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바다와 섬을 보며 숲을 걷는 남파랑길(#22)

[靑山]

거제의 바다와 섬을 보며 숲을 걷는 남파랑길(#22)

2023. 7. 2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21~29도

거리 : 16km   5시간   동행 : 13명

<靑山曲>

청산은 말 없어라.

얼마로 깊은 하늘

가거나 또 오거나

백운도 쉬엄쉬엄

청산은 말이 없어라.

네 청산은 오도다.

청산은 말 없어라.

일월이 지고 새고

억겁 또 수유란 들

청산은 말 없어라.

슬카장 가슴을 열어라.

내 청산에 오도다.

-무원 김기호(1912~1978)

<두 번째 만나는 거제의 숲>

장마와 무더위가 찾아온 7월의 하루를 거제도에서 시작한다. 학동 고개 옆의 휴양림에서 노자산을 왕복하는 케이블카가 바쁘게 오간다.

13명의 남파랑길 걷기 꾼들이 학동 고개에서 거제의 숲을 들어서는데 산림은 적당한 습도와 바람으로 대단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오르막을 치고 달리는 3명의 건각들은 흡사 백두대간 종주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자세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미 그룹들의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초반 컨디션을 확보하려 할 때 왼쪽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날벼락이 찾아왔다.

30년 산행에서 왼쪽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일은 처음이었다. 일행들을 보내고 근육 이완 크림(멘소래담)을 바르며 추스르며 걷는데, 상당히 통증이 심하다.

걷기를 멈추고 돌아서려니 영 마음이 어설프다. 마지막으로 온 일행과 길 안내 표지기를 찾으며 천천히 걷는다.

거제의 숲

노자산

다행히 임도를 만나며 종아리의 피로도는 줄었다.

멀리 노자산과 케이블카 전망대가 보이고 북병산이 우측에 우뚝한데, 꾸불꾸불 임도는 한참을 계속해서 녹음과 그늘을 선사해 고맙다.

중간에 넉넉한 장소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데 쑥버무리 떡이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함께 나눠 먹는 쑥떡과 과일 그리고 시원한 과일 음료는 최고의 맞춤 먹거리로 너무 좋았다.

학동고개에서 임도를 걷는 길

거제 자연휴양림은 동부면 구천리 노자산 해발 150~565m에 있으며 정상은 전망대가 있는데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 멀리 대마도를 바라보면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과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망치해변 가는 길의 수국

북병산 입구

황제의 길 표지석

황제의 길은 거제시 일운면과 동부면 경계에 있으며 1968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 황제가 대한민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쪽빛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자 뛰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하여 원더풀을 일곱 번이나 외쳤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황제 친위대를 포함한 6,037명을 파견하였는데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울창한 숲과 푸른 바다, 섬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은 에티오피아 황제에게도 탄성을 지르게 한 것이다. 

훗날 자연스럽게 황제의 길이라 정해졌고, 큰 바위에 ‘황제의 길’이라는 표지석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북병산 입구

북병산(北屛山 465.4m)은 북쪽을 막아 병풍을 두른 듯하다고 하여 이름 지었으며 고개를 넘어 동부-일운-고현 등지로 통하는 세 갈래의 길이 있어 삼거리라 부른다.

남쪽은 구조라 해수욕장이고 서북쪽은 구천 댐이 건설되어 시민과 조선 공업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북병산(해발 471.8m)

망치 몽돌해변과 구조라 해변

허기를 채운 우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며 그늘과 내리막을 즐기며 망치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몽돌이 가득한 해변에서 왜 망치라는 명사가 붙었을까 상상해 보지만 역시 어려서 장난치며 내리치던 몽돌 망치가 생각났다.

망치 몽돌 해수욕장에는 엊그제 개장으로 상당한 피서객이 바다와 파도를 즐긴다.

바닷길을 따라 이어지는 남파랑 길은 몽돌해변과 숲을 따라 펜션 마을을 지나는데, 여러 가지 꽃들과 볼거리들 그리고 소나무 숲길이 멋지다.

바다 전면에는 윤돌도가 홀로 바다 한가운데 우뚝하고 뒤로는 노자산과 가라산이 망산을 향하는 산줄기가 우람하다.

구조라 해변

망치 몽돌 해수욕장

망치 몽돌해변에서 구조라 해변 가는 모습

거제도의 산줄기(망산)

시계꽃

윤돌도

펜션과 윤돌도

구조라 해변 가는 송림길

구조라 해수욕장

구조라 해수욕장은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물속까지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깨끗한 바다를 가지고 있으며, 찾아가기도 편리하다.

한국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되면서 미군들의 해수욕장으로 사용되었다. 길이는 1.1km, 폭은 30m이며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완만하며 수온도 적당하다.

구조라 해수욕장

구조라성 가는 산죽길

구조라성

구조라 수변공원과 와현해변

구조라 진성은 조선시대 낙동강의 서쪽 지역인 경상우도 소속의 수군 진성으로 쓰시마 (대마도)섬 쪽에서 오는 왜적의 침입을 방어하려고 성종 21년(1490)에 쌓았다. 

