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없는 사람
작가: 이은집 (소설가 )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낭독: 김인희 (유튜브 낭독 작가: 댕댕이와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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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七시. 월요일.
김선생, 당신은 한 주일의 첫 날을 시작하기 위하여,
오늘도 방송국의 시보처럼 정확한 아내의 채근을 받고,
역시 단 일분만이라도 더 눈을 붙였으면,
적어도 일킬로그람의 체중은 불어나리란 아쉬움 속에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예의 습관대로 변소에 가기 위하여, 잠옷 바람으로 어제 석간 신문의 아랫도리를 찢어쥐고 방을 나섰다.
사고는 그 순간에 일어났다. 전혀 예기치 않았는데….
김선생, 당신이 문 희와 신 성일이 거의 반나(半裸)인 채로 포옹하고 있는 장면을 찢을 때까지도,
김선생, 당신은 닥쳐올 그 불상사를 전혀 몰랐으니까.
그러나 이제 와서 김선생, 당신의 아내가 한옥(韓屋)의 방문을 본 떠,
위에다도 문고리를 장치하려고 못을 쳐박았기 때문이란 힐책은 부질없는 일이다.
분명히 석축(石築)으로 대지(垈地)를 높였을 것이고,
가시 철망을 쓴 벽돌담을 둘렀을 텐데도,
밤손님에게 당하셨다는 유명인(有名人)들의 기사(記事)가 아니래도,
이 서울이 얼마나 안심할 수 없는 도시인가를, 김선생, 당신의 아내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단지 예방책을 썼을 뿐이다.
문제는 오히려 김선생, 당신에게 있었다.
방문의 높이가 이마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벌써 이 집에 세를 들어올 때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김선생, 당신은 오늘 월요일 아침에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
조금만 머리를 숙였더라도 멀쩡히 모면했을 일이다. 그토록 정통으로 이마를 못에 짓찧고 찢어지다니…!
김선생, 당신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러나 꿈이 아닌 이상, 이미 상처난 이마가 원상태로 돌이켜 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 김선생, 당신은 어서 병원이나 찾아야겠다.
아내의 당황과 자책에도 불구하고 이마에서는 계속 샛빨간 핏물이 흘러 내리니까.
과연 김선생, 당신은 아내가 틀어막아준 수건을 움켜잡고 대문을 뛰어 나갔다.
그리고 병원이 바로 골목 밖에 있어준 것을 처음으로 감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의사는, 이 너무 일찍이랄 수 있는 아침의 돈벌이를 놓고, 그러나 신나는 반응은 아니었다.
어쩌면 수돗가에서 맨손 체조를 하기엔 요즘 날씨가 너무 쌀쌀하여,
대신 이불 속에서 마누라의 젖통을 주무르다 나온 탓인지도 모른다.
김선생, 당신이 화가 난 것은 그러나 그 때문이 아니었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그것도 월요일 아침부터 이런 일로 해서 지각을 하겠다는 예상에서였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결근과 지각이 얼마나 상사나 동료들에게 치명적인 불명예인가 하는 것은
경험으로써 익히 아는 바이다.
헌데 김선생, 당신의 화는 곧 놀라움으로 바뀌어졌다.
응급 치료를 위해 이마에 틀어막았던 수건을 떼어 버렸을 때, 김선생,
당신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으니까.
천만에 아파서는 아니었고, 말했듯이 놀라서였다.
자제력! 삼년이란 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었던,
저 자제력이 김선생, 당신에게는 아직도 남아 있는 덕택에 다행이 소리는 억류했다.
허지만 김선생, 당신은 그 순간의 앗질하던 전률을,
지금도 이처럼 쾅쾅 뛰어대는 심장의 고동으로써 증명하고 있다.
오전 七시 三O분.
김선생, 당신은 이제 병원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시각은 김선생, 당신이 용변과 세면을 마치고 마악 밥상앞에 앉았을 때이다.
그러나 오늘 김선생, 당신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해서, 이제야 변소에 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한다.
서둘렀다. 보통 십오분 내지 이십분 동안 누리던 흐뭇한 배설의 기쁨을, 오늘은 고작 오분으로 단축했으니까.
면도를 곁드리던 월수금(月水金)의 세면도 양치질과 물수건만으로 -이마의 상처 때문에- 간소화했다.
하긴 세상도 간소화돼 가고 있다.
가정의례준칙도, 민원서류처리도….
