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 가
중년에 맹랑한 일이 있던 것이었다. 평안도 월경촌에 계집 하나 있으되, 얼굴로 볼작시면 춘이월 반개도화 옥빈에 어리었고, 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에 비치었다. 앵도순 고운 입은 빛난 당채 주홍필로 떡 들입다 꾹 찍은 듯, 세류같이 가는 허리 봄바람에 흐늘흐늘, 찡그리며 웃는 것과 말하며 걷는 태도 서시와 포사라도 따를 수가 없건마는, 사주에 청상살이 겹겹이 쌓인 고로 상부를 하여도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게 단콩 주워 먹듯하것다. 열다섯에 얻은 서방 첫날밤 잠자리에 급상한에 죽고, 열 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에 튀고, 열 일곱에 얻은 서방 용천병에 펴고, 열 여덟에 얻은 서방 벼락맞아 식고, 열 아홉에 얻은 서방 천하에 대적으로 포청에 떨어지고, 수무 살에 얻은 서방 비상 먹고 돌아가니, 서방에 퇴가 나고, 송장 치기 신물난다. 이삼년씩 걸러 가며 상부를 할지라도 소문이 흉악할 터인데 한 해에 하나씩 전례로 처치하되, 이것은 남이 아는 기둥서방, 그남은 간부, 애부, 거드모리, 새호루기, 입 한 번 맞춘 놈, 젖 한 번 쥔 놈, 눈흘레한 놈, 손 만져 본 놈, 심지어 치마귀에 상척자락 얼른 한 놈 까지 대고 결단을 내는데, 한 달에 뭇을 넘겨, 일 년에 동 반 한 동 일곱 뭇, 윤삭 든 해면 두 동 뭇수 대고 설그질 제, 어떻게 쓸었던지 삼십 리 안팎에 상투 올린 사나이는 고사하고 열 다섯 넘은 총각도 없어 계집이 밭을 갈고, 처녀가 집을 이니 황ㆍ평 양도 공론하되, 「이 년을 두었다는 우리 두 도내에 좆 단 놈 다시 없고, 여인국이 될 터이니 쫓을 밖에 수가 없다.」 양도가 합세하여 훼가하여 쫓아 내니, 이 년이 하릴없어 쫓기어 나올 적에, 파랑 봇집 옆에 끼고, 동백기름 많이 발라 낭자를 곱게 하고, 산호 비녀 찔렀으며, 출유 장옷 엇메고, 행똥행똥 나오면서 혼자 악을 쓰는구나. 「어허 인심 흉악하다. 황ㆍ평 양서 아니며는 살 데가 없겠느냐. 삼남 좆은 더 좋다더고.」 노정기로 나올 적에 중화 지나 황주 지나 동설령 얼은 넘어, 봉산, 서흥, 평산 지내어 금천 떡전거리, 닭의우물, 청석관을 허위허위 당도하니. 이 때에 변강쇠라 하는 놈이 천하의 잡놈으로 삼남에서 빌어먹다 양서로 가느라고, 연놈이 오다 가다 청석골 좁은 길에 둘이 서로 만났거든, 간악한 계집년이 할긋 보고 지나가니 의뭉한 강쇠놈이 다정히 말을 물어,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디로 가시나요.」숫계집 같거드면 핀잔을 하든지 못 들은 체 가련마는, 이 자지간나희가 훌림목 곱게 써서, 「삼남으로 가오.」강쇠가 연해 물어,「혼자 가시오.」「혼자 가오.」「고운 얼굴 젊은 나이 혼자 가기 무섭겠소.」「내 팔자 무상하여 상부하고 자식 없어, 나하고 함께 갈 사람은 그림자뿐이지오.」「어허, 불쌍하오. 당신은 과부시오. 나는 홀아비니 둘이 살면 어떠하오.」「내가 상부 지질하여 다시 낭군 얻자 하면 궁합 먼저 볼 터이오.」「불취동성이라니 마누라 성씨가 누구시오.」「옹가요.」「예, 나는 변서방인데 궁합을 잘 보기로 삼남에 유명하니, 마누라는 무슨 생이오.」「갑자생이오.」「예, 나는 임술생이오. 천간으로 보거드면 갑은 양목이요, 임은 양수이니, 수생목이 좋고, 납음으로 의논하면 임술계해대해수 갑자을축해중금 금생수가 더 좋으니, 아주 천생배필이오. 오늘 마침 기유일 음양부장 짝 배자니 당일 행례하옵시다.」 계집이 허락 후에 청석관을 처가로 알고, 둘이 손길 마주 잡고 바위 위에 올라가서 대사를 지내는데, 신랑 신부 두 연놈이 이력이 찬 것이라 이런 야단 없겠구나. 멀끔한 대낮에 연놈이 훨썩 벗고 매사니 뽄 장난할 제, 천생음골 강쇠놈이 여인 양각 번듯 들고 옥문관을 굽어보며, 「이상히도 생겼다. 맹랑히도 생겼다.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던지 언덕 깊게 파이었다. 콩밭 팥밭 지났던지 돔부꽃이 비치었다. 도끼날을 맞았던지 금 바르게 터져있다. 생수처 옥답인지 물이 항상 괴어 있다. 무슨 말을 하려관대 옴질옴질 하고 있노. 천리행룡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하다. 만경창파 조갤런지 혀를 삐쭘 빼었으며, 임실 곶감 먹었던지 곶감 씨가 장물이요, 만첩산중 으름인지 제라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을 먹었던지 닭의 벼슬 비치었다. 파명당을 하였던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조개 있고, 연계 있고, 제사장은 걱정 없다.」저 여인 반소하며 갚음을 하느라고 강쇠 기물 가리키며,「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사령 서려는지 쌍걸낭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 군뢰던가 복덕이를 붉게 쓰고 냇물 가에 물방안지 떨구덩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코는 무슨 일꼬. 성정도 혹독하다 화 곧 나면 눈물 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게웠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챙이 굼ㄱ 그저 있다. 뒷 절 큰 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소년인사 다 배웠다, 꼬박꼬박 절을 하네. 고추 찧던 절굿댄지 검붉기는 무슨 일꼬.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 한데 붙어 있다. 물방아, 절굿대며, 쇠고삐, 걸랑등물, 세간살이 걱정 없네.」 강쇠놈이 대소하여, 「둘이 다 비겼으니 이번은 등에 업고 사랑가로 놀아 보세.」저 여인 대답하되,「천선호지라니 낭군 먼저 업으시오.」강쇠가 여인 업고, 가끔가끔 돌아보며 사랑가로 어른다. 「사랑 사랑 사랑이야, 유왕 나매 포사 나고, 걸이 나매 말회 나고, 주가 나매 달기 나고, 오왕 부차 나매 월 서시 나고, 명황 나매 귀비 나고, 여포 나매 초선 나고, 호색남자 내가 나매 절대가인 네 났구나. 네 무엇을 가지려나. 조거전후 십이승 야광주를 가져 볼까. 십오성 바꾸려던 화씨벽을 자져 볼까. 천지신지 아지자지, 생금덩이 가져 볼까. 부도제산 득은옹은 항아리 가져 볼까. 배금문 입자달에 상평통보 가져 볼까. 밀화불수, 산호 비녀, 금패지환 가져볼까. 네 무엇을 먹고 싶어 둥글둥글 수박 덩이 웃봉지를 떼떨이고 강릉 백청 따르르 부어 은간저로 휘휘 둘러 씰랑은 똑 따 발라 버리고, 붉은 자위만 덤뻑 떠 아나 조금 먹으려냐. 시금털털 개살구 아이서는 데 먹으려나. 쪽 빨고 탁 뱉으면 껍질 꼭지 건너 바람 벽에 축척축 부딪치는 반수시 먹으려나. 여주축수애산춘 무릉도화 복숭아 주랴. 이월 중슨 이진과 외 가지 당참외 먹으려나.」 한참을 어르더니 여인을 썩 내려 놓으며 강쇠가 문자하여, 「여필종부라니 자네도 날 좀 업소.」여인이 강쇠 업고, 실금실금 까불면서 사랑가를 하는구나. 「사랑 사랑 사랑이야. 태산같이 높은 사랑. 해하같이 깊은 사랑. 남창ㆍ북창 노적같이 다물다물 쌓인 사랑. 은하직녀 직금같이 올올이 맺힌 사랑. 모란화 송이같이 펑퍼져 버린 사랑. 세곡선 닻줄같이 타래타래 꼬인 사랑. 내가 만일 없었더면 풍류남자 우리 낭군 황없는 봉이 되고, 임을 만일 못 봤더면 군자호구 이내 신세 원 잃은 앙이로다. 기러기가 물을 보고, 꽃이 나비 만났으니 웅비종자요림간 좋을씨고 좋을씨고. 동방화축 무엇 하게, 백일향락 더욱 좋다. 황금옥 내사 싫의. 청석관이 신방이네.」 연놈 장난 이러할 제, 재미있는 그 노릇이 한두 번만 뒬 수 있나. 재행턱 삼생턱을 당일 에 다 한 후에 살림살이 살 걱정 둘이 앉아 의논한다. 「우리 내외 오입장이 벽항궁촌 살 수 없어 도방 살림 하여 보세.」「내 소견도 그러하오.」 연놈이 손목 잡고, 도방 각처 다닐 적에 일 원산, 이 강경이, 삼 포주, 사 법성이 곳곳이 찾아 다녀, 계집년은 애를 써서 들병장사, 막장사며, 낮부림, 넉장질에 돈냥 돈관 모아 놓으면, 강쇠놈이 허망하여 댓 냥내기 방때리기, 두 냥 패에 가보하기, 갑자꼬리 여수하기, 미골회패 퇴기질, 호홍호백 쌍륙치기, 장군 멍군 장기 두기, 맞쳐먹기 돈치기와 불러먹기 주먹질, 걸개두기 윷놀이와, 한 집 두 집 고누두기, 의복 전당 술먹기와 남의 싸움 가로막기, 그 중에 무슨 비위 강새암, 계집치기, 밤낮으로 싸움이니 암만해도 살 수 없다. 하루는 저 여인이 강쇠를 달래되, 「집의 성기 가지고서 도방 살림 하다가는 돈 모으기 고사하고 남의 손에 죽을 테니, 심산궁곡 찾아 가서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산전이나 파서 먹고, 자초나 베어 때면 노름도 못 할 테요 강짜도 안 할 테니 산중으로 들어갑세.」 