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지난 4월 9일(금)에 한 것이다. 이 기사는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학보(한국교원대신문)사 기자 차현아 양이 연구소로 찾아와서 1시간 30분 가량 인터뷰를 하고 가서는 한국교원대신문 313호(4월 29일자)에 실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기사를 PDF파일로 나마 받은 것은 6월 말이다. 종이 신문은 배달 사고 때문인지 아직도 받아 보지 못하였다. 신문사 홈피를 통해서도 이 기사를 내려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현아 양의 도움으로 이 기사가 실린 면의 파일만 받은 것이다.
나는 4월 9일 당시에도 이 인터뷰를 매우 흥미롭게 여겼다. 무엇보다도 주제 자체가 대학생들이 소화, 정리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고, 비교적 새로운만큼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내 개념과 논리가 대학교 2학년 학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것만 궁금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뽑은 주요 이데올로그들인 주대환, 박세일, 김주성의 생각이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도 궁금했다. 정치인은 중학교 2학년생 수준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 개념, 논리, 화법을 구사해야한다고 들어왔는데, 대학교 2~3학년생이라는 거울에 누구의 생각이 비교적 온전하게 비칠런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 당시 (역대 내 얘기를 들은 청중 중 사실상 최연소자인) 차현아 기자가 던지는 질문에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림도 그려 가면서, 또 핵심 개념과 논리는 악필로나마 종이에 써 가면서 설명해 주었다.
6월 말 PDF파일을 통해서 기사를 받아 보니 역시 내 개념과 논리가 가장 난해한 축에 속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의 윤곽(예컨대 공평에 대한 강조)은 그런대로 그려져 있지만, 그려지지 못한 것, 즉 전달되지 못한 것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대환과 박세일의 생각은 그들의 풍부한 대중 정치(사상 전파) 활동 경륜 때문인지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전달 된 것처럼 보였다. 내 주장을 좀 더 간명하게, 중학교 2학년생은 언감생심이라 할지라도, 고등학교 2학년 생 정도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명하게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보사 기자와 인터뷰가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아내가 1982~1985년까지 ‘성의학보사’(카톨릭의대 학보사, 지금은 없어짐)기자를 열심히 했고, 그 인연으로 나와 만나게 되었고, 만나면서 학보사 기자의 애환을 숱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27년 전 대학 2학년 생이었던 아내가 저런 모습으로 돌아다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와 보수 그 서로를 묻다.
1.진보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주대환(이하 주) : 진보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누가 뭐래도 평등입니다. 시민들에게 같은 기회를 주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평등의 기본 원칙입니다. 비록 경쟁에서 패배해 낙오했다고 하더라도 갱생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관계없이 자식에게는 같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진보의 가치입니다.
김대호(이하 김) : 진보와 보수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완전 상반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해야하는 가치는 진보와 보수 모두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정의에는 공정과 공평이 있는데, 공정은 기회, 조건, 출발선의 평등을 의미하고 공평은 결과의 합리적 불평등을 의미합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서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출발선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실제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 우리나라에 맞는 진보의 이상적인 모델이 따로 있다고생각하시는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주 : 우리나라는 먼저 식민지를 겪었고, 민족 간의 통일이 되지 않아 국민국가를 이룩하는 과정 상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진보는 지금까지 민족과 민주를 강조하는 후진국형 진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민족은 진보가 아닌 보수의 가치이며, 민주화는 이미 87년 이후 상당부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진보가 추구해야 하는 바는, 선진국형 진보입니다. 선진국의 진보는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인 불평등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이러한 선진국형 진보의 모습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까지는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의 대립이었지만, 현재 산업화와 민주화는 달성된 상태입니다. 지금의 20대가 사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시기가 오면 선진국형 진보와 보수가 나타나는 모습을볼 수 있다고 봅니다.
김 : 진보와 보수의 각각 다른 이상적인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정의가 세워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3.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간의 적정 수준의 협력과 상호보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이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고, 그 상호보완적인 모습은 어떨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주 : 화합이라기 보다는, 먼저 상호간의 인정이 필요합니다. 인내, 즉 똘레랑스라고 하는 가치를 되새겨 보아야합니다. 현재 보수는 진보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으로 정의하여 대화의 링 밖으로 내몰려 하며,진보는 보수를 친일파나 기회주의자등 부정부패한 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를 혐오하고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대화는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를 인정하는 태도가 가장 먼저 필요하며 그런 태도 위에서 토론을 하게 되면 서로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따라서 화합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김 : 우파 정권인 박정희 시대에 실시했던 국민의료보험 제도도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좌파적입니다. 이처럼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좌우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문제(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 부동산 불로소득 억제 정책, 공공부분에 대한 신뢰 회복과 동시에 국민을 섬기는 위치로서의 공공부분 만들기, 사회적 안전망 튼튼히 하기 정도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함께 우리 사회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합니다.
