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학교 - 내가 가진 것 모두다 내려놓고

[김세호.]

               광야학교 - 내가 가진 것 모두다 내려놓고

                                                                                                                                                    전역한달 앞둔 병장 모준석

(평강교회 오규환 집사子)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욥22:10)

이 구절은 군대생활 23개월 동안 나에게 큰 버팀목이자 위로가 되어 주었다. 사실 나는 글 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휘황찬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나의 바람은 이 추운 겨울날 입대를 남겨두고 걱정하며 낙심하는 주님의 군사들이. 혹은 힘든 시기를 거쳐 가고 있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23개월 동안 동행했던 나의 하나님을 동일하게 체험하며 새 힘을 얻고, 승리하는 것이다.

  2004년 12월 새파랗게 춥던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남겨둔 채, 사랑하는 가족을 등 뒤로 눈물을 훔치며 입대를 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선배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무성한 이야기를 들어 지레 겁을 먹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한민국의 남자로 거듭나리라 다짐했다. 이 입대가 전적으로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나는 대학생활에 쫓기고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대학교. 하지만 울산에서 상경한 나에게 서울이라는 곳은 넓고 높기만 했다. 그때 C.C.C라는 곳을 알게 되고 여름수련회에 거지순례까지 참여하며 1년 동안은 믿음의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학년, 많아져만 가는 과제와 수업 속에서 C.C.C와는 멀어지고 작품을 완성하고 수업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며 교회만 왔다갔다하기만 바빴던 내 모습은 크리스챤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졸업하게 된다면 이 미술로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키 없는 배처럼 목적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나에게 최종선택은 군대였다. 그곳에 가면 마치 답안지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빽빽하게 짜여 있는 훈련일정. 그리고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미래에 불안했던 나에게 입대 전 평강교회에서 준 포켓용 성경책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잠시 쉴 때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마다 읽었던 성경책이 5주간 훈련을 마치고 퇴소할 무렵에는 사복음서만 남겨두고 모두 내 손때가 묻게 되었다. 사랑할 때는 사랑의 노래가, 이별할 때는 이별의 노래만 귓가에 맺히는 것처럼 성경책을 읽어도 힘든 순간마다 부르짖었던 다윗의 고백이 내게 많이 와 닿았다. ‘적 앞에서 항상 함께 해 주셨던 다윗의 만 군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 채 나는 어느새 이등병을 달고 있었다.

 육군훈련소에 가게 되면 곧장 자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주특기를 부여받고 후반기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주특기는 컴퓨터로 전산분류 되어 각기 다른 열차를 타게 되는데, 도착을 하고서야 자신의 주특기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나 역시 목적지를 모른 채 열차에 올랐고 2시간쯤 지나 가평에 도착해서야 내가 운전병으로 주특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전면허... 입대하던 그 해 여름 우연히 학교 식당에서 운전면허수강을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줄곧 군대 들어가기 전에 면허를 꼭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그 후로는 줄곧 군대 들어가기 전에 면허를 꼭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처음에는 쉽게 면허를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운전면허 시험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7월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필기 한번 떨어지고 기능시험에 두 번 주행시험에 세 번 떨어졌다. 누가 발만 달려 있으면 다 따는 게 운전면허라고 했던가... 나에게는 그 어떤 시험보다도 어려웠고, 절망적이었다. 내 수험표에는 응시우표로 도배되었고, 누가 볼까 부끄러워 꼬깃꼬깃 접어서 주머니에 놓고 다녔다. 같이 시험보기 시작했던 친구는 단번에 통과되어 면허증을 받았는데 나는 그토록 무더웠던 9월이 지나고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 무에서야 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운전에 전혀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운전병으로 곤 생활을 하게 하실 하나님께서 군대 가면 헤맬까봐 조금이라도 더 운전대를 붙잡을 수 있게 하신 것을 알았던 것은 4개월이 지난 후 가평으로 가던 열차 안에서이다. 그렇게 나는 믿기 어렵게도 10월26일에 딴 면허증을 들고 12월22일에 입대하여 운전병으로 주특기를 받았다. 후반기 교육에서 기도했던 것은 서울과 가깝게 자대 배치를 받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모든 미술관이 서울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외박, 휴가 조금이라도 더 미술관에 가고 싶어서였다. 하나님께서 이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서울과 가장 가까운 1군단에 나를 보내셨다. 그리고 이어진 시럼. 1군단 사령부에 남느냐 예하부대로 가느냐의 기로에 놓였던 순간, 어떤 병장이 내려와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질문들은 교회에 다니는지., 모태신앙인지, 술 담배 하는지.. 마치 내의 신상정보를 보고 묻는 듯, 운전과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최종 두 명이 남았는데 22개월 운전을 한 친구가 떨어지고 내가 선택된 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사수와의 첫 만남과, 내가 20개월 동안 생활해야 할 1 군단 수송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누가 이등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무실은 마치 40마리의 무시무시한 호랑이들이 먹잇감을 보고 침을 흘리는 곳 같았고 밥을 먹을 때나 작업을 해도 일분일초가 가시방석 같은 곳 이었다. 그 시절 나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도피처는 교회였고, 부대에 있을 때 보다 교회에 있을 때가 행복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라고 말씀하신 주님께 힘든 하루를 고백하며 찬양을 부르고 말씀을 물상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교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는 모습에 전역하는 고참은 나에게 ‘군종병’이라는 직책을 넘겨주려 했다. 그 당시 나의 계급이 이등병이었고 군종병을 맡을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만큼의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몇 번이나 거절을 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으로 이끌 지도자로 모세를 택하셨을 때, 모세가 그렇게 극구 부인하고 외면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광야에서 보여주셨던 놀라운 이적들과 기적들을 읽고 보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고참은 그렇게 내 이럼 석 자를 올리고는 전역했고, 그렇게 군종병을 맡게 되었다.

