표피가 변형된 것이다.
* 초피나무; 짙은 향기와 매운맛이 있어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조미료의 원료로 쓰인다. 가시는 표피가 변형된 것으로 쌍으로 붙어 있다.
* 개산초; 겨울에도 푸르다. 보통 먹지는 않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잎이 크고 잎자루 가운데 날개가 있다. 작은잎은 3~7개이며 가지가 까끌까끌하다.
* (잎의 지혜10 꿀샘) 단 꿀 줄게, 나 지켜 주렴
꿀은 꽃에만 있을까? 아니다. 꽃이 아닌 곳에서도 단 꿀은 나오고 있다. 잎, 잎자루, 줄기, 꽃자루...꽃 이외의 장소에 있는 꿀샘을 ‘화외밀선’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잎에 꿀샘이 달려 있는 식물은 예상 밖으로 많다. 왜 그럴까? 바로 식물이 자기 경호원을 부르기 위해서다.
* 장미류; 왕벚나무의 꿀샘은 6월 말까지 꿀이 나온다. 왕벚나무의 교배종의 하나인 Prunus lannesiana var. speciasa는 꽃이 희고 크다. 잎을 소금에 절였다가 말리면 들큰한 향내가 나는데 이것은 항균, 살충, 방충의 작용이 있다. 자기 방위 장치는 이것만이 아니고 잎자루 윗부분이나 잎 몸의 밑 부분에 꿀샘을 달고 있어 개미를 유인해서 잎을 갉아먹는 벌레를 쫓게 만든다. 그래도 애벌레에게 간혹 먹히는 일이 있기는 하다.
* 왕버들; 갯가에서 자란다. 어린잎과 잎자루가 모두 붉으스레하다. 수많은 버드나무류 중에서도 왕버들의 꿀샘과 동그랗고 큰 턱잎은 특징적이다. 잎자루 앞 쪽에 1쌍, 그리고 잎 가장자리, 턱잎 가장자리 등에도 작은 꿀샘이 있다.
* 백당나무; 산에서 자란다. 과는 다르지만 꽃은 수국 비슷하며 꽃차례 둘레에 흰 장식꽃이 있어 예쁘다. 잎자루 윗부분에 있는 1쌍의 꿀샘을 찾았는데 벌써 개미가 와 있었다. 가을에 빨갛게 익는 씨도 예쁘지만 새들은 왠지 좋아하지 않아서 겨우 내내 가지에 그대로 붙어 있다.
* 예덕나무; 야산에서 자라며 어린잎은 붉다. 잎의 앞면 잎자루 달린 부분에 오렌지색의 꿀샘이 1쌍 있다. 어린잎 때부터 단풍이 들 때까지 계속 꿀이 나와서 개미들이 그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잎과 줄기위에도 많은 개미들이 어슬렁거린다.
* 좋은 진드기를 살게 해 줘서 나쁜 진드기를 쫓아낸다; 진드기를 보디가드로 고용하는 식물도 있다. 잎의 즙을 빨아먹는 초식 진드기의 천적은 육식 진드기다. 페루 원산인 ‘리마콩’이라는 식물은 초식 진드기에 잎이 먹히면 SOS 를 뜻하는 냄새를 내서 육식 진드기를 부른다. 가까이에 있는 리마콩도 SOS를 알아차리면 함께 SOS 냄새를 내서 공동 전선을 편다. 그런데 녹나무는 진드기 방을 미리 준비하고 초식 진드기를 세 들게 하고 있으니 정말 교묘한 방법을 쓰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가지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 녹나무; 따뜻한 고장에서 큰 나무로 자란다. 잎의 뒷면 잎맥이 3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작은 빈집 (진드기방)이 있고 그 안에 초식 진드기(진드기 A로 가정)의 일종이 살고 있다. 진드기 A는 안에서 잎의 즙을 빨아도 해는 적다. 이 진드기 A가 어느 수 이상으로 불어나면 밖으로 밀려나와 그것을 잡아먹으러 육식 진드기가 모여든다. 그 때 잎을 말아 해를 크게 끼치는 또 다른 초식 진드기B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기묘한 삼각관계가 이뤄지는데 이 문제는 이 방면의 연구가들의 숙제가 되고 있다. 잎은 장뇌의 성분이 있어 찢어보면 좋은 냄새가 난다.
