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길을 걷다 친구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보통은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 문자로 확인하는데 봄바람 탓인지 나도 모르게 통화부터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노래다.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별일 없지?”
-니도 별일 없제?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길을 가다가 네 생각이 났어. 칼라링이 참 좋네. 진짜 내 전화를 반기는 노래 같아.”
-고맙네. 진짜 요즘 별일없이 산다. 저게 요즘 우리집 로고송이다. 아들이 매일 부른다.
애들이 크니까 별 얘길 다 듣는다. 요즘 온라인에서 물건을 좀 많이 사니까 아들 왈 ‘낙수물에 구멍 난다고 은근슬쩍 어른인척 잔소리 할라카네.
“그러게 빨리 내 보내라. 학교도 기숙사 보내면 좋겠네. 빨리 독립시키고 우리의 시간을 가지자.
-안 그래도 지도 그러고 있다. 가거든 주말에 한번은 너무 벅차니 한 달에 한 번 오랬더니 한 술 더 떠서 설, 추석 두 번만 오겠단다. 참나...자식 키워놓아도 아무 소용없제? 그저 큰 줄 알고..
“그러게 혼자 큰 줄 안다니까. 에고~.우리가 벌써 이런 얘기 할 때구나.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다는데 그게 딱 맞는 말이지?”
-맞다. 맞다. 남편도 자식도 다 필요 없고 친구가 젤로 좋더라. 나이드니 사회에서 친구만들기도 어렵더라.“
“당연하지, 갑자기 친구 만들려면 시간, 돈, 노력 엄청 들여야 되지. 있는 친구라도 관리 잘 하는 게 최고지.”
-맞다. 갑자기 우째 만드노? 언제 시간 내서 애들 한 번 보면 좋겠는데..
"근데 우리 둘부터 봐야 안되겠나? 이번 주는 애들 시험이라서 좀 그렇고 화, 목은 수업이 있는데..."
-난 수요일이 제일 한가한데. 주말엔 서울 가야 하고....
"그럼 언제 무슨 요일이?"
-에고 백수가 더 바쁘다.
"그래 알았다. 그러면 다시 연락하자."
-그래도 날씨가 좋다고 전화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맥락 없는 수다였지만 가끔은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이유 없는 관계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여동생-퇴근 후 끝까지 운동하고 캔 맥주 한잔 마시고 갈수 있는 여유를 갖는 아주 소박한 소망하나
*남동생-와이프가 딱 맥주 한잔만 하고 들어왔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소망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