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부부]아메리카를 달리다! #99 – 착각은 자유? 동지를 만나다! 바하 캘리포니아, 멕시코
글, 사진 : 이성종, 손지현
2016년 2월 2일.
동갑내기 부부는 멕시코 자전거 여행의 꽃, 바하캘리포니아 사막 종단 여행길에 올랐다.
라파즈(La Paz)에서 티후아나(Tijuana)까지 1,500km에 이르는 사막을
한 달 간 거침없이 뜨겁게 방황하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편은 바하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컨셉션 베이를 달리며 만난 풍경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Cycling Around the World, Since 2007.
Our Last Continent America from Ushuaia to Alaska with a Tandem Bicycle !
Story about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라파즈에서 출발한 지 어느덧 일주일
벌써 일정의 3분의 1 가량을 달렸다.
이렇게 달려 가다 보면 언젠가 티후아나에 도착하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나서 양치를 하지요.
뭐?
넌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고?
어린 아이를 낳을 나이라고?
아..그래..ㅋㅋ
미안.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시시콜콜한 농담은 조금 이따가 하기로 하고
오늘 하루도 쭉 뻗은 도로를 따라 함께 앞으로 달려가보자.
스토커가 바라보는 시선.
탠덤 자전거 뒷 좌석에 앉은 사람을 스토커라고 부른다.
그럼 나는 이대장의 스토커?!
전방을 바라보는 스토커의 시선은 이렇게 답답하다.
아무래도 스토커라서 벌 받는 자리인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답답함을 풀어본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아니면 가끔 이대장이 고개를 숙여주기도 한다.
덕분에 가슴 탁 트이는 풍경을 맛 본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하지만 굳이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애쓰려 하지 않는다면
양 옆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양껏 감상할 수 있긴 하다.
고요한 컨셉션 베이의 풍경.
만으로 둘러 쌓여 있기에 파도가 거의 없고,
파도가 없기에 바닷물이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다.
이제 겨우 오늘 하루 일정을 시작했을 뿐인데,
당장이라도 내려가 하룻밤 지내고 싶은 곳들이 지천에 널렸다.
이런 곳에서는 굳이 이동에 욕심내지 말고 느긋하게 해변가의 여유를 즐기는 게 어울릴 것 같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물레헤(Mulege)까지만 달리기로 하자.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로레또에서 150km.
부엔 아벤투라에서 48km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Mulege.
마을을 지나 해안 도로의 끝까지 달리니 작은 등대가 나온다.
뮬레헤의 바다.
오늘따라 쨍하게 내리쬐던 햇살이 구름에 가려져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바다를 느낀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Mulege.
뮬레헤의 해변에는 이런 식으로 무료로 캠핑을 할 수 있는 오두막?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오두막 이외의 다른 시설은 하나도 없다.
공짜인데 뭐 더 바라는 게 있나?
이 곳에서 캠핑을 할 때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면 불타는 금요일과 주말에는 안 오는 편이 좋다고 한다.
1주일 전부터 이 곳에서 머물렀다는 다른 여행객들이 말하길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밤새 노래를 크게 틀고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ㅋㅋㅋ
항상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조용히 하루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피하는 걸로!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날은 토요일!
이대로 바다만 보고 떠나란 말인 거냐?
우리는 대체 왜 떠나야 하는 거냐!
워워~진정하시라.
그럴 줄 알고 나 손마담이 플랜B를 준비를 해놓았으니!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Pancho Villas restaurant in Mulege.
바로 여기!
‘판초 비야스 레스토랑’
앞서 만난 자전거 여행자들이 미리 귀띔해 준 곳이다.
해변가 바로 앞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자전거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대체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기에 그렇게 소문이 자자한 가 싶어 궁금한 마음에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식당 안에 있던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신다.
“자전거 여행자군요!”
“네! 친구들이 이 곳을 알려줬어요!”
“잘 찾아왔어요~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목 마르죠? 내가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줄게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얼마죠?”
“호호~제가 당신을 만나 기뻐서 드리는 거예요.”
“네? 진짜요?”