*(잎의 지혜11 식충식물) 벌레를 잡아먹는 잎
벌레가 식물을 먹는 것은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지만 거꾸로 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하면 ‘정말?’하고 놀란다. 벌레를 먹는 식물을 ‘식충식물’이라고 한다. 벌레를 잡는 방법도 함정, 끈끈이 등으로 다양하다. 잎을 통해 광합성은 하지만 본래 뿌리를 통해 얻는 질소 영양이 적어 대신 ‘식충’에 의지하는 것이다. 습지처럼 흙속의 영양이 적은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 중에는 이런 식충 식물이 많다.
* 사라세니아; 북아메리카 동부의 습지에서 자란다. 잎 이외에 물병처럼 생긴 포충엽이 있다. 포충엽 입구에 단 꿀이 있고 안쪽 벽에는 밀생한 털이 안쪽을 향해 나 있다. 꿀을 먹으러 들어온 벌레는 이 털 때문에 안쪽으로만 들어갈 수 있고 밖으로 나오기 힘들다. 잎은 잡은 벌레를 소화시키는 효소를 분비하지 않지만 다른 미생물의 도움으로 벌레를 분해하고 흡수한다. 이들 야생종 무리가운데는 가축이 먹지 않아 목장에서 크게 번식하는 종류가 있는데 이 식물에는 암 억제와 살충 성분이 발견됐다고 한다.
* 아리시아끈끈이주걱; 끈끈이주걱과의 식물은 단 점액이 붙어 있어 반짝거리는 샘털로 벌레를 붙게 만든다. 샘털은 가장자리 쪽의 것일수록 길고 안쪽 것은 짧다. 작은 벌레가 붙으면 그 자극으로 주위의 몇 샘털이 안으로 오므라들고 작은 벌레를 안쪽으로 밀어 붙인다. 그리고 소화 효소로 벌레의 단백질을 녹여서 흡수한다.
* 네펜데스라플레지아나; 열대 아시아 원산. 약 70 종류가 있다. 잎이 변형된 것으로 식물계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이다. 잎이 자란 끝 쪽에 벌레 잡는 주머니가 있는데 이 속에 강한 산성 소화액이 고여 있어 벌레가 빠지기를 기다린다. 주머니 안쪽 벽은 미끈거리고 빗물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뚜껑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그 뚜껑 안쪽에서 꿀이 나온다. 벌레가 빠지면 곧 죽같이 녹아 질소 영양으로 식물에게 흡수된다.
* 아프리카긴잎끈끈이주걱; 남아프리카 원산, 샘털이 나 있는 잎몸 부분이 아주 길게 자란다. 먹이를 잡을 때의 잎의 운동은 날쌔고 20분 안에 일을 마치는데 소화흡수를 마친 뒤에는 하루 정도 걸려서 원 상태로 돌아간다. 샘털은 한쪽이 늘어나면 굽혀지므로 굴곡의 회수에 제한이 있고 3~4회 움직여서 다 늘어나면 계속 움직이지 못한다.
* (잎의 지혜 12 무성아) 새끼 치는 잎
삼국지의 손오공은 털을 뽑은 뒤 입김을 불어 분신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식물 가운데는 손오공의 요술에 지지 않는 것이 있다. 자기 잎으로 아기 잎을 만드는 식물 즉, 클론술을 부리는 식물이다.
* 꿩의비름; 마다가스카르 원산. 다육식물이며 건조에 강하다. 잎이 줄기에 붙어 있을 때부터 톱니의 움푹 들어간 부분에 많은 무성아가 생겨 죽 늘어선다. 바람에 흔들리거나 만지면 땅에 떨어져서 곧 자라기 시작한다. 이 잎은 어미 식물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기 클론이다.
* 세둠; 돌나물과의 식물, 찢겨 떨어진 잎에서 눈이 나와 자란다.
* 처녀치마; 산에서 자라며 꽃은 이른 봄에 눈이 녹기 전에 핀다. 치마처럼 벌어진 로제트꼴 잎 끝에 작은 눈이 생기고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린다. 꽃은 다른 꽃으로부터 꽃가루를 받아 자신과 다른 성질의 씨를 만들어 먼 곳에 뿌려지게 한다. 한편 주변에는 분신인 아기 클론들이 자란다.
* 새깃아재비류; 양지바른 곳에 많다. 잎은 모여 나고 늘어진 잎사귀가 어른 키 정도로 큰데, 작은 잎 가장자리에 빼곡이 무성아가 붙어 있다. 포자는 이것들과 별도로 잎 뒷면에 달린다. 하나하나의 눈은 볼수록 귀엽다.
