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입니다.
아마도 새벽 두 시가 넘었을 겁니다.
아내는 깊은 잠에 빠져 있고 ,
잠을 깬 저는 혼자 TV를 보다가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
어느 홈 쇼핑에서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누라 과일이나 채소를 커트기에 넣고 빻은 후
우유도 붓고는 쥬스를 만드는 걸 봤는데
구입한지가 꽤 된 구형이라서 뭐가 잘 안 되는가 봅니다.
다 되어가던 쥬스를 다시 꺼내 붓고는 기계를 이리저리 보고...
결국 칼날을 분해하고 다시 밀어 넣고...
그래도 신통치 않았던지 껄껄한 쥬스를 그냥 마시라고 내놓곤 했습니다.
아내는 뭘 사려면 백 번은 더 생각합니다.
쇼핑을 따라나서면 답답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물건을 들춰보고 놨다가 다시 들고...이것 저것...
또 비싸다커나 싸다커니 깎아 달라커니...
정말로 짜증이 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나중에 핀잔을 맞기도 합니다 만
사야 할 것 같은 물건은 나 혼자 나가서 확 사버립니다.
그래야 내 것이 되지 아내의 결단을 기다렸다가는
그 날이 언제일지 알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옳타구나...!
이 번에 저것을 사야겠다...
도깨비 방망이 믹서기...
아내가 깰까봐 살금살금 이불을 걷고 거실에 나와 080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방에 들리면 안 됩니다.. 살금살금 말했지요.
그리곤 카드 결제까지 마치곤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구매를 해 놓고 영 마음이 안 놓였습니다.
홈쇼핑에서 몇 번 구입해 봤는데 그럴 때 마다 좋은 소리 들을 때가 없었거든요..
이틀 후
오늘 아침에 택배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위치를 확인하더라구요.
아내는 무슨 택배가 왔는지 여간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딸일까? 누굴까....
아 참..그 전에...
아까 아침에 아내는 잠에서 깨자마자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길거리에 키위가 여기저기 궁글어 다니더라나요...
그걸 모두 주워서 가지고 왔다네요.
그게 좋은 꿈이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타가 이랬습니다.
오늘이면 그 도깨비 방망이가 도착할 것이 좀은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는
" 아...그 꿈 길몽이야. 오늘 아마도 당신은 누구에게서 좋은 선물을 받을 수도 있어."
아내가 날 빤히 보는 것에 얼른 말을 더했습니다.
" 북쪽에서 은인이 나타날 수도 있고..."
길몽이라니깐 좋은가 봅니다 .웃더군요.
좋다는데 싫은 내색은 동물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궁금히 하던 택배가 왔습니다.
"거 봐..내 말이 맞지..당신에게 참 좋은 선물이 온 거라고...
열어 본 아내가 요리조리 살피더니
" 이거 도깨비 방망이 아냐? 이것 아주 오래 전부터 나온거야...
써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못 쓴다는데 당신 지금 이걸 산 거여요?
딴 소리 말고 지금 곧장 반품해요..이거 안 좋다고 소문이 난 거예요..
사용하지 않았으니깐 반품하면 되는 거예요..
당신도 누굴 닮아 가는 구만. 누군 종일 앉아서 홈쇼핑 보고, 되나케나 사댄다더니.."
아내의 말은 쉴 새도 없이 따다다다합니다.
오래 된 물건이며, 안 좋았던 평판을 제조 회사인들 모르겠어?
불만이 개선되고 이제 더 좋은 제품일 수도 있어..
내가 나가서 토마토 사 올 거니깐 우리 한 번 해서 먹어 보자..
그리고 안 좋으면 귀신같이 깨끗이 닦고 말려서 반품하자..
죽을 고생으로 아내를 변화시켜 토마토를 사 왔습니다.
그리곤 설명서대로 작동했습니다
제발 좀 잘 되그라....만드는 동안 내내 기원했지요.
결과는 굿이었습니다.
아내의 지적대로 내용물은 하나도 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컴에 따라 마셔 본 토마토 쥬스...
입자도 너무도 곱고 껄끄런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내가 맛을 보더니...
당신 가게에 놓고 이것저것 갈아서 마시면 되겠네요...
휴~~OK였습니다.
내가 꿈 해몽은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요즘 남자들 살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듭니다....
ㅡ 靑솔ㅡ
첫댓글 청솔님 글을 읽노라니 어디서 그렇게 좋은 생각이 나셨는지 참으로 지혜스럽습니다.다행이 도깨비 방망이 기계가 생각데로 잘 작동되었기에 위기를 모면하셨군요.청솔님 보살님의 말씀데로 가까히 두시고 수시로 잘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상에 글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구~ 장부등에 땀나내요~ㅎ
봄에는 당근외로 많이 나왔어요 하루에 세잔씩 꼬옥 드시면 건강이 아주 좋을겁니다 카메라 메고 등산도 잘다니시니 건강 걱정은 없으시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