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WS가 차의 움직임을 완전히 바꾼다 뒷바퀴가 주행 중 방향을 바꾸는 차들이 늘고 있다는 건
뒷바퀴가 앞바퀴의 조향을 보조하는 4WS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4WS 기술을 사용하는 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4WS(4wheel steering)란, 단어 그대로 네 바퀴가 모두 조향에 참여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서 뒷바퀴가 적절하게 방향을 바꾸며 차의 움직임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물론 승용차에 사용되는 뒷바퀴 조향은 앞바퀴 조향과는 근본적으로 역할이 다르다. 지게차처럼 독립적으로 조향하는 것이 아니라 앞바퀴의 조향 각도나 주행 속도에 따라서 보조 역할로 개입한다.
4WS가 크게 주목받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도 최신기술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이 개념은 1930년대 등장했다. 과거 농장용 트랙터나 대형 트럭에 주로 쓰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일부 경주차가 4WS를 사용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4WS가 양산차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혼다 프렐류드, 마쓰다 MX6 등에서 4WS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1990년대엔 제너럴모터스가 4WS를 픽업트럭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래서 실버라도, 시에라, 서버밴, 유콘 등에 콰드라 스티어라는 독자적 이름의 4WS가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네바퀴 조향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격이 비싼 것에 반해 성능을 크게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시장에서 수요도 미미했다.
BMW 740Li M 스포츠
하지만 2001년, 파격적인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 BMW 7 시리즈에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도입되면서 4WS는 재평가 받았다. 이후 BMW는 6 시리즈부터 현행 5 시리즈(G30, 2016) 등에 기본 혹은 옵션으로 4WS를 사용 중이다. 르노나 아우디 등도 4WS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도 2008년 비슷한 기술(AGCS)을 사용한 NF 쏘나타를 잠깐 내놓기도 했다.
4WS의 성능이 도드라지는 건 단연 스포츠카 분야다. 2013년 포르쉐가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라는 기술을 911 터보에 표준 장비로 달면서 획기적인 성능을 증명했다. 이후 포르쉐는 슈퍼카 918 스파이더뿐 아니라 파나메라와 911 기본 모델에도 기본 혹은 옵션으로 4WS를 제공한다. 2015년, 페라리는 F12tdf에 네 바퀴 조향 장치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리고 최근엔 GTC4 루쏘 T와 812 슈퍼 패스트에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4WS를 사용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뒷바퀴 조향뿐 아니다. 사이드 슬립 컨트롤, 전자제어 디퍼렌셜과 함께 향상된 퍼포먼스 패키지로 분류한다. 쉽게 말해 여러 가지 정교한 기술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도움을 주는 구조다. 그러니 그만큼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에 페라리의 최대 적수인 람보르기니도 2017년형 아벤타도르 S에 비슷한 개념의 기술을 사용한다.
유압 액추에이터로 뒷바퀴 각도를 바꾸는 방법은 차마다 다르다.
물론 페라리의 경우처럼 같은 4WS라고 모두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의 성격과 구조적 특성에 따라 일부는 고속 주행, 일부는 저속과 고속 모두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최근에 많이 쓰는 것은 저속과 고속을 모두 제어하는 방식이다. 저속에서 앞바퀴가 방향을 틀 때 뒷바퀴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틀어진다. 이럴 경우 좁은 공간에서 후진하거나 유턴을 할 때 훨씬 회전이 빠르다. 최신형 포르쉐 911의 경우 시속 50km 이하에선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최대 2도까지 움직인다. 미세한 수준이 아니라 눈으로 보일 정도로 크게 방향을 바꾼다. 메이커에 따르면 911은 4WS를 사용한 모델의 최소 회전반경은 10.7m다. 4WS가 없는 기본 모델에 비하면 최소 회전반경이 무려 0.5m나 차이가 난다.
반대로 속도가 높아질 때 뒷바퀴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속 80km부터 앞바퀴와 뒷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며 회전 안전성을 극대화한다. 이때 움직임은 마치 자동차의 휠베이스가 길어진 것처럼 안정적이다. 뒤 차축에 횡력이 빠르게 걸리기 때문에 차가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고, 동시에 운전자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운전자가 더 과감하게 코너로 뛰어들 수 있다. 물론 뒷바퀴 조향은 매번 같은 각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차의 속도와 스티어링휠 포지션, 뒷바퀴의 슬립앵글을 계산해서 최적화된 조향으로 불안 요소를 상쇄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다.
4WS 기술이 사용된 신형 포르쉐 911
실제로 4WS 기술이 사용된 911 카레라 S(991)를 타고 굽이치는 산길을 달릴 때 느낄 수 있었다. 4WS가 없는 이전 모델보다 코너링이 훨씬 여유롭다. 급한 코너에서 스티어링을 감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요구해도 뒷바퀴가 웬만하면 요동치지 않는다. 이때 주행 감각은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만든 안전성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운전자가 느끼기에 훨씬 자연스럽다. 그저 예상했던 라인보다 더 깔끔하게 차가 코너를 돈다. 그러니 코너의 중심(APEX)에 도착하기 전부터 가속을 요구할 수 있다. 신형 911은 코너에서 앞바퀴가 살짝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뒷바퀴 접지력은 충분히 여유가 있다. 뒷바퀴 굴림 스포츠카 기준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감각이다. 어쨌든 이전보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훨씬 쉽고 안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4WS의 움직임을 엉덩이로 온전히 느낀 건 페라리 GTC4 루쏘 T를 타고 서킷을 달릴 때다. 그것도 앞좌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먼저 운전석의 감각은 이랬다.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GTC4 루쏘 T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급하게 언덕을 내려가며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코너에서 타이어는 아슬아슬했지만, 차체의 움직임은 안정적이었다. 코너를 깊게 들어갈 때 4WS의 도움으로 훨씬 적은 각도의 스티어링휠만 요구됐다. 분명 4WS는 적은 에너지로 효과적인 코너링을 가능하게 했다.
테스트 드라이브가 끝나고 뒷좌석에 앉아서 서킷을 달릴 기회가 있었다. 이때 4WS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급하게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회전하는 코너가 나타났다. 운전자가 오른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렸다가 다시 왼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렸다. 그 순간은 약간 위험해 보였다. 코너의 진입 속도는 빨랐지만 뒷바퀴의 접지력은 부족했고 회전력은 약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앞바퀴가 미끄러지며 코너의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GTC4 루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뒷바퀴 방향을 약간 바꿔서 옆으로 슬쩍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 순간의 움직임을 뒷좌석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코너에서 엉덩이의 방향을 순식간에 돌렸다. 아주 찰나의 순간, 많은 일이 벌어지며 복합 코너를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4WS 기술은 각종 자세제어장치와 함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단지 스포츠 주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세제어장치(ESP)나 토크백터링처럼 주행 안전 장비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신형 4WS가 만들어낸 주행 성능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차가 네 바퀴 조향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