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용혈사수론(龍穴砂水論)
1. 주룡(主龍)의 개요(槪要)
산맥(山脈) 또는 산의 능선을 용(龍)이라 하는데 이 용을 주룡(主龍), 내룡(來龍), 혹은 용맥(龍脈)이라고 부른다. 풍수지리학에서의 주룡은 많은 산맥이나 능선 중에서도 혈(穴)이나 집터, 묘지, 혹은 점혈(點穴) 예정지와 관계되는 능선만을 말한다.
주룡은 혈의 모체태반(母體胎盤)과 같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는 탯줄을 통해 모든 양분을 전달받아 성장한다. 마찬가지로 혈도 용맥을 통해 산천정기를 전달받아 존재한다. 만약 용맥이 없거나 병이 들어 부실하거나 허약하면 결코 진혈(眞穴)을 맺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용맥은 조종산(祖宗山)인 태조산(太祖山)에서 출발하여 중조산(中祖山), 소조산(小祖山), 현무봉(玄武峰)을 거쳐서 혈까지 내려온다. 마치 사람이 시조(始祖)로부터 나와 중시조(中始祖), 할아버지(祖), 아버지(父), 자식(子)으로 이어지는 이치와 같다. 식물에 비유한다면 뿌리[태조산]에서 나와 줄기[주룡]를 통하여 가지[중조산]를 뻗고 다시 새가지[소조산]에서 꽃 봉우리[현무봉]가 되어 꽃과 과일[혈]을 맺는 이치다.
이를 전기에 비유하면 태조산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같다. 용맥은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과 같은 것으로 태조산의 정기를 전달한다.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가 고압선을 통해서 1차 변전소, 2차 변전소로 전달되듯이 태조산의 정기도 산맥을 따라 변전소 격인 중조산에 전달된다. 변전소에서 변압기로 전선이 연결된 것처럼 중조산에서 소조산으로 용맥이 연결된다. 변압기에서 가정이나 사업장의 안전계량기로 전기가 연결되듯 산맥도 소조산에서 현무봉으로 이어진다. 안전계량기에서 전구나 콘서트로 전선이 연결되듯 현무봉에서 혈까지 용맥이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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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주룡 행룡도>
2. 혈(穴)의 개요(槪要)
혈(穴)은 풍수지리에서 용(龍)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를 혈지(穴地), 혈판(穴坂), 당판(堂坂)이라고도 한다. 음택의 경우 시신을 매장하는 장소이며, 양택의 경우는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다. 혈을 인체에 비유하면 경혈(經穴)과 같다.
태조산을 출발한 용이 수백 리 혹은 수십 리를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행룡하는 것은, 이 혈 하나를 결지(結地)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혈을 매우 귀하게 여겨왔다. 옛글에는 혈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천리내룡 근유일석지지(千里來龍 僅有一席之地)”라 하였다. 즉 천리를 행룡한 용도 겨우 한자리 혈을 맺을 따름이다라는 뜻이다.
혈은 주룡으로부터 공급받은 생기가 모여있는 곳이다. 용이 물을 만나 더 이상 나가지 못하면 지기(地氣)가 서로 모이고 엉킨다. 이곳에 땅의 생기인 지기가 융취(融聚)되는데 바로 혈이다. 그러므로 혈은 용의 흐름이 끝나는 용진처(龍盡處)에 주로 맺는다. 뒤로는 생기를 전달하는 능선이 있고, 앞으로는 생기를 멈추게 해주는 물이 있다. 이러한 지형을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한다.
혈속의 토질을 혈토(穴土)라고 한다. 돌도 아니고 흙도 아닌 비석비토(非石非土)다. 돌처럼 단단하나 손으로 비비면 고운 분가루처럼 미세하게 분해되는 흙이다. 혈토의 색깔은 홍(紅), 황(黃), 자(紫), 백(白), 흑(黑) 등 오색 이상이며, 마치 참기름을 뿌린 것과 같이 밝고 윤기가 있다.
풍수지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금낭경(錦囊經)』은 “장자승생기야(葬者乘生氣也)”라 하였다. 즉 장사(葬事)는 반드시 생기가 있는 땅에 지내야 한다고 하였으니, 생기가 모여 있는 혈에 지내야 한다.