『여보! 지각하겠우.』
김선생, 당신의 아내는 그러나 더욱 간소화를 다구쳤다.
사실 겉보기엔 붕대를 조금 오려대고 반창고를 二자로 붙였을 뿐의 상처이니까,
결근같은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김선생, 당신도 지금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인지라,
머리에 두어번 빗질을 하는 것도, 심지어 바바리를 걸치는 것도 잊고 허겁지겁 직장을 향했다.
바쁜건 김선생, 당신 뿐이 아니다.
벌써 거리에는, 요컨대 학생이라고 불리우는 소년 소녀들, 도맷금으로 노동자라 할 사람들,
그밖에도 좌우간 저마다 무슨 일들을 가지고 있을 남녀들이 메워져 있으니까.
버스는 만원이다. 매일 만나는듯 싶으나 전혀 생소한 사람들이다.
김선생, 당신은 이제 서두른 보람이 있어 다른 날보다 십분쯤 늦을 뿐이다.
그 정도는 버스가 승객에게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려서 직장까지 걸어갈 때 조금만 더 숨이 찰 것을 각오하면 해결될 수 있을 문제다.
다행이다.
다행이었다. 김선생, 당신이 교무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간부회의를 마친 지도주임, 연구주임, 교무주임, 서무주임, 교감,
교장이 연극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차 무대 위에 다시 등장이라도 하듯,
교장실로부터 주욱 걸어 나왔으니까.
오전 八시 四五분.
직원조회. 김선생, 당신은 교무수첩을 펼쳐놓고 조회 사항을 경청했다.
교무주임-에, 중간고사가 一七일부터 二十일까지 있겠읍니다.
선생님들께선 각 과목 시험 문제를, 늦어도 十三일까지 출제하여서,
고사계에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은 월요일인 관계로 운동장에서 승공애국 조회가 있겠읍니다.
지도주임-요즘 날씨가 쌀쌀해지자 지각생들이 부쩍 늘고 있읍니다.
담임 선생님들께선 각별히 단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주임-학습지도안을 十五일까지 내주시기 바랍니다.
주번교사-에, 금주 주훈을 말씀드리겠읍니다.
에, 금주 주훈은 중간고사를 대비해서 『실력 향상에 힘쓰자』로 정했습니다.
실천사항으로는 자학자습, 수업 분위기 조성, 시간엄수, 이상 세가지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교감-에, 아까 지도주임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읍니다만 요즘 지각이 학생 뿐 아니라 선생님들께서도….
『이크! 나도 오늘 할 뻔 했지.』
김선생, 당신은 역시 서둘기를 잘 했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마를 다쳐서 좀 늦었다마는 변명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런 변명을 안하게 된 것은 더욱 훌륭하다.
김선생, 당신은 오늘 월요일 아침에 이마를 다쳐서 늦을 뻔 한 것,
그리고도 안늦어 다행스러운 것, 대체로 그런 생각으로 있다.
어느새 가을이 짐을 꾸려 막차를 타듯 허겁지겁 가버리는 것을,
바로 교정의 은행나무 잎사귀에서 발견할 수도 있었을 덴데….
승공애국조회. 운동장.
三학년. 一반, 二반, 三반, 四반, 五반, 六반, 七반, 八반, 九반, 十반.
二학년. 一반, 二반, 三반, 四반, 五반, 六반, 七반, 八반, 九반, 十반.
一학년. 一반, 二반, 三반, 四반, 五반, 六반, 七반, 八반, 九반, 十반.
키 순서로 각 반은 이열 종대(二列縱隊).
검정 구두. 검정 스타킹. 감색 스커트. 감색 상의. 흰 칼라. 머리는 귀 밑 일센티.
왼편에 가르마. 오른쪽에 대빈을 꽃고, 왼쪽엔 실핀.
요컨대 맨션 아파트처럼 획일화된 몸둥이가, 그렇지! 사격장의 타켓트처럼 무표정하게 서있다.
김선생, 당신은 이 질서정연한 학생들의 정열에서 엉뚱하게도 그런 연상을 했다.
그리고 조회가 시작되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을 때,
조금 일찍 고개를 들었던 김선생, 당신의 가슴은 또 한번 쾅쾅 뛰었다.
아니 하마트면 아까 병원에서처럼 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자제력! 고맙다. 이마를 다쳐서 아마도 눈이 깜빡 제 기능을 상실했었나보다.