 힘들었던 이등병시절이 지나고 일병, 상병을 달고도 4개월이 지날 무렵, 부활주일이 다가왔다. 부활전 파견으로 각 부대 군종병들이 모여서 발표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지난 1년동안 군종병이면서도 예배 후에 고참들 눈치를 보느라 군종병모임에 참가하지 못해서인지 각 부대 군종병들과의 첫 만남이 많이 서먹했었다. 그렇게 일주일 여 동안 함께 생활하며 예수님의 고난을 새기고 부활절 예배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말씀을 묵상하던 중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기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시53:5)는 말씀을 통해 내가 잊고 있었던 예수님의 고난과 전지전능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지 않을 수 있었던 예수님이 우리, 아니 바로 이 썩어빠진 죄인 모 준 석을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나는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부활절 주일을 준비하는 동안 이성의 신우교사님과의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는 ‘저분이 얼마나 아시길래 우리를 가르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나는 그 생각이 얼마나 교만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집사님과의 만남은 십일조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게 해 주었고 소돔과 고모라 성이 의인 10명이 모자라서 멸망한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단 한 명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군종병을 달고서도 수송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고 성격책을 멀리했던 부끄러운 내 모습에 회개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찾는 기도하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후로는 군종병 모임을 사모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믿음을 쌓아가며 생활하던 중 나에게 성령의 불을 지르는 계기인 6월 25일이 다가왔다.

 매년 6월 25일이 되면 오산리 기도원에서 전 국군장병들이 모여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구국성회가 열린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에 참여하는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각오가 남달랐다. 먼저 내가 공부하는 미술이 하나님께서 계획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과 쾌락을 위해 선택된 것이라면 포기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 미술이 나의 길이 맞다면 내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 달라는. 이 두 가지를 놓고 정말이지 피 토하는 기도를 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롬12:6)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은사를 찾고 싶었다. 미술..내가 미술을 시작되게 된 것은 처음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학교 미술선생님의 권유로부터였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    미술시간에 열정적인 내 모습이 눈에 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1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하지만 나는 오랜 전부터 미술을 하고 싶었고, 기회가 되면 꼭 미술을 공부라고 싶었다. 다행히도 부모님께서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고, 그 말씀에 힘을 내어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미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학교 미술실에서 최정유 선생님과의 미술공부가 시작되었고, 남들이 6년 동안 밟은 과정을 단 1년 만에 해야 하는 부담감과 피 땀나는 노력으로 결국 2003년 국민대 예술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구국성회에 오기 전에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계획된 일정에 지치지 않고 말씀 또한 한자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체력을 달라고 기도했었다. 지난 구국성회에서는 깨어 들었던 말씀보다 꿈속에서 들었던 말씀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지난번 보다 더 늦게까지 기도하고 금식까지 했지만 거짓말같이 하나도 졸리지 않고 필기까지 할 수 있게 하신 은혜를 체험했다. 장경동 목사님, 김문훈 목사님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주옥같은 메시지는 나를 더욱 불덩이로 만들었다. 2박 3일 내내 나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질 않았고, 몸에서는 땀이 식질 않았다. 그렇게 나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하나님의 부르짖으며 기도했고, 또 기도했다. 처음에는 응답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밤에도 하나님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부대에 돌아왔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너무 내가 크게 기도하가가 못들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친구가 ‘서울아트가이드’ 라는 소책자를 들고 면회를 왔다. 빠르게 한 장씩 넘겨보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크리스챤 아트캠프’ 그곳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함께하는 동안 진정한 예술가이신 창조주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길을 먼저 간, 선배들

