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셋째 주, 대구 강원산악회의 산행지는 경남 양산의 천성산이다.
천성산은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던 KTX 원효터널 공사와 관련하여 최근 수년간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되던 산이라 누구나 한 번 이상씩은 들어봤음직한 산이다.
습지가 많은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습지가 내려앉아 없어지면서, 그 속에 살고 있던 수 많은 도롱뇽
들이 멸종된다며 공사를 막기위해 지율스님은 2년간 네 차레에 결쳐 242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감행함으로써 세간의 화두가 되었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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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환경운동으로 국책사업인 원효터널은 6년 7개월동안 공사가 지연되었지만 결국
은 완공되었다.
혹자(或子)는 인간과 도룡뇽과 천지자연이 한몸이라는 불교계의 동체대비적 (同體大悲) 삶에 비추어 지
율스님의 환경운동은 생명의 존엄성을 드높였으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의 자세
였고, 부당한 일과의 타협마저 정도(正道)인양 오도되는 현세(現世)의 귀감이었다는 아낌없는 호평 (好
評)을 받았다.
혹자는 원효터널이 완공되었음에도 여전히 도롱뇽의 천국이고, 지율스님의 환경운동으로 국책사업이
미뤄지면서 무려 2조 5천억이라는 국세가 낭비되었다고 악평(惡評)한다.
나는 상반되는 두가지 평가에 대해 가타부타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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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그저 다정한 동향인(同鄕人)들과 천성산에 오를 뿐이다. 평가는 (歷史)의 몫이다.
입동(立冬)을 보름이나 넘긴 때라서 추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척 따사로운 날씨여서 겨울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홍엽(紅葉)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고산지대로 가면서 점차 나목(裸木)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은 만추
(滿秋)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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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천성산의 유래와 관련한 설화를 소개한다.
경남 양산군의 불광사 척판암이라는 암자에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머물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 공양을 하려던 원효대사는 멀리 당나라의 담운사(또는 태화사)라는 고찰이 붕괴직전임을
알아차린다.
그 고찰에는 천명 이상의 대중이 저녁 공양을 위해 운집해 있었으므로 모두 압사할 위기의 순간이었다.
원효스님은 즉시 밥상을 당나라 쪽 하늘로 던져 올렸다.
저녁 공양을 들려던 그 고찰의 대중들은 밖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비행물체가 떠 있다는 공양주의 말
을 듣고 모두 밖으로 나온다. 그 순간에 고찰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고 잠시 후, 하늘에서 떨어진 비
행물체에는 해동원효 측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해동의 원효가 판을 던져 대중을 구한다.)라는 글귀
가 새겨져 있었다.
목숨을 건진 천명의 대중은 해동(신라)으로 와서 원효대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화엄경의 도(道)를 터득하
여 성불하였다고 한다.
천성산은 천명의 제가가 성인(聖人)이 되었다는 뜻의 유래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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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늘어놓다 보니 사진의 순서가 좀 뒤바뀌었다.
강산회의 아름다운 산행은 단체사진 찍으면서 화이팅을 힘차게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를 때는 오르느라 힘에 겨워 카메라의 셧터를 누를 여력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중간 생략하고 다짜고짜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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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느해의 11월 강산회 산행. 산아래는 가을이었으나 정상은 완전한 겨울이었다.
그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나름 완벽하게 준비한답시고 베낭속에 내피도 준
비하고 보온통에는 뜨거운 물을 넣어왔지만, 자켓도 벗어버리고 티셔츠 차림으로 정상에 올랐다. 시원
한 얼음물이 몹시도 그립다.
완벽한 준비를 하느라, 어떤 이의 베낭속엔 혹 아이젠도 들어 있지 않을까?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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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주를 곁들인 맘마타임~양주, 소주, 막걸리...다 있다.
술잔을 부딪히며 한잔 술과 더불어 각기 준비해온 음식들을 나눠먹다 보면 그 나눔은 음식만이 아니라 서로간의 따사로운 우애임을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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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바람에 출렁이는 낱낱의 갈대들은 은빛 무도복을 입은 춤추는 무희들이다.