(잎의 지혜 13 포엽) 벌레를 유혹하는 잎의 치장
꽃은 왜 아름다운가? 그것은 벌레를 오게 만들기 위해서다. 꽃잎도 유혹의 날개다. 그러나 아주 옛적, 속씨식물이 탄생한 직후에는 꽃에 꽃잎과 꽃받침이 없었다. 벌레를 오게 하려면 잎이 색깔과 모양을 바꿔 그 일을 했으며, 이것이 꽃잎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진화를 설명해주는 잎의 대집합이다.
* 민대극; 습원 지대에서 자란다. 포인세티아와 같은 과이며 꽃 둘레의 잎은 밝은 황색으로 물든다. 사진은 위에서 본 것. 이 종류는 포엽이 꽃잎 대신 물들어 ‘접시꼴꽃’이라 부르는 작은 꽃과 꿀샘이 모인 것을 감싸고 꽃의 기능을 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독이 있는 흰 즙이 나오는데 옻나무처럼 옻이 오른다.
* 삼백초; 여름에 꽃이 필 무렵, 꽃차례 가까이에 있는 잎의 절반이 마치 화장이라도 한 듯 하얗게 된다. 삼백초과의 식물은 원시적인 속씨식물이며 꽃잎이나 꽃받침이 없었다. 이 무렵 벌레를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한시적으로 많은 것이 꽃 가까이 있던 잎이었다. 꽃의 역할이 끝나면 잎은 다시 녹색으로 돌아간다.
* 개감수; 밝은 야산에서 자란다. 포엽은 삼각형이며 녹색이고, 빨갛게 보이는 것은 벌레를 유혹하는 샘이다. 봄에 꽃이 피며 흰 즙은 독이 있다. 알카로이드, 사포닌, 고무성분 등이 들어있다.
* 개다래나무; 계곡 등에 자란다. 초여름 꽃이 필 무렵 가지 끝의 잎이 하얗게 변하고 멀리서도 눈에 뜨인다. 이것은 다른 잎에 가려 있어도 잘 보인다. 고양이과의 동물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고양이과의 동물을 도취시키는 성분의 화학물질이 이 식물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 서양산딸나무; 북아메리카원산. 정원수나 가로수로 인기가 있다. 봄이면 둥글게 소용돌이치듯 예쁜 꽃이 모여 피는데 꽃잎으로 보이는 것은 총포 조각이다. 진짜 꽃과 꽃잎은 중앙에 보여 있다. 꽃봉오리 때 4개의 총포조각은 보자기를 묶은 것처럼 되어 있다가 벌어지면 묶였던 흔적이 남는다. 잎을 찢으면 관다발의 섬유가 늘어나 실처럼 된다.
* 산딸나무; 야산에서 자란다. 6월에 흰 꽃이 핀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4개의 총포조각이다. 가을에 지름 3cm 정도의 동그란 열매가 빨갛게 익고 맛은 들큰하다.
* (잎의 지혜 14 포엽과 잎집) 포대에 싸서 소중하게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험한 자연과 짐승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소중한 씨를 다른 동물에게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겨울에는 따뜻한 담요와 견고한 갑옷을 마련해야 한다. 식물들은 이런 일을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잎을 이용한다. 이 외에도 잎은 길을 떠날 때의 도구로도 쓰인다. 보리자나무는 선녀의 깃옷을 걸치고 자기 몸을 바람에 맡긴 채 길을 떠난다.
* 딱총나무; 야산에서 자란다. 깃꼴겹잎의 잎은 큰 것은 길이가 30cm 나 된다. 꽃눈을 분해해 보면 바깥쪽 눈비늘 조각에서 보통의 잎까지 조금씩 변형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어린 잎 밑 부분과 잎자루에는 돌기가 있는데 이것은 꿀샘이고 이곳을 찾아 개미들이 모여든다.
-. 바깥쪽의 비늘조각은 딱딱하고 두껍다. 추위를 막아주는 담요 구실을 한다. 잎이 마주나므로 비늘조각도 2개씩 마주난다.
- 약간 안쪽의 비늘조각은 빳빳하고 두텁지만 끝이 약간 잘려 있다.
