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한담 (수정1)

[마리]

통영 한담

1)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곳 통영은 언제나 정겨움이 넘친다. 대략 2주에 한번쯤 들리는 통영이 내겐 꿈의 도시이다. 처녀 시절, 통영과 가까운 거제도에서 교단에 봉직한 연유로 통영이 내겐 익숙한 곳이라 골목길조차 낯설지 않다. 규모가 크지 않아 아기자기한 소도시 통영은 강구안을 중심으로 차를 달리면 온통 꿀빵 가게와 김밥가게들로 붐빈다.

2) 내가 통영의 주빈이 되기 시작한 것은 십여 년 전이다. 교직에서 퇴직한 남편의 절친이 교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창녕의 실버타운에 들어간다고 하기에 통영이 좋아서 망설임 없이 농장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농장은 박경리 기념관 맞은편 언덕 아래 위치한 천평이 넘는 땅에 헛개나무, 오가피 나무, 감나무, 매실나무, 엉게나무, 배나무, 석류나무, 동백 등 온갖나무들이 즐비하다. 

3) 통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서호 시장이다. 동호 시장은 저녁장이고 서호시장은 아침장이라 오후에 가면 시장이 파장 분위기이다. 길게 늘어선 시장은 주로 활어나 해물 등을 거래하는데 주변에 횟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건어 가게에 들르면 어느새 새들도 생선가게 옆에 주인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주인이 보지 않을 때 얼른 생선 한 마리를 낚아채가기 위함이다. 날마다 오는 새들이라 생선 주인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4) 새들은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노화도 없다고 한다. 새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편안하면 그 자리에 있고 불편하면 날아가면 그만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무수한 사건들로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으면 나도 그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새들처럼 통영으로 날아온다. 농장에 들어서면 천국이 따로 없다.

5) 김수환 추기경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도 힘든 여행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이라 했다. 머리로는 이해도 되고 용서도 되지만 마음에서 해결이 되지 않고 머리 따로 마음 따로 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진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갈등으로 인해 마음의 균형과 조화가 깨어져 평상심을 잃어버리는 것이어서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한 둘이 아니다. 나도 새들처럼 자리를 떠나오면 약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같아 통영으로 발길을 옮긴다.. 비록 머리에서 마음까지는 닿지 못한다하더라도.

6) 농사도 잘 모르면서 농장을 매수하고 보니 농기구도 낯설고 해야 할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인부를 불러 함께 밭을 일구고 옥수수도 심고 고구마도 심었다. 인건비가 배보다 배꼽이 큰 샘이다. 옥수수는 제법 실하게 자라 수염을 달고 의젓한 모습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울산 집에 다니러 갔다 오는 동안에 멧돼지가 침입해 옥수수는 다 따먹고 옥수수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7) 튼튼한 철망으로 만들어 놓은 울타리도 소용이 없었다. 고구마 밭도 아직 알이 여물지 않았는데도 주둥이로 골을 파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노루랑 멧돼지 덕분에 농사는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했으니 그 녀석들이 나를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짐승들인지 모른다.

8) 군데 군데 심어진 과수목을 관리하며 한 번씩 찾아와서 힐링을 하는 곳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미륵산 정상아래 숲으로 둘러쌓인 우리 농장을 손자들은 숲속의 집이라 한다. 방 한 칸 거실 한 칸 화장실 한 칸 창고 한 칸으로 지어진 20평짜리 농막이지만 마음을 힐링하기에 충분한 절대고요의 위안처가 된다.

9) 가끔은 공간적 쉼표를 찾아 커피숍 나들이도하고 여러 문학관에도 들러 그 분들의 작품을 조용히 암송해 보기도 한다.

 옻칠 미술관, 유치환 문학관, 이순신 공원, 동피랑, 서피랑, 디피랑, 해저터널, 김춘수 기념관 전혁림 미술관, 용화사, 미래사, 편백숲, 루지, 케이불카, 삼도 수군 통제영, 수륙터 해수욕장, 해변 칵보드타기, 통영은 볼거리 놀거리가 많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며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한산도, 비진도, 사량(등산 코스도 있음)도, 만지도, 욕지도, 소매물도, 연화도, 등의 작은 섬들도 한 번씩은 가볼만하다. 디피랑은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된 곳인데 남망산 공원을 이용해 레이져 쇼를 하는 곳이라 추천할만하다. 길이 완만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피랑은 절벽의 순 우리말이라 더 정겹게 느껴졌다.

10) 케이블카가 있는 미륵산(458.4m)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누구나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한려해상 다도해 조망이 압권이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미항인 통영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행코스로는 용화사 광장-관음사-정토봉-미륵치-정상-미래사- 쉼터- 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관장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원점회기이다.)

11) 새들이 둥지를 찾듯이 미륵산 등산을 하고도 돌아올 집이 있어 좋다. 곤충이 비를 피하는 나뭇잎 뒷면처럼 숲으로 덮인 우리 집은 생명이 흐르는 통로이다.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명상을 통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에서 일상으로 돌아올 에너지를 얻는다.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나의 통영은 세상과 마주할 힘을 얻는 자아회복의 장소이다.

[푸른돌고래]

잘 읽었습니다.
제가 조금 더 보겠습니다.

[마리]

수요일 수업을 하려면 작품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번개불에 콩을 구웠습니다.

[푸른돌고래]

네. 마리님에게 통영은 쉼의 장소이군요. 2단락에서 실버타운과 농장인수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자세하게 있어야겠습니다.
농장의 위치나 규모, 풍경도 좀 넣어주십시오.
3단락의 생선 채 가는 것보단 서호시장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9단락은 10단락과 합하시고요. 김춘수의 시는 빼야겠습니다.
일단 이렇게 정리하고 다시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