푸른 소나무가 받치고 있는 가을하늘은 쾌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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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갈대숲 속에 메아리 형님을 모셨다.
어께를 감싸주시는 형님의 손길이 뭉클하다.
형님이나 나나 늘 사진 찍기에 몰두하느라 변변한 산행 사진 한 컷 없는데, 오늘은 작정을 하고 들이댔
다. 형님과 더불어 아름다운 사이버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은 염원을 담아, 나도 형님의 등뒤로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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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암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엔 산등성이마다 멋진 바위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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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위로 쏟아진 만추의 화사한 햇살, 메아리 형님의 카메라에도 오롯이 담겼을 게다. 아니 형님
은 더 멋지게 잡아 내셨을 것이다.
나는 산행 전날 원효대사와 관련한 측판구중의 설화를 이미 읽었다. 그리고 정말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
각했다.
그런데 하산길, 또롱또롱님과 함께 발견한 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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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의 잡목림 속에서 발견한 진달래꽃 한 송이.
벼랑이라 근접할 수도 없는 먼 거리라서 줌으로 끌어당겨 꽤 여러번 셧터를 눌렀지만 오직 이 한 컷에
만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산행일은 무척 따사로운 날씨였지만 그 이전에 몇 번 몰아닥친 한파로 늦게 핀 코스모스마저 이미 동사
해 버렸는데....
5월 따사로운 봄날에 개화하는 이 진달래가 입동을 넘긴 이 계절에 분홍빛 그대로 피어 있는 기적...
내 의구심을 알아차린, 이미 성불(成佛)하셨을 원효대사께서 허허~웃으시며 측판구중의 설화처럼 천상
에서 던지신 꽃 한송이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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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이 되어 주심에도 한 번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했던 선배님. 표현을 못했지만 늘 감사하
는 내 마음이 들리셨을 것으로 믿는다.
오늘,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속에 등산복 차림의 선녀로 모셔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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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를 건너는 계곡의 난간에서 산대장이신 소원활법 형님과 메아리 형님, 남은 길을 함께 걸어야할
분들이다. 산행 길도 인생길도....
산행사진에 내 모습이 끼어 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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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주 시간.
뭐야? 휘둥그래진 이 눈들은? 가까운 씽크대 공장에서 불이 났다. 몇몇 회원들이 신속하게 119에 전화
를 걸었으나 불은 삽시간에 공장을 태워버리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재앙을 당하는 이웃 옆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신속하게 짐을 챙겨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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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겨 다시 쉬어가는 사이.
그제서야 경포대 형님을 카메라에 모셨다. 오륙년 동안 함께 산행을 하는 동안 한 차례도 또랑조에 포함
되신 적이 없으신 형님. 오늘 컨디션이 좋질않아 산행을 포기하신 것이 산행 내내 마음에 걸렸다.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뵐 수 없었고 늘 한결같으며 정도를 걸어오신, 단연 내 카메라속의 주연이신 데 ...어둠속이라 몇번 자리를 옮겨가며 셧터를 눌러도 흔쾌히 응해 주시는데, 캠코더로 사진 촬영하는
것이 서툴러 제대로 찍어 드리질 못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1D4C2F4CF2137010)
심재윤 회장님의 마무리 인사.
오늘 화재와 관련하여, 이웃의 불행이 바로 나와 우리의 아픔이고 함께 나누고 이겨내야 할 공존의 아픔
이라는 감동적인 내용의 마무리 인사를 듣는 순간, 훨씬 더 젊고 멋있는 모습으로 내 카메라속에 담긴
다. 회장님의 말씀은 화재가 났을 당시 누군가 "구경중에 제일은 싸움하고 불구경이지!"라고 말한데서
받은 불편한 심기를 충분히 상쇄시켰다.
강산회의 산행은 따듯하고 다정한 동향인들로 인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