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龍淵)
용두암만 보고 이곳을 보지 않으면 반쪽만 본 거다. 오히려 용연이 용두암보다 더 화려하고 역사적 배경이 짙어서 더 알뜰한 볼거리가 되어준다. 한천 위로 해수가 흘러들어온 협곡, 새로 명명된 용연정과 협곡을 건너는 구름다리, 곁에 조성된 둘렛길의 다양한 시비들은 다층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취병담, 비취빛 절벽에 둘러싸인 비취빛 용연을 보면 비취빛 시를 쏟아내거나 가슴이 비취빛으로 물들 것이다.
1. 대강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담1동 2581-4번지, 용담2동 483번지
문화재 지정 :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7호
방문일 : 2022.5.24.
2. 둘러보기
1) 용연(龍淵) 소개
2001년 3월 7일에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되었다. 유로 길이 16㎞의 한천은 하류에서도 유수가 보이지 않는 건천이다. 한라산 북쪽 산록을 흘러내리는 한천에는 하방침식으로 협곡구간이 많이 출현하는데, 하구에도 높이 15m의 협곡구간이 발달한다.
하상의 용천수와 섞인 해수가 하구의 협곡을 채워 물이 흐르는 계곡 경관을 만들기 때문에 하구를 취병담(翠屛潭), 용연(龍淵) 또는 용소(龍沼)와 같이 소를 뜻하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용두암(龍頭岩)은 용암수로(lava channel)의 벽면이 파랑의 침식작용으로 제거되면서 용머리처럼 만들어진 암괴지형으로서, 두껍게 흐른 아아(aa) 용암류로 만들어져 높이가 10m에 이른다. 용두암 주변에도 파식으로 제거되어 단편만 남은 용암벽 지형들이 바다 쪽으로 뻗어 있다.
용연은 제주도에 7년 가뭄이 들었을 때 고대정이라는 심방(제주의 무당)이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연에 꼬리를 담그고 기우제를 드리자 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용두암에도 용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늘로 올라가기 위하여 한라산 산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달아나던 용이 산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닷가에 떨어져 죽었는데, 몸은 바닷물에 잠기고 머리만 하늘로 향한 채 굳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용연은 영주십이경의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의 장소로서, 조선 후기부터 이곳에서 뱃놀이를 비롯하여 시회와 주연 등이 열렸다. 제주시는 2002년부터 용연야범을 음악회로 재현한 문화축제인 용연선상음악회를 매년 음력 7월 14일경에 개최하고 있다.
용연은 제주 시내에 위치하는데다 용연 양안의 동한두기와 서한두기를 잇는 구름다리가 용연 위에 가설되어 평소에도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의 명소이다. 올레 17코스가 용연 구름다리를 지나고 있다.
조선 후기의 그림 중에 제주시 용담동 해안을 바다 쪽에서 부감시(俯瞰視)로 그린 『탐라십경도(耽羅十景圖)』가 있는데, 이 중 취병담 장면은 용연과 용두암을 주경관으로 다루고 있다. 그림 중앙 왼쪽에 용연계곡이 등장하고, 그 오른쪽으로 용연과 비슷한 크기로 표현한 두 개의 용두암을 배치하고 있는데, 당시부터 이 일대가 명소였음을 잘 알려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재)
용연은 영주12경의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 해마다 용연야범을 재현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제주 신당의 태반을 부수어버린 이형상에 맞서서 신당을 지켜낸 유명한 심방 고심방이 가뭄이 들자 목숨을 걸고 용연에서 굿을 하여 비를 불러내렸다. 이때 만든 용의 꼬리를 이곳 용연에 담그고 굿을 하였으므로 못의 이름이 용연이 되었다. 관에 맞서는 민의 힘과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전설이고 영웅담이다. 하늘도 민심 쪽에 있고, 용연은 민심의 터전임을 보여주는 전설이다.
협곡을 가로지른 구름다리
협곡 아래를 흐르는 용연. 건천이어서 바닷물이 채우는 것이라 한다.
용연정. 같은 이름의 정자가 전국 곳곳에 있다. 전북 장수 덕유산 계곡의 용연정도 유명하다. 2021년 10월 부처님을 의미하는 상상의 꽃 우담바라가 피어 눈길을 끌었던 경남 산청군 차황면의 정자 이름도 용연정이다. 우담바라는 정자 현판 '연' 자 위에 피어 더욱 상서롭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곳 용연정 이름은 2014년에 지어 붙인 것. 그 전에는 그냥 팔각정일 따름이었다. 용연을 그대로 붙인 이름이라 자연스러우면서 역사적 전설적 함의를 끌어안는 이름으로 존재감이 높아지고 용연에 문화적 의미를 더해갈 수 있게 되었다. 뛰어난 자연적 경관에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보태면 문화적 우담바라를 피워나갈 것이다.
용연정에서 바라본 용연
이곳을 흐르는 건천인 '한천' 위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이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계곡와 용소를 만들어내었다. 주상절리 기수역의 정점을 보여주는 경관이다.
용연정 아래로 바다로 이어지는 용연. 이렇게 진짜 바다로 합쳐져, 기수역이 끝난다.
용연정을 나서 용연을 끼고 올라가면 용연 둘렛길이다. 용연 관련 시가 새겨진 바위들이 운치를 더한다.
용연의 또 다른 이름은 용소와 취병담이다. 취병담은 말 그대로 비취절벽이 병풍을 두르고 있는 못이라는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이름 아닌가. 역시나 취병담을 노래한 시가 가장 많이 지어졌다. '취병담' 각자도 가장 많이 보인다. 신선이 내려와 길을 잃을 법한 풍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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