4. 보수에서 개인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인사는 누가 있고, 그 인사를 합리적으로 보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 : 안병직 교수를 비롯하여 박세일 교수, 윤여준 선생, 인명진 목사등이 대표적인 합리적이고 열린 보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상돈이란 분은 보수면서 보수를 비판하고있는데, 이 분 역시 합리적인 보수라고 할 수 있지요.
김 : 이상돈 법대 교수를 요즘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보수 내부에서 올바른 정책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비판하는 것 중에는 폭력행위 등 서로에 대한 무례하고 과격한 행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격한 행동들을 어떻게 개선할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주 : 진보계와 보수계의 어른들이 나서서 이것을 지도해야합니다. 저 역시 진보 내부에서 쓴 소리를 하는 비판자의 역할을 주도하고 있으며, 보수계에서는 앞서 말한 이상돈씨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보수 내에서 보수를 비판하고, 진보 내에서 진보를 비판하는 내부고발자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 이런 과격한 과거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진보, 혹은 보수를 욕되게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굳이 그런 사람들에게 진보 혹은 보수의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6.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대학생들이 정치 사회적인 분야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주 : 현재 20대가 정치계에 관심이 없는 것을 20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20대 포기론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그들을 모르고 하는,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시대가 변화했기에, 20대가 부딪친 현실에 대한 해법을 정치계에서 논쟁해야 합니다. 그리한다면 윗세대가 비판하지 않아도그 세대 내부에서 진보적인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치 이념적인문제에 관심을 가져봤자 밥 먹여주지 않으니까 대학생들이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가 밥 먹여줍니다.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 밥을 먹여주려 하는 것입니다. 선진국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를 너무 잘해서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적 효용성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20대가 정치에서 무관심해진 것입니다. 20대만의 요구와 주장, 예를 들어 등록금문제나 청년 취업 창업제도 같은 것들을 사회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20대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7. 8월 15일이 되면 진보에선 광복절을 강조하고, 보수에선 건국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과 8월 15일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주 : 그것은 진보와 보수간의 논쟁이 아니라, 보수 내부의 소수파와 다수파의 논쟁입니다. 사실 건국이라고 하는 것은 보수 쪽에서 먼저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해방 이후 건국동맹, 건준위 등은 진보계열인 여운형이 주도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소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건국절이란 것을 꺼려하는 것은 헌법상 상해임정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 새삼스럽게 8월 15일에 건국을 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논쟁은 김구 계열과 이승만 계열의 싸움이지, 진보적 입장에서는 큰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는 건국이고, 명목 상으로는 광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 : 개인적으로는 광복절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큰 의미가 있는 논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광복절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통성이 조금 부족하다면, 그 이상으로 더 큰 자유와 풍요를 선사하는 국가가 되면 되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식으로 우리나라가 건국되었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 나가는 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의 정의와 민주주의가 훼손된 상황에서 과거의 정통성 문제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북한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지금의 인권이 무시되고 형편없는 북한이 인정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논리이다.
8.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보수의 모습은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주 : 제발 이제부터는 품위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보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명목으로 친북좌파라며 진보를 비난했는데,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아주 품위가 없는 것입니다. 이젠 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논쟁을 했으면 합니다.
김 :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굉장히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이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념을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겉은 이념이고 속은 이익, 이권인 셈입니다. 이를 개혁해야합니다.
정리 / 김희윤 기자
1. 보수가 가장 중점적으로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보십니까?
김주성(이하 김) : 보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입니다. 사회권이라는 것은 국가와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권은 다릅니다. 신체에 대한 자유나 사유재산에 대한 자유는 어느 국가나 상황에서나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다. 물론 자유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경쟁이 과열되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고, 결국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되어 국민 분열로까지 이어질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찌 됐든 조화로움 속에서 자유를 최대한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박세일(이하 박) :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자유와 공동체입니다. 이 둘을 합쳐서 저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주장합니다. 인류발전은 개인의 자유와 창의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자유여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 강화된, 상호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주의입니다. 즉,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자유주의입니다.
2. 우리나라에 맞는 보수의 이상적인 모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김 :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전부터 부자와 빈자의 싸움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부자가 빈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빈자는 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와 빈자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할 수있는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수 뿐만아니라 진보 역시 이런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 선진과 통일입니다. 즉, 통일된 선진국가를 주창하는게 보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1인당 GNP가 3만불 이상 되어야하며,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주의를, 문화적으로는 다민족문화를, 국제적으로는 세계에 공헌해야합니다. 모방형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적으로 성숙한 창조적인 선진국입니다.