          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고민은 가지고 있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시각 예술인

          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지고 문화사역자로 당당하게 세상가운데 설 수 있는지 함께 탐구하는

         장입니다. 문화의 시대에는 하나님께서도 문화를 통해 일하십니다. 준비된 사람을 찾으시는 그 분

         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피가 역행하는 듯 했다. 내가 기도했던 것, 내가 그렇게 갈구했던 기도 제목이 이렇게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당황스럽고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전시 광고 속에서 이 크리스챤 아트캠프 반쪽짜리 페이지가 어떻게 내 눈에 띄었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나에게 미술이 나의 은사라는 확신과 동시에 내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주셨다. 아트캠프가 시작되는 8월14일까지 두 달 채 남지 않았지만 나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했다. 7월 중순에는 포상휴가를 받아 들어오기 전에 그 광고에 적혀있던 최원근 전도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최원근 전도사님은 나에게 ‘크리스챤 아트 페스티발’이라는 꽤 두꺼운 책자를 주셨고 그 책자를 보고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차에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에 수십 명의 크리스챤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항상 “하나님 왜 저 혼자뿐입니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미술을 고민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하고 원망하며 소리치던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최원근 전도사님을 통해 그리고 이 책자를 통해 “나는 이미 예술로 영광을 받기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단다. 나의 그 축제에 너를 초대하는 거란다.” 하고 말씀하시고 계셨다. 항상 보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하는 부족했던 나의 믿음. 마치 도마에게 예수님께서 자신의 뚫어진 허리를 만지게 하시며 “너는 나를 본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요20:29)라고 하셨던 말씀이 나에게 들리는 듯 했다. 책자에는 이미 크리스챤 아트 페스티벌을 통해서 청년작가로 선정된 5명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3명은 국민대 출신이었다. 1학년 때 졸업전시를 도와드리던 선배 두 명과 인사정도만 나눴었던 선배들이 그 책 안에 있었던 것이다.

 최원근 전도사님과 뜨거운 만남을 뒤로 한 채 나는 더욱 큰 확신을 가지고 부대로 들어왔다. 포상휴가를 한 달 전에 다녀 온데다가 청원휴가가 상(喪)이나 결혼식도 아니고 ‘캠프’라는 데에 이것이 휴가를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후임들은 그냥 누가 멀리 간다고 아니면 돌아가셨다고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오랫동안 기도해 왔고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마가11:24)라는 말씀을 붙들었다. 그리고 이곳에 내가 꼭 가야한다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시리라 확신했다. 사실 회비도 한 달 전에 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여줄 작품도 이미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난 처음으로 여러 사름을 붙잡고 중보기도를 요청했고, 신우집사님께 찾아가서 정말 꼭 가야하는 곳이라고 기도해 달라고 정말 하나님께 TM임 받고 싶다고 어린아이처럼 울기도 했다. 그리고 캠프 때 읽어야 하는 필독서를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한 권씩 읽고 있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군종병 모임을 가질 때 나는 여러 군종병들 앞에서 나의 신앙을 고백했다. 베드로가 비록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세 번 부인하는 죄를 저질렀지만 그 후에 성령이 충만해져 삼천 명을 하나님께서 인도한 것처럼 이전까지는 나의 유익을 구하고 나의 만족을 구했지만 이번 캠프를 허락하신 다면 정말 미술로 하나님께 쓰임 받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울음이 나오고 목이 메어오는지. 아직도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8월이 왔다.

 나는 확신과 두려움의 선을 넘나들며 행정관님께 포스터를 드리고 청원휴가를 말씀드렸다.

