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 도봉산 선인봉
등반루트 오전 표범길, 오후 연대배첼러
1조 선등 : 박봉영 빌레이 : 김영도
2조 선등 : 장영조 빌레이 : 김보람
후기
하늘은 흐렸지만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미세먼지는 모두 씻겨내려갔기에 시계가 정말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날씨도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등반하는 동안은 쾌적했습니다.
오전 표범길.
1피치
제가 먼저 봉영형에게 형님 선배님이시니까 먼저 등반하시죠? 전 따라가겠습니다. 하고 봉영형을 먼저 보내드렸습니다 .
거침없이 1피치를 주파하시더군요. 아 동판은... 어쩔 수 없이 저도..-0- 다음엔 자유등반을 좀.
암벽 연수반에서 표범길 가본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못가봤는데 비로소 가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직접 붙어보니 스타트에서 왜 많이들 다치는지 이해가 가더라구요. 대장님의 너트가 정말 소중한 장비였습니다. 덕분에 안전하게 올라 갈 수 있었구요.
2피치
트래버스감이 있긴하지만 크랙이 좋아서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박쥐길이나 취나드B 해본 느낌으로 쭉쭉 갔습니다.
3피치
고도감도 상당한데 엠보싱타고 다음볼트까지 가기가 상당히 부담이 되는 구간이었습니다. 나중에 봉영형 말을 들어보니 좌로 먼저 이동 후 올라가면 좀 수월하다 하셨는데 전 미처 보지 못하고 올라가면서 이동했던터라 심장이 엄청 쫄깃쫄깃했습니다.
4피치
적당한 크랙과 마지막 스태밍. 봉영형은 스태밍 안하시고 크랙안으로 들어가서 올라가셨다고 엄청 고생하셨다고 했는데 전 그 구간은 연수반 때 스태밍 했던게 기억나서 과감히 나와서 스태밍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렇게 테라스에서 서울쀼를 즐기고 하강하여 맛난 간식을 먹고 연대배첼러로 이동을 했습니다.
오후 연대배첼러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봉영형에게 먼저 등반순서를 양보?? 했습니다.
흔쾌히 먼저 등반해주신 봉영형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뒷풀이때 제가 소맥을 잘 말아드렸습니다)
전 처음가보는 코스인 줄 알았으나 작년 늦가을에 보람형과 함께 등반을 했던 코스였다는걸 붙어보고 알았습니다. 3피치에서 진행하지 못하고 중탈하게 되어 썩은비너 하나를 벽에게 내 준 기억이 있습니다.
1피치 인공+크랙
작년에 한 번 해봤던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인공 크랙 모두 큰 문제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크랙 초반부에 캠을 많이 소진하여 윗부분에서 쓸 캠이 없었다는게 중간캠을 조금 더 챙기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밑에서 적당히 쓰고 위에서도 적당히 쓰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2피치 인공+크랙
중간에 발이 너무 아파서 잠깐 쉬었다 갔는데 마찬가지로 밑 부분에서 캠을 많이 소진한 탓에 중반 이후로는 캠 없이 바로 확보지점까지 가게 됐습니다. 하강하는 다른 팀도 있었어서 속도를 좀 내게 됐는데 그런거 상관없이 온 정신을 집중했어야 했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확보물을 조금 더 챙겨가야겠습니다.
3피치 크럭스
봉영형의 거침없는 등반실력을 보며 감탄만 나왔습니다. 제가 미처 통과하지 못한 부분도 부드럽게 넘어가시고 마지막 확보지점 전에 완력이 부족하여 피가 섞인 등반을 하게 됐지만 집중과 인내심은 본받아 마땅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확보지점에 도달하려고 하신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등반을 시작했는데 작년에 넘어가지 못한 부분을 넘어섰는데 그 이후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완벽한 자유등반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작년의 저를 넘어섰던 부분만큼은 너무 뿌듯하게 다가왔습니다.
나중에 유툽으로 다른 분들의 등반선을 보니 제 무브와도 차이가 있었고 많은 부분을 비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그걸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순 없지만요. 보람형 자일에 봉영형의 피가... 많이 많이..;;;
보통 등반 중에 오늘은 뭘 먹으면 좋으려나 얘기를 하기 마련인데 이 날은 시계탑에서 모였을 때부터 제가 갈비살 얘기를 했습니다.
대장님께서 등반이 아니라 등산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먹는 얘기를 한다며 우스워 하셨습니다.
근데 중간 중간 보람형도 오늘 갈비살이 기대가된다고 하기도 하셨고 피를 본 봉영형한테도 제가 시원하게 소맥으로 소독시켜드리겠다 농담도 하면서 즐겁게 등반했습니다.
뒷풀이에서 대장님께서 원래는 저부터 등반하라고 보내려고 하셨는데 제가 먼저 봉영형에게 먼저 등반가달라고 얘기를 한 바람에 미처 말씀을 못하셨다고 하셨네요 ㅋㅋ
먼저 등반해주신 봉영형,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신 대장님, 안전하게 빌레이봐주신 보람형 감사드립니다.
한 코스로 두팀으로 나뉘어 등반하는 것도 재밌었고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자일의 정을 네명이 온전히 나눠 가질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갈비살이 아쉬웠는지 봉영형이 생맥 한 잔씩 더 먹자고 하셔서 맥주도 시원하게 마시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후기까지 쵝오! 너무 좋았겠당~
장문의 후기가 저절로 술술 나오는 흥미진진한 등반이네요!
절대 절~때 틀리지 않을게
용조 말구 영조^^
후기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