그러나 용진혈적(龍盡穴的)한 진혈지(眞穴地)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옛날부터 “삼년심룡에 십년점혈(三年尋龍 十年點穴)"이라 하였다. 용을 찾는 것은 3년 걸리고 혈을 찾는 것은 10년 걸린다는 뜻이다. 용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용이 결지하는 혈을 점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는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혈대지(眞穴大地)는 천장지비(天藏地秘)라 하였다.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기기 때문에 찾아 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공과 덕을 쌓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혈을 찾고자 하면 먼저 적공유덕(積功有德)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지극한 정성과 참된 실력으로 구산(求山)을 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는 것이 혈이다. 혈은 “여천지동행(如天地同行)”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인류와 함께 한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혈을 찾아왔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혈은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선국사 유산록(遊山錄)을 비롯하여 혈의 위치와 발복을 예언한 여러 결록(結錄)이 전하고 있다. 이중 아직도 찾지 못한 명혈(名穴)이 많이 남아 있다.
장엄한 태조산의 용루(龍樓)와 보전(寶殿)에서 출발한 용은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치며 수백 리 수십 리를 행룡한다. 험한 기운을 모두 정제 순화시켜 순수한 생기만 혈에 공급하여 준다. 혈은 용으로부터 받은 생기를 가두고 보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혈은 생기를 융결(融結)한다. 음택의 경우 유골(遺骨)을 편안하게 하고, 거기서 파장된 에너지는 유전인자가 똑 같은 자손에게 전파되어 자손의 부귀빈천(富貴貧賤)을 관장한다. 양택의 경우는 혈에서 발생한 훈풍화기(薰風和氣)가 거주자의 건강과 생체리듬을 향상 시켜 생활의 활력을 증대시킨다.
이와 같은 혈은 자연현상이면서 신비한 것이다. 아직까지 서구학문으로는 그 기능과 성능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현상이 미신일 수는 없다. 혈세론은 동양사람들이 수 천년 동안 자연과 함께 하면서 삶의 경험을 토대로 정립시킨 이론이다.
<그림 : 혈장의 4요건>
3. 사격(砂格)의 개요(槪要)
사격(砂格)이란 혈의 전후좌우에 있는 모든 산과 바위를 말한다. 혈 뒤에는 주산(主山)과 현무(玄武)가 있다. 앞에는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이 있으며 좌우에는 청룡 백호가 있다.
외곽에는 나성(羅城)이 있으며 수구(水口)에는 한문(捍門), 화표(華表), 나성(羅星), 북신(北辰)이 있다. 혈장에는 선익(蟬翼), 연익(燕翼), 하수사(下水砂)가 있다. 그밖에도 낙산(樂山), 귀산(鬼山) 등 혈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산과 바위를 사(砂) 또는 사격(砂格)이라 한다.
사(砂)라고 하는 것은 옛날 지리를 가르칠 때 종이와 붓이 귀하였기 때문에 대신 모래로 산 모양을 만들어 설명한데서 유래된 것이다.
사격은 용혈(龍穴)을 감싸주고 보호하면서 혈을 중심으로 하여 둘러 싸여 있어야 진격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계의 별들이 공전을 하고 있다. 태풍의 핵을 중심으로 주변의 거대한 구름이 돌고 있는 거와 마찬가지다. 진혈이 결지하면 주변의 모든 산과 물이 혈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마치 귀인(貴人)이 행차하면 그를 경호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싸 경호와 보좌를 수행하듯이 산도 마찬가지이다.
용과 혈이 귀(貴)하면 귀한 사격이 있고, 용과 혈이 천(賤)하면 천한 사격이 있는 것이 지리(地理)의 원칙이다. 그러나 혈 주변의 사격이 아무리 귀하다 할지라도 용과 혈이 부실하면 무익(無益)한 것이 되고 만다. 사람에게도 친인척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의 배경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자신이 똑똑하지 못하면 그 좋은 배경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혈도 용진혈적(龍眞穴的)하지 못하면 주변의 귀한 사격의 길기(吉氣)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비록 주변의 사격이 부실하더라도 용진혈적하면 혈을 결지할 수 있다. 똑똑한 사람은 주변의 도움 없이도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용과 혈이 중요하고 그 다음 사격과 물이 중요하다. 옛글에는 ‘용혈위주사수차지(龍穴爲主砂水次之)’라고 하였다.
