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033 가을 32 문명의 이기(利器) 자전거
초등학교 가기 전에 빙혼 또래 아이에게 어느날 세발자전거가 생겼다.
신기한 세발자전거를 보려고 매일 그 집앞에 가 보면 그 아이는 집에서 타다가
신작로까지 나와 멋들어지게 선을 보인 뒤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왜 그리 허전한지.
엄마에게 졸라 세발자전거를 사 달라고 하였다가 아마 세대 이상 맞았을 것이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언감생심(焉敢生心) 무슨 세발자전거를 살 수 있었을까?
*감히 바랄 수도 없음
그런 자전거를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 사 주었다.
어린이용도 아닌 일반 성인용 자전거였는데 끌고 다니기도 버거울 정도였지만
빙혼 최초의 사유재산 1호였다.
1남4녀 형제들이라 사유재산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뭐든지 공유를 해야 하는 시골 생활에서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어린 머스마에게는 국보급 보물과 같았다.
키가 작아 안장에 앉으면 발이 닿지를 않으니 자전거 가운데 다리를 넣어 페달을 발로 밟아
타는 가장 기초적인 자전거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100번 이상 넘어지고
다리는 온통 생채기로 뒤덮였지만 자전거에 대한 열망을 멈출 수 없어 마침내 성공을 하였다.
몇 개월 자전거 사이로 자전가를 타다가 이제는 안장에 앉아 가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다리가 짧으니 페달을 밟기보다는 몸을 좌우로 기울여 발로 페달을 차서 가는 모습이었으나
이 역시 100여번 이상을 넘어져 온 몸에 멍이 들어도 기어이 배우고 말았다.
자전거를 배우고 나니 세상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르겠다.
걸어서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려면 1시간이 걸렸던 곳도 20분이면 다녀올 수가 있었고
게다가 짐을 이고지고 다녀야 했는데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다니니 너무나 편해졌었다.
걸어서 가기에는 먼 지역도 자전거를 타고 서는 좀 더 멀리 아직 가 보지 않은 지역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어 틈만 나면 열심히 돌아다녔다.
자전거로 하여금 세상의 편리함을 깨우쳤는데
아쉽게도 차를 운전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물론 보통 1종 20년 무사고 장롱면허는 가지고 있다.
약 6개월 정도 프레스토, 봉고, 프라이드, 1.5톤 타이탄 트럭은 운전해 보았는데
교통사고를 너무나 많이 당해 트라우마로 인하여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의 자전거에 대한 향수는 유달리 진하게 남아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