3.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간의 적정 수준의 협력과 상호보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이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고, 그 상호보완적인 모습은 어떨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언뜻 보면 국가와 시장이 서로 대척점에 있으면서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국가와 시장은 서로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면서 경제는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개가 적절히 상호보완한다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 진보도 보수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국가이상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국가이상은 앞의 질문에서 대답했던 바와 같이 선진국가이구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 우선순위를 성장에 둘 것인지 혹은 복지와 분배에 놓을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4. 진보에서 개인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인사는 누가 있고, 그 인사를 합리적으로 보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 : 개인적으로 진보계의 원로이신 박원순 변호사라든지 백낙청교수를 개인적으로 선호합니다. 대부분의 진보 인사들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분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박 : 김호기 교수 등과 좋은정책포럼, 사회민주주의연대도 합리적인 진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5.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비판하는 것 중에는 폭력행위 등 서로에 대한 무례하고 과격한 행동 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격한 행동들을 어떻게 개선할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 : 가장 우려하는 일은 특히나 무법행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법은 지켜지라고 존재하는 것이고, 개인이 판단할 것이 아닙니다. 법이 지켜지는 사회여야 어느 정도의 예상이 가능해지며 안정된 사회를 만들수 있습니다.
박 : 크게 잘못된 행동입니다. 이들은 폭력으로써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세우고 법질서를 파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가 믿는 가치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6.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대학생들이 정치 사회적인 분야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제가 젊었을 80년 대만 해도 싸워야 할 것 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가 완전히 이루어지면서 우리 눈앞에 있는 적들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자연스레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에 무관심해지게 된거죠. 이것을 과연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졌다는 것은 민주적으로 그만큼 안정이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대에는 나의 실존을 찾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젊음을 발산하며 자유를 느끼는 자세가 필요한거죠. 정치에 관심을 갖기 보다 나의 실존을 찾고 확충하는 데 좀 더 역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박 :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객입니다.자신이 살고있는 공동체의 문제에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아닙니까. 미래가 불안하다고들 하는데, 60년대에 실업률은 34%에 달했습니다. 요즘보다 더했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을 사회문제에관심을 가졌습니다.
7. 8월 15일이 되면 진보에선 광복절을 강조하고, 보수에선 건국절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과 8월 15일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김 : 사실 광복과 건국은 같은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복이란 주권을 회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가가 없이는 주권이 있을 리 없고, 건국을 해야 광복의 표현을 비로소 쓸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60년 동안 써 온 광복절을 굳이 건국절 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같은 의미일진대 용어의 쓰임은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대신 그 의미는 왜 건국절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는 바로 건국세력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문제와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건국세력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에 오점이 다소 있고, 완전한 한반도 통일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건국절을 달가워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그 혼란했던 시기에 국가를 성립한 공헌은 반드시 인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박 : 물론 역사 중에 잘못된 것도있어야 하지만, 그것보단 공을 보아야합니다. 가령 중국에서도 모택동이 문화혁명 기간 동안 수천만명을 학살했는데, 이에 대한 중국 측의 평가는 과실이 있지만 공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이 아니었으면 건국이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 때 민주화를 하지 않았다는 오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당시 우리의 1인당 GNP는 80불이던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박정희 역시 잘못은 있지만 독재를 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했습니다. 독재가 반드시 경제발전에 대한 보장이 없는 이상, 이의 공로는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이승만 정권이 없었다면 우리나라가건국자체가 되기 힘들었을 테니, 그 공로를 인정하여 건국절이 맞다고보는겁니다.
8.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진보의 모습은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김 :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너무 쉽게 민주화를 이루어내면서 진보적인 386세대를 지지해 줄 중산층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386세대는 그들의 혁명적 사상을 펼칠 동력을 상실하게 됐고, 진보계의 그 교착이 지금에까지 이르러 지속되고있습니다. 지금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혁명을 하려다 그들의 이념까지 잃어버린 것이죠. 그나마 old left들이 찾은 것이 교조주의나 종북주의 등인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이것들은 너무 낡았습니다. 이제는 new left들이 old left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박 : 친북과 연북을 청산해야합니다. 북한의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진보적 가치는 중요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약자를 대변하는 것인데, 진보측에서 북한의 인권법에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입니다. 북한을 돕자고 하면서 막상 그들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을 안한다는 것이죠. 또, 진보의 경우 남을 돕자는 정서적인 측면은 강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정책을 만들어서 일을 처리하자는 측면은 약합니다. 진보에게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연구입니다.