사격은 물과 함께 용과 혈의 결지를 도와주는 역할과 혈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격이 둥글고 두툼하게 살이 찐 것이면 부격(富格)이고, 반듯하면서 깨끗하고 수려하면 귀격(貴格)으로 길한 사격이다. 사격이 깨지고 부서지고 기울고 무정하게 배반하면 흉격(凶格)이다.
또 이법적(理法的)으로 길한 방위에 좋은 사격이 있으면 혈의 발복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반면에 흉한 방위에 나쁜 사격이 있으면 온갖 재앙과 화를 초래시켜 흉하다.
<그림 : 길한 사격도> <그림 : 흉한 사격도>
4. 수세개요(水勢槪要)
풍수지리에서 물은 혈을 결지하는데 용과 함께 필수조건이다. 물은 생기를 보호하고 인도할 뿐 아니라 멈추게 하여 용취(融聚)시키는 역할을 한다. 풍수지리에서 용은 움직이지 않고 정(停)하기 때문에 음이고, 물은 움직여 동(動)하므로 양으로 본다. 음과 양이 서로 교배했을 때만이 자식 같은 혈을 결지할 수 있다. 때문에 물의 작용 없이는 용이 혈을 맺을 수 없다.
산맥을 따라 유통되는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는 성질이 있다. 기를 모으고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이다. 물은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용맥(龍脈) 양쪽에서 보호하고 인도할 뿐 아니라 멈추게 하여 생기가 한곳에 모이도록 하는 성질이 있다.
양수(兩水) 가운데는 반드시 산인 용맥(龍脈)이 있고, 양수(兩水)가 서로 합수(合水)하는 곳이 곧 용의 행룡(行龍)이 끝나는 용진처(龍盡處)다. 용맥은 물이 보호하고 인도하지 않으면 행룡할 수 없다. 혈은 물이 분수(分水)하고 합수(合水)하지 않으면 결지할 수 없다.
이러한 물의 중요성 때문에 혈을 찾고자 할 때는 산을 보지말고 물을 먼저 보라고 하였다. 또 산은 있으나 물이 없는 곳에서는 혈을 찾지 말라 하였다. 물이 비주(飛走)하여 흩어지면 생기도 흩어지고, 물이 교회(交會)하여 모이면 생기도 모여 융취(融聚)하는 것이 자연이치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산 따라 흐르는 것이 원칙이다.
풍수지리에서 물은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하여 재산을 관장한다. 물이 깊고 많은 곳에서는 부자가 많고, 물이 얕고 적은 곳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많다. 물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재화가 풍부하다. 그러나 물이 흩어지는 곳에서는 사람도 흩어져 재화가 모일 수 없으므로 가난하고 궁핍한 것이 현실이다.
옛 지리서에도 '산관인정수관재물(山管人丁水管財物)' 이라 하여 산은 인물을 관장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 하였다.
그러나 물에도 대소원근(大小遠近)과 깊고 낮은 심천(深淺)이 있다. 혈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길한 물이 있는가 하면 반배(反背)하고 충살(衝煞)하여 해를 가져다주는 흉한 물이 있다. 또 길한 방위의 물이 있는가하면 흉한 방위의 물이 있다. 이와 같은 물의 형세적(形勢的)으로 길흉을 살피고, 이법적(理法的)으로 좋고 나쁨을 연구하는 것이 수세론이다.
물에는 지표면 위의 지상수(地上水)가 있고 지표면(地表面) 아래의 지하수(地下水)가 있다. 지상에 흐르는 물은 용맥(龍脈)을 호종(護從)하여 인도(引導)하는 역할을 한다. 지하수는 용맥의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므로 물이 이를 가두어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표면의 지상수는 사람이 직접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구분이 쉬우나, 지하수는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다.
지하수를 구분하는 방법은 산형지세(山形地勢)를 살펴 감지할 수밖에 없다. 물은 산 따라 흐르는 것이 자연원칙이다. 생기(生氣)를 보호하기 위해서 용맥 양옆에서 따라오는 것이 물이다. 때문에 용맥의 흐름을 살피면 지하수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다.
<수세도>
<사진 : 낙동강이 감싸주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