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다연이가 8:40 이후에 왔나 보다(내가 조회할 때는 있었다). 나에게 종례 후 와서 지각자 청소 안 하는지 물었다. 지각자 기록 도우미인 정훈이를 불러 앞으로 지각자를 잘 체크해서 적으라고 했다. 정직한 다연이. :)
- 우리 반 상추가 쑥쑥 커서 아이들(혜라, 규리, 수안)이 어제 나에게 와서 아침에 비빔밥 해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조회 전까지 정리가 잘 되면 가능하다고 했다. 옆 자리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귀엽다고 웃으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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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교무실에서는 당근 심고 싶다며 씨앗 봉투를 든 지원이와 은찬이를 볼 수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식물 키우기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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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리 반 교실 와서 비빔밥 한 입 먹고 가시라고 은찬이가 문자를 보냈다. 옆자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들이 비빔밥을 들고 왔다고 한다. 만들고 먹기 바쁠 텐데 나까지 챙겨주다니 어쩜 저렇게 예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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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늦었다고 마음만 받겠다고 했는데 교무실로 비빔밥을 들고 아이들(은찬, 규리, 다연, 수안, 혜라, 예지, 지원)이 출동했다. ㅋㅋ 우와... 이런 아이들이 다 있다니... 비빔밥을 들고 찾아와 준 아이들 사진을 찍어 두었다. 먹어 보았는데 맛있었다! 행복해. 선생님들이 아이들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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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조회 들어가느라 시간이 없어서 한 입 먹었는데 2교시 연달아 수업하고 3교시에 드디어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다. 황홀하게 맛있었다. 고추장의 양, 넉넉한 채소, 고소한 맛까지 내가 제조하는 비빔밥보다 훨씬 맛있었다. 비빔밥도 잘 만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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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이 점심을 건너뛰어도 되었을 양이었으나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급식도 먹음. 히히. :) 급식보다 비빔밥이 더 맛있었다.
- 비가 보드랍게 오는 아침이다. 공원을 통과하여 출근하는데 예원이가 그의 사랑스러운 반려견 쭈니와 산책하는 것을 보았다. 쭈니는 낯선 나에게도 웃는 표정으로 혓바닥을 내밀며 다정하게 다가와주었다. 착한 아이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풍성하고 부드러웠다. 아침에 집에서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마음이 송곳이나 고슴도치처럼 뾰족했었는데 저절로 보드라워진다. 표정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 지난 금요일에 살짝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는데 주말 중에 해결을 못했더니 점차 마음 속의 지분이 커져서 마음 고생을 했다. ㅠㅠ 그리고 오늘 드디어 걸리는 일과 관련하여 한 선생님께 사과하였더니 드디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선생님은 딱히 생각도 안 한 일이었다고 놀라셨으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그건 나한테는 중요한 것이니까.
<11반>
- 채영이가 깔끔하게 ppt를 구성하여 발표하였다. 그의 발표에서 흐름이 논리적으로 전개된 점, 읽기 전후로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본 점 등이 특히 좋았다.
- 예준이는 윤동주의 '서시'를 가지고 발표하였다. 고른 시선 처리도 좋고 발음, 속도, 목소리 크기 등 모두 차분하니 듣기 좋았다. 엄... 그런데 그의 질문은 "'벽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는 어떤 의미일까?"였다. 시 본문에 '벽'으로 되어 있길래 그냥 오타인 줄 알았는데 질문마저 일관성있게 '벽'이다... 나는 나처럼 웃음을 꾸욱 참는 학생들이 있겠지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아무도 안 웃는다. 심지어 여러 학생이 진.지.하.게. 그 질문에 대답하였다. 고쳐 줄까 하다가 과연 '벽을 노래하는 마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해서 가만히 발표를 들어보았다(나 너무 사악해? 그런데 듣다 보니 은근히 나도 '벽을 만나면 벽을 노래해야겠다'고 설득됨). 그리고 피드백 시간에 '벽'이 아니라 '별'이라고, 어쩌면 한 명도 말하지 않느냐고 말해주었다. ㅋㅋ
- 윤동주의 '서시'를 접할 때마다 하게 되는 다짐. 나도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모든 죽어가는 것이란 곧 모든 생명체를 말한다. 쉽사리 분노와 미움에 휩싸이는데 주문처럼 외어야 할 말이다.