정리 / 차현아 기자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이번기획을 통해 진보와 보수, 그서로를 묻다 의 주제에 대해 논해보기로 하였다. 뜬금없이 웬 진보와 보수냐고 생각할 만하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담론은 꽤나 오래 전부터 다뤄왔고, 이제는 지겨운 소재로 느껴지는 것이 옳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획을 진행해나가면서 한국교원대신문의 과거를 몇 번이고 뒤돌아보게되었다. 그간 진보 에 대해서는 나름 유명하다는 인사도 쫓아다녀 보고, 진보 자체의 가치에대해 물어보는 논의의 장을 여러 번 펼쳐왔었다. 그러나 보수에 대해 이제까지 거의 다뤄오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제껏 한국교원대신문이 보수에 대해서는 약간의 적대적인, 이겨서 승리를 쟁취해야 할 대상 으로 생각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획에서는 확실하게 보수와 진보에 대해 명확히 규명해보려 한다. 물론 대학생으로서 보수와진보라는, 그 엄청난 담론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아직 옳고 그름의 구분을 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속에서 이도저도 아닌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수의 눈으로 본 진보와 보수, 그리고 진보 눈에서 본 진보와 보수에 대해 처음으로 취재를 하려고 결정했던 지난 겨울. 대학생인 우리가 보는 진보와 보수에 대해 한번은 성찰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신문사 내부의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이제는 지면을 통해 현실화하게 됐다. 두 달 정도의 오랜 시간 동안 기획을 하면서 가장 우려가됐던 부분은 바로 인터뷰를 어떤 사람과 하느냐의 문제였다. 진보와 보수라는 것이 딱 떨어지게 규정되어 있어서 양 진영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면 좋겠지만, 그러한 상황이 아니므로 대표성을 지닌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분에게 연락을 드리니 자신은 진보 혹은 보수의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거부하셨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한 달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인사군(群)과 진보인사군을정리하면서 양 진영의 인사들을 추려보았다. 우리는 ▲양 진영의 사상과 생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사회적으로 공헌도가 있는지의 기준으로 인터뷰할 만한 인사들을 선정했다. 그리고 각 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우리가 당사자를 인터뷰이로 정한 이유와 그 목적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그런 절차와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보수인사 진영에는 박세일 교수와 김주성 교수를, 진보인사 진영에는 김대호 소장과 주대환 대표를 각각 선정하여 인터뷰를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는과정에서도 공을 많이 들였다. 같은 질문을 두고 보수와 진보양 측에 모두 인터뷰를 하는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라도 치우친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대학신문과 대학생의 눈에 맞추어 가장 적합하고 가치 있는 질문을찾기 위해서도 노력을 다했다. 그 중에서도 기획을 했던 기자들이 뽑는 가장 의미 있고 흥미로운 질문은 8월 15일을 두고 광복절과 건국절 중 어느 것을 강조하고 싶은지를 묻는것이었다. 질문을 낸 기자 측에서도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면서, 인터뷰를 통해 얻은 답변 중 가장 재미있는 답변이었다. 또한 총 네 분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소정의 결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보수 진영의 박세일 교수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대한민국을 외치며 합리적인 근거로 성장이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주성 교수는 뉴라이트(new right)를 표방하며, 법의 중요성과 진보-보수간 상호협력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두 보수 진영의 주장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으로 묶이는 사항이있었다. ▲진보와 보수의 관계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연관을 우선생각한다는 점 ▲진보에게 북한과의 잘못된 관계를 청산 할것과 정책적인 대안을 요구한다는 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는 점등이 바로 그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도 괄목할 만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김대호 소장은 공평함을 중요한 가치로 봤으며 정의가 세워진 바른 국가가 선행되고 나서야 진보와 보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주대환 대표는 진보와 보수는 각각 분리하여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인정을 통해 아울러봐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진보진영의 주장에도 공통점이 있다. ▲대안을제시하는 진보를추구해야 한다는 점 ▲진보-보수간 상호인정이 필요하다는 점 ▲평등과 공평의 가치를매우 중요시 여긴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또한 각 진영에서만 주장이 묶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진보와 보수 모두의 주장이 묶이기도 하였다. 결국 진보와 보수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오랫동안대립해왔고, 현재도 거의 모든 측면에서 반목과 불신으로 인해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좀 더 합리적이고 성숙한 고찰로 진보-보수간의 갈등을 되짚어 본다면 매우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갈등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자세가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선진국의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될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갈라 서로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자체가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반증한다. 논외로 이번 기획을 하면서는 호재가 있었다. 지난 3월 31일, 기획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무렵에 사회통합위원회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한 연중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런 진보-보수간 갈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처음으로 진보적 시각, 보수적 시각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 발제자들 간의 통합적 시각까지다뤘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토론회에 직접 참여해보면서 진보와 보수의 문제를 학문적인 접근으로 다가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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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1992년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
2004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현재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김대호
2001년 『대우자동차 하나 못살리는 나라』출간
2007년 『진보와 보수를 넘어』출간
2009년 노무현 이후 출간
현재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박세일
1995년 김영삼 정부 정책기획수석, 사회복지 수석
2002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2004년 17대 국회의원, 여의도 연구소장
2006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김주성
1991년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조교수
1995년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부교수
2000년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 수
2004년 한국교원대학교 제2대학 학장 |