강쇠가 대답하되,「그 말이 장히 좋의. 십 년을 곧 굶어도 남의 계집 바라보며, 눈웃음하는 놈만 다시 아니 보거드면 내일 죽어 한이 없네.」산중을 의논한다. 동 금강 석산이라 나무 없어 살 수 없고, 북 향산 찬 곳이라 눈 쌓이어 살 수 없고, 서 구월 좋다 하나 적굴이라 살 수 있나. 남 지리 토후하여 생리가 좋다 하니 그리로 찾아 가세.」 여간 가산 짊어지고 지리산중 찾아 가니 첩첩한 깊은 골에 빈 집 한 체 서 있으되, 임진왜란 팔년간과 어떤 부자 피란하자 이 집을 지었던지 오간팔작 기와집이 다시 사람 산 일 없고, 흉가로 비어 서서 누백년 도깨비 동청이요, 묏 귀신의 사랑이라. 거친 뜰에 있는 것이 삵과 여우 발자취요, 깊은 뒤꼍 우는 소리 부엉이, 올빼미라. 강쇠놈이 집을 보고 대희하여 하는 말이, 「순사 또는 간 데마다 선화당이라 하더니 내 팔자도 방사하다. 적막한 이 산중에 나 올 줄을 뉘가 알고, 이리 좋은 기와집을 지어 놓고 기다렸노.」 부엌에 토정 걸고, 방 쓸어 공석 펴고, 낙옆을 긁어다가 저녁 밥 지어 먹고, 터누르기 삼삼구를 밤새도록 한 연후에 강쇠의 평생 행세 일하여 본 놈이냐. 낮이면 잠만 자고, 밤이면 배만 타니, 여인이 할 수 없어 애긍히 정설한다.「여보, 낭군 들으시오. 천생만민필수지직 사람마다 직업 있어 앙사부모하육처자 넉넉히 한다는데 낭군 신세 생각하니 어려서 못 배운 글 지금 공부할 수 없고, 손재주 없었으니 장인질 할 수 없고, 밑천 한 푼 없었으니 상고질할 수 있나. 그 중에 할 노릇이 상일밖에 없으니, 이 산중 살자 하면 산전을 많이 파서 두태, 서속, 담배 갈고, 갈퀴나무, 비나무며 물거리 장작패기 나무를 많이 하여 집에도 때려니와 지고 가 팔았으면 부모 없고 자식 없고 단 부처 우리 둘이 생계가 넉넉할새, 건장한 저 신체에 밤낮으로 하는 것이 잠자기와 그 노릇뿐. 굶어 죽기 고사하고 우선 얼어 죽을 테니 오늘부터 지게 지고 나무나 하여 옵쇼.」 강쇠가 픽게 웃어,「어허, 허망하다. 호달마가 요절하면 왕십리 거름 싣고, 기생이 그릇되면 길가의 탁주 장사, 남의 말로 들었더니 나 같은 오입장이 나무 지게 지단 말가. 불가사문어타인이나 자네 말이 그러하니 갈 밖에 수가 있나.」 강쇠가 나무하러 나가는데 복건 쓰고, 도포 입었단 말은 거짓말. 제 집에 근본 없고, 동내에 빌 데 있나. 포구 근방 시평판에 한참 덤벙이던 복색으로 모자 받은 통량갓에 망건은 솟구었고, 한산반저 소창의며, 곤때 묻은 삼승 버선 남 한포단 대님 매고, 용감기 새 미투리 앱시있게 들멘 후에, 낫과 도끼 들게 갈아, 점심, 구럭 함께 묶어 지게 위에 모두 얹어 한 어깨에 둘러 메고, 긴 담뱃대 붙여 물고 나뭇군 모인 곳을 완보 행가 찾아 갈 제, 그래도 화방 퇴물이라 씀씀이 목구성이 초군보다 조금 달라, 「태고라 천황씨가 목덕으로 즉위하니 오행중에 먼저 난 게 나무 덕이 으뜸이라. 천지인 삼황시절 각 일만팔천세를 무위이화 지내시니, 그 때에 나 낳았으면 오죽이나 편켔는가. 유왈유소 성인 인군 덕화도 장할씨고. 구목위소 식목일이 그 아니 좋겠는가. 수인씨 무슨일로 시찬수교인화식 일이 점점 생겼구나. 일출이작 요순 백성 어찌 편타 할 수 있나. 하ㆍ은ㆍ주ㆍ석양되고, 한ㆍ당ㆍ송 풍우 일어 갈수록 일이 생겨 불쌍한 게 백성이라. 일년사절 놀 때 없이 손톱 잦아지게 밤낮으로 벌어도 불승기한 불쌍하다. 내 평생 먹은 기로 벗을 삼아 세월 가는 줄을 모르고 살쟀더니 층암절벽 저 높은 데 다리 아파 어찌 가서, 억새폭, 가시덩굴 손이 아파 어찌 베며, 너무 묶어 온짐 되면 어깨 아파 어찌 지고, 산교 곡심 무인처에 심심하여 어찌 올꼬.」신세 자탄 노래하며 정처 없이 가노라니 이 때에 둥구마천 백모촌에 여러 초군 아이들이 나무하러 모여 와서 지게 목발 뚜드리며 방아타령, 산타령에 농부가, 목동가로 장난을 하는구나. 한 놈은 방아타령을 하는데,「뫼에 올라 산전방아, 들에 내려 물방아, 여주 이천 밀따리방아, 진천 통천 오려방아, 남창 북창 화약방아, 각댁 하님 용정방아, 이 방아 저 방아 다 버리고 칠야삼경 깊은 밤에 우리 님은 가죽방아만 찧는다. 오다 오다 방아 찧는 동부들아, 방아 처음 내던 사람 알고 찧나 모르고 찧나. 경신년 경신월 경신일 경신시 강태공의 조작방아, 사시장춘 걸어 두고 떨구덩 찌어라. 전세대동이 다 늦어 간다.」 한 놈은 산타령을 하는데, 「동 개골ㆍ서 구월ㆍ남 지리ㆍ북 향산, 육로 천리 수로 천리 이 천리 들어가니, 탐라국이 생기려고 한라산이 둘러 있다. 정읍 내장, 장성 입암, 고창 반등, 고부 두승, 서해 수구 막으려고 부안 변산 둘러 있다.」 한 놈은 농부가를 하는데,「선리건곤 태평시절, 도덕 높은 우리 성상, 강구미복 동요 듣던 요임금의 버금이라. 네 다리 빼어라 내 다리 박자. 좌수춘광을 우수이. 여보소, 동무들아, 앞 남산에 소나기 졌다. 삿갓 쓰고 도롱이 입자.」 한 놈은 목동가를 부르는데, 「갈퀴 메고 낫 갈아 가지고서 지리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얼럴. 쌓인 낙엽 부러진 장목 긁고 주워 엄뚱여 지고 석양산로 내려올 제, 손님 보고 절을 하니 품안에 있는 산과 땍대굴 다 떨어진다. 얼럴. 비 맞고 갈한 손님 술집이 어디 있노. 저 건너 행화촌 손을 들어 가리키자. 얼럴. 뿔 굽은 소를 타고 단적을 불고 가니 유황숙이 보았으면 나를 오죽 부뤄하리. 얼럴.」 강쇠가 다 들은 후, 제 신세를 제 보아도 어린 것들 한가지로 갈퀴나무 할 수 있나. 도끼빼어 들어 메고 이 봉 저 봉 다니면서 그 중 큰 나무는 한두 번씩 찍은 후에 나무 내력 말을 하며, 제가 저를 꾸짖는다.「오동나무 베자 하니 순임금의 오현금. 살구나무 베자 하니 공부자의 강단. 소나무 좋다마는 진시황의 오대부. 잣나무 좋다마는 한 고조 덮은 그늘. 어주축수애산춘 홍도나무 사랑옵고. 위성조우읍경진 버드나무 좋을씨고. 밤나무 신주감. 전나무 돛대 재목. 가시목 단단하니 각 영문 곤장감. 참나무 꼿꼿하나 배 짓는 데 못감. 쭉나무, 오시목과 산유자, 용목, 검팽은 목물방에 긴한 문목이니 화목되기 아깝도다.」이리 저리 생각하니 벨 나무 전혀 없다. 산중의 동천맥 우물가 좋은 곳에 점심 구럭 풀어 놓고 단단히 먹은 후에 부쇠를 얼른 쳐서 담배 피어 입에 물고, 솔 그늘 잔디밭에 돌을 베고 누우면서 당음 한 귀 읊어 보아,「우래송수하에 고침석두면이 나로 두고 한 말이라, 잠자리 장히 좋다.」말하며, 고는 코가 산중이 들썩들썩, 한소금 실컷 자다 낯바닥이 선뜻선뜻 비슥이 눈 떠 보니 하늘에 별이 총총, 이슬이 젖는구나. 게을리 일어나서 기지개 불끈 켜고, 뒤꼭지 뚜드리며 혼잣말로 두런거려, 「요새 해가 그리 짧아 빈 지게 지고 가면 계집년이 방정 떨새.」사면을 둘러보니 둥구마천 가는 길에 어떠한 장승 하나 산중에 서 있거늘 강쇠가 반겨하여, 「벌목정정 애 안 쓰고 좋은 나무 거기 있다. 일모도궁 이내 신세, 불로이득 좋을씨고.」지게를 찾아 지고 장승 선데 급히 가니 장승이 화를 내어 낯에 핏기 올리고서 눈을 딱 부릅뜨니 강쇠가 호령하여, 「너 이놈, 뉘 앞에다 색기하여 눈망울 부릅뜨니. 삼만 설축 변강쇠를 이름도 못 들은다. 과거, 마전, 파시평과 사당 노름, 씨름판에 이내 솜씨 사람 칠 제 선취복장 후취 덜미, 가래딴죽, 열 두 권법, 범강, 장달, 허저라도 다 둑 안에 떨어지니 수족 없는 너만 놈이 생심이나 방울 쏘냐.」달려들어 불끈 안고 엇두름 쑥 배내어 지게 위에 짊어지고 유대군 소리 하며 제집으로 돌아와서 문 안에 들어서며, 호기를 장히 핀다.「집안 사람 거기 있나. 장작 나무 하여 왔네.」 뜰 가운데 턱 부리고, 방문 열고 들어가니 강쇠 계집 반겨라고 급히 나서 손목 잡고 어깨를 주무르며,「어찌 그리 저물었나. 평생 처음 나무 가서 오죽 애를 썼겠는가. 시장한데 밥 자십쇼.」 방 안에 불 켜 놓고, 밥상 차려 드린 후에 장작 나무 구경 차로 불 켜 들고 나와 보니, 어떠 한 큰 사람이 뜰 가운데 누웠으되 조관을 지냈는지 사모 품대 갖추고 방울는 주먹코에 채수염이 점잖으다. 여인이 깜짝 놀라 뒤로 팍 주잕으며,「애겨, 이것 웬 일인가. 나무하러 간다더니 장승 빼어 왔네 그려. 남ㄱ이 암만 귀타 하되 장승 패어 땐단 말은 언문책 잔주에도 듣고 보도 못한 말. 만일 패어 땠으면 목신동증 조왕동증, 목숨 보전 못 할 테니 어서 급히 지고 가서 선 자리에 도로 세우고 왼발 굴러 진언 치고 다른 길로 돌아옵쇼.」 강쇠가 호령하여, 「가사는 임장이라 가장이 하는 일을 보기만 할 것이지, 계집이 요망하여 그것이 웬 소린고. 진 충신 개자추는 면산에 타서 죽고, 한 장군 기신이는 형양에 타서 죽어, 참사람이 타 죽어도 아무 탈이 없었는데 나무로 깎은 장승 인형을 가졌은들 패어 때여 관계한가. 인불언귀부지니 요망한 말 다시 말라.」밥상을 물린 후에 도끼 들고 달려들어 장승을 쾅쾅 패어 군불을 많이 넣고, 유정 부부 훨썩 벗고 사랑가로 농탕지며, 개폐문 전례판을 맛있게 하였구나. 이 때에 장승 목신 무죄히 강쇠 만나 도끼 아래 조각나고 부엌 속에 잔 재 되니 오죽이 원통켔나. 의지할 곳이 없어 중천에 떠서 울며, 나 혼자 다녀서는 이 놈 원수 못 갚겠다. 대방전에 찾아 가서 이 원정 하오리라. 