성의 둘레는 860m, 성벽 너비는 4.4m이며, 높이 4m 정도의 성벽이 남아 있다.

성문은 3곳으로 추정되며 남문지와 북문지에는 성문을 지키기 위하여 반원형으로 쌓은 옹성이 설치되어 있다.

성벽에 붙은 적을 공격하려고 성벽을 사각형으로 돌출되게 쌓은 치성 5곳과 샘 1개소가 있다.

선조 37년(1604)에 현재의 옥포 북쪽 조라포로 이동하면서 ‘신조라’에 대한 ‘옛날 조라’라는 의미에서 ‘구조라’라고 불렀는데 오래된 조라를 뜻하며 후에 현재의 자리로 돌아왔다.

수군 진성은 조선시대에 바다에서 국방과 치안을 맡아보던 군대가 적으로부터 물자를 보호하려고 포구를 중심으로 쌓은 성을 말한다.

구조라 성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지리지의 문헌상의 내용이나 기록되어 있는 축조수법을 살펴보면 조선 전기에 축조된 것으로 일정하게 나타나 있다.

구조라성

수정산 전망대에서 본 내도와 외도

수정산에서 바라본 전망 : 망산, 대마도, 안섬(내도), 외도, 홍도, 해금강

수정산은 수정석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제사 지내던 서낭당과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만든 구조라 성이 있다.

수정마을은 수정산 정상 수정봉에 수정석이 있었다고 하여 구조라 진성을 쌓아 수정산성이라 불렀다. 1975년 분동할 때 수정마을이라 하였다.

삼정마을은 옛날에 세 그루의 정자나무가 있어 길손이 쉬어가는 삼정(三亭)이 있었던 곳으로 삼정마을이라 하였다.

외도 보타니아(Oedo Botania)는 지중해의 어느 해변을 옮겨 놓은 듯한 이국적인 모습이며,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한 740여 종이 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었고,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거제도 본섬에서 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하며, 강우량이 많아서 난대 및 열대성 식물이 자라기 좋다.

거제 해금강, 홍도, 대마도 등을 볼 수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남파랑길 22코스 안내도

이윽고 구조라 해변에 당도하니 피서객들로 붐비는 백사장에서 한여름 바다를 느끼게 한다. 물놀이하는 어린이와 신나게 제트 스키를 즐기는 인파가 낯설다.

해안 거님 길로 알려진 해안과 숲길은 이내 우리를 구조라 성으로 향하게 한다.

초입에 산죽 터널이 있는데 컴컴한 숲을 통과할 때 한 줄기 빛을 맞으며 지나는 오르막이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구조라 성 오르막에서 종아리 근육이 땅기는 증상이 나타나 스틱을 빌려 짚고 걸었다. 한참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멋진 구조라 성이 일행들을 반긴다.

개축하여 잘 조성된 구조라 성은 치성과 옹성, 남문지 등이 잘 갖춰져 있으며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훌륭한 석성이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망산과 내도, 외도, 해금강이 푸른 바다와 멋진 구도로 카메라에 담긴다.

내리막을 조심히 내려가니 구조라 수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고, 바다 절벽 옆으로 오솔길이 만들어져 걷기에 좋다.

하얀 백사장이 보이는 와현해수욕장에는 피서객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솔밭에서 휴식을 즐기는 일행들을 만난 후 샤워실에서 시원한 물로 씻으니 개운하다.

준비된 뒤풀이와 부산 서면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온 일행의 지인이 함께해서 좋았다.

오늘 22코스는 거제의 숲과 바다, 섬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서 즐거웠고, 구조라 진성에서 맛보는 역사의 뒤안길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뭉쳤던 종아리 근육을 풀어보려 애쓰는 산행의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지만, 숲과 바다. 그리고 섬이 주는 조망의 근사함이 하루의 피로를 가시게 하는 청량제가 되었다.

와현해수욕장

구조라와 지세포 사이에 있는 와현모래숲해변은 모래가 곱고 물이 맑으며 파도가 잔잔해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은 조그만 어촌마을 풍경이 아늑하고 포근하며 주위 경치가 아름답다.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폐허가 되었으나 완벽한 복구로 현재의 해수욕장이 조성되었다.

한층 드넓어진 백사장과 훨씬 깨끗해진 해안, 그리고 다양한 편의시설에 수변공원까지 갖췄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방사 서불의 전설을 널리 알려 풍광을 자랑하고 마을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이주단지 준공을 계기로 매미공원 초입에 ‘서불 유숙지’란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와현(臥峴)이라는 지명은 서불이 여행에 지친 몸을 쉬며 유숙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쪽빛]

청산님의 뒤를 따라 걸으며 다리가 불편하신건 짐작 했는데 고통스럽도록 통증이 심하신것 까진 알지 못했네요. 멋진 사진과 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