- 비늘조각이 잎으로 옮아가는 단계에서 끝머리는 깃꼴겹잎이고 밑동은 비늘조각, 늘어놓고 보면 눈비늘 조각은 원래 잎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보리자나무; 중국 원산, 공원이나 절 경내에 심는다. 꽃차례의 가지에 하늘거리는 엷은 총포조각이 달린다. 한 송이의 꽃 가운데 열매를 맺는 것은 2~3개, 가을에 총포조각은 갈색 날개가 되어 씨와 함께 가지째 떨어진다. 열매를 ‘보리’라고 하며 염주를 만드는데 쓴다.
* 염주; 들과 물가에서 자라며 열매로 목걸이를 만들고 논다. 이 반짝거리는 구슬은 사실 씨도 아니고 열매도 아니다. 물방울모양을 한 부분은 잎집이 두껍고 단단하게 된 포초. 쪼개 보면 안에 지름 5mm 크기의 반구형 곡식 알갱이가 들어 있다.
포초의 잎 끝에서 수꽃차례나 암술이 나온다. 타원형 꼴의 털실 같은 것이 나오는데 꽃이 모인 수꽃이삭이고 그 우측의 기다란 실모양의 것이 암술이 된다.
* (잎의 지혜 15 턱잎) 잎사귀 시중드는 일꾼
잎에는 시중을 드는 꼬마 일꾼들이 있다. 잎자루 밑 부분에 붙어서 어린잎이 잘 자라도록 돌본다. 또 잎이 하는 일을 분담하거나 곁눈을 보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덩굴손이나 가시로 변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꼬마 일꾼이지만 아주 야무진 역할을 해 내는 것이다.
* 튤립나무; 북아메리카 원산. 공원수나 가로수로 심는다. 꽃 모양이 튤립 같아서 한 번 보면 잊혀 지지 않는다. 어린잎은 턱잎의 보호를 받으며 돋아나오는데 잎이 나오면 턱잎은 떨어진다. 이처럼 일찍 떨어지는 턱잎이 예는 많은데 느티나무도 그 중 하나이다.
* 청미래덩굴; 덩굴손과 가시로 다른 식물을 붙잡고 있으며, 무성하게 나므로 떼어내기가 힘들다. 턱잎의 밑 부분은 잎자루에 달라붙어서 막처럼 퍼지고 끝 부분은 1쌍의 덩굴손이 되어 벋는다.
(덩굴손은 턱잎이 변한 것)
* 낚시제비꽃; 야산에서 자라며 제비꽃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다.
제비꽃의 잎은 안으로 말린 채 자라고 잎자루 밑 부분에는 턱잎이 있다. 이 턱잎은 깊숙이 찢겨 있다. 한편 팬지도 제비꽃류인데 턱잎이 아주 크다.
* 해당화; 해안가에서 자란다. 짙은 붉은색 꽃이 예쁜데 가지에는 가시가 많아 찔리면 몹시 아프다. 잎자루 밑 부분에 턱잎이 있는데 교배종에도 있다. 가시는 표피가 변한 것이다.
* 완두; 완두의 턱잎은 원 잎보다 크다. 1~3쌍의 작은 잎을 가진 짝수깃꼴겹잎인데 끝 부분은 덩굴손으로 변해 있다. 그 밑 부분에 큰 턱잎 한 쌍이 붙어 있어 잎이 하는 일을 분담한다.
* 턱잎과 잎의 구별이 어렵다.
턱잎이 보통 잎과 같은 크기, 같은 모양으로 변한 것도 있다. 꼭두서니과 식물의 잎은 둥글게 돌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잎은 2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턱잎이 변한 것이다. 이런 것을 ‘위윤생’이라고 한다. 가짜 잎은 어느 것일까.
* 산갈퀴덩굴; 숲에서 자란다. 잎이 1쌍. 턱잎이 1쌍. 그래서 모두 4개가 한 자리에 붙어 있는데, 액가(겨드랑눈)가 붙은 잎이 진짜 잎이다. 그리고 그 밑의 마디에서는 그것과 직각을 이루는 위치에 난 것이 진짜 잎이다. 대게 진짜 잎이 턱잎보다 약간 크다.
* 갈퀴덩굴; 마주나는 1쌍의 잎과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2~3쌍의 턱잎이 있고 한 곳에 6~8개가 돌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차례나 가지가 나와 있으면 그 잎이 진짜 잎. 줄기나 잎에 작고 밑을 보며 거꾸로 달린 가지가 있는데 이것으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자란다.
