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의 깊은 맛 선사하는 작지만 큰 오름" | ||||||||||||||||||||||||||||||||||||||||||||||||||||||||||||||||||||||||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36. 한대오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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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36m 불과하나 표고 921m인 '높은' 오름 한대오름은 가을 맛이 깊은 오름이다. 오름 자락까지 가는 탐방로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손에 꼽힌다. 한라산 자락 900고지에 위치하고 있어 어느 코스로 접근하더라도 붉게 타는 단풍과 가을옷으로 갈아입는 낙엽수들이 반긴다.
이와 함께 오름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남서쪽 경관은 압권 그 자체다. 오름을 덮은 억새로 하얗게 빛나는 새별오름부터 정물오름·산방산 등 섬처럼 솟아있는 오름군과 멀리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한 장의 산수화가 펼쳐진다. 깊어가는 가을 오름 정상부의 경관은 물론 가는 길의 단풍 또한 매우 아름다운 한대오름이다.
한대오름은 한라산 서쪽 900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1100도로 휴게소에서 서쪽으로 3.5㎞ 지점이며 주소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1번지 등이다.
한대오름은 크지만 작고, 작지만 큰 오름이다. 한대오름은 표고 921.4m로 한라산 정상부터 삼형제오름을 거쳐 아래로 이어지는 능선에 어깨를 맞대는 368개 오름 가운데 43번째로 '높은' 오름이다.
하지만 비고는 36m에 불과, 308번째다. 면적은 13만2263㎡이고 저경 407m에 둘레는 1526m다.
한자로는 한대악(漢大岳·漢岱岳) 등으로 썼으나 유래는 명확치 않다. 그래도 오창명 제주학연구소장은 한대오름 주위의 고산습지 등 넓은 습원에 주목했다. 즉 '한'은 '큰'의 뜻을, 대는 '장소'를 뜻하는 '데'로 해석, 넓은 장소가 있는 오름으로 추정했다.
신제주로터리에서 한대오름 입구까지는 22.3㎞다. 평화로를 타고 15㎞를 가다 원동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만나는 산록서로를 횡단, 바리메오름을 지나 5.8㎞ 들어가야 한다. 족은바리메 입구를 기준으로 700m 지점 갈림길에서 좌회전, 1.7㎞ 지점 갈림길에서 안천이오름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2.3㎞를 더 들어가면 '한대오름' 입구다.
그런데 오름 입구 전방 1.6㎞ 지점에 산림환경 보호를 위해 차량·오토바이·자전거 등의 출입을 통제하는 정낭이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도심도 걷는데 이 좋은 길을 차를 타고 달릴 이유가 없는 만큼 이곳부터 걸을 것을 권장한다 . 정낭에서 1㎞지점, 출발해 20분경이면 왼쪽에 노루오름 입구다. 계속 나가면 왼쪽에는 한대오름 관리단체 지정 안내판이 서있다. 여기까지가 30분이다. 오름 탐방로로 들어서면 길을 걷는 게 아니라 가을을 걸어가는 느낌이다. 붉게 타들어가는 단풍은 물론이고 성하를 즐겼던 활엽수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오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잘 포장된 임도다. 간간이 빗물에 도로가 씻겨 돌길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주 걷기가 좋다. 낙엽을 밟으니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50여분 지나면 1차 개활지(탐방로지도 A)가 나오고 다시 7분을 더 가면 1차 갈림길(〃B)이다. 왼쪽은 1100도로에서 한대오름 오는 길이다. 한대오름은 우회전해서 가야 한다. 금방 2차 개활지(〃J)가 펼쳐지고 좌우 갈림길(〃C)이다. 오른쪽으로 4분 남짓을 가면 나무에 리본과 함께 노란 테이프가 붙여있는 갈림길(〃D)이 나온다. 여기서 직진, 2~3분을 가면 습지(〃E)다. 약 1000㎡ 가량의 습지로 많이 육화됐으나 수생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다시 노란색 테이프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본격적인 오름 오르기다. 오름의 북서사면을 타는 셈이다. 5~6분 지나면 한대오름 정상부의 '랜드마크'인 쌍봉(두개의 묘·〃F)이다. 오름 정상부 서쪽이고 최정상(〃I)과 이웃해 있다. 남쪽으로 4분을 가면 묘 1기가 있는 한대오름 최고의 전망 포인트(〃G)다.
남쪽 끝에 자리한 소나무를 앞에 두고 펼쳐지는 서남부의 오름군들이 한 폭의 동양화로 다가온다. 북서쪽의 비양도와 새별오름을 시작으로 이달봉·금오름·저지오름과 수월봉·왕이메·남송이·영아리·군산·월라봉에 산방산과 가파도·마라도까지 이어지는 비경에 눈에 시릴 지경이다.
절경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3분을 가면 이번엔 삼형제오름과 한라산 정상이 숲 너머로 잡히는 세번째 전망 포인트(〃H)인 '묘'다. 명당이어서 그런지 한대오름엔 한라산 중턱임에도 묘가 많고, 대부분이 전망 좋은 포인트에 자리하고 있다.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에게나 좋은 자리가 비슷한 건지, 아님 살아있는 사람 기준으로 정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번째 포인트에선 10분을 가면 2번째 개활지의 남쪽 끝으로 나온다. 왼쪽의 노루오름과 삼형제오름, 그리고 한라산 정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억새밭은 만추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계속 나아가면 갈림길(〃C)이다. 오름 탐방을 시작한 지 약 100분이다. 내려가는 길은 50분, 탐방에만 2시간 반 소요됐다.
한대오름은 남·북 2개의 조그만 봉우리를 가진 원추형으로 조사(제주의 오름·1997년)돼 있지만 북쪽의 습지를 화구호일 가능성에 대한 시각들도 있다.
한대오름 습지도 원래는 화구호였으나 어승생처럼 육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어쨌든 해발 900고지의 습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한대오름의 식생은 고산습지인 2차 개활지 등에는 육화가 진행되면서 습지식물과 고산식물이 공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식물은 솔비나무·산철쭉·화살나무·가막살나무·윤노리나무·보리수나무 등 관목군락과 그 주변으로 용담·곰취·가시엉겅퀴·애기솔나물·눈개쑥부쟁이·쑥방망이·꽃향유·털새·바늘엉겅퀴·추분취 등의 초본군락이 형성돼 있다.
작은 화산체인 오름 사면과 정상부에는 조릿대와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우점하는 식생을 보이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한대오름은 침엽수와 활엽수 혼효림으로 구성, 다양한 식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가는 길에는 서어·굴거리·사람주·당단풍·비목·제주조릿대가 우점하는 낙엽활엽수를 만날 수 있고 오름 주변에는 관목림이 나타나 특이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민일보 김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