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 토요일, 전국적으로 200만이상의 국민이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외치며 초겨울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제6차 촛불시위를 하였다. 1987년 6월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화 운동보다도 더욱 강렬한 범국민적 운동이었다. 우리 교육자들은 촛불시위가 주는 의미를 교육적 관점에서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주의와 공화국이 합쳐진 복합어이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인민 또는 국민’이라는 demo와 ‘지배’라는 cracy의 합성어이므로 국민통치를 의미한다. 공화국(republic)은 ‘공적인 것 또는 공익’을 뜻하는 라틴어 res publica에서 파생된 단어로 공익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주체가 되어 공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현 정부와 같이 대통령 측근들이 주어진 권력(직책)을 공익보다 사익에 남용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삶을 외면한다면, 우리나라는 허울 좋은 민주공화국일 뿐이다. 1948년에 제정한 헌법을 지금까지 9차례나 개정한 대한민국이 아직도 헌법 제1조 1항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촛불시위의 함성은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이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의 울부짖음이다. 타오르는 촛불은 시대정신을 상징한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서 기인한 정신적 태도이자 이념이다.
시대정신과 관련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와 앙가주망(Engagement)을 한 번 생각해 보자. 프랑스의 격언인 노블레스 오블리즈는 ‘지배층의 도덕적 의무’란 뜻으로 고위 공직자는 청렴하게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프랑스 공직사회의 행동양식이자 불문율이다. 그리고 앙가주망은 ‘지식인의 사회 참여’란 뜻이다. 프랑스의 앙가주망 정신은 에밀 졸라( Ѐmile Zola),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앙드레 말로(Andrѐ Malraux)와 같은 행동하는 지성을 낳았고, 국민들의 언론 활동을 통한 자유로운 정치사회의 참여는 국민의 의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프랑스의 시대정신은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다.
시대정신은 개개인의 삶과 관련한 가치를 넘어서는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적 가치와 공동선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온 국민이 동참하는 촛불시위는 우리 국민들이 개인주의적 삶을 초월한 정의, 인권, 공익 등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시대정신은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신이다.
국민적 공감대로 형성되는 시대정신은 정치적 계파 싸움, 지역간·세대간 갈등과 불통, 극심한 빈부격차, 만연한 학력·학벌주의, 심화된 교육 불평등, 끊임없는 인권 침해 등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촛불시위는 대한민국에 참여민주주의가 꽃피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복지국가의 길을 여는 촛불혁명이다. 혁명의 아픔과 시련 뒤에 반드시 기쁨과 안식이 오리라.
서울특별시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 임종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