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읽는책]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 - "FISH" 직장 생활을 30년쯤 한 CEO로서 읽을 만한 책을 타인에게 권한다면 얇지 만 그 감동이 펄떡이는 스티븐C.런딘 박사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한 언 펴냄)을 추천하겠다. 어떤 조직 생활이건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적인 반복과 타성에 빠지기 쉬 우며 이런 것들은 누구도 떨쳐 버리기 어려운 매너리즘을 유발한다. 나 자신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찾고 싶은 유혹을 받곤 하 는 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강한 자극을 준 책이었다. 스스로 파란경영(破卵經營)을 주창해 온 경영자로서, 두 딸아이를 가진 집안의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돌이켜 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시간을 좀 더 알차고 새롭게, 충만된 에너지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의 등장인물 제인은 어느 날 '유독성 폐기물 더미'라 불리는 관리 부서의 리더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마치 무덤처럼 보이는, 어둡고 생기 없는 부서에서 그녀는 뭔가 변화를 찾기 위한 고민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파이크 플레이스 어(魚)시장에서 상인들의 생동감 넘 치는 삶의 모습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일하는 즐거움과 활력에 매료된다 . 날아다니는 듯한 싱싱한 물고기를 보며 환호하는 상인들, 놀이터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 그들의 일터. 과연 무엇이 그들을 환호하게끔 살맛나게 했을까. 그 경쾌한 웃음을 보 며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조차도 재미를 느끼고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것 은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어시장을 냄새 나고 축축한 생존 현장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선 거래를 통해 서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삶의 터로 가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제인은 자신의 문제부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와 신념을 갖는다. 왜냐하면 문제는 업무의 처리방식이 아니라 그 업무를 대하고 있는 조직원들의 태도와 생각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인이 자신의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실천 방법은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 △놀이찾기(나의 일을 놀이처럼 즐기기) △그들(동료, 고객)의 날을 만들어주기 △그 자리에 있기(자신을 필요로 하는 동료,고 객의 곁에 있기) 등 네가지였다. 그녀가 결론적으로 가진 생각은 "비록 사랑하는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해 도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 은 가능하다" 는 것이다. 광고회사는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과 같은 곳이 아닐까. 용트림하는 듯한 생명력과 즐거움으로 펄덕이는 아이디어와 기획안들이 던져지고 소비자와 광고주 사이에서 수많은 가치와 이익을 흥정하고 거 래하는 진정한 어시장이라고 생각해본다. <매경200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