상처는 바로 양미간에 있으니까.
의사의 머리가 문득 안보이던 것, 지금 학생들의 숙인 머리가 옷 색갈과 비슷하여 역시 없는 것처럼 착각된 것,
모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김선생, 당신은 오늘 월요일 아침에, 두번이나 그런 혼돈을 일으켰다.
전에 없던 일이다.
오전 一O시 十분.
제二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김선생, 당신은 오늘 네시간 수업이니까, 물론 이 시간에도 들어가야 한다.
이미 시간표가 그렇게 짜여져 있다.
김선생, 당신은 교과서, 학습지도안, 분필을 출석부 위에 얹어들고 교실로 향했다. 들어갔다.
『오호호호…!』 여학생. 웃음이 헤픈 여학생. 여자의 특성을 너무나 많이 가진 여학생.
김선생, 당신의 상처는 여학생들의 웃음거리로 둔갑했다. 그게 웃음을 사다니….
김선생, 당신은 지금도 신경을 쓰면 욱신거리고 쑤시는데…. 아니 신경을 안써도 사뭇 아픈데….
웃는다. 자꾸 웃는다. 오호호호…!
신난다. 재미있다.
신나? 재미있어? 김선생, 당신은 욱신거리고 쑤시고 아프다.
그런데 여학생들은 웃읍고 신나고 재미있다. 김선생 당신의 아픔은 그들에게는 웃음거리다.
『야! 임마! 왜들 웃는거야?』
김선생, 당신은 화를 냈다. 당연하다.
『오호호호!』
여학생들은 더욱 웃어댔다. 역시 당연할까? 김선생, 당신은 교과서도 펴지 않은 채 웃고 있는,
너무나 웃어서 눈물조차 글썽한 여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을 위해서 김선생, 당신은 이 학교에 발령을 받아오면서,
<비바람속에서도 기어이 한송이 꽃을 피우는 들풀과도 같이 생명있는 열의>로써 학생들을 가르칠 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화를 낸다는 것은 그 다짐에 대해 모독이다.
김선생, 당신은 이제 겨우 그로부터 십개월도 안됐으니까.
『자! 그만! 그만! 책을 펴요.』
우리가 왜 웃었을가? 마치 그런 표정들로, 이윽고 저들은 하나 둘 책을 펼쳤다.
三, 소설짓기.
(一), 소설이란 무엇인가?
교과서대로 하면 <소설이란 산문으로서, 인간 사회에 있을 수 있는 가공적 사실을 서술하여,
표현하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작문시간이니까 이런 내용이 있는 건 당연하다.
헌데 김선생, 당신은 갑자기 답답해졌다. 그럴까? 소설이란 과연 그런 것일까?
『오늘은 九일이니까 九번 읽어봐요.』
김선생, 당신은 읽기를 시켜놓고 생각은 딴 데에 있었다.
대학시절.
최류탄으로 눈자위가 항상 충혈돼 있던 대학시절.
그 시절에 김선생, 당신은 소설이란 가공적이 아니었다.
기쁨이요, 슬픔이요, 즐거움이요, 외로움이요, 아픔이요, 좌우간 그런 것들이었다.
두자리 IQ(백 미만 즉 저능아)를 책임지도한 댓가로 막걸리에나마 왕창 취할 수 있었을 때
그래서 거리를 질주하는 쎄단을 향하여 몸의 돌출부를 내놓고 한바탕 내갈기는 만용을 부릴 수 있었을 때,
김선생, 당신은 바로 소설을 실습했으니까.
연말 물가지수처럼 상승을 거듭하던 두자리 IQ의 성적이 갑자가 하락하는 이변(異變)을 보였을 때,
그래서 사모님은 새로운 각료(가정교사)를 임명하고자 특별회견을 자청했을 때,
김선생, 당신은 또 다른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으니까.
그리하여 김선생 당신은 지금도 아주 감명깊은 것으로 추억되는 추억이 하나 있다.
기껏 一・七m×○・五m (김선생 당신이 누웠을 때의 면적)의 안식처를 얻지 못하여,
캠퍼스의 뒷동산 숲에서 저 시월의 차거운 밤이슬과 몇 밤을 싱갱이질해야 했을 때,
체온 三七도와 대기 七도의 싸움은 김선생 당신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캠퍼스의 본관을, 도서관을,
시계탑이 있는 강의실을 비추던 써치라이트조차 동이 트자 피곤한듯 눈을 감아버렸는데,
김선생 당신은 끝내 한잠도 이룰 수가 없었으니까.