“그럼요~여기서 잠도 자고~샤워도 하고~인터넷도 사용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쉬어요.”
“아…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Pancho Villas restaurant in Mulege.
레스토랑 주인 욜리(Yoli)아주머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자전거 여행자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엄마처럼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왜 이렇게 친절하느냐고 물었더니 남편 역시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역시 여행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ㅋㅋㅋ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Pancho Villas restaurant in Mulege.
아주머니께서는 레스토랑 근처 원하는 곳 어디든지 캠핑을 하라고 하셨고
정말 원하는 곳 아무데나 텐트를 쳤다. ㅋㅋㅋ
시원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곧장 게임 삼매경. ㅎㅎㅎ
간만의 인터넷 사용에 이대장의 손가락에서 불이 난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Pancho Villas restaurant in Mulege.
욜리 아주머니의 레스토랑은 살짝 언덕배기에 자리잡아 있는 덕분에 등대와 바다의 풍경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저 곳에서 아무리 북치고 장구치고 판소리를 하여도 나는 꿀잠을 자리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Day10. Mulege to Santa Rosalia.
뮬레헤에서의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 위로.
이제 오늘 하루 70km만 달리면 해안 도로의 마지막 마을 산타 로사리아에 도착한다.
잔뜩 낀 구름도 아름다운 바다색을 숨길 순 없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오르 내리막 길을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산타 로사리아다.
거리가 적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좀 좋아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산타 로사리오 마을에 도착하니 귀여운 물개가 우리를 반겨준다.
이리 봐도 물개.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헹~속았지롱?
쓰레기는 여기에 넣어주세요. ㅎㅎㅎ
내가 쓰레기통 물개랑 놀고 있는 동안 이대장은 열심히 지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특별히 나를 데려갈 곳이 있으니 기대하라며 말이다.
특별한 곳?
대체 거기가 어딜까?
아! 왠지 알 것 같다.
아마 열흘 동안 무더위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캠핑만 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나?
오늘은 숙소를 잡아 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ㅋㅋㅋ
아놔~이거 눈치를 너무 일찍 챈 것 같지만 일단은 티나지 않게 모른 척 해야겠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Welcome to Santa Rosalia!
어쨌거나 웰컴 투 산타 로사리아다!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잘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구만~허허허허!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열흘 간 레스토랑은 커녕 매일 생존 식량만 먹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서비스가 남다르다.
중국 식당에 가서 둘이 먹다 둘 다 남길 것 같은 어마어마한 코스 요리를 시켜 준다.
아니…이거 대체 왜 이러지?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좀 이상하지만 기분은 좋다.
어쨌거나 일단 먹는 거다.
“여보, 우리가 그간 멕시코 여행 중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어딜까?”
한창 집중해서 먹고 있는 데 이대장이 묻는다.
“가장 많이 방문한 곳? 장소를 말하는 거야?”
“그렇지. 예를 들어 식당이라고 하면 타코집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지?”
“글쎄…타코집?”
“아, 바보야. 그건 내가 벌써 말했잖아. 다른 데를 말 해야지.”
“흠…글쎄…갑자기 생각하려니 별로 생각이 안 나는데?”
“잘 좀 생각해 봐.”
“화장실?”
“아..좀!”
“왜! 나 하루에도 수 십 번 화장실 가잖아.”
“좀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
“거참, 별로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밥이나 먹어.”
“아니야~중요해. 내가 힌트를 살짝 줄게. 그 곳은 우리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야..”
“마음의 고향…?”
“그래…눈을 감고 자알~생각해 보라고.”
그 곳이 어딜까? 여러분도 눈을 감고 잘 생각해보세요…
자, 소개합니다!
우리 마음의 고향, 소방서!!!!!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뭐야! 오늘은 숙소 잡는 거 아니었어?”
“숙소라니, 무슨 소리야?”
“아니 그럼 소방서에 오자고 그렇게 뜸을 들였던 거야?”
“소방서라니, 마음의 고향이지~세상에 이게 얼마만이야~ 바하캘리포니아에서 처음 보는 소방서잖아?