* 선갈퀴; 초여름에 피는 순백의 작은 꽃을 비롯해서 식물 전체가 부드럽고 깨끗한 인상을 준다. 1쌍의 잎과 턱잎이 모두 합해서 6~10개가 돌려나며 붙어 있다. 유럽에서는 허브 식물로 와인의 향료 또는 허브차로 쓰인다.
* 흰솔나물; 밝은 초원지대에서 자란다. 마주나는 1쌍의 잎과 모양과 크기가 같은 3~5쌍의 턱잎이 함께 모여 있다. 가지가 갈라진 마디에서 액지(겨드랑가지)가 붙어 있는 잎과 그 반대쪽 잎은 진짜 잎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 잎이다.
* 꼭두서니; 야산에서 자란다. 유명한 염료식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4개가 돌려나는 잎은 네모진 줄기의 모서리에 붙어 있는데 진짜 잎은 2개, 나머지는 턱잎이다. 액아가 있는 것이 진짜 잎으로 마디마다 90도 처져서 +자 모양으로 마주난다. 전체에 가시가 있고 다른 식물들에 엉겨서 자란다. 여름에 황록색의 작은 꽃이 핀다. 뿌리를 뽑아보면 오렌지색인데, 이 뿌리에서 염료를 얻는다. 잎에도 턱잎에도 똑같이 자루가 달려있다.
* (잎의 지혜 16 덩굴손) 돌돌 말려 붙는 요술 회초리
생물 시간에 남에게 달라붙어 제 마음대로 자라는 덩굴손을 배우면서 대부분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고 신기한 사실이 있다. 덩굴손은 에틸렌 가스를 내고 그 농도의 미묘한 변화로 물체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 청미래덩굴; 턱잎이 변한 덩굴손, 메기수염처럼 2개가 짝이 되어 빙 돌려 엉긴다. 잎에는 자주색, 보라색의 얼룩이 있는데 이것은 표피의 일부에 빨간 색소인 안토시안이 고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형반’이라고 부른다.
* 중국패모; 중국원산, 잎 끝이 덩굴손이 된다. 꽃 가까이의 잎은 그 끝이 말려 있어 물체가 닿으면 감긴다. 연약한 줄기나 꽃도 잠깐 동안은 이 덩굴손으로 받쳐준다. 알뿌리가 2개의 비늘조각으로 되어 있고 조개를 닮았다.
* 살갈퀴; 들에서 자란다. 깃꼴겹잎 끝 부분이 변한 것이 덩굴손이다. 3갈래로 나뉜 덩굴손은 원래 3개의 작은 잎이었다. 턱잎의 밑 부분에 꿀샘이 있어 개미를 불러들여 자기를 지키도록 한다.
* 종덩굴; 참으아리와 같은 속인데 세 갈래 겹잎의 작은 잎자루는 짧고 주로 잎자루로 감는다. 겨울에 잎이 말라도 잎자루 부분은 감긴 채로 있어 다음 해까지 줄기를 받쳐준다. 꽃은 봄에 초롱이 달린 것처럼 핀다.
* 참으아리; 야산에서 자란다. 감는 것은 잎자루와 작은 잎자루의 부분. 깃꼴겹잎이므로 감을 수 있는 곳도 많다. 꽃은 여름에 피는데 4개의 흰 꽃잎은 꽃받침이 변한 것이다. 사위질빵도 같은 속이며 역시 잎자루로 감는다.
* 실고사리; 1개의 잎이 감으며 길게 어떤 때는 2개 이상 벋어 난다. 이런 것은 좀 특이한 일인데 ‘무한성장’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즉 잎의 앞 끝 부분이 마치 줄기가 자라듯 세포 분열을 거듭하면서 벋는다. 이와 달리 보통 식물의 잎은 줄기의 상단에서 원형이 만들어지고 그 뒤는 세포가 길게 늘어나며 자란다. 실고사리 잎을 확대해 보면 포자를 만드는 부분의 깃 조각은 잘게 갈라져 있다. 뒤집어보면 잎 가장자리에 포자주머니가 있다.
* 포도나무; 이것은 줄기가 변해서 덩굴손이 된다. 덩굴손의 가지가 갈라진 부분을 자세히 보면 작은 비늘조각이 붙어 있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포도과의 덩굴손은 모두 줄기가 변한 것인데, 오이과의 덩굴손은 잎이 변한 것이다.
* (잎의 지혜 17 가시) 가시에도 뜻이 있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벌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가시는 식물에게 있어 자기방어의 수단이며 도구이다. 이런 방위 수단만이 아니라 갈고리 역할을 하며 높이 올라가는 줄기를 돕기도 한다. 식물이 가시를 갖추려면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것은 매우 많다.
