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벅타령 - 이진봉
어리야 둥글 범벅이야 둥글 둥글 범벅이야 김 도령 잡술 범벅이요 찹쌀 범벅 이 도령은 본낭군이요 김 도령은 훗낭군 계집년의 행실을 보소 가깐 데 냉수 안 길어 오고 먼 데 냉수 길러 간다 집으로 돌아와서 신수점을 보았더니 금년 신수 대통하여 외방 장사를 나가시면 재수 소망이 좋답니다 계집년의 행실을 알고 외방 장사를 나가마고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엿만 보고 새만 본다 이 도령을 보내 놓고 김 도령 오기만 기다린다 이 도령 없는 싹을 알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계집년을 찾아와서 문 열어라 내가 왔으니 문 열어라 겉저고리 물면주 고장바지 백방수와주 너른바지 항라 잔솔치마 맵시 있게도 걷어 안고 고양나이 겉버선을 외씨같이도 몽글리고 갈지자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 나가 이 도령을 보내 놓고 좌불안석에 고대했소 들어가요 내 방으로 들어가요 마루 치장이 더욱 좋다 방문 열고 들어서니 방 치장이 더욱 좋다 각장장판 세간 치장이 더욱 좋다 각계수리 들미장과 자개함롱 반닫이를 빈틈없이 놓아 있고 체경시계 사진판을 사면에 걸어 놓고 족자병풍 둘러치고 와룡 촛대 불 밝혀 놓고 계집년이 하는 말이 잡숫고 싶은 걸 일러 주오 삼월 삼질에 쑥범벅 사월 파일에 느티 범벅 칠월 칠석에 호박 범벅 시월 상달에 무시루 범벅 정월에는 꿀범벅 계집년과 김 도령이 자미스럽게 노닐 적에 내가 왔으니 문 열어라 문 열란 소리에 깜짝 놀라 허둥지둥 일어나서 한숨 쉬며 하는 말이 김 도령 처치가 망연하다 금거북 자물쇠로 어슥비슥이 채워 놓고 외방 장사를 나간다더니 아닌 밤중에 웬 일이오 외방 장사를 나갔더니 장사가 안 되기로 당신네 뒤주에서 인성황이 났다기로 삼대 사대 내려오는 세전지물은 그뿐인데 화장 불사가 웬일이오 참바짚바 가져다가 뒤주 발에 걸어지고 김 도령이 들었구나 김 도령 보고 하는 말이 너를 죽일 배내 아니다 내 앞에 뵈지 말고 너 갈 데로 빨리 가라 으슥한 숲을 찾아가서 몸을 숨기고 엿을 본다 삼우제를 지낸다고 갖은 제물을 차려 이고 뒤주 사른 그 앞에다 좌면지를 펼쳐 놓고 갖은 제물을 차릴 적에 삼색과실 오색채소 주과포혜가 분명하다 석 잔을 가득 분 후에 재배통곡하는 말이 화장 불사가 웬 말이오 이 도령이 엿을 보다 와락 뛰어 달려와서 열녀불경이부라니 네 죄상을 모르느냐 한 번 용서를 하시구려 우리 둘이 살아 생전에 의만 좋으면 그만이지 땅을 치며 하는 말이 네 죄상을 생각하면 나도 또한 대장부라 더러워서 안 죽인다 나는 가니 잘 살아라 지난 일을 후회하며 이 도령을 쫓아갈 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기진맥진 시진하여 펄썩 주저앉으면서 두 절개가 되었구나 일부종사 알게되니 차라리 이 몸이 죽어 후인징계나 하오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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