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과 괴산교육도서관이 함께하는 연합북클럽 두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칠성면 미루마을 14호 김인숙 회원 님 댁에서 함께한 모임....
폭포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서 오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인숙 님께서 풍성한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힘든 걸 다 잊고 활기찬 토론에 넉넉히 먹고 즐거운 대화가 오갔던 좋은 자리였습니다. 자연드림 '정어묵' 을 생산하고 계시는 김점숙 님의 신제품 두부와 치즈를 넣은 '소시지' 시식도 아주 맛났습니다.
오늘의 책은 <달과 6펜스>.
다들 청소년기에 한 번은 읽었음직한 책인데 너무 생소한 부분이 많다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니 저희가 그시절 읽었던 책은 아마도 일본에서 중역해 들어온 다이제스트 번역본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모든 세계 고전명작을 다이제스트로 펴내던 시절, 번역도 부실하고 내용도 축약된 것임을 나중에 제대로 된 완역본들을 만나보고야 알게 되었죠.
책의 내용이 나이 마흔에 돌연 집을 나가서 자기 예술 세계를 펼친 화가에 대한 이야기여서인지 청년기에는 별 공감되지 않을 듯한 내용이고 인생 후반전을 꿈꾸는 중년기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널리 추천된다고 괴산도서관 김현숙 관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함께한 북클럽 회원들은 40대, 50대, 60대가 골고루 섞여있다 보니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랐던 거 같습니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달을 동경하기 바빠 발 밑에 떨어진 6펜스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꼬는 평에 대해 작가가 그게 나쁜 일인가. 6펜스는 줍지 못해도 눈을 들어 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삶은 어떠한가를 이야기하는 맘으로 지은 제목이라고 해요. 그래서 본문 중에 달과 6펜스라는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책의 전체를 상징하는 제목으로 전혀 어색함이 없는....참 잘 지어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직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생을 다한 사람 찰스 스트릭랜드,
천재를 알아보고 자신의 열망을 투사하여 지원하고 그로 인해 가정까지 잃게 된 더크 스트로브.
안정적인 가정을 버리고 광기 넘치는 예술가를 따라 나섰다 자살에 이르게 된 블란치.
세 사람의 삶과 사랑, 꿈과 욕망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전반에 나타나는 작가의 여성 혐오적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 많이 나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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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은 8월11일(금) 오전 10:00 괴산교육도서관에서 진행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마침 북클럽 하루 전인 7월13일, 밀란 쿤데라 작가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네요.
말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발적 실종 상태로 살았던 작가의 삶과 그의 대표작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나눠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