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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뽕짬의 쓰레기 사역지 |
시장통 청소하는 아이 |
선교사님과 함께 기도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왓트 사원 참배의 도로 초입에는 영화 아바타의 나오는 홈트리 마냥 관광객들에게 잠시잠깐 쉼을 제공해 주는 거대한 나무 그늘이 있습니다.
삶과 죽음을 구분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과 인간을 구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해자를 넘어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쌓여 있는 앙코으와트 사원을 앞에 두고 그늘 밑에 앉아 몇자 적고 있는데, 독일인인 듯한 남성분이 앉아 관광 엽서를 쓰고, 그 옆에 또 한분이 헛기침과 손짓 한번으로 옆자리에 쌩큐 하며 앉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양인들은 손글씨 엽서를 참 많이 쓰나 봅니다. 누구에겐가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생각을 같이하며 받아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목사님과 아이들은 지금 거대한 고대 도시의 신비를 탐험하며 걷고 또 걷습니다. 여전히 빠른 목사님 걸음 걸이 옆엔 롱다리가 멋진 한균이가 먼저 따르고, 이슬이는 그 뒤를 지지 않으려 뛰다시피 걸어갑니다. 모세, 하빈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고 용창이는 뒤처지는 하늘이를 챙기고 지수 옆엔 언제나 사모님이 서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지는 누구도 모르고 알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협력하며 이겨내는 여행이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두 백인 남성분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다시 왼편엔 중국인인듯한 두 여성이 무심히 돌무덤을 바라보고 앉았고, 제 오른편에서는 조금 전부터 한국 여성 두 분이 앉아 이런 저런 말들을 합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는둥, 이제 오후 일정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둥, 더 나가 오락부장이 맘에 드네, 안드네.. 자신은 한국 아줌마를 구별할 수 있다는 둥, 단체 여행이 맘에 안드는 더위에 지친 한국인들인것 같습니다. 여행지에서도 불평을 듣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살며시 눈을 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나무 그늘 밑으로 모여들고 이제는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그늘 밑에 앉았습니다.
인산인해의 관광객들 틈에 빈 페트병을 구겨 모으는 할머니가 눈에 띕니다. 남루한 차림에 큰 검정 비닐 봉지에 관광객들이 버린 페트병을 구겨 넣는 할머니의 모습이 깜뽕짬 도시 빈민촌에 모여 쓰레기 속 페트병을 골라내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한지붕 세 가정의 모습이 떠올라 이 거대한 유적지 멀지 않은 또다른 곳에 쓰레기 더미위에서 삶을 연맹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쓰레기 속 빈민들의 삶과 그 속에서 하나님의 열심으로 살아가는 선교사님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빈민들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이제는 보는 눈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아이들도 화려함 속에 감춰진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옆자리의 두분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지친 가이드 한명과 신발을 벗어제낀 서양 아줌마가 앉습니다. 방금 들은 건 분명 방귀 소리인듯 한데... 이분은 그늘에 시원하고, 속도 시원하시겠습니다.
우산인듯 양산아닌 우산을 쓴 두 중국 여성은 참 시끄럽습니다.
배부른 승려들의 모습도 보이고 승려들 틈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단체 관광객 뒤편으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다마신 페트물병을 할머니에게 드리고 일어서야겠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각기 다른 모양으로, 생각으로, 모여들고, 떠나가는 이들에게 조건없이 쉼을 제공해주는 이 그늘이 참 좋습니다. 쉽게 잊혀지고 또 다시 만나는 빠른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무엇을 잊을 것이며 또 무엇을 기억해야할지에 대한 답이 아마 이 그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교회도 예수를 큰 그늘로 삼고 많은 이들에게 쉼을 제공할 수 있는 넉넉함이 갖춰지기를 꿈꿉니다.
깊은 숨을 몰아 내쉬는 중절모에 키 큰 서양인이 앉습니다.
2105. 1. 8 앙코르왓트 사원 앞
그늘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