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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복지시스템 재정비를
문장순 승인 2019.09.30 09:33 댓글 0기사공유하기
북한 이탈주민 3만 2천명 정도이다. 최근 4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6살 된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파악되고 있지만 정황상 아사 가능성이 높다.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모자의 죽음은 최근에도 몇차례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2014년 송파에서, 2018년 증평에서도 일어나 일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 모자의 죽음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사회에서 특이계층인 동시에 약자이고 소수자이다. 그러다보니 더욱 관심이 증폭되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번 모자 죽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각종 이탈주민단체들은 정부의 이탈주민에 대한 배려가 너무 소홀했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숨을 걸고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너희들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한다면 현실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통일부는 이탈주민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지원 시스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이를 위해 관련 부서와 지원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이번과 같은 복지시각지대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사회안전망 밖에서 복지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보다 촘촘한 안전망과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 긴급복지지원법(개정), 사회보장급여법(제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 지난 해 증평모녀 사망사건 이후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해 왔던 주민과 함께하는 ‘현장 밀착형 위기가구 발굴’ 모범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려고 준비 중이였다.
그래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지역주민, 방문형 사업자가 참여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 복지통(이)장, 좋은 이웃들, 아파트 관리자, 수도·가스 검침원 등을 통해 대상자에 대한 주기적 안부 확인, 초기 위험 감지, 복지 욕구 조사 등을 하고, 그것을 통해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신고·지원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 이번 이탈주민모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현실 속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 사망한 이탈주민은 아파트 임차료가 16개월이나 밀렸음에도 체납정보가 파악되지 못했다. 원래 공공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나 그 지방공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체납정보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구청으로 이전되지 못했다. 또 아동 수당을 신청하면서 소득액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으면서도 지역주민센터에서 추가 복지급여대상자가 될 수 있음을 알리지 못했고, 이탈주민지원기관인 하나센터와도 연계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이탈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가 당면하고 있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으로 이탈주민이 유달리 부각 된 것은 앞으로 통일을 바라볼 때,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을 지향한다면서 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아사자가 나온다면 통일은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걸고 우리 사회에 합류한 그들에게 최소한은 경제적 여건은 갖추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그들이 최소한 누려야 할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현재 한국에 정착한 이탈주민들도 불안해지고 우리 사회에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들이 우리 체제에 신뢰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생활부터 담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복지시스템이 좀 더 촘촘해져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통일을 외치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우리 사회 적응을 외면한다면 통일은 하나의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