- 주원이는 '갈매기의 꿈'을 가지고 발표하면서 '삶의 이유,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는 태어났으니 살아간다. 물론 삶의 목표나 이유가 있으면 더 즐거울 수도 있다. 문제는 답이 없는 문제에 너무 깊이 파고들어서 괴로움에 빠지게 될 경우다. 가끔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그냥'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행복을 삶의 목표로 흔히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경계해야 한다. 행복은 추구해야 할 목표로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누려야 하는 것이므로.
그냥 하나씩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가볍고 즐겁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은 것이다.
<15반>
- ppt에 오타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아무래도 주의가 분산된다. 그래서 원래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청중이 주의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사소해 보이는 부분에도 신경 써 주는 것이 좋다.
- 은율이가 간장게장을 소재로 부모님의 사랑을 노래한 시 '스며드는 것(안도현)'을 소개해 주었다. 이 시의 슬픔을 준기가 피드백 할 때 공감해 주어 좋았다. 은율이가 음식으로 시를 쓸 수 있다는 점, 시의 소재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어 좋았다. 연관되는 영화 등 다른 텍스트를 생각하고 이야기해 준 것도 좋다.
- 하민이가 '나무를 위하여(신경림)'을 가지고 발표하였다. 시련과 고통이 올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질문하는 것으로 발표를 열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준기가 서양철학을 설파했다(어제에 이어 준기가 또..). 그리고 재원이가 보충했다. ㅋㅋ 나는 또 이해하지 못했다(수업 시간에 이해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학생의 마음이 이런 건가..).
하민이의 발표 내용은 시를 여러 면에서 살펴 보아 풍부했고, 특히 '연대를 통한 시련 극복'을 이야기해 주어 좋았다. 준기와 재원이의 설명을 이해 못한 시련과 고통을 어디선가 도움을 받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몰라...
- 우민이가 중학생의 삶을 짧은 봄에 비유해서 공감되었다. 정말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지나가는 시절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중학생 때 그렇지 못했다. 청중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발표라 좋았다.
- '후회'를 주제로 한 혜리의 발표는 최근 나의 행동에 후회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하며 들었다. 차분한 진행, 고른 시선 처리, 듣기 좋은 목소리 크기, 속도, 발음, 이해를 돕는 ppt도 좋았다. '지금을 (사는 것을) 선택하라'는 말이 의미있었다.
<13반>
- 발표를 하루 5명은 하기로 목표를 세웠는데 또 못 채웠... 발표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 목소리를 음미하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
- 아이들은 왜 서준이가 나오면 웃을까? 그런데 나도 서준이를 보면 어쩐지 웃음이 나는데 왜 그럴까? 아마도 그는 치명적 귀여움의 소유자인 듯.
서준이는 차분한 속도와 목소리 크기 등이 좋았고 다음에는 시선 처리만 고루 하면 좋을 것 같다. 작품을 사회와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점이 특히 좋았다. 연우는 거만한 자세로 그의 발표에 피드백을 하였고 서준이가 그에게 평가당하는 것이 어이없는 듯 뒤에서 상당히 기막혀 했다. ㅋㅋ 태혁이는 오늘 발표자에 대해 모두 긍정적 피드백을 하였고 서준이 발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하여 서준이가 또 기막혀 했다. ㅋㅋ
- 희수는 '황혼이 바다가 되어(윤동주)'를 가지고 발표했다. 시에서 화자가 말하는 절망감을 ppt에도 검은 색으로 표현해 주어 ppt에서도 심미성을 찾을 수 있었다. 시를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여러 개 배치하여 시를 음미할 수 있었다.
태호가 '낙엽'과 '해초'를 대비해서 낙엽은 수분이 적고 마른 것, 해초는 수분이 많은 것으로 희망의 정도를 비교해 주어 인상적이었다. '첫 항해하는 마음을 먹고 방바닥에 나뒹구는',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는' 등의 표현이 절망감을 시각화하여 마음에 와 닿았다.
현제는 또 뭐가 궁금하다('색깔을 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하여 질문을 가장한 질타를 하려 했으나 궁금하면 발표자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주라고 했고 지난 번에 현지는 사과를 했으나 희수는 답변을 해주어서 질타가 질문이 되었다. ㅋㅋ 다음 발표자들도 현제가 궁금하다고 하면 당황하거나 사과하지 말고 답변을 하기 바란다.