* 며느리배꼽; 들에서 자란다. 며느리배꼽의 가시는 찌르는 가시가 아니라 표피의 털이 변한 가시다. 꺼슬꺼슬한 가시로 걸치면서 덤불위로 벋는다. 가을에는 푸른 보랏빛의 둥그런 씨가 이 턱잎자루 가운데에 얹혀 진다.
* 며느리밑씻개; 털을 개조한 가시가 다른 식물에 기대어 자란다. 줄기는 약하지만 다른 식물을 이용해서 서 있는 셈이다. 줄기나 잎자루, 잎의 뒷면에 모두 까칠한 털이 나 있어 만지면 아프다. 잎이 붙은 자리에 작고 동그란 턱잎집이 달려 있다.
* 탱자나무; 이 나무의 가시는 가지 전체가 변형된 것이 아니라 곁가지의 제1잎이 변형된 것이다. 가시가 보고 있는 방향이 모두 엇갈려 붙어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한편 가지의 아래쪽으로 갈수록 가시가 밑을 보고 밑을 보고 있는데 초식동물에 대한 방위가 목적이다. 때까치가 이 가시에 먹이를 꽂아 두기도 한다.
* 아까시나무; 가시는 턱잎이 변한 것이다. 깃꼴겹잎의 밑 부분에 쌍으로(마주) 붙어 있다. 어린잎이나 꽃을 딸 때 잘못해서 가지를 붙잡으면 매우 아프다. 가로수로는 가시가 적은 개량품종을 심기도 한다.
* 보리장나무; 초여름에 들큰한 열매가 익는다. 가지가 변형된 가시가 있는데 가지 끝이나 잎 곁의 잔가지가 가시로 바뀐다. 새 뿐만 아니라 잎을 먹으러 오는 작은 동물이 가까이 못 오도록 가시 철망을 친 격이다. 잎은 단단하고 쭈글쭈글하다. 잎의 뒷면은 솜털이 빽빽해서 은색을 띤다.
* 엉겅퀴; 엉겅퀴류의 가시는 방위가 목적인데 잎의 톱니가 날카롭게 변형된 것이다. 엉겅퀴류는 분류가 까다롭다. 종류에 따라서는 총포에도 가시가 있다. 가시의 날카로운 정도가 분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 선인장;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변한 것이다. 짧은 가지가 변형된 자좌(가시자리)에서 여러 개의 가시가 생긴다. 수분을 빼앗기기 쉬운 잎은 퇴화하고 방위를 할 수 있는 가시로 바뀐 것. 대신 줄기는 광합성을 하며 스펀지 같은 내부에 수분을 저장한다. 모양도 잎꼴, 부채꼴, 원꼴 등 표면적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 (잎의 지혜18) 이상한 식물들
과연 잎일까 싶은 모양의 잎이 달린 식물들이 있다. 식물의 기본은 뿌리, 줄기, 잎의 세 가지. 뿌리는 식물을 세우는 토대, 잎은 퍼지는 것...이런 고정관념이 간단히 무너지는 일들이 나타난다. 줄기의 변장술, 잎의 대변신을 만나보자.
* 아스파라가스; 유럽원산, 잎으로 보이는 것은 줄기가 가늘게 가지를 친 것이다. 잎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지이므로 ‘엽상지’라고 부른다. 원래의 잎은 퇴화해서 비늘조각처럼 되어 버렸는데, 우리가 먹는 아스파라거스에도 비늘조각 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죽백; 따뜻한 곳에서 자라며 사진 속 식물의 잎은 틀림없는 잎이다. 잎은 보기에는 활엽이지만 실은 비늘잎이다. 자세히 보면 잎맥이 나란히 맥인 것을 알 수 있다. 잎자루가 꼬인다.
