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 제목은 <밥상이 우리의 미래>였습니다.
강사님은 연두네텃밭 서정희 선생님이었습니다.
1. 건강한 밥상
강의 듣기 전에 '밥상이 우리의 미래'라는 제목을 보고 저는 우울했습니다.
우리 집 밥상,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밥상은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배달음식이 많고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가 범람해서 입니다. 교재에도 나와 있듯이
집밥이 사라지면 다양한 조리기술이 사라지고, 우리 음식의 고유함도 사라지고,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들어낸 무국적의 음식과 알수 없는 식품에 휘둘리고 건강도
담보하기 어려울 텐데 젊은 사람들은 이러한 것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강의 내용의 핵심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건강한 밥상을 만들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내용 가운데 소개해주신 많은 음식 이야기와 사진들은 그런 점에서
소중했습니다. 건강한 밥상, 혹은 건강한 조리기술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된장에 넣어두고 먹는 청양고추, 고추장에 박아놓고 먹는 당귀 등이 있었습니다.
또 직접 키우는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텃밭 밥상 차리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도시에서 보기 힘든 밥상이기 때문입니다.
풋콩을 넣은 송편이며, 호박을 채썰어서 조리한 음식, 당면이 안들어간 잡채, 콩으로 만든 떡, 다양한 나물전 등이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재 마지막에 소개해놓으신
네이버 사이트(https://m.blog.naver.com/greenbiker 연두네텃밭-토종씨앗도서관)에 들어가보고 놀랐습니다.
그러한 조리음식들이 아주 많고 상세한 조리법이 사진으로 보기 좋게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건강한 음식들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이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 씨갑시
씨갑시란 곡식이나 채소 등의 씨, 즉 씨앗의 사투리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토종씨앗을 보존하기 위해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이 수업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 강의하신 선생님도 그러한 활동가중 대표적인 한 분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씨앗을 뿌려서 농사를 지으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실패를 했습니다.
도시농부학교 수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입니다. 싹을 틔우려면
적절한 온도가 필요한데 자연 날씨에만 맡긴 것입니다. 그러니 싹이 나올 때는 이미 5월, 6월이 다되고
먹을 만한 잎이 달리거나 열매가 달릴 정도가 되면 이미 그 작물의 수명이 다 해버립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힘들게 씨앗으로 싹을 틔울 생각을 하지 말고 모종을 사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업을 듣고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선생님은 수업시작 전에 무언가를 한 보따리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옥수수 씨앗, 콩 씨앗, 호박 씨앗,
싹 튼 고구마, 상추 모종, 당귀 모종,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모종 들이었습니다.
교재 안에도 직접 키운 참외며, 수박, 오이, 고추 등 거의 모든 텃밭 작물이 있었는데
모두 씨앗을 구해서 직접 키운 것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보관하던 씨앗을 종자도서관에 기증하였는데 1차가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 많은 씨앗을 직접 키우고 받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저도 더 많은 정성을 들이고 노력을 하면 직접 작물의 씨앗을 틔우고 작물을 키워서 그 씨앗을 받고
또 그 씨앗으로 싹을 틔워서 기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사례를 오늘 수업을 맡으신 선생님을 통해서 직접 들을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의 창고를 빌려서 보관하던 씨앗을 수재 때문에 잃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씨앗을 다루는데 애정과 정성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가져오신 모종과 토종 씨앗을 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콩이며 호박, 싹 튼 고구마 그리고 옥수수 씨앗을 받았습니다.
옥수수 씨앗을 받을 때, 옥수수 열매 하나를 집어오려고 하였는데, 선생님이 제지했습니다.
"열매하나를 가져가서는 안되고, 여러열매에서 딴, 골고루 섞인 씨앗을 가져가야 합니다."
(같은 열매에서 나온 종자끼리 수분을 하게되면 결국 근친상간이 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설명을 하셨는데 저는 그것을 깜박했습니다. 씨앗에 대한 선생님의 그러한 애정과 정성이
저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3. 토종씨앗
오늘 수업시간에 토종 작물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상추 씨앗은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줄 알았는데 토종 상추의 종류도 많고 월동하는 상추도 있으며,
국을 끓여먹을 수 있는 상추, 기온에 따라 잎 색깔이 달라지는 상추, 잎이 아주 풍성해서 먹을 것이 많은 상추(비나리상추)
이름이 친근한 개세바닥상추 등등 등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참외, 호박, 수박, 토마토, 무, 배추, 고추, 상추, 콩, 벼, 수수와 조 등 거의 모든 작물에 아주 많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품종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우리 전통 사회는 씨앗공동체였다.'는 이전 수업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안에서 제가 사는 곳의 풍토에 맞는, 그리고 제가 좋아할 수 있는 품종을 고르면 될 것 같습니다.
