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처럼 비가 내리던 날 1학년 학생들과 함께 현대중공업 견학을 다녀왔다. 많은 이들이 창조자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분, ‘무에서 유를 개척한 불굴의 개척자’라고 하는 고(故) 아산 정 주영 회장의 생애를 알게 하고, 미포만의 과거와 현재 상태를 학생들에게 보여 줌으로서 학생들이 저마다 큰 꿈을 가지고 대학 생활에 정진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을 방문하는 동안 동종 업계 세계 제일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세계인들과 경쟁하는 사람들의 진취적 기상을 느끼게 하는 것 또한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부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들이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버스가 아산로를 달리고 있을 때 태화강 건너편에 펼쳐지는 광경은 필자에게 남다른 감회를 가져다 줬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필자가 30년 넘게 근무했던 일터가 가동되고 있었고, 울산대교의 높은 교각이 설치된 매암동 고향 마을도 보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세월의 뒤안길에 묻혀 있지만 그때 그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언제든지 재생될 수 있는 메모리(Memory)이다. 몇 편의 옛 단상들이 뿌연 창밖의 빗속에서 마치 기록 영화를 보는 듯 지나갔다. 그리고 아산로가 개통되기 전 현대 자동차와 현대 중공업으로 이어지는 극심히 정체되던 도로사정도 이제는 추억속의 한낱 옛 이야기 꺼리에 불과함을 느낀다. 역사는 이렇게 늘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가는 길에 학생들의 견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정과 아산 선생, 방문 회사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려 주었다. 목적지에 도착 후 일정은, 영상을 이용한 회사 소개를 보고, 아산 기념관과 현대 중공업관을 견학한 후 버스로 생산 야드 투어(Yard Tour)를 한 뒤 영빈관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일정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1960년대 아름답고 평화로운 어촌이었던 미포만이, 현재는 부지150만평의 세계 제일의 조선소와 중공업 회사로 변했다는 것이었고, 그 주변이 인구 20만명이 생활하는 현대적 도시로 변화한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모습과 비교한 대형 사진과 모형도이었다. 그것은 조선업 불모의 나라에서, 아산 선생이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궈낸 작품이었다.
두 사진을 한참동안 비교해 보면서 그 분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새삼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전 세계 권투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 리가 한 말이 있다. “챔피언은 경기장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내면에 있는 소망, 꿈, 이상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했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 바라는 꿈과 이상이 있을 때 그 꿈을 달성하는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 구글(Google)사는 사원을 채용할 때 “당신은 어떤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라고 질문한다.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또 농업적인 근면성만으로 살아남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고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스마트 폰 고안자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그때까지 세상을 이끌어온 ‘지식 시대’를 ‘창의 시대’로 바꾸어 놓은 이 시대의 영웅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고의 경계를 허문 창의적인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견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설문지를 받고 일정을 마무리 했다. “10년 이후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글로벌 리더들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오늘의 견학을 계기로 여러분 각자의 꿈을 구체화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 받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인류 번영에 기여하기를 기대 합니다.”
큰 업적을 남긴 위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차세대 리더가 될 청년들에게 당부하는 필자의 기대도 그 말 속에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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