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아이들과의 행복
올해 3년째 지역아동센터에서 초·중생들과 함께 <재미있는 글쓰기> 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빛나는 긍지와 기쁨, 그리고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다. 32년간 교직에 근무하고, 5년 전에 명예로운 정년 퇴임을 한 후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재작년 4월 우연히 지역 신문 페이퍼뉴스를 보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평진원)으로부터 ‘경기도 교육플랫폼 찾아가는 배움교실’ 도민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공공형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큰 가치 실현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 한다.
나는 곧바로 평진원에 접수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나의 전공인 ‘국어 보충학습’을 선택하고, 학습 주제는 ‘재미있는 글쓰기’로 정한다. 엄격한 서류심사는 물론이요, 인성검사와 면접전형까지 합격한다. 그 후 강사 양성 커리큘럼 교육 9시간을 영상으로 수강한다. 코로나19 엄중한 시국이라 모든 절차를 시종일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학습 목표를 ○읽기와 쓰기 능력 배양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기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어휘, 문법 이해하기 등 전반적인 국어 학습활동으로 설정한다.
강의 내용으로는 *바른말 고운말-말이 곧 행복이다 *삼행시 및 동시 짓기 *동시 낭송하기 *어휘력 팡팡-짧은 글짓기와 끝말잇기 *전래동화 읽기 *문법이 쏙쏙: 표준어와 방언, 맞춤법과 띄어쓰기 *한국의 노래-옛시조 감상하기 *삶의 지혜를 배우는 속담 *재밌는 고전소설 감상하기 *기초한자 공부하기 *필수 사자성어 익히기 등 다채로운 내용을 준비한다.
수업 준비는 모두 마쳤으니 이제 수요처(학습센터) 현장을 찾아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나는 집이 구리이기에 비교적 가까운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에 위치한 평강지역아동센터스쿨을 수요처로 신청을 한다. 평진원에 접수하고 교재도 5부 신청한다. 교재는 <천재교육>에서 발행한 ‘Yes논술교재’로 테마토론논술, 독서토론논술, 리딩북, 어휘·문법·글쓰기 등 초등학생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탄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드디어 평강지역아동센터스쿨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수행한다. 초등생 5명이다. 나의 소개를 간단히 한 후 아이들도 차례로 자기 소개를 한다. 그저 귀엽고 천진난만한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다. 미리 준비한 Yes논술교재 첫 장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다룬 후, 김용택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에서 동시를 하나씩 골라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도록 한다. 이어 동요 부르기, 넌센스 퀴즈, 끝말잇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중간중간에 넣어 수업 분위기를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한다.
첫날 수업이 끝난 후 평강아동센터장 선생님과 커피 한잔을 하는데, 감사하게도 덕소와 호평동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두 곳을 더 소개해 준다. 그 다음 주부터는 세 군데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저기 부지런히 활동하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강사 수당도 제법 짭짤하게 들어온다. 참으로 재미있는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고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이후 다시금 내 전공을 살려 자라나는 꿈나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어느 날, 평진원으로부터 도민강사 임명장과 패찰·강사증이 택배로 배달된다. 이어서 다음 달엔 경기도지사로부터 감사의 편지가 날아온다. 그 일부를 여기 인용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명 한 명 어른이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찾아가는 배움교실’에 함께하시는 도민 강사님은 귀중한 경험과 뛰어난 역량을 갖고 계십니다. 한 땀 한 땀의 정성을 모아 교과 학습뿐만 아니라 인성함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심어주고 계십니다.
강사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도 교육플랫폼 찾아가는 배움교실’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평등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뜻깊은 사업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합니다.” 도지사님이 직접 보낸 격려의 편지를 읽으니 힘이 샘솟고 자긍심(自矜心)이 한층 높아지는 듯하다.
