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문 검사 중이다. 발표문 중에서 두 개 이상의 작품을 대상으로 비교해 보는 내용이 있어 인상적이다. 연관되는 지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평가해 보는 것이 흥미롭다.
- 나는 너가 종례 후에 친구를 찾는다며 우리 반 교실에 들러서 나에게 인사하고 가던 것, 점심 때 급식 지도를 하고 있으면 옆 반이었던 너가 슬쩍 인사하고 가던 것을 떠올린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귀여운 너 덕분에 아주 행복했지. :) 이제 너가 없다는 상실감보다 행복감을 주던 너가 있었다는 사실에 집중하려 해.
- 작년에 시를 써 주었던 것처럼 나는 사랑하는 '너'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 오늘처럼 햇빛이 찬란한 아침에.
나는 사랑하는 '너'가 있으므로, 그리고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 있을 것이므로 아주 부자이지. 있어 주어서 고마워.
<12반>
- '박씨전' 본문을 읽고 날개 질문, 학습 활동을 하였다. 처음에 준 시간은 10분이었다. 시간이 다 되어 물어 보니 추가 시간 요청이 있었다. 추가 시간을 얼마나 더 주면 좋을지 물어볼 때면 답변은 손가락으로 표시하게 한다. 1분이면 손가락 1개를 펴는 식으로 답변한다. 윤건이는 손가락 10개를 들고 춤을 추듯 흔들었다. ㅋㅋ 그렇지만 4분을 요청한 학생, 5분을 요청한 학생도 있었고 나는 5분을 선택했다. 그래서 총 15분의 시간이 흐른 후 돌아 보니 여전히 좀 부족한 듯해서 추가 시간이 필요하면 손을 들라고 했다. 서현이와 (하)예린이는 손을 든 것도 아니고 안 든 것도 아닌 듯한 동작을 선보였다. 손을 번쩍 높이 들지 않고 손목을 책상에 둔 상태에서 손만 살짝 펼치는 식이었다. ㅋㅋ 그래서 그건 도대체 뭐냐, 시간이 필요한 거냐 아니냐 묻고 다시 표현해 보라고 하니 손가락 세 개를 들고 손목 위치는 책상에서 살짝 떼었다. 시간 표시가 얌전해... ㅋㅋ 그래서 총 18분의 시간을 부여하게 되었다. 박씨전 날개 질문, 학습 활동이 18분이 된 역사임.
- 가빈이는 인형을 들고 어쩐지 던지려고 하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그래서 혹시 던지기 활동을 하려는 것이냐고 확인했다. 수업 중 던지기 활동은 산만함을 야기하기 때문에 나는 던지기 활동에 예민하다. 수업 중 경고에 해당하는 행위 2회 시 칭찬 도장 5개 감점, 경고 3회 시 교무실에 와서 길게 면담하고 벌점이 부여된다. 이런 내용을 다다다다 읊어드렸다. 경고 랩 오랜만이네...
- 창문을 열고 수업하는 시기가 되었다. 가끔 수업의 지배자는 운동장의 구령과 음악 소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 -.-
<14반>
- 수행평가 발표를 이어서 하였다. 아름다운 발표가 많았다. 삶과 연관지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내용, 생각해 볼 만한 질문,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음미하며 들을 수 있었다. ppt 자체도 알아보기 좋고 적절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잘 표현하였다. 발표를 듣는 시간이 심미적 체험이 되었다.
- 혜라는 '살아 있다는 것(드니스 레버토프)'를 가지고 발표하였다. 그는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와 이유, 삶을 비유법으로 표현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혜라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것, 바람과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
드니스 레버토프
잎사귀와 풀잎 속 불이
너무 푸르다, 마치
여름마다 마지막 여름인 것처럼
바람 불어와, 햇빛 속에
전율하는 잎들, 마치
모든 날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연약한 발과 긴 꼬리로
꿈꾸는 듯 움직이는
붉은 색 도롱뇽
너무 잡기 쉽고, 너무 차가워
손을 펼쳐
놓아 준다, 마치
매 순간이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p.s.
혜라는 마지막 두 연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다. 시 자체가 감각적이다.
- 지완이는 '아름다운 이별(윤수천)'을 가지고 발표하면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할아버지를 상실한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이 계속 살아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여 뭉클하였다.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다면 그의 발표를 들으며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너'를 떠올렸지.
아름다운 이별
윤수천
우리는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오래 빛날 수 있다.
저 높은 곳의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써
더욱 확실할 수 있다.