마치 학질에라도 걸린듯 온 몸의 뼛속에까지 스며들던 추위!
삼투압으로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듯, 대기는 그렇게 김선생, 당신으로부터 무자비하게 체온을 약탈해 갔다.
허지만 김선생, 당신은 그때 저 프랑스의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별』을 실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속에 눈을 뜬다>.
김선생, 당신은 이때까지 밤하늘이 그렇게도 유난히 깊고, 별들이 그렇게도 찬란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김선생, 당신의 눈이 그토록 빛을 낸 것도 처음이었다.
『선생님! 다 읽었어요!』
『으응?…응!』
돌아왔다.
김선생, 당신은 저 캠퍼스의 솔숲에서 황급히 돌아왔다.
비바람속에서도 기어히 한송이 꽃을 피우는 들풀과도 같이 생명있는 열의를 다짐했으니까.
『소설이란 무엇인가 하면, 一五七페이지의 첫째에서 둘째 줄에 밑줄을 그어요! 바로 그것이 소설의 정의니까….』
<소설이란 산문으로서 인간 사회에 있을 수 있는 가공적 사실을 서술하여 표현하는 문학의 한 장르>
그런데 김선생, 당신의 말은 무심히 입속에서 튀어나와 허공중을 맴도는 느낌이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생명있는 열의와 부딪쳐서 나와야 할 텐데….
따라서 김선생, 당신의 꽃은 교묘하지만 프라스틱으로 만든 조화다.
물을, 거름을, 햇볕을 주지 않아도 영원히 시들지 않는, 그 대신 향기도, 꿀도, 벌도, 날아들지 않는….
오전도 오후도 아닌 一二시.
김선생, 당신은 계속된 두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방금 교무실로 돌아왔다. 목이 아프다.
조화를 너무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오월 결혼을 한 이후, 여학생들의 김선생, 당신에 대한 인기는,
매일 바뀌던 책상위의 꽃이 행방을 감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수업시간이면 벌통속처럼 소란스러운 현상으로써 대목이 지났음을 반영했다.
이제 생각하니 김선생, 당신이 조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인 것 같다.
『김선생! 전화요.』
교감. 출근부, 교무일지, 주번일지, 규율부일지, 양호일지, 당직일지, 특별구역청소일지, 학급일지,
기타 각종 서류와 공문및 기안지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보내는 교감이 수화기를 든 채 김선생,
당신을 향하여 짐작이 가는 미소를 띠고 있다.
『네에?…네!』
미스・안일거다. 미스・안이었다.
『저…만날 수 있을가요?』
『오늘…?』
『일곱시에….』
『안되겠는걸….』
김선생, 당신은 이마의 상처를 생각하고 난처했다.
『그럼 다시 연락할게요.』
전화는 찰칵 끊기었다.
언제나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것도, 또 끊어버리는 것도 미스・안이었다.
김선생, 당신은 애매하게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미스・안과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단안이 절실히 요망되었다.
그러나 오늘도 또 애매하게 돼버렸다.
다시 그녀가 전화를 걸어오고, 만나고, 그리고 얘기를 할 때까지는 미결이니까.
미스・안.
삼년 동안의 군대생활에 있어서 그 공백기를 메꾸어준 유일한 여자, 미스・안.
동기.
그녀와 만나게 된 동기.
주간지의 펜팔란.
김선생, 당신은 그때 무엇인가 절박하였다.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요컨대 생활의 전부를 그렇지!
아까 승공애국조회때 생각키운 맨션 아파트처럼 획일화된 규범속에 김선생, 당신을 밀어넣어야 했으니까.
미스・안은 그 주간지의 펜팔란에 운좋게 한 자리 끼어든 김선생, 당신의 군우로 파란 글씨의 꽃봉투를 보내왔었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준위, 소위,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
이런 계급에 성만 붙여 호칭되고 또한 그것으로 족하던 그때에,
그것은 하나의 감격이었고 신선한 바람이었다.
따라서 김선생, 당신이 첫 휴가때,
다시 말하여 그녀와 처음 만나서 해가 지기도 전에 여관을 다녀온 것은 매우 당연했다.
