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의 시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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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콧잔등이 아프게 서러운 시입니다.
와불님 계신 운주사의 풍경소리는 청아하여 아이처럼 유순하게 합니다.
대원사 풍경소리는 납골당에 계신 아버님 덕인지 맘을 잘 가라앉히고 힘이 나게하는 재주도 있습니다.
선운사의 풍경소리는 애잔하기 그지없는데 아마도 눈물처럼 푹푹 떨어지는 동백꽃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유독 소리 중 아이들 웃음소리만큼이나 풍경소리를 좋아하는 저에게
어느 바람에 땡그렁땡그렁 울리는 소리를 온 몸에 스미게 하고 마음 안에 담아두는 일은
해가 뜨고 지는 일상처럼 익숙하기도, 특별하게 오소소 즐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차 안에도 핑경이 달려있고, 집 현관에도, 신발장 여는 곳에도, 베란다 줄에도
여기저기 자리잡아서 그곳을 오가며 손으로 만져 소리를 듣는 일은 너무나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리운 그대!
오래 전 운주사에서 다 빠진 힘없는 손으로 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컸구나. 많이 자랐구나" 힘겹게 내어 놓은 소리가 무참히도 풍경소리에 묻혀 갈 때,
그때부터 그대도 모르게 그 가슴 한쪽에 달아놓은 풍경은 ,
수시로 찾아가는 내 발길 소리를, 알아듣지도 못하게 크게 울리고 있나 봅니다.
제법 긴 시간이 되었건만 땡그렁 그대 마음 속에 달아두고 온
풍경소리와 함께 나도 그대에게 이제쯤은 한 번 제대로 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쯤에서 일어서서 현관 앞 풍경소리를 한 번 흔들어보고 왔습니다.히- )
들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는 꿈결같은 소리 "잘 컸구나. 무럭무럭! "
...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 번 낭송해보고 싶다는 푸른 시인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하며 등을 다독이는 인간적인 시인 정호승,
그의 시들은 늘 첫눈처럼 설레고 순결하고 아득한 그리움이여서
제 안에 때론 봄빛처럼 따사롭고, 때론 눈물처럼 애틋하고, 때론 아이처럼 순종적으로 녹여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마음을 담은 시인 최승자님의 말씀으로 정호승 시인의 영혼을 놓아드립니다.
(그의 눈과 마음 속에는 사랑이 출렁입니다. 대상을 찾고,그리하여 그가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까닭은 한없이 다 주고 싶어하는 그의 사랑을
다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주면 줄수록 늘어나는 것이니까.
사랑은 아름다움이고,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랑, 그것이 곧 인간 속의 신성이므로,
그의 눈과 마음에서 출렁이는 것은 神性 이다.)
우리 모두는 그가 이미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곁친구처럼 와있는 정호승시인의 마음을, 길을 잘 알기에
제 마음이 따로 고마움을 늘어잡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사랑주고 사랑받는 축복 속의 시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가 부디부디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시낭송하는 축복을 갖게 되길 빕니다!
저 역시 부디부디 하객으로 초대받아 그 소리를 듣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땡그렁~ 그대 마음 안에 풍경소리 들리시거든 부디 제가 다녀간 줄 눈치 채 주시어요!
첫댓글 작업하다가 깊어진 밤. 홀로 깨어 있어서 황홀하던 때가 아련하구나. 지금은 다 잠든 이시간에 나만 깨어있음이 그다지 황홀하지만은 않고, 외롭고 허전함이 더 깊다. 꼭 가야할 카페마저 발을 끊고 작업실만 들락거리다가 뭔가 강한 이끌림에 이곳으로 왔더니 마음의 풍경소리가 그렇게도 내 맘을 끌었나 보다. 언어의 아름다움을 헤엄치며 누리고 있는 넌 아프지 말길, 잘 지내길.. 바람결에 마음 전한다.
많이 추워졌어요. 선생님도 아프지 마시길 오래오래 속 쓰리게 빕니다.
월례회 아침 바람이 세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 이사님들이 자리를 함께해주셔서 ..마음이 부자였습니다..
볼 때마다 더 의연해져 가는 널 보는 마음도 부자 되어감이다.튼실하고 깊은 뿌리는 내려서 큰 그늘 내어주는 굵은 나무되길 응원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