누가 이별을 눈물이라 했는가
아픔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빛날 수도 없다
아픔이 크면 클수록 더욱 빛나는
이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헤어짐을 서러워하지 말라
이별은 초라하고 가난한 인생에
소중하고 눈부신 보석을 붙이는 일
두고두고 빛날 수 있는
사랑의 명패를 다는 일
- 수안이는 '3월에 오는 눈(나태주)'을 가지고 발표하였다. 자신을 희생하는 눈을 보며 슬프고 고마움을 느꼈고, 자신에게 눈과 같은 존재로 부모님이 떠올라서 죄송하고 감사한 여러 감정이 들었다고 하였다.
3월에 오는 눈
나태주
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p.s.
나는 누구도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야 할 것 같은 일, 하고 싶은 일을 그저 즐겁게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 가운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13반>
- 태호가 마이크를 잡으면 왜 소리가 자꾸 끊기지... 그의 발표는 음미하며 들어야 되는데 자꾸 끊겨서 안타깝네.
- 기성이는 마이크를 잡고 말하려다 까먹었다. ㅋㅋ
- 지은이가 감자칩을 나눠 주었다.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
- 현수가 첫 발표를 시작했다. 처음이라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주었다. ppt에 핵심어만 띄운 것도 좋다. 그는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을 가지고 발표하였고, 삶의 의미가 '사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14반 혜라의 발표에서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했던 것이 떠올랐다. 호흡만 해도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는 것이지만, 정말 살아있다고, 살아 있기 잘했다고 느낄 때는 무엇인가 '예쁘다, 사랑스럽다'고 느낄 때여서 공감되었다.
- '지는 해(정유경)'를 가지고 했던 현지의 차분한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ppt를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며 그의 해석은 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그는 '왜 지는 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을 떠올리기까지의 사고 과정을 이야기해 주어 인상적이었다. 질문이 생각해 볼 만한 것이어서 다양한 답변을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 표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신선했고 발표자의 생각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현지가 관계에서의 성숙한 태도를 아름다움으로 해석한 것, 그런 태도를 통해 관계가 이어지는 것을 점이 선이 되는 것으로 비유한 점도 탁월하다. '해는 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고(희수), 다시 뜬다(수빈)'고 했던 발표를 들으며 앞서 14반에서 지완이가 할아버지의 정신이 계속 살아 이어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난 사실 지는 게 싫어서 게임도 안 하는데(+그런 수준이므로 삶의 다양한 지점에서 발끈하고 화내는데) '잊고 넘기는 관용적 태도'가 성숙함임을 현지가 일깨워주었다. 발표를 들으며 나의 미성숙함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생각과 실천은 별개이지만 생각이라도 일단 해 본 게 어디니..). 다음 발표자에게서는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 기대된다.
- 현제는 현지에게 발표 피드백을 하면서 왜 그런(시선 처리 관련) 태도를 보였는지를 물었고 질문이 나왔으므로 현지에게 마이크가 갔으며 현지는 사과했다. ㅋㅋ 희한하게 형식만 질문인 질타 구현... 엄...
지는 해
정유경
친구랑 싸워 진 날 저녁
지는 해를 보았네.
나는 분한데
붉게
지는 해는 아름다웠네.
지는 해는 왜
아름답냐?
지는 해 앞에 멈춰 서서
나는 생각했네.
지는 것에 대해서.
<종례>
- 생일빵으로 크게 다친 학생이 있나 보다. 당연히 그렇게 다치게 한 것도 학교 폭력이며 학폭위가 소집된다. 학폭위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되므로 서로 조심하며 생활하기를 바란다. 서로 몸에 손 대지 않기.
- 고교 진학 관련 성적 산출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배부하였다. 그런데 앞에서(아마도 재웅이?) "고등학교 안 가. 안 갈 거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
- 지원이가 교실을 나오기 전에 정성스럽게 화분에 물을 뿌려주고 돌보아 주는 모습을 보았다. ♡
- 교실을 나와 교무실로 향하는데 기술 선생님께서 우리 반 너무 좋다고 해주셨다. 기술 시간에도 잘 참여하고 있나 보네. (선생님은 작품을 들고 쪼르르 나와 칭찬을 갈구하는 우리 반 학생들의 모습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엄... 그것은 유치원 같은 느낌? ㅋㅋ)
오늘도 학교 다니느라 수고 많았어. 마치 금요일 같은 화요일이었네. 잘 쉬고 목요일에 만나! :)♡
성인도 더 많고 선거도 더 많으면 참 좋을 텐데. 공휴일 증가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