경기 노강 선창 목에 대방 장승 찾아가서 문안을 한 연후에 원정을 아뢰기를, 「소장은 경상도 함양군에 산로 지킨 장승으로 신기 처리한 일 없고, 평민 침학한 일 없어, 불피풍우하고, 각수본직하옵더니 변강쇠라 하는 놈이 일국의 난봉으로 산중에 주접하여, 무죄한 소장에게 공연히 달려들어 무수 후욕한 연후에 빼어 지고 제 집 가니, 제 계집이 깜짝 놀라 도로 갖다 세워라 하되, 이 놈이 아니 듣고 도끼로 쾅쾅 패어 제 부엌에 화장하니, 이 놈 그저 두어서는 삼동에 장작감 근처의 동관 다 패 때고, 순망치한 남은 화가 안 미칠 데 없을 테니 십분 통촉하옵소서. 소장의 설원하고 후환 막게 하옵소서.」 대방이 대경하여,「이 변이 큰 변이라, 경홀 작처 못 할 터니 사근내 공원님과 지지대유사님께 내 전갈 여쭙기를 요새 적조하였으니 문안일향하옵신지. 경상도 함양 동관 발괄원정을 듣사온즉 천만고 없던 변이 오늘날 생겼으니, 수고타 마옵시고 잠깐 왕림하옵셔서 동의작처하옵시다 전갈하고 모셔 오라.」 장승 혼령 급히 가서 두 군데 전갈하니 공원 유사 급히 와서 의례 인사 한 연후에 함양 장승 발괄 내력 대방이 발론하니 공원 유사 여짜오되, 「우리 장승 생긴 후로 처음 난 변괴오니 삼소임만 모여 앉아 종용작처 못 할지라, 팔도 동관 다 청하여 공론 처지하옵시다.」대방이 좋다 하고 입으로 붓을 물고, 통문 넉 장 썩 써 내니 동문에 하였으되, 「우통유사는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고, 지초에 불이 타면 난초가 탄식키는 유유상종 환란상구 떳떳한 이치로다. 지리산중 변강쇠가 함양 동관 빼어다가 작파 화장하였으니 만과유경 이 놈 죄상 경홀 작처할 수 없어 각도 동관전에 일체로 발통하니 금월 초 삼경야에 노강 선창으로 일제취회하여 함양 동관 조상하고, 변강쇠놈 죽일 꾀를 각출의견하옵소서. 연월일.」 밑에 대방 공원 유사 벌여 쓰고, 착명하고, 차여에 영문 각읍 진장 목장 각면 각촌 점막 사찰차 차비전 차의라. 「통문 한 장은 진관천 공원이 맡아 경기 삼십사관, 충청도 오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고양 홍제원 동관이 맡아 황해도 이십삼관, 평안도 삼십이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양주 다락 원 동관이 맡아 강원도 이십륙관, 함경도 이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지지대 공원이 맡아 전라도 오십륙관, 경상도 칠십일관 차차로 전케 하라.」 귀신의 조화여든 오죽이 빠르겠나. 바람 같고 구름같이 경각에 다 전하니, 조선 지방 있는 장승 하나도 낙루 없이 기약한 밤 다 모이어 새남터에 배게 서서 시흥 읍내까지 빽빽하구나. 장승의 절하는 법이 고개만 숙일 수도 없고, 허리 굽힐 수도 없고, 사람으로 의논하면 발 앞부리를 디디고 뒤축만 달싹 하는 뽄이었다. 일제히 절을 하고, 문안을 한 연후에 대방이 발론하여,「동문사의 보았으면 모은 뜻을 터이니 변강쇠 지은 죄를 어떻게 다스릴꼬.」단천 마천령 상보에 섰는 장승 출반하여 여짜오되, 「그 놈의 식구대로 새남터로 잡아다가 효수를 하옵시다.」대방이 대답하되,「귀신의 성기라도 토풍을 따라가니 마천 동관 하는 말씀 상쾌는 하거니와, 사단 하나 있는 것이 이 놈의 식구란 게 계집 하나뿐이로되, 계집은 말렸으니 죄를 아니 줄 터이오, 강쇠라 하는 놈도 부지불각 효수하면 세상이 알 수 없어 징일려백 못 될 터니 여러 동관님네 다시 생각하옵소서.」 압록강가 섰는 장승 나서며 여짜오되, 「출호이자 반호이가 성인의 말씀이니 우리의 식구대로 그 놈 집을 에워싸고 불을 버썩 지른 후에 못 나오게 하였으면 그 놈도 동관같이 화장이 되오리다.」대방이 대답하되, 「흉녕한 그런 놈을 부지불각 불지르면 제 죄를 제 모르고 도깨비 장난인가 명화적의 난리런가 의심을 할 터이니 다시 생각하여 보오.」해남 관머리 장승이 여짜오되, 「대방님 하는 분부 절절이 마땅하고. 그러한 흉한 놈을 쉽사리 죽여서는 설치가 못 될 터니 고생을 실컷 시켜, 죽자 해도 썩 못 죽고, 살자 해도 살 수 없어 칠칠이 사십구 한 달 열 아흐레 밤낮으로 보깨다가 험사 악사 하게 하면 장승 화장한 죄인 줄을 저도 알고 남도 알아 쾌히 징계될 터이니, 우리의 식구대로 병 하나씩 가지고서 강쇠를 찾아가서 신문에서 발톱까지 오장육부 내외 없이 새 집에 앙토하듯, 지소방에 부벽하듯, 각장장판 기름 결듯, 왜관 목물 칠살같이 겹겹이 발랐으면 그 수가 좋을 듯하오.」 대방이 대희하여,「남해 동관 하는 말씀 불번불요 장히 좋소. 그대로 시행하되 조그마한 강쇠놈에 저리 많은 식구들이 정처 없이 달려들면 많은 테는 축이 들고 빠진 데는 틈 날 테니 머리에서 두 팔까지 전라, 경상 차지하고, 겨드랑서 볼기까지 황해, 평안 차지하고, 항문에서 두발까지 강원, 함경 차지하고, 오장육부 내복일랑 경기, 충청 차지하여, 팔만사천 털구멍한구멍도 빈틈없이 단단히 잘 바르라.」 팔도 장승 청령하고, 사냥 나온 벌떼같이 병 하나씩 등에 지고, 함양 장승 앞을 서서 강쇠에게 달려들어 각기 자기네 맡은 대로 병도배를 한 연후에 아까같이 흩어진다. 이적에 강쇠놈은 장승 패어 덮게 때고 그 날 밤을 자고 깨니 아무 탈이 없었구나. 제 계 두 다리를 양편으로 딱 벌리고 오목한 그 구멍을 기웃이 굽어보며, 「밖은 검고 안은 붉고 정녕한 부엌일새, 빠끔빠끔하는 것은 조왕동증 정녕 났제.」 제 기물 보이면서, 「불끈불끈하는 수가 목신동증 정녕 났제. 가난한 살림살이 굿하고 경 읽겠나, 목신하고 조왕하고 사화를 붙여 보세.」 아적밥 끼니 에워 한 판을 질끈하고 장담을 실컷하여, 「하루 이틀 쉰 후에 이 근방 있는 장승 차차 빼어 왔으며는 울봄을 지내기는 나무 걱정할 수 없지.」그 날 저녁 일과하고 한참 곤케 자느라니 천만의회 온 집안이 장승이 장을 서서 몸 한 번씩 건드리고 말이 없이 나거거늘 강쇠가 깜짝 놀라 말하자니 안 나오고 눈 뜨자니 꽉 붙어서 만신을 결박하고 각색으로 쑤시는데, 제 소견도 살 수 없어 날이 점점 밝아 가매, 강쇠 계집 잠을 깨니 강쇠의 된 형용이 정녕한 송장인데, 신음하여 앓는 소리 숨은 아니 끊겼구나. 깜짝 놀라 옷을 입고 미음을 급히 고아 소금 타서 떠 넣으며 온 몸을 만져 보니, 이를 꽉 아드득 물고 미음 들어갈 수 없고, 낭자한 부스럼이 어느 새 농창하여 피고름 독한 내가 코 들을 수가 없다. 병 이름을 짓자 하니 만 가지가 넘겠구나, 풍두통, 편두통, 담결통 겸하고, 쌍다래끼, 석서리 청맹을 겸하고, 이릉증, 이명에 귀젖을 겸하고, 비창, 비색에 주독을 겸하고, 면종, 협종에 순종을 겸하고, 풍치, 충치에 구와증을 겸하고, 흑태, 백태에 설축증을 겸하고, 후비창, 천비창에 쌍단아를 겸하고, 낙함중, 항강에 발제를 겸하고, 연주, 나력에 상감을 겸하고, 견비통, 옹절에 수전증을 겸하고, 협통, 요통에 등창을 겸하고, 흉결, 복창에 부종을 겸하고, 임질, 산증에 퇴산불을 겸하고, 둔종, 치질에 탈항증을 겸하고, 가래톳, 학질에 수종을 겸하고, 발바닥 독종에 티눈을 겸하고, 주로, 색로에 담로를 겸하고, 육체, 주체에 식체를 겸하고, 황달, 흑달에 고창을 겸하고, 적리, 백리에 후중을 겸하고, 각궁반장에 괴질을 겸하고, 자치염 해수에 헐떡증을 겸하고, 섬어 빈 입에 헛손질을 겸하고, 전근곽란에 토사를 겸하고, 일학, 양학에 며느리심을 겸하고, 들이치락 내치락 사증을 겸하고, 단독, 양독에 온역을 겸하고, 감창, 당창에 용천을 겸하고, 경축 복음에 분돈증을 겸하고, 내종, 간옹에 주마담을 겸하고, 염병, 시병에 열광증을 겸하고, 울화, 허화에 물조갈을 겸하여, 사지가 불인하고, 만신이 자통하여 굽도 잣도 꼼짝달싹 다시는 두 수 없이 마개틀 모양으로 뻣뻣이 누웠으니, 여인이 겁을 내어 병도 하 무서우니 문복이나 하여 보자. 경채 한 냥 품에 넣고, 건너 마을 송봉사 집 급급히 찾아 가서, 「봉사님 계옵시오.」봉사의 대답이란 게 근본 원수진 듯이 하는 법이었다.「게 누구라께.」「강쇠 지어미오.」「어찌.」「그 건장하던 지아비가 밤사이 얻은 병이 곧 죽게 되었으니 점 한 장 하여 주오.」「어허, 말 안 되었네. 방으로 들어오쇼.」세수를 급히 하고, 의관을 정제 후에 단정히 꿇어앉아, 대모산통 흔들면서 축사를 외는구나. 「천하언재시며 지하언재시리오마는 고지즉응하나니 부대인자는 여천지합기덕하며 여일월합기명하며 여사시합기서하며 여귀신합기길흉하시니, 신기령의라, 감이수통언하소서. 금우태세을유이월 갑자삭 초육일 기사 경상우도 함양군 지리산중거여인 옹씨 근복문. 가부 임술생신 병강쇠가 우연 득병하여 사생을 판단하니 복걸 점신을 물비 괘효 신명 소시. 하나 둘 셋 넷.」 신통을 누가 뺏아 가는지 주머니에 부리나케 넣고 글 한 귀 지었으되, 「사목비목 사인비인」이라. 「나무라 할까 사람이라 할까, 어허, 그것 괴이하다.」강쇠 아내 이른 말이, 「엊그제 남정네가 장승을 패 때더니 장승동증인가 뵈다.」「그러면 그렇지. 목신이 난동하고 주작이 발동하여 살기는 불가망이나 원이나 없이 독경이나 하여 보소.」강쇠 아내 이 말 듣고,「봉사님이 오소서.」「가지.」 저 계집 거동 보소. 한 걸음에 급히 와서 사면에 황토 놓고, 목욕하며 재계하고, 빤 의복 내어 입고, 살망떡과 실과 채소 차려 놓고 앉았으니 송봉사 건너 온다. 