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모 파베르이기에.한 번도 짝 없는 외기러기임을 서럽게 여겨본 적 없는 솔로 자긍심의 심볼 Y(29). 사건의 발단은 얼마 전 자유낭만주의자 Y가 피처폰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게 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별 뜻 없이 파 본 초등학교 운동장 철봉 밑에서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들이 수북수북 딸려 나오더라는 전설처럼, 스마트폰의 신세계에 갓 입성한 Y의 심박수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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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벙커 속에 숨어있는 인맥들이 ?! 필수 어플이라는 카카오톡을 다운 받자마자 철봉 밑에 숨은 동전들처럼, 연락을 끊고 지낸 측근들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아, 이 기지배 눈 했어. 이뻐졌네. 아, 부장님 늦둥이 득녀하셨구나, 못생긴 게 똑 닮았다.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훌쩍.
무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져 카톡질 삼매경에 빠진 Y 앞에, 어느 날 수상한 사람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겁니다. 친구추천에 등장한 그 사람…… 음, 기억은 안 나는데……. 어쨌거나 아는 사람이니까 추천한 거겠지 싶어 친구등록을 해두었는데!
수상남이 다짜고짜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어디 살아요?” 아니, 난데없이 호구조사 시도하는 이 사람 대체 누구? 아는 사람 맞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 싶어, 옷깃을 꼭 붙잡고 가만히 지켜보는 Y 앞에 한 번 더! “예쁘게 생기셨네요. 우리 만날래요?” 이건 필시, 말로만 듣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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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초 똑바로 서, 수상남이 작업 못 걸게! Y의 경계심이라고 할 것 같으면 사바나 초원의 미어캣과 같아서 당장에 수상남을 차단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폭풍질문(은근 자랑하고 싶기도 한 것으로 추정) 이어가는 Y. “야, 나 카톡으로 어떤 이상한 남자가 말 걸어서 예쁘다느니 어디 사냐느니 만나자느니 그러는데 얘 뭐야?” 친구는 시크한 반응을 보입니다. “설정을 바꿔. 별 걸 가지고 다 호들갑이냐, 넌! 그런 거라도 잘 활용해서 연애도 해보고 그러든가. 나 남자친구한테 카톡 왔어. 끊어~”
“응? 다들 겪어본 일이야? 내 미모가 특별히 빼어나서 그런 게 아닌 거야? 카톡은 연애도구인 거야? 나만 모른 거야?”
여기서 잠깐, 카톡으로 수상남녀에게 작업 당하고 싶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1. 카카오톡 설정> 내 프로필> 아이디 검색 허용을 비활성화 시킨다.
2. 카카오톡 설정> 친구관리> 자동 친구 추천을 비활성화 시킨다.
3. 모태솔로의 영원한 수절을 이츄가 기원합니다. (네, 절대 반어법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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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있으면 솔로탈출? 나 미어캣인데?
시크한 Y의 친구가 너무하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린 Y의 친구가 매정하다고 비난할 것도 없는 일이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세계에 갓 입문한 딱 고~쯔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고 갸웃갸웃해 본 경험이 있을 테니까.
이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절반 이상인 무려 63%가 낯선 이성에게 메시지를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해 주었거든요. (남성도 35%나 된다는 사실!) 받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보내는 사람도 있어야 할 노릇인데. 프로필이 마음에 들어 낯선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본 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남성 65%가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았지만, 여성은 달랑 10%만이 그렇다고 대답해 내숭 공력을 자랑하기도 했다는 후문.
아니면 설마, 저금리 무담보 대출 상담 김미영 팀장까지 낯선이성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솔로남들의 절박한 마음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적극적인 솔로녀 10%의 활약상이 대단했던 것일까. 판단은 각각에 맡기겠어요.
카카오톡을 바라보는 솔로남녀의 동상이몽
수많은 솔로남들에게 안타까운 진실이 하나 더. 여성들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솔로탈출의 발판을 기대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코 ‘낯선 수상남’은 아니라는 거예요. 남성 39.4%는 낯선 이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기를 기대했지만, 여성 33.9%는 평소 호감이 있었던 상대와 돈독해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여성들은,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작업남과의 두근두근 콩콩보다, 평소 마음 깊은 곳에 쟁여둔 썸남과의 알콩달콩한 카톡질을 꿈꾼다는 거! (나는 둘 다 좋기만 하더라?)
그러니 솔로남들이여, 저엉~말 한 눈에 뿅 가게 된 프로필 사진 속 상대녀에게 진정한 뻐꾸기를 날리고 싶다면? 최대한 정중하고, 믿음직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시라. 그것만이 수상한 작업남의 오명을 벗는 유일한 길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