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빗속의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지만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새벽 두 시에 여행을 간다고 행장을 차리고 나가는 일은 드문 일이다 철도청과 연계해서 가는 남행 열차라나? 거문도 백도를 간다 가고는 싶었지만 바닷길이 여의치않고 먼길이라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막연한 그리움을 주는 곳이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양수에 담겨 살아서일까 아니면 우리 먼 조상이 바다에서부터 올라와 진화된 탓일까?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과 위로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 바다를 향해 그리고 미지의 섬을 향해 설레임으로 출발했다
새벽 2시18분 기차에 오르니 서울에서부터 정차지 마다에서 차례로 타고 내려온 모놀 회원들의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용산에서 10시 50분에 출발한 임시 열차는 수원 천안 대전을 거쳐 비 내리는 밤길을 달려왔다 내일의 일정을위해 잠을 자라고 다그쳐도 여기저기 소근소근 오래간만에 만난 정 나누느라 바쁘다
내일 모레가 보름이니 날씨가 좋으면 달빛도 아름다울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가로등 불빛에 쏟아지는 빗줄기만 바라본다
(우리가 타고간 쾌속정)
새벽 4시경 비 그친 여수역에 내려 거문도행 배를 탔다 다행히 파도가 높지 않아 배는 탔지만 너울 현상이 조금 있다더니만 뱃 멀미 하는 사람이 상당히 있었다는 후문인데 다행히 나는 뱃멀미는 그다지 안하는 체질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설레임 반 소란스러움 반으로 눈도 못 부치고 달려 온 길인데 안에만 있기 답답하여 밖으로 나갔더니 칠흙같이 어둔 밤 바다에 멀리 등대불만 깜박이고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물소리와 바람소리 뿐 소싯적 흥얼대던 노래가 생각난다 "물 소리 까만 밤" 가사도 잊어버려 멜로디만 흥얼거리는데 똥그랑땡과 보리 그리고 닉이 기억나지 않은(죄송)분 세명이 뱃전에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 아니 파도소리에 질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함께 동참해서 뱃전에 부딪치는 물 벼락을 맞아가며 노래를 불렀는데 두고두고 음미 할 좋은 추억거리가 될것 같다
술비야 술비야 술비야 술비야
두 시간 여를 달려서 거문도에 도착하니 섬 주민들의 수고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섬 전체의 인구가 500 여명 된다는데 방문객이 600 여명 그야말로 온 마을이 수고를 한것 같다 섬 특산물과 남쪽이라 이미 무르익은 봄, 햇 쑥국으로 입 호사를 하고 그곳의 무형 문화재라는 뱃노래 행사에 합세한다
칡넝쿨을 꼬아 밧줄을 만들때 부르는 술비야 술비야라는 노래는 여러명이 틀에 칠넝쿨을 넣어 꼬아 밧줄을 만들면서 흥을 돋구며 부르는 노래다 술비야 술비야라는 놀이에는 밧줄을 완성한 후에 광광객과 하나 되어 신나게 어울어 졌다 혼자서는 못하는 밧줄꼬기는 온 주민이 함께 나와서 마을 행사로 치뤄졌던것 것 같다
뱃노래
그리고 뱃노래는 고기를 잡으러 나갈때 용왕님께 제사드리고 그물을 던지고 고기를 잡는 모습을 흥겨운 뱃노래와 함께 보여 준다 그들의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가던 모습이 관광상품이 된것이다 이제는 대 도시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젊은이들과 줄어드는 인구 노령화된 노동력으로는 힘 들고 고단해서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울것 같다 그래서 관광객을 유치해서 그곳의 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벌리는 행사인것 같다
잠시후 백도를 간다고 배를 타는데 우리 일행이 많이 탄 배인 가고오고호를 못 타고 몇 명이 다른 배를 타게 되었다 우려했던 비는 안 오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바다는 하늘을 닮는다 하늘이 잿빛이면 바다도 잿빛이 되고 하늘이 파란색이면 바다도 파란색이 된다 잿빛이던 바다가 햇살이 나면서 비취색으로 변하고 있다