진정한 여행이란 갑자기 훌훌 떠나버리는데 멋이 있듯이, 남녀의 섬광은 아주 돌발적인 것이니까.
그러나 김선생, 당신이 이 여자와 헤어지리란 추측이나 혹은 영원히 결합될 전망을 생각해 본 적은 전혀 없었다.
미스・안 그녀 역시 김선생, 당신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일단은 서로가 서로의 것으로 간주하면서도,
보다 나은 조건의 상대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니까.
만 삼년에서 약 이개월이 모자라는 동안, 김선생, 당신은 정기휴가 세번, 보상휴가 두번,
서무계에게 담배값을 앵겨서 얻은 『가라 쫑』에 의한 주말 특별외박 다섯번, 도합 열번을 서울에 나올 수 있었다.
그것은 미스・안을 만난 횟수보다 두번 적은 숫자다.
상병때 크리스마스와 제대특명후 취직원서 전달차, 그녀가 김선생, 당신에게 부대로 면회를 왔었으니까.
열두번의 만남.
김선생, 당신은 그와 관련하여 열두개의 여관의 이름들이 떠올랐다.
용궁-처음 만난 날 갑자기 쏟아지던 비를 피할 겸 들어갔다가, 그래서 등천(登天)까지 해버린 여관이었다.
고향-풀잎을 따서 소꿉장난을 하던 시절을 그리며 애틋한 순간을 가졌던 곳이다.
서울-순전한 본능적인 욕망 때문이었다.
추억-먼 훗날을 위해 앨범 사진을 찍듯이, 그런 기분으로 즐겼다.
청량리-기차시간을 놓쳐서 다음 차를 기다릴 겸이었다.
대경-그냥 헤어지기가 어쩐지 섭섭했다.
춘천-주님의 탄생 一九六九돌을 기념하는 그녀의 면회 탓이었다.
동보-옆방에 단발머리와 함께 든 까까숭이 고등학생한테 질 수 없어,
김선생, 당신이, 저 논산 훈련소에서 사격에 불합격하고 오르내렸던 <눈물고지>보다 더한 경을 쳤던 변두리였다.
비원-어느 날 연산군이 야외소풍을 나갔다가 말의 후벅진 모습을 보고 어쨌다는 식으로
고궁숲 산새들의 충동이 계기가 되었다.
전원-에덴동산이 그리웠다.
소양-먼 길에 취직원서를 가져온 그녀의 성의가 괘씸(?)해서였다.
산장-제대기념으로 가장 거액의 자금을 들여서 마련한 밤이었다.
헌데 김선생, 당신은 이와는 관계없이 오늘날 결혼을 해 있다.
말했듯이 서로가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미스・안에게는 유학까지 마친 사람이 나타났고, 김선생, 당신에게는 부모가 천거하는 자리가 나섰으니까.
인물, 학력, 건강, 가정, 경제, 이상 결혼의 오대조건 어느 항목에도 완전 자급자족을 하고 남을 아내.
따라서 김선생, 당신은 그녀가 돌아서버린 이상 망서릴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벌써 취직이 되어 단간방이나마 전세도 얻었고, 간단한 부엌살림까지 마련한 터에,
구테어 혼자서 고생한댔자 누가 표창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잘했다. 김선생 당신의 결론이었다.
남녀의 관계란 결코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경험을 얻기 이전의….
미스・안도 같은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다방에서 혹은 고궁에서 김선생, 당신과 미스・안은
용궁, 고향, 서울, 추억, 청량리, 대경, 춘천, 동보, 비원, 전원, 소양, 산장 시절을 재현할 모의를 하니까.
허나 이미 되돌려 놓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음을 김선생, 당신은 잘 알았다.
七시에 만나자는 그녀의 제의가 난처했던 것은, 이마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이젠 김선생,
당신의 생각대로 할 수 없는 몸이 돼버린 탓이었다.
밤 아니, 어둠에의 욕망보다도 김선생, 당신에게 그러한 본능을 유발시키기에 앞서,
쌀과 연탄과 콩나물 값을 계산하는, 쓰레기차의 방울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아내가,
청룡팀의 골키퍼처럼 잔뜩 버티고 있으니까.
오후 一시.
하루에 세번씩 먹기로 마련된 중에서 가운데, 점심시간이다.
김선생, 당신은 도시락을 꺼냈다.