1초가 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 행정관님은 웬일인지 따지시지 않으셨고 8.15가 겹쳐있으니 정치와 관련이 없다는 공문만 있으면 보내주겠노라고 하셨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을 죽이라 하셨을 때 이미 양을 준비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내 모든 형편을 아시고 이미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다. 최원근 전도사님은 나를 위한 공문을 부쳐주셨고, 8월 14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도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8월 14일. 나는 군복을 입고 군대에서 입던 옷가지를 들고 춘천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분야도 서양화부터 디자인까지 사는 곳 공부하는 분야는 각기 달랐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것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3박 4일 동안 선교미술의 대표주자 유명애 권사님을 시작으로 하여 하나님의 미술을 하는 윤선이 작가, 백석대학교 김병호 교수님, 예영커뮤니케이션 대표이신 김승태 사장님, 오의석 교수님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비록 자유롭지 못한 군인이었지만 이 모든 것을 예비하시고 준비하시고 이런 귀한 자리에 오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렸다. 캠프 오기 전에 더욱 명확한 비전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미술로의 사역을 준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의 중에서도 김병호 교수님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크리스챤 예술가는 명성과 실적의 공교함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하며 모든 것은 하나님께 무릎으로 해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읽어주신 이 말씀을 나를 더욱 확신하게 해주었다. “하나님의 은사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롬11:29) 3박 4일 동안 예예동산에서 믿음의 선배와 믿음의 예술가들과 귀중하고 또 소중한 만남을 통해 바울이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라고 말한 것처럼 미술로 하나님께 거룩한 산 예배를 드리기로 결단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부대로 향했지만 부대에서 나갈 때와는 다르게 나는 가슴에 하나님께서 주신 큰 불덩어리 하나를 가지고 들어왔다.

 내가 군대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이라는 책이다. 하나님께서는 집채만 한 선물을 주시려 하시는데 쥐꼬리만 한 나의 것을 양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면 그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군대라는 광야학교에서 나에게 나의 것을 내려놓는 방법과 겸손히 무릎 꿇고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치셨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 아이와 같아져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것이 어린이처럼 순진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사실 어린아이는 절대 착하지 않다) 똥, 오줌조차 혼자서 가리지 못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스스로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의지해야지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를 위하여 능력을 베푸나니”(역하16:8)라는 말씀처럼 오늘도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찾는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하지 않게 할 의인 한 명.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을 필적하는 엘리야 같은 기도하는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는 사실도 알았다. 지난 2년 동안 내 방식으로, 나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 했었다. 하지만 나는 목적을 찾지 못했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처럼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능히 감당할 힘과 비전을 주셨다.

 또한 진 에드워드의 ‘세 왕 이야기’ 라는 책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사울과 압살롬을 통해 다윗을 광야학교에 입학하게 하신다. 예수님 또한 40일간 광야학교에 들어가셨고, 다윗, 야곱, 엘리야 등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광야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었다. 군대는 나에게 있어서 광야학교였다. 군대에서 매 순간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의지하였고, 결국 하나님께서는 크고 놀라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가도하는 순간 다니엘이 사자 굴에 들어갔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사자들의 입을 막으셨던 것처럼, 다윗에 던진 물 맷돌 하나가 골리앗의 머리에 정확히 박혔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나에게 소중한 비전을 보게 하신 것이다.

이제 이 광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20여일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설레고 또 설레는 마음이다. 나는 이 광야학교에서 누구의 하나님도 아닌 나 자신의 하나님을 만났고, 문화사역자라는 소중한 비전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 최원근 전도사님을 통해 내년 1월에 있을 예정인 ‘크리스챤 유럽 아트캠프’를 알게 되었고, 함께 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나를 통해서 일하실 하나님. 그리고 그 하나님을 의지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문화사역자로써 멋진 모습을 그려본다. 끝으로 부족하지만 이 글을 통해 많은 주님의 군사들이 소망을 품고 사명을 받을 수 있게 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입대를 앞두고 있는 형제들에게 축복하려한다.

 “광야학교에 입학하게 되신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동행을 체험하며 주님의 강한 군사로 졸업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준석 집중 기도제목

0. 내 평생에 기도와 말씀이 떠나지 않게 해 주옵소서

1. 주님이 주신 은사(미술)를 붙들고 나갈 수 있게 해 주옵소서

2. 하나님과 나만의 알레고리를 만들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3. 작업의 주제와, 재료 선전에 지혜 더하여 주시옵소서

4. 영성과 실력의 공교함을 함께 가질 수 있게 해 주옵소서

5. 문화사역자로써 하나님 일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옵소서

6. 미술을 통해서 오로지 하나님만이 드러나게 해 주시옵소서

7. 미술로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게 연단 하여 주옵소서

8.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과(2년) 진로에 함께 하여 주옵소서

   (건축을 부전공 하려고 하는데 방법과 길을 가르쳐주옵소서)

9. 나의 길 오직 주님이 아시나니 그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 롬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