황혼이 바다가 되어
윤동주
하루도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잠기고……
저― 웬 검은 고기떼가
물든 바다를 날아 횡단(橫斷)할고.
낙엽(落葉)이 된 해초(海草)
해초(海草)마다 슬프기도 하오.
서창(西窓)에 걸린 해말간 풍경화(風景畵).
옷고름 너어는 고아(孤兒)의 설움.
이제 첫 항해(航海)하는 마음을 먹고
방바닥에 나뒹구오……뒹구오……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
오늘도 수(數)많은 배가
나와 함께 이 물결에 잠겼을게오.
- 예나도 삶과 연결지어 시의 이해를 돕는 질문을 마련하였고,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였으며 차분한 속도와 적당한 목소리 크기 등으로 음미하며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시 낭송을 하지 않고 청중 중에서 할 사람 있는지 물어서 흥미로웠다.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시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ㅎㅎ 시에서 '눈'이 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도전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시의 제목인 '첫사랑'과 연관해서 답변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발표 희망자를 찾기 어려웠다. ㅎㅎ 예나가 발표 마무리에 청중에게 위안을 주는 말을 해주어 좋았다.
예나의 시 '첫사랑'에 나온 '눈'은 희수의 시 '황혼이 바다가 되어'에서 '모험을 떠나는 배'와 같다. 두 시를 연달아 감상하니 검은 바다에 빠지는 배처럼 눈이 바다로 들어가 녹는 장면이 잠시 연상되었다. 그런 절망감이 들 때가 있지. 그리고 그런 절망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또는 하민이가 말한 것처럼 연대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절망감이 들 때 일단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은 힘들지만 필요하다.
첫사랑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 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14반>
- 규리가 나태주 시인의 '행복', '선물'을 가지고 발표했다.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느꼈는데 그는 일상의 잔잔한 행복을 잘 찾아낸다. 시가 그의 가치관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삶에서 의미있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잔잔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다. 그러한 생각을 발표를 통해 일깨워 주어서 좋았다.
- 다연이는 '모모'를 가지고 발표했다. 차분한 속도, 명확한 발음, 고른 시선 처리 등으로 전하려는 내용을 매끄럽게 전달하였다. "우리 삶에 회색 신사(시간을 뺏는 존재)는 언제 들어왔을까?"하고 질문하였다. 지오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녔다며 그 때부터인 듯하다고 답했다(으... 학원). 할 것이 너무 많아 보이고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 때 다연이가 인상적 구절로 꼽은 것을 떠올리면 좋겠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가 말한 것처럼, 그의 발표를 통해 '나의 시간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어 좋았다.
- 소현이가 '폭풍(정호승)'을 가지고 발표했다. 차분한 속도, 명확한 발음, 고른 시선 처리 등이 모두 좋았다. '폭풍'에서는 폭풍이 지나갈 것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폭풍이 되자고 한다. 이 구절의 의미를 질문하였는데 시의 주제와 관련된 핵심 질문을 잘 선정하였다. 시련이 오면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한데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기. 강한 정신력, 의지를 혜라와 소현이가 말하였는데, 외부 요인은 나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며 나의 생각과 감정은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때 단단해질 수 있다. '스스로에게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지 멈추어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p.s.
그런데 어쩐지 폭풍 앞에서 스스로 폭풍이 되라고 하는 것이 '서시(윤동주)'에서 '별'의 오타인 '벽'을 가지고 '벽을 만나면 벽을 노래하라'고 진.지.하.게. 말했던 11반 학생들 발표의 세계관과 이어진 것 같다! 소름... ㅋㅋ
폭풍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 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 오늘 다연이가 '모모'를, 민준이가 '시간을 파는 상점'을 발표해서 '시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니? 학생들 발표를 들으며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우리는 '지금'만을 살 수 있을 뿐. '지금' 미소 지으며 살기.
- 오늘은 기권하는 학생 없이 모두 발표했다. 어떤 피드백을 받든,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과정과 발표하는 경험을 통해 분명히 자신에게 남는 것이 있다. 발표가 긴장되고 힘든 학생도 있었을 텐데 참여한 학생들 모두 수고 많았고 대견하다.
오늘은 7교시나 하는 날이었는데 학교 다니느라 수고 많았어. 내일 또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