계란 후라이, 시금치 묻침, 장조림 쇠고기, 김치등 영양가를 고려한 반찬이 서로 먼저 선택되기를 바라듯,
아니 <이래도 내 정성을 모르겠어요?>하는 아내의 표정으로 모자이크되어 있다.
『아이! 어쩜 요렇게….』
P선생. 옆자리에 앉는 P선생이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김선생, 당신의 도시락을 감상했다.
국전의 대통령상 수상작품이라도 대하듯 경이의 눈길조차 띄우며다.
『함께 드시겠읍니까?』
임신 오개월이니까 입덧은 지났을 터이고,
김선생, 당신은 다음 순간 이 여자가 물욕(物慾)에 남다른 취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여름방학전, 일학기 성적이 六O점 미만, 다시 말하여 낙제 예비군이던 반 학생들의 학부모를 호출했었다.
그때 부담임인 김선생, 당신의 몫으로 일금 천원이 P선생을 통하여 수교되었을 때,
그러나 그녀는 일체 불문에 붙였으니까.
『호호호! 어디….』
P선생은 손가락으로 골고루 집어 먹었다. 먹어보는 것이 아니라 먹었다.
머리에 든 것이라고는 물욕뿐인 P선생.
물욕을 뽑아내면 머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P선생은 김선생, 당신의 반찬을 거의 반이나 합법적으로 빼앗아갔다.
김선생 당신이 『함께 드시겠읍니까?』 했으니까.
『선생님! 편지예요.』 마악 점심을 끝냈을 때 서무실의 급사가 김선생, 당신에게 고향으로 부터의 편지를 배달했다.
지난 추석때 송금한 답장 이후 처음이다.
추수도 끝났으니 쌀이나 두어 짝 부쳐 주마? 아니면 금년에 김장거리가 흉년이라는데 고추나 몇 근 가지고 갈란다?
그러나 김선생, 당신의 그러한 기대는 보기좋게 묵살되었다.
<우식에게
그간엇덧게지내너냐이곳부모넌별고엄나니라연이나올농사난풍년이나마참조흔논짜리가하나나서서붓자불가헌다뭐니뭐니허여두땅에문는거시제일이니라그러니너에셍편두어렬거시나오만원만보조바라노라….>
순간 김선생, 당신은 『뿌린 자는 거두리라』는 성경 귀절을 생각했다.
옛날에 학생시절에 팔아 올렸으니까 이제는 보충해야 한다.
구리개논 서마지기를 내놓았으면, 너도 그만큼 성공했으니,
촌에서 태어나 서울의 고등학교 선생이 됐으니까.
그로해서 김선생, 당신은 김장 보너스를 一OO%로 잡고, 곗돈, 생활비를 빼고 남는 돈과
기성복 판매장에서 구입하려던 코트를 취소해도, 기어히 만원 한 다발은 부족일,
이 예상을 초월한 재해나 다름없는 지출에 즈음하여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후 三시 三O분.
김선생, 당신은 월요일 오늘 분, 주당 二四시간중 六분의 一인 네시간 수업을 완전히 마쳤다.
그리고 김선생, 당신이 어쩌다 잊고 있었던 이마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 것은 지금이었다.
가끔 경험하는 일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김선생,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과 감정들은 하나씩 야금야금 빠져나가서 텅빈 항아리처럼 공허해지는 적이 있었다.
그때 김선생, 당신은 머리가 흡사 남의 것처럼 멍한 느낌이었는데, 앗차! 그리고 보니
김선생, 당신이 오늘 아침에 이마를 다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은,
그러한 상태가 고착되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김선생, 당신은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여 발령을 받고, 그리하여 이 학교에 부임한 이래,
대학시절의 저 솔숲에서 있었던 추억과 같은 것이라든지,
두자리 IQ를 책임지도한 댓가로 막걸리에 취할 수 있었을 때,
그래서 거리를 질주하는 쎄단을 향하여 몸의 돌출부를 내놓고
한바탕 내갈기는 만용을 부리는 따위는 이제 감히 엄두도 못내고,
다만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길가 구멍가게의 재고품처럼 퇴색해버린 낡은 지식과 감정들을 꺼내어
학생들에게 울거먹어 왔을 뿐이니까.
