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봄-윤동주
1. 개
눈 위에서 / 개가 / 꽃을 그리며 / 뛰어요
2. 눈
지난 밤에 / 눈이 소-복이 왔네 / 지붕이랑 / 길이랑 밭이랑 / 추워한다고 /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
그러기에 /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3. 오줌싸개 지도
빨래줄에 걸어 논 / 요에다 그린 지도 /
지난 밤에 내 동생 / 오줌 싸 그린 지도 //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 별나라 지돈가? /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 만주 땅 지돈가?
4. 무얼 먹고 사나
바닷가 사람 /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
산골엣 사람 / 감자 구워 먹고 살고 //
별나라 사람 / 무얼 먹고 사나.
5. 내일은 없다-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 물었더니 /
밤을 자고 동틀 때 / 내일이라고 //
새날을 찾던 나는 / 잠을 자고 돌아보니 /
그 때는 내일이 아니라 / 오늘이더라 //
동무여! / 내일은 없나니 / ……
6. 아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 닭도 없단다. / 다만 /
아기가 젖 달라 울어서 / 새벽이 된다. //
우리 집에는 / 시계도 없단다. / 다만 /
아기가 젖 달라 보채서 / 새벽이 된다.
7.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 숲으로 가자 /
달 조각 주우러 / 숲으로 가자 //
그믐밤 반딧불은 / 부서진 달 조각 //
가자 가자 가자 / 숲으로 가자 /
달 조각 주우러 / 숲으로 가자
8. 봄
우리 아기는 /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
고양이는 /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
아기바람이 / 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
아저씨 해님이 /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9.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 들어
집으로 온다
10. 햇비
아씨처럼 내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수대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