문 앞에 와 우뚝 서며,「어디다 차렸는가.」「예다 차려 놓았소.」「그러면 경 읽제.」나는 북 들어 놓고 가시목 북방망이 들고, 요령은 한 손에 들고, 쨍쨍 퉁퉁 울리면서 조왕경, 성조경을 의례대로 읽은 후에 동진경을 읽는구나. 「나무동방 목귀살신 나무남방 목귀살신 나무서방 목귀살신 나무북방 목귀살신.」삼칠편을 얼른 읽고, 왼편 발 턱 구르며, 「엄엄급급 여율령사바하 쒜.」경을 다 읽은 후에, 「자네 경채를 어찌 하려나.」저 계집 이른 말이,「정채나 서울 빚이나 여기 있소.」돈 한 냥 내어 주니, 「내가 돈 달랬관대, 거 새곰한 것 있는가.」「어, 앗으시오. 점잖은 터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송붕사 무료하여 안개 속에 소 나가듯 하니 강쇠 아내 생각하되 의원이나 청해다가 침약이나 하여 보자. 함양 자바지 명의란 말을 듣고 찾아 가서 사정하니 허락하고 몸소 와서 진맥할 제, 좌수맥을 짚어 본다. 신방광맥 침지하니 장랭정박할 것이요, 간담맥이 침실하니 절륵통압할 것이요, 심수맥이 부삭하니 풍열두통할 것이요, 명문삼초맥이 이렇게 침미하니 산통탁진할 것이요, 비위맥이 참심하니 기촉복통할 것이요, 폐대장맥이 부현하니 해수 냉결할 것이요, 기구 인영맥이 내관외격하여 일호육지하고 십괴가 범하였으니 암만해도 죽을 테나 약이나 써 보게 건재로 사 오너라. 인삼 녹용 우황 주사 관계 부자 곽향 축사 적복령 백복령 강활 독활 히호 전호 천궁 당귀 황기 백지 창출 백출 삼릉 봉출 형개 방풍 소엽 박하 진피 청피 반하 후박 용뇌 사향 별갑 귀판 대황 망초 산약 택사 건강 감초. 탕약으로 써서 보자. 형방패독산 곽향정기산 보중익기탕 방풍통성산 자음강화탕 귀룡군자탕 상사평위산 황기건중탕 일처음 이진탕 삼백탕 사물탕 오령산 육미탕 칠기탕 팔물탕 구미강활탕 십전대보탕 암만 써도 효험 없어 환약을 써서 보자. 소합환 청심환 천을환 포룡환 사청환 비급환 광제한 백발환 고암심신환 가미지황환 경옥고 신선고가 아무것도 효험 없다. 단방약을 하여 볼까. 지렁이즙, 굼벵이 즙, 우렁이탕, 섬자수며 무가산, 황금탕과 오줌찌기, 월경수며, 땅강아지, 거머리, 황우리, 메뚜기, 가물치, 올빼미를 다 써 보아 효험 없다. 침이나 주어 보자. 순금장식 대모침통 절렁절렁 흔들어서 삼릉을 빼어 들고 차차 혈맥 짚어 줄 제, 백회 짚어 통천 주고, 뇌공 짚어 풍지 주고, 전중 짚어 신궐 주고, 기해 짚어 대맥 주고, 대저 짚어 명문 주고, 장강 짚어 간유 주고, 담유 짚어 소장유 주고, 방광유 짚어 곡지 주고, 수삼리 짚어 양곡 주고, 완골 짚어 내관 주고, 대릉 짚어 소상 주고, 환도 짚어 양릉천 주고, 현종 짚어 위중 주고, 승산 짚어 곤륜 주고, 신맥 짚어 삼음교 주고, 공손 짚어 축빈 주고, 조해 짚어 용천 주어, 만신을 다 쑤시니, 병에 곯고, 약에 곯고, 침에 곯아 죽을 밖에 수가 없다. 이진사 하는 말이, 「약은 백 가지요 병은 만 가지니, 말질이라 불치외다.」하직하고 가는구나. 의원이 간 연후에 침약의 힘일런지 목신의 조화던지 강쇠가 말을 하여 여인 옥수 덤뻑 잡고 낙루하며 하는 말이, 「자네는 양서 사람, 내 몸은 삼남 사람, 하늘이 지시하고 귀신이 중매하여 오다가다 맺은 연분 죽자 살자 깊은 맹세, 단산의 봉황이요, 녹수의 원앙이라. 잠시도 이별 말고 백년해로하쟀더니 일야에 얻은 병이 백 가지 약 효험 없어, 청춘소년 이내 몸이 황천 원로 갈 터이니 생기사귀 성인 말씀 나는 섧지 않거니와, 생이사별 자네 정경 차마 어찌 보자는가. 비같이 붓던 정이 구름같이 흩어지면 눈같이 녹는 간장 안개같이 이는 수심. 도리화 피는 봄과 오동잎 지는 가을, 두견이 설이 울고 기러기 높이 날 제, 독수공방 저 신세가 잔생이 불쌍하다. 자네 정경 가긍하니 아무리 살자 하되 내 병세 지독하여 기어이 죽을 테니 이 몸이 죽거들랑 염습하되, 입관하기 자네가 손수 하고, 출상할 제 상여 배행, 시묘 살아 조석 상식 삼년상을 지낸 후에 비단 주건 목을 졸라 저승으로 찾아 오면 이생에 미진연분 단형부속되려니와, 내가 지금 죽은 후에 사나이라 명색하고 십세전 아이라도 자네 몸에 손 대거나, 집 근처에 얼른하면 즉각 급살할 것이니 부디부디 그리하소.」 속곳 아구대에 손김을 풀쑥 넣어 여인의 보지 쥐고 으드득 힘 주더니 불끈 일어 우뚝 서며, 건장한 두 다리는 유엽전을 쏘려는지 비정비팔 빗디디고, 바위 같은 두 주먹은 시왕전에 문지긴지 눈 위에 높이 들고, 경쇠덩이 같은 눈은 홍분연 번쾌런지 찢어지게 부릅뜨고, 상투 풀어 산발하고, 혀 빼어 길게 물고, 짚동같이 부은 몸에 피고름이 낭자하고, 주장군은 그저 뻣뻣, 목구멍에 숨소리 딸깍, 콧구멍에 찬 바람 왜, 생문방 안을 하고 장승 죽음 하였구나. 여인이 겁이 나서 울 생각도 없지마는 저 놈이 성기 짐작하고, 임종유언 있었으니 전례곡은 할 터여든 비녀 빼어 낭자 풀고, 주먹 쥐어 방을 치며, 「애고 애고 설운지고, 애고애고 어찌 살꼬. 여보소 변서방아, 날 버리고 어디 가나. 나도 가세 나도 가세. 임을 따라 나도 가세. 청석관 만날 적에 백년해로하자더니 황천객 혼자 가니 일장춘몽 허망하다. 적막산중 텅 빈 집에 강근지친 고사하고 동내 사람 없었으니 낭군 지상 어찌 하고, 이내 신신세 어찌 살고. 웬 년의 팔자로서 상부복을 그리 타서 송장 많이 보았으되 보던 중에 처음이네. 애고애고 설운지고. 나를 만일 못 잊어서 눈을 감지 못할 터면 날 잡아가 날 잡아가. 애고 애고 설운지고.」 한참 통곡한 연후에 사자밥 지어 놓고, 옷깃 잡아 초혼하고 혼잣말로 자탄하여, 「무인지경 이 산중에 나혼자 울어서는 낭군 치상할 수 없어 시충출호 될 터이니 대로변에 앉아 울어 오입남자 만났으면 치상을 할 듯하니 그 수가 옳다.」하고, 상부에 이력이 있어 소복은 많것다. 생서양포 깃저고리, 종성내의 생베 치마, 외씨 같은 고운 발씨 삼승버선 엄신 신고 구름같이 푸른 머리 흐르러지게 집어 얹고 도화색 두 뺨 가에 눈물 흔적 더 예쁘다. 아장아장 고이 걸어 대로변을 건너가서 유록도홍 시냇가에 뵐 듯 말 듯 펄썩 앉아 본래 서관 여인이라 목소리는 좋다소니 스러져가는 듯이 앵두를 따는데 이것이 묵은 서방 생각이 아니라, 새 서방 후리는 목이니 오죽 맛이 있겠는냐. 사설은 망부사 비슷하게 염장은 연해 「애고애고」로 막것다. 「애고애고 설운지고, 이내 신세 가긍하다. 일신이 고단키로 이십이 발옷 넘어 삼남을 찾아오니 사고무친 객지로다. 오행 궁합 좋다기에 육례 없이 얻은 낭군 칠차 상부 또 당하니 팔자 그리 험궂던가. 구곡간장 이 원통을 시왕전에 아뢰고자. 애고애고 설운지고. 여심상비 남물흥사 보는 것이 설움이라. 유상에 우는 황조 벗을 오라 한다마는 황천 가신 우리 낭군 네 어이 불러 오며, 화간에 우는 두겸 불여귀라 한다마는 가장치상 못 한 내가 어디로 가자느냐. 동원도리편시춘에 내 신세를 어찌하며, 춘초 연년 푸르른데 낭군 어이 귀불귀요. 애고애고 설운지고. 염라국이 어디 있어 우리 낭군 가 계신고. 북해상에 있으며는 안족서나 부칠 테요. 농산이 가까우면 앵무소식 오련마는 주야 동포하던 정의 영이별이 되단말가. 애고애고 설운지고.」애원한 목소리가 화주성이 무너질 듯 시냇물이 목메인다. 이 때에 화림 속으로 산나비 하나이 날아오는데 매우 덤벙여 붉은 칠 실양갓에 주황사 나비 수염, 은구영자 공단 끈을 두 귀에 덮어 매고 총감투 소년당상 외꽃 같은 은관자를 양편에 떡 붙이고, 서양포 대쪽누비 상하 통같이 입고, 한산세저 익물 장삼, 진홍 분합 눌러 띠고, 흰 총 박이 사날 초혜, 고운 새김 버선목을 행전 위에 덮어 신고, 천은으로 꾸민 화류승도 겉고름에 늦게 차고, 오십시 진상칠선 기름 결어 손에 쥐고, 동구 색주가에 곡차를 반취하여 용두 새긴 육환장을 이리로 철철 저리로 철철, 청산석경 굽이 길로 흐늘거려 내려오다 울음 소리 잠간 듣고 사면을 둘러보며 무한히 주저터니 여인을 얼른 보고 가만가만 들어가니 재치 있는 저 여인이 중 오는 줄 먼저 알고, 온갖 태를 다 부린다. 옥안을 번듯 들어 먼 산도 바라보고, 치맛자락 돌려다가 눈물도 씻어 보고, 옥수를 잠간 들어 턱도 받쳐 보고, 설움을 못 이기어 머리도 뜯어 보고, 갈수록 섧게 운다. 「신세를 생각하면 해당화 저 가지에 결항치사할 터로되 설부화용 이내 태도 아직 청춘 멀었으니 적막공산 무주고혼 그 아니 원통한가 광대한 천지간에 풍류호사 위기남자 응당많이 있건마는 내 속에 먹은 마음 게 뉘라 알 수 있나. 애고애고 설운지고.」중놈이 그 얼굴 태도를 보고, 정신을 반이나 놓았더니 이 우는 말을 들으니 죽을 밖에 수 없구나. 참다 참다 못 견디어 제가 독을 쓰며 죽자 하고 쑥 나서며, 「소승 문안드리오.」여인이 할끗보고 못 들은 체 연해 울어,「오동에 봉 없으니 오작이 지저귀고, 녹수에 원 없으니 오리가 날아든다. 애고애고 설운지고.」중놈이 이 말을 들으니 저를 업신여기는 말이어든 사생을 불고하고 바짝바짝 달려들며,「소승 문안이오, 소승 문안이오.」여인이 울음을 그치고 점잖이 꾸짖어, 「중이라 하는 것이 부처님의 제자이니 계행이 다를 텐데 적막산중 수풀 속에 전후불견 여인에게 체모 없이 달려드니 버릇이 괘씸하다. 문안은 그만하고 갈 길이나 어서 가제.」 