토종씨앗의 좋은 점은 교재에도 나와 있듯이
1)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 그리고 환경에 잘 적응이 되어 있으며,
2) 각 지역의 재래종, 토종 등 다양한 씨앗이 있고,
3) 자가 채종을 하기 때문에 씨앗 값이 필요가 없습니다.
이외에도 수확한 것 중에 가장 좋은 씨앗을 선별하여 그 씨앗으로 다음 세대를 키워나감으로써
자신의 텃밭에 가장 적응이 잘 되는 품종으로 육종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추운 곳은 추위에, 습기가 많은 곳은 습기에, 모래가 많은 곳은 모래에 적응이 잘되는 품종으로 개량해나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발전하는 씨앗, 나와 함께 살아가는 씨앗입니다.
저는 F1종자라는 말을 좋은 뜻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음 세대를 낳지 못하는 열등한 품종이라는 사실을
이 수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업체에서 판매하는 많은 씨앗들은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이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동물, 식물을 가리지 않고 이상한 조합으로 GMO 종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기업을 욕하기 전에 제 자신이 그것들과 가까이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텃밭에 시중에서 파는 완두콩과 옥수수, 그리고 강낭콩을 심었습니다.
모두 이상한 색깔의 코팅제가 칠해져 있었습니다. 지난 번 비가 왔을 때 일부 씨앗이 바깥으로 굴러나왔는데, 보니
코팅제가 벗겨져 흙위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데... 그 많은 씨앗이 모두 코팅제를 벗고 싹을 틔울 텐데
남겨진 코팅제는 어디로 가는걸까? 판매 업체들은 그 코팅제가 자연히 없어진다고 하겠지만 저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코팅제는 싹이 나기 시작할 때 싹의 성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병충해를 방지하거나 성장 촉진을 위해서 어떤 화학 물질이 가미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얼마전에는 작년에 사둔 고추씨앗을 밭에 뿌려보려고 봉지를 뜯고 보니
옅은 녹색으로 코팅제가 칠해져 있었습니다. 손끝으로 집어서 흙속에 넣는데 그 씨앗에 칠해져 있는
녹색 페인트의 성분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그점에 대해서 씨앗 포장지에는 아무런 표기가 없었습니다.
그런 점도 생각해보면 오늘의 씨앗 수업은 저에게 매우 유익했습니다.
기업체들이 파는 종자 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4. 종자 은행
제가 이용할 수 있는 종자은행은 어떤 곳이 있을까 조사해봤습니다.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https://koreaseedlibrary.modoo.at/)라는 곳의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강동씨앗도서관, 광명씨앗도서관, 수원씨앗도서관, 안양씨앗도서관, 춘천씨앗도서관, 포항씨앗도서관, 공주씨앗도서관
괴산한살림우리씨앗도서관, 예산한국토종씨앗박물관, 홍성씨앗도서관 등 많았습니다.
평택시 고덕면에는 2019년에 설립한 경기도 토종종자은행도 있습니다.
김포에서는 가까운 곳으로 마곡에 있는 서울식물원 안에 씨앗도서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주 화요일~일요일 10:00~17:00에 직접 방문하여 씨앗을 빌릴 수 있다고 합니다.
빌린 씨앗은 꼭 반납할 의무는 없지만 매해 빌린 씨앗으로 농사를 지어서 반납을 잘하면
매년 그 양이나 종류를 늘려갈 수 있다고 하니 신뢰를 쌓으면 자신이 키우는 텃밭의 모든 씨앗은
이곳에서 공급을 받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맨처음에는 1인당 한 종류만 가능합니다.
현재 5월달에 대출 가능한 씨앗 목록을 보면
오늘 수업시간에 나왔던 개세바닥상추와 사과참외도 보입니다.
오늘 강의하신 선생님의 연두네텃밭 토종씨앗도서관도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자은행 외에도 요즘에는 각종 지자체와 정부 관청 등에서 토종 씨앗나눔 조직을 운영하거나 행사를 많이 합니다.
관련 단체들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한 단체에 연락하여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함께 읽은 교재 내용 중 한마디를 적어봅니다.
"유전자가 오염되지 않은 국내산 작물, 토종 작물은
우리의 건강과 식량주권의 기반입니다."
취미로 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텃밭농사,
이왕이면 토종 씨앗을 이용하여 작물을 키우고 거기에서 생산된 씨앗을 씨앗도서관에 기증하고
그 도서관에서 또 다른 씨앗을 받아와 키우고 또 기증을 하면서 농사를 지어간다면
수천년 이어져 내려왔고, 또 그렇게 이어져 내려갈 우리사회의 씨앗공동체의 한사람이
제 자신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오늘의 씨앗 수업은
저에게 삶의 이유를 한가지 더 선사해준 귀중한 시간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