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안에 괴도(怪盜)가 나타난다. 그는 기상천외하고 신출귀몰한 재주로 장안 사람들을 흥분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사람들은 그를 '그림자'라고 부르며, 그 자신도 '그림자'라는 서명으로 협박장을 남긴다.
강세훈 박사는 세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과학자이다. 그는 살인 광선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고 있으며 살인 광선을 발명하는 일 외에 다른 것에는 - 심지어는 딸 영채에 대해서까지도 -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컴컴한 연구실이 그의 생활 전부를 차지하였고, 번쩍번쩍 빛나는 연구 도구가 그에게 있어서는 애인이요, 친구요, 자식이었다. 따라서 강박사의 무남독녀 영채는 아버지의 그러한 비인간적인 면 때문에 고민한다.
한편, 영채를 자신의 생명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하는 세 청년 -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정호, 남일은행 두취의 아들 김중식, 가난뱅이 소설까 백일평 -은 영채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영채는 누구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인지,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망설인다.
영채의 생일 만찬이 무르익을 시간에 '그림자'로부터 오늘 열두 시 정각에 강박사가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협박장을 보내 온다. 강박사는 그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를 하나 '그림자'는 강 박사 집에 침입하여 설계도 대신 영채를 탈취해 간다. 약속된 열두 시가 지나도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고, 이들이 그림자의 공포에서 벗어날 즈음 영채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도와 영채를 바꾸자고 강 박사에게 제의해 온다. 망설이던 강 박사는 자신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살인 광선이 아니라 딸임을 깨닫고, 진짜 살인 광선 설계도를 괴도에게 내준다. 영채를 사랑한다던 세 남자 중 그 설계도를 괴도에게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은 가난하고 허약한 작가인 백일평이다. 백일평은 설계도를 갖고서 위험을 무릅쓰고 영채를 구하러 간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이 영채가 아버지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확인하기 위해서 꾸민 연극임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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