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달라졌어요! (brunch.co.kr)
밥이 달라졌어요!
글 쓰는 것보다
밥 하는 게 더 재미있어졌다.
작가가
노트북을 열고 글을 써야 하는데 이상한 남자가 되었다.
아니
노트북을 밀치고 앞치마를 둘렀다.
기분이 좋았다.
"히히히!
밥 하는 것이나 글 쓰는 것이나 다를 게 뭐 있어.
밥을 하는 것이나글 한 편 잘 쓰는 것이나 똑같지!
오늘은
어떤 재료를 넣고 밥을 할까!
그동안
먹어보지 않은 재료를 넣고 밥 해야지."
나는 에코백을 들고 집을 나섰다.
"한 사람은 안 받는다고!
배가 불렀군."
나는 며칠 전 일산 MBC방송국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문전박대를 받았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런데
혼자 갔더니 한 사람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서서
식당을 나오는 데 속이 아팠다.
"돈 주고 밥도 사 먹을 수 없는 세상!"
혼자 식당에 간 내 탓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파왔다.
"물가가 심상치 않군!
야채가 너무 비싸졌다.
세상에!
달래가 삼천 원.쪽파가 사천 원.부추가 삼천 원.도라지는 육천 원.
오 마이 갓!"
나는 에코백을 빙빙 돌리며 머뭇거렸다.
"버섯은 생각보다 싸군!
팽이버섯 한 봉지 천 원.
느타리버섯 한 봉지 이천오백 원.
표고버섯 한 봉지 오천 원.
이런!
오늘은 뭘 사서 밥을 할까.
고기느타리!
큰 봉지 하나가 삼천오백 원.
고기느타리버섯밥을 하자!"
나는 결정하고 고기느타리버섯 한 봉지를 에코백에 담았다.
맛있는 버섯일수록 비싼 이유를 알았다.
"양념간장을 만들어야지!
달래는 비싸도 꼭 사가야지."
야채 코너에 가서 달래를 만지작 거렸다.
눈에 부추가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부추보다 쪽파를 찾고 있었다.
"쪽파가 떨어졌어요?"
하고 직원에게 물었다.
"오늘!
쪽파가 안 들어왔습니다."
하고 매장 직원이 말했다.
"아니!
신정 연휴라서 안 들어왔나.
야채 코너에 쪽파가 없다니 말이 돼!"
혼잣말을 하며 나는 계산대를 향했다.
"어디 보자!
콩나물 한 봉지, 달래 한 봉지, 고기느타리 한 봉지를 샀군.
집에 가서 맛있는 밥이나 하자!
고기느타리버섯!
밥에 넣어도 괜찮을까.국을 끓여야 하나!
아니면
그냥 밥에 넣고 해도 될까!"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쌀을 씻었다.
그리고
고기느타리버섯을 씻어 밥솥 쌀 위에 올렸다.
양이 많아
반만 덜어 밥솥에 넣고 전기코드를 꽂았다.
고기느타리버섯
콩나물과 달래를 씻었다.
냉장고에서 된장통을 꺼냈다.
냄비에 살 씻은 물을 붓고 된장 한 숟가락을 넣었다.
마른 멸치 한 줌 꺼내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콩나물을 올렸다.
뚜껑을 닫고 불을 켰다.
"맛있는 멸치콩나물국이 끓여지겠지!
또뭘 넣어야 할까.
그렇지!
양파즙 한 봉지 넣어야지!"
몸에 좋다고 양파즙 한 박스를 보낸 동생이 고마웠다.
국 끓일 때마다
양파즙 한 봉지를 넣고 끓였다.생각보다 괜찮았다.
콩나물국이 부글부글 끓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며 된장 냄새가 났다.
"양념간장을 만들어야지!"
달래, 멸치, 간장, 매실청, 깨소금, 참기름을 준비했다.
"역시!
맛있군.
양념간장이 짜지 않게 매실청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난
천재일까!
아니면
누구나 그렇게 만들어 먹을까!
히히히!
아무튼 밥도둑이 될 거야."
하고 말한 나는 간장과 매실청 비율을 1:4 정도로 넣었다.
멸치 한 주먹 넣고 깨소금도 가득 부었다.
"히히히!
양념간장은 누가 뭐래도 참기름 맛이지.
히히히!
참기름을 가득 넣어야지."
하고 말한 나는 참기름을 간장 붙듯 가득 넣었다.
집안이 참기름 냄새로 진동했다.
밥솥에서 신호가 왔다.
밥이 다 되었다.
"히히히!
고기느타리버섯 밥 기대된다."
하고 말한 나는 밥솥 뚜껑을 개봉했다.
"우와!
정말 고기 같다.
향기가 너무 좋아!
미치겠다.
이 맛있는 밥에 대해 누구에게 자랑할까!"
나는 밥주걱을 들고 이리저리 섞었다.
고기느타리버섯밥
"와!
양념간장에 비비면 죽이겠다."
밥을 푸는 동안 향기에 행복했다.
그동안
쌀 향기를 맡아왔지만 고기느타리버섯밥 향기는 또 달랐다.
팽이버섯밥, 양송이버섯밥 보다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오늘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겠다."
밥을 그릇에 담고 콩나물국을 한 그릇 담았다.