저 중이 대답하되,「부처님의 제자기로 자비심이 많삽더니, 시주님 저 청춘에 애원히 우는 소리 뼈 저려 못 갈 테니, 우는 내력 아사이다.」여인이 대답하되,「단부처 산중 살아 강근지친 없삽더니 신수가 불행하여 가군 초상 만났는데, 송장조차 험악하여 치상할 수 없삽기로 여기 와서 우는 뜻은 담기 있는 남자 만나 가군 치상한 연후에 청춘 수절할 수 없어 그 사람과 부부되어 백년해로하자 하니, 대사의 말씀대로 자비심이 있삽거든 근처로 다니시며 혈기남자 만나거든 지시하여 보내시오.」 저 중이 또 물어, 「우리 절 중 중에도 자원할 이 있으며는 가르쳐 보내리까.」「치상만 하거드면 그 사람과 살 터이니 승속을 가릴 테요.」저 중이 대희하여 「그리하면 쉬운 일 있소. 그 송장 내가 치고 나와 살아 어떠 하오.」「아까 다 한 말이니 다 시 물어 쓸데 있소.」 저중이 좋아라고 양갓 감투 벗어 찢고, 공단 갓끈 금관자는 주머니에 떼어 넣고, 장삼 벗어 띠로 묶어 어깨에 들어메고, 여인은 앞을 서고 대사는 뒤에 서서 강쇠 집을 찾아올 제, 중놈이 좋아라고 장난이 비상하다. 여인의 등덜미에 손도 쓱 넣어 보고, 젖도 불끈 쥐어 보고, 허리 질끈 안아 보고, 손목 꽉 잡아 보며, 「암만해도 못 참겠네. 우선 한 번 하고 가세.」여인이 책망하여, 「바삐 먹으면 목이 매고, 급히 더우면 쉬 식나니 여러 해 주린 색심 아무리 그러하나, 죽은 가장을 방에 두고 새 낭군 그 노릇이 내 인사 되겠는가. 다 되어 가는 일을 마음 조금 진정하소.」중놈이 대답하되, 「일인즉 그러하네.」수박 같은 대가리를 짜웃짜웃 흔들면서,「십년공부 아미타불, 참부처는 될 수 없어 삼생가약 우리 미인 가부처 (↔가부처 )나 되어보세.」 강쇠 문전 당도하여, 「시체방이 어디 있노.」여인이 가리키며,「저 방에 있소마는 시체가 불끈 서서 형용이 험악하니 단단히 마음 먹어 놀라지 말게 하오.」 이놈이 여인에게 협기를 뵈느라고 장담을 버썩 하여, 「우리는 겁이 없어 칠야삼경 깊어 가며 궂은비 흩뿌릴 제, 적적한 천왕각 혼자 자는 사람이라 그 같은 섰는 송장 조금도 염려 없제.」 속으로 진언치며 방문 열고 들어서서 송장을 얼른 보고 고개를 푹 숙이며 중의 버릇 하노라고 두 손을 합장하고, 문안죽음으로 요만하고 열반했제. 강쇠 여편네가 매장포, 백지 등물 수습하여 자기고서 뒤쫓아 들어가니, 허망한 저 중놈이 벌써 이 꼴이 되었구나.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애겨, 이것 웬일인가. 송장 하나 치려다가 송장 하나 또 생겼네.」방문을 닫고서 뜰 가운데 홀로 앉아 송장에게 정설하며 자탄신세 우는구나.「여보소 변서방아, 어찌 그리 무정한가. 청석관에 만난 후에 각 포구로 다니면서 간신히 모은 전량을 잡기로 다 없애고 산중살이 하쟀더니, 장승 어이 패어 때어 목신동증 소년 죽음 모두 자네 자취로세. 사십구일 구병할 제 내 간장이 다 녹았네. 험악한 저신세를 할 수 없어 대로변에 가는 중을 간신히 후렸더니 허신도 한 일 없이 강짜를 하노라고 송장 치러 간 사람을 저 죽음 시켰으니 이 소문 나거드면 송장 칠 놈 있겠는가. 송장만 쳐 낸 후에 자네의 유언대로 수절을 할 터이니 다시는 강짜 마소. 애고애고 내 신세야. 치상을 누가 할꼬.」애긍히 우노라니 천만의외 술대밋 친구 하나 달려들어, 「예 돌아왔소. 구름 같은 집, 신선 같은 나그네 왔소. 퉤, 옥 같은 입에 구슬 같은 말이 쑥쑥 나오. 퉤, 이 개야 짖지 마라. 낯은 왜 안 씻어 눈곱이 따닥따닥, 나를 보고 짖느니 네 할아비를 보고 짖어라. 퉤.」이런 야단 없구나. 여인이 살펴보니 구슬상모, 담벙거지, 바특이 멘 통장구에 적 없는 누비저고리, 때 묻은 붉은 전대 제 멋으로 어깨 띠고, 조개장단 주머니에 추황사 벌매듭, 초록 낭릉 쌈지 차고, 청 삼승 허리띠에 버선코를 길게 빼어 오(뫼)장 짚신에 푸른 헝겊 들메고 오십살 늘어진 부채, 송화색 수건 달아 덜미에 엇게 꽂고, 앞뒤꼭지 뚝 내민 놈 앞살 없는 헌 망건에 자개관자 굵게 달아 당줄에 짓눌러 쓰고, 굵은 무명 벌통 한삼 무릎 아래 축 처지고, 몸집은 짚동 같고, 배통은 물항 같고, 도리도리 두 눈구멍, 흰 고리테 두르고 납작한 콧마루에 주석 대갈 총총 박고, 꼿꼿한 센 수염이 양편으로 펄렁펄렁, 반 백이 넘은 놈이 목소리는 새된 것이 비지땀을 베씻으며, 헛침 버썩 뱉으면서, 「예, 오노라 가노라 하노라니 우리 집 마누라가 아주머님 전에 문안 아홉 꼬장이, 평안 아홉 꼬장이, 이구십팔 열 여덟 꼬장이 낱낱이 전하라 하옵디다. 당 동 당. 페.」 여인이 기가 막혀 초라니를 나무라서, 「아무리 초라닌들 어찌 그리 경망한고. 가군의 상사 만나 치상도 못 한 집에 장고 소리 부당하네.」「예, 초상이 났사오면 중복막이 오귀물림 잡귀 잡신을 내 솜씨로 소멸하지. 페. 당 동 당. 정월 이월 드는 액은 삼월 삼일 막아내고, 사월 오월 드는 액은 유월 유두 막아내고, 칠월 팔월 드는 액은 구월 구일 막아내고, 시월 동지 드는 액은 납월 납일 막아내고, 매월 매일 드는 액은 초라니 장고로 막아내세. 페, 당 동 당. 통영칠 두리반에 쌀이나 되어 놓고 명실과 명전이며, 귀가지 저고리를 아끼지 마옵시고 어서어서 내어놓오.」「여보시오 이 초라니, 가가 문전 들어가면 오라는 데 어디 있소.」「뒤꼭지 지르면서 핀잔 악담하는 것을 꿀로 알고 다니오니 난장 쳐도 못 가겠소. 박살 해도 못 가겠소.」억지를 마구 쓰니 여인이 대답하되,「중복막이 오귀물림 호강의 말이로세. 서서 죽은 송장이라 쳐 내일 사람 없어 시각이 민망하네.」 초라니가 좋아라고 장고를 뚜드리며 방정을 떠는구나.「사망이다, 사망이다. 발부리가 사망이다. 불리었다 불리었다. 좋은 바람 불리었다. 페. 동동 당. 재수 있네, 재수 있네. 흰고리눈 재수 있네. 복이 있네, 복이 있네. 주석코가 복이 있네. 페. 둥 동 당. 어제 저녁 꿈 좋기에 이상히 알았더니 이 댁 문전 찾아와서 송장 사망 터졌구나. 페. 당 동 당. 신사년 괴질통에 험악하게 죽은 송장 내 손으로 다 쳤으니, 그 같은 선 송장은 외손의 아들이니 삯을 먼저 결단하오. 페 당 동 당.」 여인이 게으른 강쇠에게 간장이 다 녹다가 이 손의 거동 보니 부지런키 위에 없어 짐대끝에 앉아서도 정녕 아니 굶겠구나. 애긍히 대답하되, 「가난한 내 형세에 돈 없고 곡식 없어, 치상을 한 연후에 부부되어 살 터이오.」초라니가 또 덤벙여,「얼씨구나 멋있구나, 절씨구나 좋을씨고. 페. 당동당. 맛속 있는 오입장이 일색미인 만났구나. 시체 방문 어서여오, 내 솜씨로 쳐서 낼께. 페. 당 동 당.」 여인이 방문 여니 초라니 거동 보소. 시방 문전에 당도터니, 몸 단속 매우 하여 장고 끈 졸라매고, 채손에 힘을 주어 험악한 저 송장을 제 고사로 뉘이기로 부지런히 서두는데,「여보소, 저 송장아. 이내 고사 들어 보소. 페. 당 동 당. 오행 정기 생긴 사람 노소간에 죽어지면 혼령은 귀신되고, 신체는 송장이되, 무슨 원통 속에 있어 혼령은 안 헤치고 송장은 뻣뻣 섰노. 페. 당 동 당. 이내 고사 들어 보면 자네 원통 다 풀리리. 살았을 제 이생이요, 죽어지면 저생이라. 만사 부운 되었으니 처자 어찌 따라갈까. 훼파은수 자세 보니 옛 사람의 탄식일세. 페. 당 동 당.」 보드랍던 장고 채가 뒤마치만 소리하여, 「꽁 꽁 꽁.」풀잎 같은 새된 목이 고비 넘길 수가 없고, 날쌔게 놀던 몸집 삼동이 뒤틀리고, 한출첨배 가쁜 숨이 어깨춤에 턱을 채여, 한 다리는 오곰 죽여 턱 밑에 장고 얹고, 망종 쓰는 한 마디 목 하염없이 구성이라. 뒤마치 꽁 치며 고사 죽음 돌아가니, 여인이 깜짝 놀라 손바닥을 딱딱 치며, 「또 죽었네, 또 죽었네. 방정맞은 저 초라니 자발없이 덤벙이다 허망히도 돌아간다 고단한 내 한 몸이 세 송장을 어찌 할꼬.」 담배를 피워 물고 먼산 보고 앉았더니 대목 미처 파장인가 어ㆍ농 풍년 시평인가. 오색발가리 친구들이 짓끓어 들어온다. 풍각장이 한 패가 오는데, 그 중에 앞선 가객 다 떨어진 통량갓이 벌이줄 매어 쓰고, 소매 없는 베중치막 권생원께 얻어 입고, 세목동옷 때묻은 놈 모둥지께 얻어 입고, 안만 남은 누비저고리 신선달께 얻어 입고, 다 떨어진 전등거리 송선달께 얻어 입고, 부채를 부치되, 뒤엣 놈만 시원하게 부치면서 들어와서 말버슴새 쓰는 경조 원터도 못다 가고, 금강 이 쪽 경조였다.「여보시오, 이 마누라댁, 송장이 접사하여 쳐 낼 사람 없다 하니, 내 수단에 쳐 내이면 나하고 둘이 살겠소.」여인이 대답하되,「무슨 재조 지니셨소.」「나는 소리 명창 가객이오.」여인이 또 물어, 「송선달 아시오.」「예, 그게 내 제자요.」「신선달 아시오.」「예, 둘째 제자지요.」「세상 사람 하는 말이 목단은 화중왕, 송선달은 가중왕, 다시 윗수 없다는데 그 사람들 선생되면 당신의 목재조는 가중의 천자ㄴ가 보.」「남들이 그렇다고 수군수군한답디다.」 그 뒤에 통소장이 빡빡 얽은 전벽소경 통솟대 손에 쥐고, 강경장 넝마 큰 옷 뻣뻣하게 풀을 먹여 초록 실띠 눌러 띠고, 지팡 막대 잡은 아이 열댓 살 거의 된 놈 굵은 무명 홑고의, 길목 신고, 모시행전, 홍일광단 도리줌치, 갈매 창옷, 송화색 동정, 쇠털 같은 노랑머리 밑기름칠 이마 재여 공단 댕기 벗게 땋고 검무 출 칼 가졌으며, 가얏고 타는 사람 빳빳 마른 중늙온이 피골이 상련한데, 토질 먹은 기침 소리 광쇠 치는 소리 같고, 긴 손톱 검은 때와 빈대코 코거웃이 입술을 모두 덮고, 떡메모자 대갓끈에 가얏고를 멨으되, 경상도 경주도읍 그 시절에 난 것이라 복판이 좀이 먹고 도막난 열 두 줄을 망건당줄 이어 매고 쥐똥나무 괘를 괴어 주석 고리 끈을 달아 왼어깨에 돌러메고 북 치는 놈 맵시 보소. 