* 부레옥잠; 열대 아메리카 원산, 잎자루 중앙부가 부풀어 있어 부레처럼 되어 있다. 물 위를 떠다니며 물에 녹아 있는 영양분을 흡수해서 계속 번식한다. 꽃은 히야신스를 닮아 예쁜데 못이나 개울에서 퍼져 재래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층층나무류; 잎 한복판에 꽃이 피었다. 얼핏 보면 엽상지에 꽃이 핀 것 같은데 꽃자루가 잎의 주맥에 달라붙는 것. 도중까지는 잎맥이 굵은 것이 그 증거다. 암 수 딴 그루이며 암그루에는 검은 열매가 익는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이변이 생기는지 식물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인동덩굴; 북아메리카원산(붉은인동). 흔히 생 울타리로 심는다. 가지가 잎을 꿰뚫은 모양은 사실 꽃 바로 밑에서 마주나는 1쌍의 잎이 밑 부분에서 합쳐져 한 개의 잎처럼 된 것이다. (치커리 모양) 빨간 꽃도 있고 흰 꽃도 있다. 꽃의 색깔과 모양은 누가 꽃가루를 날라 주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북아메리카산의 이 꽃에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벌새가 와서 꿀을 빤다.
* (잎의 지혜 19 무늬) 무늬가 있는 잎
시원한 인상을 주는 무늬 있는 잎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무늬가 만들어졌을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된다. 관상식물에 많은 무늬의 형태는 ‘키메라 무늬’. 한 개체 안에 이처럼 별개의 조직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신비감에 젖는다. 돌연변이로 엽록소를 잃은 흰 세포가 우연의 결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런 돌연변이하고는 관계없이 원래 잎이 유전적 원인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있다.
* 이삭여뀌; 야산에서 자라며 가느다란 꽃이삭이 인상적이다. 잎에 인(人)자 같은 암갈색 무늬가 있다. 이 무늬는 정형반(정해진 모양의 얼룩)의 한 예이며 일부의 표피세포가 가지고 있는 빨간 색소인 안토시안이 녹색의 클로로필과 겹쳐져 암적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 자주잎제비꽃; 야산에서 자란다. 잎의 뒷면은 자주색이고 표피 세포에 안토시안이 있어 붉게 되었다. 빛이 부족한 숲 속에는 이런 잎의 식물이 여러 과에 걸쳐 있다.
* 바위취; 습한 뜰이나 돌담 밑에서 자란다. 잎의 표면에는 맥에 따라 흰 무늬가 있다. 이것은 정형반의 한 예이며 세포 사이에 공기가 들어 있는 부분이 희게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자세한 과정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잎의 내부에서 빛을 산란시킴으로서 적은 빛을 고루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잎의 뒷면이 붉은 보라색을 띠는 형도 있다.
* 빈카; 지중해 연안 원산. 무늬가 다양한 품종이다. 이 사진은 ‘키메라형 무늬’. 키메라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상의 동물로서 머리는 사자, 허리는 양, 꼬리는 뱀의 형상을 한다. 한 몸 안에 여러 유전인자를 갖는 세포가 혼재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돌연변이로 엽록소를 만들 수 없게 된 흰 세포와 정상적인 녹색의 세포가 한 잎 안에 섞여 얼룩무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 산옥잠화류; 원래는 야산에서 자라는데 무늬가 있는 품종이 관엽식물로 재배되고 있다. 잎은 보통 찐만두 겉처럼 3층 구조로 되어 있어 층마다 정해진 짙고 옅은 색이 갖가지 변화를 주어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낸다.
* (잎의 이용 1 야채) 잎을 먹는 야채와 산나물
잎을 먹는 것은 비단 벌레나 짐승만이 아니다. 사람도 열심히 먹는다. 그러나 야생식물 가운데서 먹어도 해가 안 되는 방법을 알아내기까지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의 지혜와 희생 그리고 꾸준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야채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 머위; 습한 야산에서 자란다. 이른 봄에 식탁을 즐겁게 한다. 암 수 딴 그루이다. 잎에는 소량이지만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 치커리; 약간 씁쓸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난다. 새눈을 먹으며 뿌리는 커피 대용이 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중동 지역에 걸친 곳이 원산인데 이상하게 북아메리카에서는 잡초 신세이다.
* 로메인양상추; 시저 샐러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레터스이며 그 재배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라고 한다. 씹히는 감촉이 아삭아삭하고 단맛과 쓴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영양가 높은 야채이다.
* 배추류; 중국 야채로 원래 잎이 로제트를 만든다. 지중해 연안의 원종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유채, 순무, 배추 등으로 개량되어 왔다. 겨울의 묵직한 생명력이 농축된 것 같은 식물이다.
* 양배추; 유럽원산이며 로제트 잎이 둥글게 굳어지는 돌연변이에 의해 개량된 품종이다. 잎이 겹쳐지면 광합성에 불리하므로 야생이면 살아남지 못한다.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모란채 등이 모두 같은 원종에서 나온 형제들이다.
