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애가 출장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만사 제치고 흔쾌히 상경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헬리콥터 할머니라고 말한다. 며늘애는 나를 해결사라며 엄지척한다.
아이 둘을 양육하며 직장 일을 하는 며늘애가 늘 안쓰럽고 기특하다.
언젠가 내가 아들 내외에게 말했었다.
"언제라도 급하게 내 도움이 필요하면 3시간 전에만 말해라~ 언제든지 올라가마."라고.
대구서 서울 가는 기차는 1시간 40분 소요된다.
우리 집에서 출발하여 아이들 집에까지 가는 데 최소한 3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나는 헬리콥터 할머니가 아니라 KTX 할머니라고 해야겠다.
대구집 12시 출발, 서울집 도착 3시.
듬성듬성 앉아있던 돌봄교실서 초등 큰아이가 나를 보고 화들짝 화색이 돌았다. 지킴이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달려와 안긴다.
손잡고 작은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니, 우릴 보고 반색하며 나풀거리며 걸어 나온다.
두 녀석 나란히 손을 잡고 앞서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다정해 보이는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림이다.
큰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넣어주고 작은아이랑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아직도 밖이 환하니, 놀이터서 그네를 타고 싶단다.
"그네를 많이 타고 싶었어요."
날마다 제 엄마가 데리러 오는 시간은 깜깜한 밤이니 그럴 수밖에.
"그랬구나." 가슴에 바람이 지나간다.
텅 빈 놀이터, 그네에 태우고 밀어주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재미있다고.
그러다 하는 말이 " 할머니 손이 시려요. 그만하고 집에 가요"
"그러자." 그네에서 내려, 앞서 가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따뜻하니까.' 네살짜리 아이의 그 말에 감동한다.
봄이 오면 따뜻하다는 것을 아는 똘똘한 아이라고 이리저리 자랑하고픈 팔불출 할머니다.
"할머니 밥이 최고예요."라는 아이들의 하교를 돕고, 밥을 먹이는 일은 즐겁다.
잠을 잘때는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오른쪽, 왼쪽에 눕는다.
"할머니. 옛날 얘기해주세요." 큰아이는 내 팔꿈치를 살살 만지고
"할머니,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아요." 작은아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이 아이들 돌보는 일이다. 며늘애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대구-서울 간 기차에 몸을 싣는, 헬리콥터 할머니가 된다.
첫댓글 헬리콥터 할머니 멋쟁이 할머니 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손녀사랑은언제나만땅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