엄지러기 총각놈이 여드름과 개기름이 용천뱅이 초 잡은 듯 짧은 머리 길게 땋고, 외손질로 늙은 놈이 체바퀴 열 두 도막 도막도막 주워 이어, 노구녹비 북을 매어 쐐기 제겨 끈을 달아, 양어깨에 둘러메고, 거들거려 들어오며 장담들을 서로 한다. 「송장이 어디 있소. 그 같은 것 쳐 내기는 똥누기는 발허리나 시제.」여인이 이른 말이,「그렇게 장담하다 실없이 죽은 사람 몇 된 줄 모르겠소.」저 사람들 대답하되, 「그 염려는 마시오. 내 노래 한 곡조는 읍귀신하는 터요, 가얏고 의논하면 진국미인 허청금에 형장사도 잡았으며, 왕소군 출새곡은 호인도 낙루하고, 옹문금 슬픈 소리 맹상군도 울었으니 내 또한 상심곡을 처량히 타거드면 맛있는 저 송장이 날 괄시할 수 없제.」 통소장이 하는 말이,「내 통소 부는 법은 여읍여소 슬픈 소리 계명산 추야월에 장자방의 곡조로다. 팔천 제자 흩어질 제 우미인은 목 찌르고, 항장사도 울었거든 제까진 송장이야 동지섣달 불강아지.」 북치는 놈 내달으며,「이내 솜씨 북을 치면 전단이 되놈 칠 제, 시석지소 우뚝 서서 원포고지하던 소리, 장익덕 고성현에 관공님의 용맹 보자 삼동고 치던 소리, 제아무리 험한 송장 아니 쓰러질 수 있나.」검무 추는 아이놈이 양손에 칼을 들고 연풍대 좌우 사위 번듯번듯 둘러메고, 「여보시오, 기탄 마오. 소년 십오 이십시에 일검중당백만사라 홍문연 큰 모임에 항장의 날랜 칼이 날 당할 수가 없고, 양소유 대진중에 십오연의 추던 춤이 내게 비치 못할 테니 송장 치기 두말 있나. 송장 방이 어디 있소.」 각기 재조 자랑하니 여인이 생각한즉 식구가 여럿이요, 재조가 저만하니 송장 서넛 쳐내기는 염려가 없겠거든, 「여보시오, 저 손님네, 송장 먼저 보아서는 아마 기가 막힐 테니 시체 방문 닫은 채로 툇마루에 늘어앉아 각색풍류 하였으면, 맛있는 송장이니 감동하여 눕거드면 묶어 내기 쉬울 터이니 그리하여 어떠하오.」「그 말이 장히 좋소.」굿하는 집에 고인뽄으로 마루에 늘어앉고 검무장이 일어서서 여민락 심방곡을 재미있게 한참 노니, 방에서 찬 바람이 스르르 일어나며 쌍창문이 절로 열려 온몸이 으슥하며 독한 내가 코 찌르니, 눈뜬 식구들은 송장을 먼저 보고 제 맛으로 다 죽는다. 가객의 거동 보소. 초한가를 한참 할제, 「일후 영웅 장사들아 초한 승부 들어 보소. 절인지력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일레. 한패공 십만대병 구리산하 십사면에 대진을 둘러 치고, 초 패왕을 잡으렬 제 거리거리 마병이요, 마루마무 복병이라.」 부채를 쫙 펼치며 숨이 딸각. 가얏고 놀던 사람 짝 타령을 타느라고, 「황성에 허조벽산월이요, 고목은 진입창호운이라 하던 이태백으로 한 짝. 삼년정리관산월이요 만국병전초목풍이라 하던 두자미로 한 짝. 둥 덩 지 둥 덩 둥.」그만 식고. 북 치던 늙은 총각 다시 치는 소리 없고, 칼춤 추던 어린아이 오도가도 아니 하고 선자리에 꽉 서 있고, 통소 불던 얽은 봉사 송장 낯을 못 본 고로 죽음 차례 모르고서 먼눈을 뻔득이며 봉장취를 한창 불 제, 무서운 기 왈칵 들고, 독한 내가 칵 지르니 내밀 힘이 점점 줄어 그만 자진하였구나. 여인이 기가 막혀서 울음도 울 수 없고, 사지가 느른하여 애겨 이를 어찌 할꼬. 이것들 앉은 대로 여기다 두어서는 아무 사람 와 보아도 우선 놀라 갈 터이니, 방 안에다 감추자고 하나씩 고이 안아 동서편 두 벽 밑에 차례로 앉혀 놓으니, 앉은 것은 명부전에 시왕 뽄, 집이름은 초상 상자 팔상전, 시방문 닫치고서 대문간에 비껴 서서 대로변을 바라보니 어떠한 사람 하나 맛있는 연비정을 권생원 비슷하게 냅다 떠는데,「이봐, 벗님네야, 이 때는 어느땐고, 하사월 초파일에 연자는 남으로 펄펄 날아들고, 석양산로에 어디로 가자느냐. 천지로 장막 삼고, 일월로 등촉 삼고, 남의 집 내 집 삼고, 가는 길 노자되고, 멍석자리 등돗삼아 두루 꿰질러 다니다가 달은 밝고 바람 찬 밤에 광충다리 홀로 우뚝 서서, 이내 신세를 솜솜이 생각하니, 팔만장안 억만가구 방방곡곡 가가호호 귀돌적간을 꿰질러 다니며 보아도 이런 벌건 목두기의 아들놈 팔자 또 어디 있을꼬. 애고애고 설운지고.」 으스러지게 부르면서 문전으로 들어오는데 산쇠털 벙거지 넓은 끈 졸라매고 마가목채 등덜미에 꽂고 때묻은 고의 적삼 육승포 온골전대 허리를 잡아매고 발감기 곱게 하여 짚신을 들멨는데, 키는 장승 같고, 낯은 징짝 같고, 눈은 화등잔만, 코는 메주덩이, 입은 싸전 장되, 발은 동작이 거루선만, 초라니 탈 아니 써도 천생 말뚜기 뽄이어든, 여인을 썩 보더니 경조로 세치를 내갈기는데, 「이런 제어미를, 그리하여서 마누라가 낭군의 송장 쳐 주면 둘이 살자고 하든 마누라요.」 여인이 애긍히 대답하여,「그러하오.」「그 제어미를 할 송장이 어떻게 죽었단 말이오.」불끈 일어서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이 놈이 연해 희색하여,「뉘를 콱 치자고 두다리 벋디디고, 뉘를 탁 차자고 두 눈을 딱 부릅떴소. 에게, 그것이 용병이어든 그도 가수제. 집에 갈퀴 있소.」「예 있소.」「그 놈의 눈구멍을 내가 아니 보려 하니 고개를 숙이고서 그 놈 눈 웃시울을 긁어서 덮을 테니 마누라는 밖에 서서 갈퀴가 웃시울에 닿거든 닿다 하오.」 이 놈이 갈퀴 들고 시체방에 들어서서 고개를 쿡 숙이고, 두 손으로 갈퀴 들어 송장 눈에 대면서, 「웃시울에 닿았소.」여인이 뒤에 서서, 「조금 올리시오.」「닿았소.」「조금 내리우시오.」「닿았소.」「닿았소.」 딱 잡아 긁은 것이 손이 조금 미끄러져 아랫시울 긁어 놓으니 눈이 뚝 불거져서 앙 하고 호랑이 재조를 하는구나. 가만히 쳐다보더니 이 놈이 깜짝 놀라 갈퀴를 내버리고 바로 뛰어 도망할 제 그물의 내 맡은 숭어 뛰듯, 선불 맞은 호랑이 닫듯, 곧 들고 째는구나. 여인이 대경하여 급히 급히 쫓아가며,「여보시오, 저 손님네, 말씀이나 하고 가오.」저 놈이 손 헤치며, 「그런 소리 하지 마오. 나 돌아가오, 나 돌아가오. 위방은 불입이라, 나 돌아 가오.」 여인이 연해 불러,「송장 차라 아니 하니 말만 잠깐 듣고 가오.」 꽃 같은 저 미인이 옥 같은 말소리로 따라오며 간청하니, 오입한 사람이라 어찌 할 수가 있나. 돌아서며 대답하되,「무슨 말씀 하시려오.」여인이 하는 말이,「노변에서 괴이하니 내 집으로 둘이 가서 딴 방에서 잠을 자고 내가 이리 고적하니 말벗이나 하옵시다.」저 놈이 흠득하여,「그러합시다.」허락하고 여인의 손목 잡고 정담하며 도로 올 제 여인이 자세 물어,「어디서 사옵시며 존호는 누구신데 어디로 가시다가 내 집을 어찌 알고 수고로이 오시니까.」 저 놈이 대답하되, 「예, 나는 서울 사는 뎁득이 김서방, 재상댁 마총으로 경상도 황산역에 좋은 말이 있다기에 그리로 가옵다가 마누라 일색으로 가군이 험사하여 치상하여 주는 사람 작배하여 살잔 말이 삼남천지 들썩하여 사람마다 전하기에 불원천리 찾아왔소.」 여인이 또 물어,「서울서 사시고 신수 저리 건장한데 그만 송장 염려하여 버리고 가시기는 내 얼굴이 누추하여 당신 눈에 아니 드오.」뎁득이 이 말 듣고 여인의 등을 치며,「미인 보면 정 있다가 송장 보면 정 떨어지오.」언사 좋은 저 여인 속을 연해 질러 보아,「사제갈이 주생증달 옛글로만 들었더니 저러한 호풍신에 송장에게 쫓긴단 말 어디 행세할 수 있소. 불쌍한 이내 신세 버리고 가옵시면 고통 자진할 터이니 그 아니 불쌍한가. 날 살리쇼, 날 살리쇼, 한양 낭군 날 살리쇼. 자네 만일 가려 하면 나를 먼저 죽여 주소.」허리를 질끈 안고 온 가지 어린양에 백만 교태 다 부리니, 서울 사나이라 뒤가 탁 풀리는데 허리에 띤 전대로 눈물을 씻기면서,「울지 마쇼. 울지 마쇼. 아니 감세, 아니 감세. 죽으면 내가 죽제 자네 죽게 하겠는가.」집으로 들어오며 의사를 새로 내어, 「자네 집에 떡메 있나.」「떡메는 무엇하게.」「영투지 불투력을 먼저 생각 못 하였네.」떡메를 내어 주니 뎁득이 둘러메고 집 뒤로 돌아가서 주해의 진비 치듯, 경포의 함관 치듯, 뒷벽을 쾅쾅 치니 송장이 벽에 치어 덜퍽 뒤쳐지는 구나. 뎁득이가 좋아라고 땀 씻으며 장담하여, 「제만놈이 얻다가서.」여인은 더위한다 부채질하며 송장 묶어 내려 할 제 제 아무리 장사기로 송장 여덟 질 수 있나. 근처 마을 찾아가서 삯군을 얻쟀더니, 마침 각설이패 셋이 달려드는데 온 머리를 다 둥치고 가로 약간 남은 털을 감이상투 엇게 하여 이마에 붙이고서 영남의 돌림이라 영남장만 헤 가것다. 「떠르르 돌아 왔소, 각설이라 멱설이라 동설이를 짊어지고 뚤뚤 목아 장타령 안경 주관 경주장, 최복 입은 상주장, 이 술 잡수 진주장, 관민분의 성주장, 이랴 채쳐 마산장, 펄쩍 뛰어 노리골장, 명태 옆에 대구장, 순시 앞에 청도장.」 한 놈은 옆에 서서 입장고 낑낑 치고, 한 놈은 옆에 서서 살만 남은 헌 부채로 뒤꼭지를 탁탁 치며 두 다리를 빗디디고 허릿짓 고갯질. 「잘한다, 잘한다. 초당 짓고 한 공부냐, 실수가 없이 잘한다. 