* 파; 미각의 왕자. 아시아 동부 원산으로 아주 옛날에 들어왔다. 통처럼 된 잎은 단면엽. 줄기처럼 보이는 부분은 가짜 줄기이다. 땅에 묻어두면 콩나물처럼 하얗게 자란다.
* 부추; 강한 냄새가 활력을 부른다. 아시아 원산이며 연한 흰색으로 개량 재배한 황부추도 있으나 달고 연한 대신 영양가가 떨어진다.
* 갯방풍; 해변가에서 자라며 연한 어린잎을 회요리의 조미료로 쓴다.
* 양파; 중앙아시아 원산. 저장이 가능하다. 먹는 부분은 비늘조각이며 잎자루가 겹쳐져서 살이 찐 것, 야채 분류로는 근채로 부른다.
* 두릅나무; 봄 냄새를 농축한 듯한 신선한 냄새와 맛이 일품이다. 딱총나무와 마찬가지로 바깥쪽 눈비늘조각에서 보통 잎(2회 깃꼴겹잎)으로 단계적으로 변한다.
* 당근; 카로틴의 보고다. 중동 원산으로 뿌리를 먹는다. 잎(2~3회 깃꼴겹잎)도 영양이 풍부하고 파슬리와 비슷한 향이 난다.
* (잎의 이용 2 받침) 받치고, 싸고, 향을 살리고
잎은 자연이 주는 그릇이다. 옛날에는 식물의 잎을 생활에 활용했었다. 음식을 담거나 싸는 데 많이 썼다. 여기에 소개된 잎 이외에 이렇게 이용된 식물을 꼽아보면 예덕나무, 칠엽수, 머위, 털머위, 음나무, 동백나무, 청미래덩굴, 갈대, 양하 등이 있다. 외국에서도 바나나나 연, 포도나무 등의 잎으로 음식을 담아 사용했다.
* 떡갈나무; 옛날에는 떡갈나무 잎을 떡을 담은 데 많이 썼다. 야산에서 자라지만 뜰에도 심는다. 옛날부터 요즘의 ‘호일’같이 쓰였다.
* 조릿대류 식물들; 조릿대 잎은 1년 내내 구할 수 있다. 잎에는 살균효과가 있어 요리를 올려놓거나 음식을 쌀 때 쓰인다. 조릿대 잎은 아니지만 죽순의 껍질도 음식을 싸거나 음식을 익히는 데 많이 이용한다.
* 감나무; 개량품종이 많다. 잎에는 비타민 C가 많아 어린잎은 튀김 요리도 해 먹을 수 있다.
* 벚나무류; 잎이 비교적 크고 소금물에 절이면 단맛이 섞여 풍미가 더해진다. 일본에서는 잎으로 싼 찹쌀떡을 그대로 잎 째 먹기도 한다.
* 엽란; 중국 원산, 1년 내내 광택 있는 푸른 잎을 접시에 깔고 그 위에 음식을 담기도 한다.
* 월계수(녹나무과); 지중해 원산으로 잎에 향이 들어 있어 로렐, 베이리프 등에 향신료로 쓰인다. 특히 스튜 등 익힌 육류요리에는 빼 놓을 수 없는 재료다.
* 불가사의한 숲의 세계
부드럽게 비치는 햇빛을 받으며 겨울 숲 속 나무들이 잠들어 있다. 보들보들하던 녹색 옷들이 지금은 마르고 딱딱해진 채 땅 위에 싸여 있다.
봄에서 여름, 그리고 가을 동안 자기 일을 다 해 낸 잎들의 시든 모습, 그러나 그들은 동정이나 감상을 바라지 않는다. 식물들은 그런 이유로 잎을 떨어뜨린 것이니까.
봄이 되면 나무는 다시 자기 몸에서 싱싱한 어린잎이 나고 숲을 푸르게 만들 것을 알고 있다. 숲은 언제나 생명감에 넘쳐 있다. 겨울 가지를 가까이 들여다본다. 가지 끝에 담요에 싸인 아기 눈이 보인다.
바스락거리는 가랑잎을 밟으며 걸어보자. 발밑에 반짝거리는 까만 풀의 씨, 진주색 알뿌리, 거문고 줄처럼 팽팽한 땅속줄기, 따뜻한 낙엽 이불 밑에서 벌레들이 조용히 그리고 참을성 있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 채 마음을 열고 숲 속에 서 보자. 잎 박물관의 출구는 바로 입구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