백도는 상 백도와 하 백도로 나뉘고 백개의 섬에서 하나가 모자라 일백 百자에 점 하나를 떼어서 白도라고 한다고도 하고 쪽빛 바다에 하얀 바위들이 서 있어 백도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디를 간들 바위 하나하나 이름없고 전설없는 곳이 있을소냐 각기 다른곳에서의 전설 이야기가 결국은 거의 비슷한 내용이 많다 우랄 알타이어계의 단일민족인 우리 나라의 정서가 거의 비슷해서 일것이다
망망대해에 툼벙툼벙 빠트려 놓은 듯 바위들이 기기묘묘한 자태로 서 있다 하나님이 정성껏 빚어서 만든 해상 정원이다 흙 하나 없이 장대한 바위들이 도열해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바위 틈으로는 작은 풀들이, 사실은 천연기념물인 풍란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꽃피는 계절이었다면 백리 밖에서도 맡을수 있다는 풍란의 향기를 음미 했을텐테 아쉬웠다 등대가 있는 바위섬에는 관광객이 올라갈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사람들이 훼손하고 파헤쳐서 상륙을 금지했다고 한다
인간의 소유욕 내것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여러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것 같다
바위와 물새들만이 있는 곳 인간의 접근을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아 보이는 섬
검은 가마우지 한 마리가 주인인냥 버티고 서 있다
고개를 들어야 볼수있는 제일 높은 봉우리에 등대가 외로이 바다를 지키고 있다
전에는 유인등대였지만 지금은 무인등대라고 한다 유인 등대가 있던 시절
파도만 철석이는 바위 꼭대기 그 곳을 지켰을 등대수의 외로움이 가슴에 전해져 온다
험한 바위턱에 식수는 아니더라도 생활용수로는 쓸수있는 우물이 있어
고기잡이 배를 타는 사람들이 가끔 물을 길러 오르기도 한다고 한다
안내인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놓는 섬의 전설과 설명을 들으며 섬의 아름다움에 취해본다 그 곳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가까운 곳이다 사람하나 살지않는 망망대해의 바위섬인 그곳이 우리나라의 파수꾼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시간여만에 화려하면서도 외로움이 깃든 백도를 한 바퀴 돌아 거문도로 다시 왔다 등대를 유람선을 타고 간다는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산을 오르는 150 여 명의 우리팀들은 산을 오르기 힘든 사람은 해안을 끼고 오라고 하는데 길 양편으로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진 해안길도 나쁘지는 않다
봄이 오는 거문도는 영국군이 상륙했었다는 역사적인 사건보다 논이 한 배미도 없어서 쌀 농사는 전무하다는 사실보다 벌써 봄이 무르익어 동백꽃이 반쯤 떨어지고 길섶에는 섬 딸기꽃과 유채꽃이 샛노랗게 피었으며 제법 자란 쑥이 나풀거린다는 이유만으로 봄맞이 여행객에게는 낭만 가득한 추억이 될것이다 확실히 봄은 남쪽에서 오는가 보다
섬의 한 자락 모퉁이를 돌아 특별히 우리를 위해 식당차를 운행해서 온다는 점심을 먹을 집결지로 모인다 섬지방의 맛있는 음식으로 맨땅 바닥에 앉은채로 점심을 먹었다 어디서 이렇게 풀어진 자세로 점심을 먹을수 있을것인가 여행이란 이렇듯 자유스러움이 좋은 것이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위해 우리는 항상 일탈을 꿈꾸며 살지 않는가?
살랑이는 따뜻한 봄 바람을 맞으며 해안을 돌아 온 사람이나 땀흘리며 산을 넘어 온 사람 모두가 본 곳은 달라도 느낌은 비슷했을 것이다 너무 좋다 햇빛이 비춰서 반짝이는 바다도 좋고 섬이어서 더욱 좋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무박 이일의 일정이 너무 피곤해 아까운 구경 다 놓치고 잠만 쿨쿨 자고 왔다 봄을 맞으러 가는 남행열차 모처럼 떠나는 기차여행의 낭만은 훈훈한 봄 바람을 가득안고 꿈 처럼 다녀온것 같다
3.3 꽃님이 |
첫댓글 꽃님이님도 많이 담으셨네요. 봄바람 확실히 났었죠?ㅎㅎㅎㅎ
언니! 4월달엔 봄처녀로 만납시데이~~
꽃님이님,,,글 사진 정말로 좋습니다,,,또 다른 모습의 사진과 글에 다시금 그 곳이 생각이 나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차근차근 후기를 읽다보니 그날의 기억이 또렷이 살아납니다...벌써 일주일이 다되가네요...
꽃님이님의 모습 만큼이나 잔잔한 후기를 읽다보니 미쳐 생각치 못하고 구경치 못한 거문도의 모습 다시금 보고 가네요. 늘 건강한 몸으로 앞으로도 함께 이어지는 답사였슴합니다...감사합니다..
사진이 참 선명하게 잘 나왔어요...아니, 잘 찍었어요...ㅎㅎㅎ 자세한 글도 감사합니다,,,^^*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참 건강하게 보이셔서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