동삼 먹고 한 공부냐, 기운차게 잘한다. 목구멍에 불을 켰나, 훤하게도 잘한다. 뱃가죽도 두껍다, 일망무제 나온다. 네가 저리 잘할 적에 네 선생은 할 말 있나. 네 선생이 나로구나. 잘한다, 잘한다. 매목장에 목 쉴라. 잘한다, 잘한다. 너 못하면 내가 하마.」 여인이 묻는 말이, 「목소리는 명창이나 우리 집에 송장 많아 지금 묶어 내려 하니 함께 묶어 지고 가면 삯을 후히 줄 터이니 소견이 어떠한가.」 저 놈들 하는 말이,「송장을 쳐 내이면 여인하고 산다기에 짚신짝 떼 붙이고 애써 애써 예 왔더니 남의 손에 떼었으니 송장이나 지고 갈께 송장 하나 닷냥 삯에 술, 밥, 고기 잘 먹이오.」 여인이 허락하니 네 놈이 송장 칠 제 한 등짐에 두 마리씩 공석으로 곱게 싸서 세 죽마다 태줄로 단단히 얽은 후에 집으로 밖을 싸서 새끼로 자주 묶어 새벽달 못 떨어져 네 놈이 짊어지고, 여인은 뒤를 따라 북망산을 찾아갈 제. 어화성 목 어울러 행색이 처량하다. 「어이 가리 너허 너허. 연반군은 어디가고 담뱃불만 밝았으며, 행자곡비 어디 가고 두견이는 슬피 우노. 어허 너허. 명정 공포 어디 가고 작대기만 짚었으며, 앙장 휘장 어디 가고 헌 공석을 덮었는고. 어허 너허. 장강틀은 어디 가고 지게송장되었으며, 상제 복인 어디 가고 일미인만 따라오는고. 어허 너허. 북망산이 어떻기에 만고영웅 다 가시노. 진 시황의 여산 무덤, 한 무제의 무릉이며, 초 패왕의 곡성 무덤, 위 태조의 장주총이 다 모두 북망이니 생각하면 가소로다. 어허 너허. 너 죽어도 이 길이요, 나 죽어도 이 길이라. 북망산천 돌아들 제 어욱새 더욱새, 덥갈나무 가랑잎, 잔 빗방울, 큰 빗방울, 소소리바람 뒤섞이어, 으르렁 시르렁 슬피 불 제 어느 벗님 찾아오리. 어허 너허. 주부도 유령 분상토요, 금인이 경종 신릉 분상전에 번화부귀 죽어지면 어디 있나. 워허 너허. 지고 가는 여덟 분이 다 무두 호걸이라 기주탐색 풍류가금 청루화방 어찌 잊고 황천북망 둘아가노. 어허 너허.」 한참을 지고 가니 무겁기도 하거니와 길가에 있는 언덕 쉴 자리 매우 좋아, 네 놈이 함께 쉬어 짐머리 서로 대어 일자로 부리고 어깨를 빼려 하니 그만 땅하고 송장하고 짐군하고 삼물조합 꽉 되어서 다시 변통 없었구나. 네 놈이 할 수 없어 서로 보며 통곡한다. 「애고 애고 어찌 할꼬. 천개지벽한 연후에 이런 변괴 또 있을까. 한 번을 앉은 후에 다시 일 수 없었으니 그림의 사람인가, 법당의 부처인가. 애고애고 설운지고. 청하는 데 별로 없이 갈 데 많은 사람이라, 뎁득이 자네 신세 고향을 언제 가고, 각설이 우리 사정 대목장을 어찌 할꼬. 애고애고 설운지고. 여보시오, 저 연인네, 이게 다 뉘 탓이오. 죄는 내가 지었으니 벼락은 네 맞아라 굿만 보고 앉았으니 그런 인심 있겠는가. 주인 송장, 손님 송장 여인 말은 틀을 테니 빌기나 하여 보소.」 여인이 비는구나. 「여보쇼 변낭군아, 이것이 웬일인가. 험악하게 죽은 송장 방 안에서 썩을 것이 이 네 사람 공덕으로 염습 담부 나왔으니, 가만히 누웠으면 명당을 깊이 파고 신체를 묻을 것을, 아이 밸 제 덧궂으면 날 때도 덧긎는다, 갈수록 이 변피ㄴ가, 사람 어디 살겠는가. 집에서 하던 변은 우리끼리 보았더니 이러한 대로변에 이 우세를 어찌 할꼬. 날이 점점 밝아 오니 어서 급히 떨어지쇼. 안장을 한 연후에 수절시묘하여 줌세.」 뎁득이가 중맹을 연해 지어, 「여인의 치맛귀나 만졌으면 벗긴 쇠아들이오. 상인이 없었으니 발상이라도 하오리다.」여인이 연해 빌어, 「대사, 촐보, 풍각님네 다 각기 맛에 겨워 이지경이 되었으니, 수원수구하자 하고 이 우세를 시키는가. 청산에 안장할새 하관시가 늦어 가니 어서 급히 떨어지쇼.」아무리 애걸하되 꼼짝 아니 하는구나. 날이 훤히 새어 놓으니 뎁득이 하는 말이, 「배고파 살 수 없네. 여인은 바가지 들고 동내로 다니면서 밥을 많이 얻어다가 우리들이 먹게 하되 짚 둬 못 얻어 오쇼.」「짚은 무엇하게.」「몇 해가 지나든지 목숨 끊기 전까지는 우 자리에 있을 테니, 비 오면 상투 덮게 주저리나 틀어 두게.」 여인을 보낸 후에 각기 설움 의논할 제 이것들 앉은 데가 원두밭 머리로서 참외 한참 산영하니 막은 아직 아니 짓고 밭 임자 움생원이 집에서 잠을 자고 밭 보려 일찍 올제, 먼지낀 묵은 관을 돛단 듯이 높이 쓰고, 진동 좁고 된 것 달아 소매 좁은 소창의와 굽 다 달은 나막신에 긴 담뱃대 중동 쥐고, 살보 짚고 오다가서 밭머리 사람 보고 된 목으로 악써 물어,「네 저것들 웬 놈인다.」뎁득이 대답하되,「담배 장수요.」「그 담배 맛 좋으냐.」「십상좋은 상관초요.」「한 대 떼어 맛 좀 볼까.」「와서 떼어 잡수시오.」마음 곧은 움생원이 담배 욕심 잔뜩 나서 달려들어 손 쑥 넣으니 독한 내가 코 쑤시고, 손이 딱 붙는구나. 움생원이 호령하여, 「이놈, 이게 웬일인고.」뎁득이 경판으로 물어,「왜, 어찌 하시셨소.」「괘씸한 놈 버릇이라 점잖은 양반 손을 어찌 쥐고 아니 놓노.」 뎁득이와 각설이가 손뼉 치며 대소하여,「누가 손을 붙들었소.」「이것이 무엇이냐.」「바로 하제, 송장 짐이오.」「너 이놈, 송장 짐을 외밭머리 놓았느냐.」「새벽길 가는 사람 외밭인지 콩밭인지 아는 제어미할 놈 있소.」움생원이 달래어,「그렇든지 저렇든지 손이나 떼어 다고.」네 놈이 각문자로 대답하여,「아궁불열이오.」「오비도 삼척이오.」「동병상련이오.」「아가사창이오.」움생원이 문자속은 익어, 「네희도 붙었느냐.」「아는 말이오.」「할 장사가 푹 쌓였는데 송장 장사 어이 하며, 송장이 어디 있어 저리 많이 받아 지고 어느 장엘 가려 하며, 송장 중에 붙는 송장 생전 처음 보았으니, 내력이나 조금 알게 자상히 말하여라.」뎁득이 하는 말이, 「지리산 중 예쁜 여인 가장이 악사하여 치상을 하여 주면 함께 살자 한다기에 그 집을 찾아간즉 송장이 여덟이라 간신히 치상하여 각설이 세 사람과 둘씩 지고 예 왔더니, 나도 붙고 게도 붙어 오도가도 못할 터니 그 내력을 알 수 있소.」 움생원이 의사 내어,「그리하면 좋은 수 있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는 데로 후려들여 무수히 붙였으면 소일도 될 것이요, 뗄 의사도 날 것이니 그 밖에 수가 없다.」 「기소불욕을 물시어인이라니 일은 아니 되었으되, 궁무소불위라니 재조대로 하여 보오.」 이 때에 하동 목골, 창평 고살메, 함열 성불암, 담양, 옥천, 함평 월앙산 가리내패가 창원, 마산포, 밀양, 삼랑 그 근방들 가느라고 그 앞으로 지나다가 움생원의 관을 보고, 걸사들이 절을 하여, 「소사 문안이오, 소사 문안이오.」 그 뒤에 아기네들이 낭자도 곱게 하고 고방머리 엇게 하고, 다리 아파 잘쑥잘쑥 지팡막대 짚었으며, 두 줄에 다리 넣고 걸사 등에 업혔으며, 수건으로 머리 동여 긴 담뱃대 물었으며, 하하 대소 웃으면서 낭랑옥어 말도 하고 무수히 오는구나. 움생원이 불러, 「이애 사당들아, 너의 장기대로 한 마디씩 잘만 하면 맛 좋은 상관 담배 두붓씩 줄 것이니 쉬어 가 어떠하냐.」이것들이 담배라면 밥보다 더 좋거든, 「그리 하옵시다.」판노름 차린 듯이 가는 길 건너 편에 일자로 늘어앉아 걸사들은 소고 치며, 사당은 제차대로 연계사당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 「산천초목이 다 성림한데 구경가기 즐겁도다. 이야어. 장송은 낙락, 기러기 펄펄, 낙락장송이 다 떨어졌다. 이야어. 성황당 궁벅궁새야 이리 가며 궁벅궁 저 산으로 가며 궁벅궁 아무래도 네로구나.」움생원이 추어,「잘한다, 내 옆에 와 앉거라. 네 이름이 무엇이냐.」「초월이오.」또 하나 나서며, 「녹양방초 저문 날에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야우 성긴 비에 밤은 어이 길었는고. 얼싸절싸 말 들어 보아라, 해당화 그늘 속에 비 맞은 제비같이 이리 흐늘 저리 흐늘 흐늘흐늘 넘논다. 이리 보아도 일색이요, 저리 보아도 일색이요, 아무래도 네로구나.」「잘 한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구강선이오.」한 년은 또 나서며,「오돌또기 춘향 춘향 위월의 달은 밝으며 명랑한데, 여기다 저기다 연저바리고 말이 못 된 경이로다. 만첩청산을 쑥쑥 들어가서 늘어진 버드나무 들입다 덤뻑 휘어잡고 손으로 주르르 훑어다가 물에다 둥둥 뛰워두고 둥덩둥실 여기다 저기다 연저바리고 말이 못 된 경이로다.」「어, 잘한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일점홍이오.」또 한 년이 나서며,「갈까보다 갈까보다 임을 따라 갈까보다. 잦힌 밥을 못 다 먹고 임을 따라 갈까보다. 경방산성 빛두리길로 알배기 처자 앙금살살 게게 돌아간다.」「잘한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설중매요.」한 년이 나서며 방아타령을 하여,「사신 행차 바쁜 길에 마중참이 중화, 산도 첩첩 물도 중중 기자왕성이 평양, 모닥불에 묻은 콩이 튀어나니 태천, 청천에 뜬 까마귀 울고 가니 곽산, 찼던 칼을 빼어 내니 하릴없는 용천, 청총마를 둘러 타고 돌아보니 의주.」「잘한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월하선이오.」