아니 자기 표정이 왜 그래. 설마 소방서에 온 게 맘에 안 드는 거야?”
“아..아니 그게 아니고…그나저나 그럼 레스토랑에는 왜 데려 간 거야? 요리도 몇 개나 시키고?”
“그거야 배고프니까~자, 오늘 하루도 편안하게 지내다 가자고~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허허허.”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절대 소방서에서 캠핑하는 게 싫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냥 오늘 내가 헛다리를 짚었던 게 짜증날 뿐이다. ㅋㅋㅋㅋㅋ
소방서가 내 든든한 마음의 고향인 것은 맞으니까. ㅎㅎㅎ
이렇게 오늘 하루도 심심할 틈 없이 지나간다.
그렇게 소방 대원들의 보호 아래 편안한 밤을 보내고 또 다시 길 위로 올라왔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산타 로사리오 마을이 끝나갈 무렵 반가운 표지판이 나온다.
게레로 네그로까지 217km.
티후아나까지 943km.
페달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가 있으리라.
마을을 벗어나 15분 정도 달리니 또 다시 간판이 나왔다.
그런데 거리가 맞지 않는다.
티후아나까지 943km에서 954km로 9km가 늘어나버렸다.
둘 중 어느 걸 믿어야 할 지 고민 된다고?
뭘 고민하나?
어차피 둘 다 900km 이상인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잖아! ㅋㅋㅋㅋ
아직도 2주는 더 달려야해.
까짓 9km에 연연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
그러니 잔말 말고 그냥 달렷! ㅋㅋㅋ
바다도 오늘로서 안녕이구나.
이제부터 해안선을 벗어나 사막 한 가운데를 가로 질러 갈 것이다.
오늘은 산타 로사리오에서 80km 뒤에 있는 마을 산 이그나시오까지 달릴 예정이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해안 도로를 벗어나자 마자 산악 지형이 나타난다.
오늘은 눈물의 고갯길을 넘어가야만 한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에게는 신나는 날.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끌바를 하는 날. ㅋㅋㅋ
아니 웃으며 끌바 하는 날?!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경사도가 급하고 도로가 좁아 위험하니 잠시만 끌고 가겠다.
나 말고 이대장이.
반대편 차선에서 트럭이 오는 데 왜 가만히 있는 내가 덩달아 무서울까?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여기는 조금 무서워 할 만하다.
트럭이 코너링하다 이렇게 뒤집어 질 수 있으니.
코너 곳곳에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파편들이 가득하다.
자, 소방서 밖은 위험하니? 얼른 이 곳을 벗어나보자.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후덜덜 오르막의 끝에는 기가 막힌 선인장 초원이 펼쳐진다. ㅋㅋㅋㅋㅋ
한 차례 기나긴 오르막을 지나고 잠시 평이한 평지가 나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혹시나 역시나 반가운 자전거 여행자들이다.
멕시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로 짐 없이 단촐하게 여행하고 있었다.
왁자지껄 아저씨 부대와의 짧은 면담? 을 마쳤으면 어서 달려보자.
또 우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갈 사람들이니 너무 정을 주지는 말자고.
우리만 힘들어지니까. ㅋㅋㅋㅋ
뭐지???
아저씨들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대체 왜..?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은 무슨 정신으로 맞바람을 맞으며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랬다.
아저씨들도 우리처럼 맞바람을 맞고 있었다 ㅋㅋㅋ
게레로 네그로까지만 여행한다는 아저씨들.
그래도 달리는 구간이 그리 길지는 않으니 괜찮을 거야…는 무슨!
맞바람이 뭐가 좋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그들은 그렇게 우리 앞을 바람처럼 지나갔다.
Cycling through Baja California from La Paz to Tijuana, Mexico! 2016.
사막 종단 중 처음으로 만난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자전거 동호인들…
이 길의 어딘가에 우리처럼 맞바람 싸대기를 맞고 있는 동지가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왜 일까…?
흐흐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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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대장
첫댓글 멋진 젊은이들 화이팅하세요. 이 대장님 부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