수업 시작할 땐 동요(童謠) 한두 곡을 함께 부른다.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동요를 경쾌히 부름으로써 분위기도 명랑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진다. 그리고 인사(人事) 정중하게 잘하기, 글씨 정성껏 잘 쓰기를 재삼재사 수시로 강조한다. 또한 교재 위주로만 수업하면 별로 재미가 없다. 봄·여름철에는 꽃이나 풀잎 같은 자연물(自然物)을 이용한 실물교수법(實物敎授法)으로 학습 분위기를 즐겁게 유도한다. 가령 꽃을 보면서 동시 써보기, 풀잎으로 풀피리 불기, 대나무 잎으로 나뭇잎배 만들기, 이런 자연물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 전해 내려오는 전설도 덤으로 들려준다.
또한 가을철에는 단풍잎·은행잎·강아지풀로 만들고 꾸미기, 도토리 팽이·밤 수저 등 재밌는 놀이나 게임, 그 소재에 어울리는 동요 부르기를 하면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회지(都會地)에서 나고 자란 핸드폰 세대 아이들인지라 이런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학습은 그저 신비롭고 흥미로울 것이리라.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면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여 열심히 듣는다.
추석 무렵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詩)도 한 편 써서 보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쾌한 응답이 날아온다.
꿈을 키우는 교실
삼행시 짓기, 동시 낭송하기
동요 부르기, 재밌는 끝말잇기
푸릇푸릇 꿈나무 아이들
해맑은 웃음 즐거운 교실
꿈을 키우고 있다네, 푸른 꿈을…
산꽃처럼 들꽃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별꽃처럼
향기롭고 건강하게
생글생글 무럭무럭 성장하여라
저 가을 하늘처럼
티 없이 맑고 파란 마음으로
꿈을 향해 훨훨 날아보자꾸나.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잘 따르고 배움교실 시간을 은근히 기다린다. 글쓰기 실력도 눈에 띄게 쑥쑥 향상되고, 일취월장(日就月將)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동시 쓰기'를 지도한 후 아이들이 쓴 글 중 비교적 잘된 작품을 3회에 걸쳐 지역신문에 싣는 기쁨과 보람도 가졌다. 지난 11월 마지막 회 수업을 마친 후 종강(終講)한다고 하니 금세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다. 꽃 피는 봄에 다시 보자며 살살 달래었다.
찾아가는 배움교실 도민 강사로 작년엔 아동센터 세 군데, 금년엔 두 군데에서 동분서주 활동한 지도 벌써 3년째 되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풋풋한 꿈나무 아이들과 매우 즐거운 추억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오랜 세월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미처 베풀지 못해 아쉽고 미진했던 부분들을 여기 배움교실에서 해소하니 마냥 기쁘기만 하다.
어느덧 3월, 재충전(再充電)의 기회를 충분히 가졌으니 꽃피는 새봄과 함께 올해도 본격적인 활동 개시를 하고 있다. 날로 달로 쑥쑥 성장하고 있는 꿈나무 아이들과 더 새롭고, 더 알차고, 더 즐거운 배움교실을 펼쳐 나가리라 다짐한다.
첫댓글 월파 여기서 뵈오니 더 반갑네 그려 종종 보세나
거암 동지,
정말 반갑소이다~♬
진건읍 용정리에는 외사촌형이 거주하고
근처에는광해군의 송릉, 단종비의 사릉이 있습니다.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에 위치한
평강지역아동센터스쿨을
수요처로 신청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구리 남양주와 인연 맺은 지가 어언 33년,
회장님도 남양주와 인연이 깊군요.
이쪽으로 함 오세요. 탁주가 기다리고 있네요.
월파 반갑습니다
금천 동지,
정말 반갑소이다~♬
임한율 선생님~
경천동지 입니다
월간한맥문학 4월 호를 오늘 받았습니다
마음의 영토를 넓혀 준다는 기행 문 236p 은빛 향연의 설국
선생님 글을 보고 너무 반갑고 놀랐습니다
3사 카페에 게재하신 글을 다 보았지만 한맥의 가족이란 생각도 않했습니다
독도 성인봉에 올라 ~사진을 뵈니 언 듯 뵈온 적 있는 듯 한 용안 입니다
한맥문학은 저의 모태 문학사 20여년 됐습니다
(3사 카페에 한맥 회원 몇 분 계시더군요 )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좋은 날 행운 가득한 날만 기원합니다
남양주에서 깊은 밤에 인사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