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맞아 조상 묘소나 납골당을 찾는 성묘·참배객의 발길이 지난달부터 줄을 잇고 있다. 명절 때 조상을 먼저 생각하고 제를 올리는 풍습은 우리의 미풍이요 두고두고 대물림해야 할 전통윤리라 하겠다. 문제는 우리의 장묘문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이로 인한 국토의 묘지화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전국의 공설 공원묘지의 매장가능기수는 8월현재 212만여기로 오는 2015년이면 이미 만장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납골당 봉안능력 역시 10여년 후인 2016년이면 한계에 달한다는 분석이며 또한 우리나라 묘지크기를 보면 묘지 1기당 평균면적이 일본의 7∼20배, 미국의 10∼27배나 돼 땅은 좁은 나라가 묘지크기는 미국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 묘지의 과소비가 극심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조상을 위하고 기리는 우리의 전통미풍은 비난해서는 안될 덕목이다. 문제는 전국 공장부지 면적의 3배에 이르는 국토가 묘지로 뒤덮여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우리의 장묘문화를 많이 변화시켜 화장을 통한 납골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납골을 하기 위한 화장장이나 납골당은 아직 혐오시설로 인식돼 이를 설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납골문화에까지 과소비풍조가 영향을 미쳐 납골당을 호화스럽게 꾸며 이 또한 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석을 맞아 우리 국민들은 진지하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계기로 삼기를 희망한다. 살아있을 때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를 가족들과 함께 얘기하고, 그래서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생각을 정리한다면 뜻있는 추석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장묘문화에 대한 그릇된 의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