한 년은 잦은방아 타령을 하여,「누각골 처녀는 쌈지장사 처녀, 어라두야 방아로다. 왕십리 처자는 미나리장사 처자, 순담양 처자는 바구니장사 처자, 영암 처자는 참빗장사 처자.」「어 잘한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금옥이오.」 한참 이리 농탕칠 제, 이 때에 시임 향소 웅좌수가 수유하고 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포 입고 안장말에 향청하인 후배하여 달래달래 돌아가니 움생원이 불러, 「여보소, 웅좌수, 자네가 아관으로 기구가 좋다 하여 출패나 무서워하제, 나 같은 빈천지교 시약불견 지나가니 부귀자교인 말이 자네 두고 한 말일쎄.」 좌수가 할 수 있나, 말에서 내려 걸어오니 움생원이 제 옆에 앉혔구나. 좌수가 물어, 「노형의 평생 행세 내가 대강 짐작하니, 이러한 큰 길가에 협창행락 의외로세.」움생원이 연해 웃어, 「꿈 같은 우리 인생 육십이 가까우니 남은 날이 며칠인가. 파탈하고 놀아주세. 얘, 옥천집, 좌수님 들으시게 시조나 하나 하여라.」 그렁저렁 장난 후에 좌수가 하직하여,「향촌에 일 많아 총총히 돌아가니 노형은 사당하고 행락을 하게 하소.」움생원이 웃어,「자네 소견대로.」좌수 불끈 일어서니 밑구멍이 안 떨어져, 「애겨, 이게 웬일인고.」움생원은 좋아라고 장 웃어 두었구나.「허허, 내말 들어 보소. 노형은 내게 대면 식자도 더 들었고, 경락도 출입하고, 읍내 가 오래 있어 관장도 모셔 보고 지사하는 아전 친구 응당히 많을 테니, 송장이 붙는 말을 자네 혹 들었는가.」좌수 귀가 매우 밝아 깜짝 놀라 급히 물어, 「이것이 송장인가.」남은 급히 서두는데 움생원은 훨씬 늘여,「그것은 뭣이든지 종차 수작하려니와 송장이 붙는단 말 사기에나 경서에나 혹 어디서 보았는가.」옆에 있던 사당들이 깜짝 놀라 일어서니 모두 다 붙었구나. 요망한 이것들이 각색으로 재변 떨 제 애고애고 우는 년, 먼산 보고 기막힌 년, 움생원 바라보며 더럭더럭 욕하는 년, 제 화에 제 머리를 으득으득 뜯는 년, 살풍경 일어나니 좌수는 어이없어 암말도 못 하고서 굿 보는 사람나서 우두커니 앉았다가,「여보소, 저 짐이 다 모두 송장인가.」 움생원 변구하여, 「하나씩이면 좋게.」「둘씩일란 말인가.」「방사한 말이로세.」「어느 고을 올 시절이 송장 풍년 그리 들어 몰똑하게 지고 왔소.」 뎁득이 하던 말을 움생원이 송전하니, 좌수와 사당들이 서로 보고 걱정한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굿 보노라 아니 가고, 먼뎃 마을, 근처 마을 구경하자 모여드니 그리 저리 모인 사람 전주장이 푼푼하다. 구경군 모인 데는 호도엿장수가 먼저 아는 법이었다. 갈삿갓 쓰고 엿판 메고 가위 치며 외고 온다. 「호도엿 사오, 호도엿 사오. 계피 건강에 호도엿 사오. 가락이 굵고 제 몸이 유하고 양념 맛으로 댓 푼. 콩엿을 사려우, 깨엿을 사려우. 늙은이 해수에 수수엿 사오.」여러 사람들이 호도엿 사 먹으며 하는 말이, 「이것이 원혼이라, 삼현을 걸게 치고 넋두리를 하였으면 귀신이 감동하여 응당 떨어질 듯하다.」 목 좋은 계대네를 급급히 청해다가 좌수가 자당하여 굿상을 차려 놓고 멋있는 고인들이 굿거리를 걸게 치고, 목 좋은 계대네가 넋두리춤을 추며, 「어라 만수, 저라 만수. 넋수야 넋이로다. 백양청산 넋이로다. 옛 사람 누구 누구 만고원혼 되었는고. 공산야월 불여귀는 촉 망제의 넋일런가. 무관춤풍 우는 새는 초 회왕의 넋이로다. 어라 만수. 청청향초라군색은 우미인의 넋일런가. 환패공귀월야혼은 왕소군의 넋이로다. 어라 만수 저라 대신. 넋일랑은 넋반에 담고, 신채 ㄹ 랑은화단에 모셔 밥전, 넋전, 인물전과 온필 무명, 오색 번에 넋을 불러 청좌하자. 어라 만수 저라 대신. 열대왕님 부리는, 사자 일직사자, 월직사자, 금강야차, 강림도령, 이생 망제 잡아갈 제 누가 감히 거역할까. 어라 만수 저라 대신. 만승천자, 삼공 육경 기구로도 할 수 없고, 천석 노적 만금부자 값을 주고 면 ㅎ 겠는가. 멀고 먼 황천길을 가자 하면 따라가네. 어라 만수 저라 대신. 지장보살 장한 공덕, 보도중생하려 하고 지옥문 닫아 놓고, 서양길을 가르칠새 불쌍한 여덟 목숨 비명에 죽었으니 어느 대왕께 매였으며, 어느 사자 따라갈까. 어라 만수 저라 만수. 지하에 맨 데 없고, 인간에 주인 없어 원통히 죽은 혼이 신체 지켜 있는 것을 무지한 인생들이 경대할 줄 모르고서 손으로 만져 보고 걸터앉기 괘씸쿠나. 어라 만수 저라 만수. 웅좌수 자넬랑은 일읍의 아관이요, 움생원 자넬랑은 양반의 도리로서 경이원지 귀신대접 어이 그리 모르던가. 어라 만수 저라 대신. 사당, 걸사, 명창, 가객, 오입장이 너의 행세 취실 할 수 왜 있으리. 비옵네다 여덟 혼령, 무지한 저 인생들 허물도 과도 말고, 갖은 배반 진사면에 계대춤에 놀고 가세. 어라 만수 저라 만수.」 우두커니 짐군 넷만 남겨 놓고 위에 붙은 사람들은 모두 다 떨어져서, 계대에게 치하하고 뎁득이 각설이께 각각 하직하는구나. 이것들이 식구 많이 있을 때는 소일하기 좋았더니 비 오는 날 파장같이 경각간에 흩어지니 심심하여 살 수 있나. 뎁득이가 그래도 서울 손이라 애긍히 사정으로 송장에게 비는 목이 의지하여 듣겠거든, 「천고에 의기남자 원통히 죽은 혼이 지기지우 못 만나면 위로할 이 뉘 있으리. 역수상 찬 바람에 연태자를 하직하고 함양에서 죽었으니 협객 형경 불쌍하고, 계명산 밝은 달에 우미인을 이별하고, 오강에 자문하니 패왕 항적 가련하다. 이 세상에 변서방은 협기 있는 남자로서 술 먹기에 접장이요 화방에 패두시니, 간 데마다 이름있고 사람마다 무서워한다. 꽃 같은 저 미인과 백년을 살쟀더니 이슬 같은 이 목숨이 일조에 돌아가니 원통하고 분한 마음 눈을 감을 수가 없어, 뻣뻣 선 장승 송장. 주 동지 자네 신세 부처님의 제자로서 선공부 경문 외어 계행을 닦았더면 흰 구름 푸른 뫼에 간 데마다 도방이요, 비단 가사 연화탑에 열반하면 부처될새 잠시 음욕 못 금하여 비명횡사 거적 송장. 촐첨지 자네 정경 동냥 고사 천업이라, 낯에는 탈을 쓰고, 목에는 장고 메고, 돈푼 쌀줌 얻자 하고 이집 저집 다닐 적에 따른 것이 아이들과 짖는 것이 개 소리라, 탄 분복 이러한데 가량 없는 미인 생각 제 명대로 못다 살고 남의 집에 붙음송장. 풍객 한량 다섯 분은 오입 맛이 한통속. 왕별목장 춘향가 가객이 앞을 서고, 가약소 심방곡 퉁소 소리 봉장취 연풍대 칼춤이며, 서서 치는 북 장단에 주막거리 장판이며, 큰 동내 파시평에 동무 지어 다니면서 풍류로 먹고 사니 눈치도 환할 테요, 경계도 알 터인데 송장을 쳐 낸대도 계집은 하나 뿐, 누구 혼자 좋은 꼴 뵈자 한꺼번에 달려들어 한날 한시 뭇태 송장 여덟 송장 각기 설움다 원통한 송장이라. 살았을 제 집이 없고 죽은 후에 자식 없어 높은 뫼 깊은 구렁 이리 저리 구는 뼈를 묻어 줄 이 뉘 있으며, 슬픈 바람 지난 달에 애고애고 우는 혼을 조상할 이 뉘 있으리. 생각하면 허사로다, 심사 부려 쓸 데 있나. 이 생 원통 다 버리고 지부명왕 찾아가서 절절이 원정하여 후생의 복을 타서, 부귀가에 다시 생겨 평생행락하게 하면 당신네 신체들은 청산에 터를 잡아 각각 후장한 연후에 연년기일 돌아오면 내가 봉사할 것이니 제발 덕분 떨어지오.」 애긍히 빈 연후에 네 놈 불끈 일어서니 모두 다 떨어졌다. 북망산 급히 가서 송장 짐을 부리우니 석 짐은 다 부리고 뎁득이 진 송장은 강쇠와 초라니라 등에 붙어 뗄 수 없다. 각설이 세 동무는 여섯 송장 묻어 주고 하직하고 간 연후에 뎁득이 분을 내어 사면을 둘러보니 꼿꼿한 큰 소나무 나란히 두 주 서서 한가운데 빈틈이 사람 하나 가겠거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우르르 달음박질 솔틈으로 쑥 나가니 짊어 진 송장 짐이 우두둑 삼동 나서 위 아래 두 도막은 땅에 절퍽 떨어지고 가운데 한 도막은 북통같이 붙어 암만해도 뗄 수 없다. 요간폭포괘장천 좋은 철벽 찾아가서 등에 갈기로 드는데 갈이질 사설이 들을 만하여,「어기여라 갈이질. 광산에 쇠방앗고 문장공부 갈이질. 십년을 마일검 협객의 갈이질. 어기여라 갈이질. 춘풍에 저 나비가 향내만 찾아가다 거미줄을 몰랐으며, 산양에 저 장끼가 소리만 찾아가다 포수 우레 몰랐구나. 어기여라 갈이질. 먼저 죽은 여덟 송장 전감이 밝았는데, 철모르는 이 인생이 복철을 밟았구나. 어기여라 갈이질. 네 번째 죽은목숨 간신히 살았으니 좋을씨고 공세상에 오입 참고 사람되세 어기여라 갈이질.」 훨씬 갈아 버린 후에 여인에게 하직하여, 「풍류남자 가리어서 백년해로하게 하오. 나는 공향 돌아가서 동아부자 지낼 테요.」떨뜨리고 돌아가니 개과천선 이 아닌가. 월나라 망한 후에 서시가 소식 없고, 동탁이 죽은 후에 초선이 간 데 없다. 이 세상 오입객이 미혼진을 모르고서 야용회음 분대굴에 기인도차오평생고. 이 사설 들었으면 징계가 될 듯하니 좌상에 모인 손님 노인은 백년향수, 소년은 청춘불로, 수부귀다남자에 성세태평하옵소서. 덩지 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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