생활, 생활, 생활 아니 생존, 생존, 생존…. 그밖에 김선생, 당신이 지금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십오일이면 사만여원 가까이 되는 월급이 여축없이 들어오지만,
二년 만기의 삼십만원짜리 적금 一一一OO원,
이십만원짜리 아내의 곗돈 一七六OO원 등, 필수지출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만여원쯤인데,
김선생, 당신과 아내는 일년 열두달을 항상 그것을 가지고
주식, 부식, 외식, 조미료, 기호품, 가사운영비, 피복비, 주택・비품, 연료, 전기・수도, 의료, 위생, 문화비, 통신・
교통, 세금・공공료금, 교제・잡비 항목으로 찢고, 쪼개고, 가르느라 여념이 없으니까.
그러므로 김선생, 당신의 생활 아니 생존이, 저 꿈이나, 의식의 흐름을 표출하는
단색의 모노코롬 화면처럼 빛을 잃은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답답하다. 허전하다. 아쉽다.
무언가…… 그 무엇인가 김선생, 당신의 마음을 꽈르륵 익사시킬 신나는, 후련한 것은 없을까?
한잔 마신다.
이튿날의 두통과 컨디션 걱정이 앞장 선다.
영화구경?
두시간 이상을 앉아있는 건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돈 주고서 울고, 짜고, 한숨 지을 필요가 과연 있을까?
친구를 만나?
커피값은 네가 냈으니까 나는…….
보이지 않는 주판알이 다그락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건드린다.
정말 한 여름의 소낙비처럼 그렇게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없을까?
따라서 지금 김선생, 당신이 머리가 아픈 건, 이마를 다쳤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후 五시.
김선생, 당신은 교무실을 나섰다.
관례로는 삼십분쯤 더 어물쩡거려대야 하겠지만, 그러나 오늘 김선생, 당신은 이마를 다쳤으니까.
그런데 또 하나의, 사고라기보다 용건은 그때를 위해서 준비되었다.
전화. 김선생, 당신에게 또 전화가 걸려왔으니까.
마악 교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교감은 이번엔 아주 황급히,
마치 고기가 물린 낚시대를 채듯이 그렇게 김선생, 당신을 불러 들였다.
『네에? 뭐라구요!』
그 전화를 받고 김선생 당신이 놀란 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였다.
그자식…, 그놈…. 그새끼…. 그… 그가 죽다니…!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군대까지 같이 갔다 왔고,
나중에는 교사임용고시조차 함께 치루어, 발령까지 똑같이 이 학교로 받았던,
그러나 지난 9월 二학기초에 타교로 전출간 R이, 허어! 김선생, 당신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렇게 말문이 막힌 채로 김선생, 당신은 R의 집을 찾았다.
서로의 성기(性器)의 길이, 둘레, 하룻밤의 사정(射精)횟수까지 아는 단짝친구였으나,
군대에 있을 때 단 한번 김선생, 당신은 고향이 시골이라서 논산 훈련소를 마치고 배출될 때 서울을 지나게 되었는데,
인솔자에게 몇 푼씩을 거두어 주고 하룻밤의 자유를 할애받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 김선생, 당신은 무일푼이었고, 결국은 R의 집 신세를 져야 했다.
그래서 알게 된 R의, 그 산꼭대기에 독버섯처럼 달라붙은 판자집을 오늘 다시 찾았다.
흑빛으로 떠있는 R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젊은 모습같은 R의 누이 동생이 김선생, 당신을 맞았는데,
그녀들은 용케도 삼년반전의 김선생, 당신을 기억했다.
김선생, 당신은 한 간을 둘로 나눈 R의 방으로 들어갔다.
시체는 그 곳에 있었으니까.
헌데, 관을 떠들어 본 순간, 김선생 당신은 하마트면 뒤로 자빠질 뻔 했다.
머리가 없는 R! 그는 머리가 없었으니까.
『에이유! 죽어도 곱게 못 죽고 글쎄 기차에….』
R의 어머니가 말라붙은 눈물을 닦아내며 김선생 당신에게 하소하는 자초지종은,
김선생, 당신의 학교에서 전근한 후로 R은 완연히 증세를 나타냈는데,
이 지구가 금방 산산조각이라도 날 것처럼 불안에 떨다가, 소중한 무슨 보물이라도 잃은 양 온 집안을,
집안이래야 형식상의 안방, 웃방, 부엌이지만 배회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내 머리를 찾아야 한다고 중얼대며, 아침에 나갔다가는 통금시간이 다 돼서야 들어왔다.