반찬은 양념간장 딱 한 가지였다.
"히히히!
맛있겠지.
뜨끈뜨끈할 때 빨리 먹어야지."
나는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는 아내에게 갔다.
"당신!
저녁 먹고 해."
하고 말하자
"오늘은
또 무슨 밥을 했어요?"
하고 아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히히히!
그건 비밀이지.
당신이직접 먹으면서 맞춰 봐."
하고 말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탁으로 향했다.
"와!
밥향기가 너무 좋아요.
이게또 무슨 밥일까!"
아내 입가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너무 좋아요!
당신이 하는 밥을 기대하고 있다니.
호호호!
나이 먹고 늙어가는 재미가 있군요.
이런
세상이 올지 몰랐어요."
하고 말한 아내는 식탁에 앉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향기가 너무 좋아요!
이건
고기 같이 쫄깃한 버섯이군요.
버섯 이름이 뭐예요?"
하고 아내가 물었다.
"고기느타리버섯!
딱 식감이 고기 맛이야.
양념 한 숟가락 넣고 비벼 먹어 봐!
죽여줄 거야."
하고 나는 최고의 만찬을 준비한 셰프처럼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내는 양념간장을 한 숟가락 넣고 밥을 비볐다.
"역시!맛있군."
나도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밥을 음미했다.
두 사람의 행복한 저녁상
오늘도
행복한 저녁 만찬이 되었다.
초라한 밥상 같았지만 아내는 너무 좋아했다.
특히
밥에 첨가하는 자연의 맛을 좋아했다.
"내일은
어떤 밥을 할 거예요?"
하고 밥그릇을 비운 아내가 물었다.
"몰라!
물가가 너무 비싸.
이번 주에 달래밥, 죽순밥, 대추밥, 도라지밥, 톳밥을 할 생각인데 물가가 너무 비싸서 걱정이야."
하고 말한 나는 아내 눈치를 봤다.
"당신!
생활비 좀 줄 수 있어?"
하고 내가 물었다.
"아니!
밥은 당신이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요.
생활비는 무슨!줄 수 없어요."
하고 말한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향했다.
"저도 물감 살 돈도 없어요!
물가가 너무 비싸진 것 알잖아요.
수입하는 물감도 몇 배로 올랐어요.
제게
생활비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
하고 아내는 단호히 말했다.
"알았어!
내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할게."
하고 대답한 나는 천천히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겼다.
저녁상 치우는 것도 간단했다.
식당에 혼자 가서 문전박대만 받지 않았어도 밥 할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앞치마!
주부들이 앞치마를 두르는 순간 중노동을 하는 군."
부엌에서 요리하고 밥 하며 깨달았다.
생각보다
앞치마 두르고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운동이 되었다.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소화가 잘 되고 변이 잘 나왔다.
"건강해졌어!
밥이 달라지니까 몸이 좋아진 기분이야."
나는 달라진 내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소화가 너무 잘 돼!
매실청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가 잘 될까.
아니면
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좋아서 소화가 잘 될까.
신기하단 말이야!"
나는 정말 소화가 잘 되었다.
오늘
고기느타리버섯밥을 만들어 먹었다.
내일은
뭘 만들어 먹을까!
"참 쉽다!
글 쓰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이러다
최고 셰프가 되는 건 아닐까!
히히히!
좋아도 너무 좋아."
나는 안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형님!
오늘 저녁에 먹은 고기느타리버섯밥입니다.
식감이 소고기 먹는 것 같았어요.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나는 시골 형님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형님이
어머니 밥을 해주는 것을 보고 시작한 밥하기가 날로 발전하고 있었다.
"아따!
맛있겠다.
양념간장에 달래 넣은 거야?"
"네!
달래, 멸치, 매실청, 깨소금, 참기름, 간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꿀을 넣어야지!
매실청은 맛이 없어."
"꿀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매실청을 넣었어요."
하고 나는 대답했다.
형님은
요리할 때 꿀을 넣었다.
하지만
나는 소화에 도움주는 매실을 좋아한다.
"구정에 내려와!
장성에서 가져온 꿀 한 병 줄테니까."
하고 형님이 말하자
"알았습니다!"
나는 대답한 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행복이란!
밥 한 그릇으로 충분했다.
#콩나물밥 #시금치밥 #우엉밥 #당근밥 #파래밥 #톳밥 #통영굴밥 #홍합밥 #꼬막밥 #백합밥 #미역밥#고구마밥 #감자밥 #연근밥 #대추밥 #밤밥 #낙지밥 #새우밥 #멸치밥 #마늘종밥 #명란젓갈밥 #오이고추밥#단호박밥 #말린 감밥 #도라지밥 #인삼밥 #쪽파밥 #부추밥 #동화 #유혹 #표고버섯밥 #양송이밥 #팽이버섯밥 #싸리버섯밥 #느타리버섯밥 #고구마순밥 #고사리밥 #가지밥 #쑥밥 #애호박밥 #죽순밥 #달래밥 #냉이밥#고기느타리버섯밥 #제주귤밥
고기느타리버섯밥(2인상)
양념간장(간장. 매실청, 마른 멸치, 달래, 깨소금, 참기름)
콩나물국(콩나물, 마른 멸치, 된장, 양파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