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건축 아파트 투자 기상도는 ‘흐림’이다. 각종 규제가 재건축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데다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단지는 현재 ▶임대주택 의무 건설(25%) ▶소형주택 의무 비율(전용 25.7평 이하 60%) ▶최고 50%에 이르는 개발부담금 부과 등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되면 재건축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대신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보다 활기를 띨 것 같다. 용적률 상향·우수 학교 설립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투자 매력 잃었나=올해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분양가 상한제가 될 것 같다. 9월부터 시행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주변 시세에 맞추던 분양가를 정해진 가격 범위 내에서 책정해야 한다. 당연히 조합원 부담이 늘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재건축 단지들은 용적률 증가에 따른 일반분양이 많을수록 조합원 부담이 적었다. 분양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조합원들의 개발비용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 분양자에게 재건축 비용을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10~12층 이상의 중층 재건축 단지는 물론 5층 이하의 저층 단지도 사업 진행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리기 어려워지면 조합원의 부담금은 늘고 사업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공급부족이 심한 서울 강남권과 강동구 고덕·둔촌동, 경기도 과천시 등 인기 지역은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재건축 외에는 공급확대의 활로가 아예 막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남권의 유일한 주택 공급원은 재건축 단지인 셈이다.
지오랜드컨설팅 문제능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투자 매력은 무엇보다 공급부족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며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히려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법은 재건축 조합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해 조합원이 되는 기회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3년 10·29 부동산대책을 통해 2004년 1월 이후 조합설립 인가가 난 단지의 경우 조합원 명의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전에 조합설립 인가가 난 단지는 한 차례 명의변경이 가능하다. 이 경우 새로 구입한 사람은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다시 팔면 이때 구입한 사람은 조합원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조합설립 인가 전 단지로 지금은 명의변경에 제한이 없더라도 조합이 설립될 경우 명의변경을 하지 못하는 곳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 저밀도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개포 주공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안전진단만 통과한 상태다. 올해 단지별 용적률이 결정되면 곧장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명의변경이 제한되면 입주 후까지 팔지 못하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노릴 수 없다.
개포동 베스트공인 정명진 사장은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에 투자하려면 조합설립 이전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단지별 사업 속도를 잘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사업 순항 단지 골라야=재건축 단지에 투자할 요량이라면 ‘대지 지분’(집주인이 아파트 부지 가운데 소유하고 있는 토지 면적) 순위가 높은 곳을 고르는 게 좋다. 용적률보다는 한 단지에서 대지 지분 크기가 몇 번째 정도 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체 건립 가구 수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지어야 하는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때문에 대지 지분이 크다고 큰 평형을 받는 게 아니다. 대지 지분 크기 순서가 상위 40% 안에 들어야 중대형에 배정되는 것이다.
이왕이면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를 노리는 게 낫다. 사업기간 단축으로 부담금이 줄 수 있는 데다 사업이 늦어질 경우 추가규제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 규모도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 서초구 잠원동 한양공인 문만조 사장은 “재건축사업 중반이나 초기 단지를 선택한다면 입주 후 내야 할 부담금까지 감안해 투자비용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재건축 단지는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서 오른 집값의 일부를 현금(재건축부담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미 지난해 9월 25일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 대부분이 부담금 적용 대상이다. 부담금은 강남권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입지여건이 좋더라도 재건축이 될지 확실하지도 않는데 기대감만 높은 단지는 투자를 삼가는 게 좋다.
안전진단을 통과할 것으로 확실시되거나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확정한 단지가 유리하다. 일찌감치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놓고도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단지도 적지 않다.
뉴타운·재개발시장은 ‘날개’=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뉴타운·재개발 시장은 투자 열기를 내뿜을 것 같다. 투자환경도 나쁘지 않다. 용적률 상향, 우수 학교 설립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서울의 경우 올해 재정비지구 기본계획이 모두 확정되고, 사업 추진이 빠른 뉴타운 지역에선 아파트 분양도 잇따르면서 시장 분위기가 한껏 고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포인트! |
핵심용어는 알아두자
도시재정비촉진지구=특별법의 지원을 받아 낙후된 도심을 15만 평 이상(주거지형) 단위로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개별구역은 요건에 따라 재개발(주로 낡은 단독주택 지역 개발), 재건축(대부분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신축) 등으로 나눠지지만 대부분 재개발이다. 재개발을 하면 용적률 상향 같은 혜택이 있다.
뉴타운=용적률 등의 혜택 없이 서울시가 지원해 벌이는 대규모 도심 개발을 말한다. 뉴타운 안의 개별 사업은 재건축, 재개발 등이지만 재개발이 대부분이다.
일반 재개발구역=재정비지구나 뉴타운에 속하지 않는 지역의 재개발구역을 말한다. 공공의 지원이 없어 용적률 상향 등 별다른 혜택은 없다. | |
서울 지역에선 지난해 말 중화·방화·노량진·신정 등 4개 뉴타운 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지난해 10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길음·한남·흑석 등 서울 16개 뉴타운지역과 합쳐 20곳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개발된다.
이들 지역의 경우 앞으로 용도지역, 용적률, 층수, 학교설치 기준 등 대폭적인 건축규제 완화와 중대형 주택건축비율 확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아 초고층·중대형 주택 등이 들어선다.
5년 이상 내다보고 뉴타운·재개발지역에 입주할 계획이라면 일반 뉴타운보다는 재정비촉진지구를 노리는 게 낫다. 기반시설 등 주거환경이 뉴타운보다 잘 갖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비촉진지구는 재개발 등으로 개발하는 구역과 개발하지 않는 존치구역으로 나눠질 예정이다.
따라서 개발될 지역을 고르는 게 투자 성공의 기본 관건이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미 재개발 예정 구역으로 선정됐거나 노후도가 높은 편이어서 다른 곳에 비해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큰 곳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빨리 입주할 생각이라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뉴타운에서 사업이 속도를 내는 구역을 찾는 게 좋다. 시공사 선정이 조합설립 이후로 늦춰지면서 초기단계의 사업장은 자금난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동안 재개발사업은 추진위 구성 이후 선정한 시공사를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해 왔다. 현재 재정비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자치단체의 희망에 따라 지정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재정비지구로 지정되면 수요가 적어 팔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 많아 투자는 신중하게=재테크 측면에서 재개발 투자에 나설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실거래가 신고와 토지거래허가 제한 등으로 투자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J&K 백준 사장은 “세금 중과 등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성은 예전만 못하다”며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이나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등 실수요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타운·재개발 투자 땐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곳에선 실제 거주할 목적이 아니면 대지 지분 6평이 넘는 아파트를 사고팔기 어렵다. 6평 이상의 땅과 6평 이상의 땅이 딸린 주택의 경우 모두 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6평 미만은 거래허가를 받지 않지만 대부분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분할된 지분이어서 중대형보다는 인가가 낮은 20평형대 아파트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발지로 추가 지정될 것이란 소문이 도는 곳에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기대감에 가격이 올랐다가 탈락할 경우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노후도 등 개발요건에 맞지 않아 사업이 상당 기간 늦어질 수 있다.
서울의 경우 4차 뉴타운으로 거론되는 곳이 대표적이다. 용산구 서계·청파동, 강서구 화곡동, 구로구 구로동, 성북구 정릉동, 강북구 미아·수유동 등은 지난해 가을 서울 4차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투자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서울시는 4차 뉴타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차 뉴타운을 발표하면 뉴타운·재개발시장이 또 들썩일 수 있어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발표시점을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