신학년도가 아닌 二학기초에, 그것도 五년만기의 인사교류원칙을 전혀 무시하고서 R의 전출이 결행된 것은,
바로 그와 유사한 이유들 때문이었으니까, 김선생, 당신은 그런 이야기에 아까처럼 또 놀라지는 않았다.
R, 그는 이학교에 부임해 올 때까지는 김선생, 당신과 거의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았다.
헌데 그는 아주 빠르게 어떤-리토마스 시험지같다고나 할까?-반응을 일으켰다.
반복, 반복, 반복…. 끝없이 반복되는 생활에, 와글… 와글… 학생들의 극성스런 소란에,
R은 눈은 뜨고 있었으나 조리개의 기능이 의심스러웠고, 입에서는 계속 말이 쏟아져 나왔지만 거의 문법에 어긋났다.
동그라미!
그 무렵에 생긴 R의 별명이었다.
누군가가 약간 돌았다는 뜻으로 붙였을 거였다.
『그런데 이런 시체를 굳이 집안으로 끌어들인 R의 어머니는…?』
다음 순간 김선생 당신은 진짜 동그라미를 보는 섬찟한 기분이 되었다.
가만 있자! 그리고 보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동그라미인 것은 아닐까고,
김선생, 당신은 또 다음 순간에 홧짝 놀랐다.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서 삐꺽삐꺽 돌아가는 듯한 저 사회의 소용돌이!
거기에 휩쓸려 빙글빙글 인간들은 동그라미가 돼가고 있다.
이제 김선생, 당신은 또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어지러웠다.
그래서 김선생 당신은 R의 어머니에게 내일 다시 오겠으며,
장례에 대해서 몇 마디 묻고는, 여우가 제 굴이라도 찾기 힘들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오후 七시.
김선생, 당신은 집으로 돌아왔다.
R의 일 때문에 다른 날보다는 좀 늦었지만, 그러나 어김없이다.
저녁식사를 하자, 그런데 예의 이마가 또 아파왔다. 아니 사뭇 쑤셨다.
밥을 먹느라 아귀운동을 해서 머리가 진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선생, 당신은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약을 갈아 붙여야겠다.
거울앞에 서서 김선생, 당신은 이마의 반창고를 떼었다.
순간 섬뜩한 감각과 함께 김선생, 당신은 아찔했다.
『으윽!』
그리고 하마트면 이런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머리! 머리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아침에는 의사와 학생들에게서 두번씩이나 착각했었는데, 이제는 김선생 당신에서다.
『여보! 왜 그러우?』
다행히 아내의 재빠른 동작이 뒤로 쓰러지려는 김선생, 당신을 아랫목의 이불속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켰는데,
김선생, 당신이 오늘 마지막으로 또 소스라친 것은 저 머리가 없던 R, 그가 갑자기 화악 눈앞으로 클로즈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순간 김선생, 당신에게 전혀 뜻밖의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
김선생, 당신에게는 지금 이토록 아플 수 있는 머리가 있지 않느냐.
비록 저 솔숲의 추억이나, 쎄단에의 만용은 다시 재현시킬 수 없는,
즉 꿈이라 불러 좋을 것들은 죄 새어나가 버린 텅 빈 머리이지만,
그러나 김선생 당신은 아직 그러한 산세들이 둥지를 틀었던 유적을 보존하고 있으니까.
따라서 김선생 당신이 학생들에게는 들꽃을,
생활에서는 무지개의 스팩트럼을 다시 한번 다짐한 것은 아주 당연했다.
그리고 미스・안의 전화는 앞으로 받지 않아도 될 터였다.
그뿐이랴!
P선생에게는 내일도 도시락 반찬을 싫컷 먹여주자.
<뭐니뭐니허여두땅에문는거시제일이니라>를 위해 금년 겨울에 코트를 걸치는 수고는 단념해야 할 것이고,
만여원은 더욱 더 찢고, 쪼개고, 가르고 함에 틀림없었다.
지금 김선생, 당신은 이마의 상처에서 아침처럼 또 다시 새빨간 핏물이 흘러 나왔으나,
머리속은 오히려 또렷하게 맑아졌는데,
저 한 줄기 생수(生水)가 지심(地心)을 뚫고 솟구쳐 나오듯이, 그것은 바로 생명의 증거였으니까….⼞
첫댓글 이은집 소설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님이 쓰신 소설을 김인희 작가님께서 유투브에
낭독 하신 작품을 백화 문상희가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